[넷플릭스] [길복순] 오 재밌네요.
사실 예고편에 실망을 많이해서... 기대감은 접고 봤는데
일단 '액션 영화'는 아닌게 맘에 드네요. 예고편에서 보이는 그 둔중한 몸놀림과 지나치게 짜여진 동선에 헛웃음이 나오시는 분이라면, 일단 딱히 본편에서 나아지지는 않는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나아질리가요. 그나마 제일 잘 뽑힌걸 일단 예고편으로 밀어넣었을텐데)
소지섭의 [회사원]만큼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회사도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냥 겉멋이 뽕뽕찬 컨셉 덩어리에요. 수요가 얼마나 있을까 싶은 '살인 청부 (근데 해외에서도 주문을 받긴해서리)' 업체가 아예 점조직으로 되고, 허세스러운 설정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슛 들어간다? 월말평가? 아이고...오그라듭니다.
그런데, 그 설정만 참고 본다면 볼만해요. 영화의 이야기는 온전히 길복순이라는 베테랑 킬러의 이야기입니다. 예고편에서 '엄마 노릇'과 '살인 청부 직업' 병행에 대한 갈등이 부각되어서 사골국처럼 우려먹는 뻔한 이중 생활 고뇌의 이야기일거 같아보이지만, 딸인 재영이의 이야기가 나름 입체적이어서 엄마인 복순의 이야기와 잘 맞아 떨어져요. 대부분의 이중생활 킬러(혹은 에이전트) 이야기가 나오면, 가족은 후반부에 단순 인질 용도로 전락하게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 길복순의 가정 이야기는 거의 킬러 이야기와 비등비등할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내용입니다.
액션은 어색하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만은 않습니다. 살인 청부 사업 장면이 어마어마한 피튀기는 액션만으로 점철되지도 않고요 (일단 사람을 죽이는거지 오도방정을 떠는건 아니니까요). 허당스러운 설정을 '아 그런가보다'라고 그냥 넘기고 나면, 나름의 세부 사항들은 '저런 회사가 있다면 돌아가는 분위기도 그럴 법하겠다'로 흘러갑니다. 마치 존 윅의 호텔처럼요.
그 오글거리는 설정을 나름 극복해주는건 배우들입니다. 전도연의 역대급 연기는 절대 아니지만, 해맑은 킬러일때는 그 얼굴로...하지만 재영이 엄마일때는 진짜 시치미 딱떼고 중딩 딸내미 엄마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나갑니다. 설경구는 그냥 설경구스러운? 그런데 귀티나는 회사 대표 역할에 잘 어울리네요. 사실 이솜과 구교환은 좀 평범한 반면에, 후배 역의 이연과 딸내미 역 배우가 잘해서 분위기흘 흐뜨리지 않네요. [길복순]은 지독한 블랙코메디입니다 (중간에 슬랩스틱스러운 코메디 장면들이 나오는데 갑자기 영화와 안어울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블랙코메디에요). 그에 걸맞게 배우들이 아주 시치미를 잘뗀 연기들을 보여줍니다.
아마 제작진도 이 오글거리는 컨셉과 거기에 수반되는 겉멋과 허세가 필수적인건 알고 있었을거에요. 사실 이쯤되면 설정은 거의 SF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함몰되어 어설프게 둔중한 액션으로 한국판 존윅, 한국판 킬빌 등등을 외치며 과시하는 액션만 보여줬다면 진짜 재앙급이었을거 같은데, 이 함정을 피해서 그럴법한 대사들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신들이 술술 잘 지나갑니다. 플레이 눌러놓고 끝까지 잘 봤습니다. 짧은 길이도 아니지만 지루하지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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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보진 않았는데 실제로 저런 일 해주는 회사에 행정부수반 정도 되는 애 묻어버리라고 의뢰하려면
한... 50억정도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