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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길복순] 오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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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3-31 18:01:55

사실 예고편에 실망을 많이해서... 기대감은 접고 봤는데 

 

일단 '액션 영화'는 아닌게 맘에 드네요. 예고편에서 보이는 그 둔중한 몸놀림과 지나치게 짜여진 동선에 헛웃음이 나오시는 분이라면, 일단 딱히 본편에서 나아지지는 않는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나아질리가요. 그나마 제일 잘 뽑힌걸 일단 예고편으로 밀어넣었을텐데)

 

소지섭의 [회사원]만큼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회사도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냥 겉멋이 뽕뽕찬 컨셉 덩어리에요. 수요가 얼마나 있을까 싶은 '살인 청부 (근데 해외에서도 주문을 받긴해서리)' 업체가 아예 점조직으로 되고, 허세스러운 설정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슛 들어간다? 월말평가? 아이고...오그라듭니다. 

 

그런데, 그 설정만 참고 본다면 볼만해요. 영화의 이야기는 온전히 길복순이라는 베테랑 킬러의 이야기입니다. 예고편에서 '엄마 노릇'과 '살인 청부 직업' 병행에 대한 갈등이 부각되어서 사골국처럼 우려먹는 뻔한 이중 생활 고뇌의 이야기일거 같아보이지만, 딸인 재영이의 이야기가 나름 입체적이어서 엄마인 복순의 이야기와 잘 맞아 떨어져요. 대부분의 이중생활 킬러(혹은 에이전트) 이야기가 나오면, 가족은 후반부에 단순 인질 용도로 전락하게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 길복순의 가정 이야기는 거의 킬러 이야기와 비등비등할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내용입니다. 

 

액션은 어색하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만은 않습니다. 살인 청부 사업 장면이 어마어마한 피튀기는 액션만으로 점철되지도 않고요 (일단 사람을 죽이는거지 오도방정을 떠는건 아니니까요). 허당스러운 설정을 '아 그런가보다'라고 그냥 넘기고 나면, 나름의 세부 사항들은 '저런 회사가 있다면 돌아가는 분위기도 그럴 법하겠다'로 흘러갑니다. 마치 존 윅의 호텔처럼요.

 

그 오글거리는 설정을 나름 극복해주는건 배우들입니다. 전도연의 역대급 연기는 절대 아니지만, 해맑은 킬러일때는 그 얼굴로...하지만 재영이 엄마일때는 진짜 시치미 딱떼고 중딩 딸내미 엄마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나갑니다. 설경구는 그냥 설경구스러운? 그런데 귀티나는 회사 대표 역할에 잘 어울리네요. 사실 이솜과 구교환은 좀 평범한 반면에, 후배 역의 이연과 딸내미 역 배우가 잘해서 분위기흘 흐뜨리지 않네요. [길복순]은 지독한 블랙코메디입니다 (중간에 슬랩스틱스러운 코메디 장면들이 나오는데 갑자기 영화와 안어울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블랙코메디에요). 그에 걸맞게 배우들이 아주 시치미를 잘뗀 연기들을 보여줍니다. 

 

아마 제작진도 이 오글거리는 컨셉과 거기에 수반되는 겉멋과 허세가 필수적인건 알고 있었을거에요. 사실 이쯤되면 설정은 거의 SF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함몰되어 어설프게 둔중한 액션으로 한국판 존윅, 한국판 킬빌 등등을 외치며 과시하는 액션만 보여줬다면 진짜 재앙급이었을거 같은데, 이 함정을 피해서 그럴법한 대사들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신들이 술술 잘 지나갑니다. 플레이 눌러놓고 끝까지 잘 봤습니다. 짧은 길이도 아니지만 지루하지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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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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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1 17:54:18

 아직 보진 않았는데 실제로 저런 일 해주는 회사에 행정부수반 정도 되는 애 묻어버리라고 의뢰하려면

한... 50억정도면 될까요..?

WR
2023-03-31 17:57:15

그런 류의 컨셉이 나옵니다. 떼로 죽이거나 한 명을 죽이거나, 대상자의 지위, 피살 컨셉(음?) 에 맞춰 보수 차등도 있긴해서 실무 담당자 배정에 대해서 논의도 하고 사내에서 갑론을박도 하는...  따지고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데 진짜 진지하게 풀어서 헛웃음 나오면서도 재밌게 볼 수 있어요.

2023-03-31 18:04:15

돈 주면 죽여준다는 사람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압니다. 50억이 아니고 단 5천만원에요. 조직으로 존재하는지까지는 확인 못했습니다.

2023-03-31 18:23:15

그냥 가끔 한국 뉴스보면 몇백만원에 사람 죽인 사람도 나오더군요.. 기억속에 천만원은 안되서 저돈으로 사람을 죽여? 라는 기억이 남네요. 물론 얼마 안가 잡혔구요. 인터넷에 한떄 살인의뢰 카페 유행도 했던걸로 기억나네요.

2023-03-31 18:01:10

아직 보기 전인데 후기 잘 읽었습니다. 평론가들 평점이 괜찮았던 이유를 글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

2023-03-31 18:03:14

오...이번 주말은 복순씨와 함께해도 되겠네요. 그냥 액션으로 뗏깔 낼려고 했으면 거를려고 했는데...기대치 상승 중 입니다.

6
2023-03-31 18:08:43

설정이 다이고 그 캐릭터가 어떻게 묘사되는게 다인 이런 컨셉 영화에서 그걸 참고 보는건 좀 힘들더군요. 

존윅이 존윅 다운 이유는, 세계관도 세계관이지만, 키아누가 뽑아내는 시각적 쾌감과 캐릭터가 주는 낭만이 다른것을 눌러주기 때문인데, 길복순은 그게 한참 모자란것 같습니다. 달리기 영화에서 달리기를 제대로 표현 못하고 드라마만 봐라...라고 하는건 좀 말이 안되니까요. 길복순은 좋은영화가 될수 있었는데, 한계는 못벗어나서 아쉽습니다. 밋밋합니다. 

WR
2023-03-31 18:29:27

사실 그거 못참으면 정말 힘들죠. 제 지인은 존윅 소믈리에 장면 보면서도 손발이 다 접히던데, 길복순도 만만치않겠다 싶어요.

5
2023-03-31 18:22:44

저도 방금 봤어요. 재밌는데요?
회사원과 당연히 비교되는데 곽도원캐릭터가 설경구캐릭터에 비해 스테레오타입이었다는 게 확 느껴지네요.

WR
2023-03-31 18:29:53

회사원보다 훨 낫죠. 회사원도 사실상 코메디가 되야하는데... 설정이나 연기 다 방만했죠 (회사 규모도 작고)

2023-03-31 18:24:00

재밌다니 내일 퇴근후 각잡고 봐야겠습니다. 오늘 퇴근 후 보기엔 집중이 안될거 같네요.

WR
1
2023-03-31 18:36:39

네, 나름 앉아서 보시면 시간은 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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