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m] 전작에 비해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 아쉬운 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왕좌의 게임과 관련된 스포일러도 다수 있으니, 읽기 전에 이점 참고해주세요.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전반적인 평을 보면, 준수한 편입니다. 저도 아직까지는 괜찮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계속 들어서요. 전작인 왕겜에 비해 용집의 무엇이 부족하거나 결여됐다고 느껴지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왕겜은 기본적으로 유럽의 고대와 중세가 적절히 섞인 현실적인 판타지, 군상극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왕겜식 성공의 가장 큰 요인으로 저는 충격적이지만, 흥미로운 전개를 꼽고 싶습니다. 예를들면 피의 결혼식이나 조프리 독살 사건, 그와 연계되는 티리온 재판과 오베린 마르텔의 충격적인 죽음 등.
돌이켜보면, 저런 장면을 보면서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벙찌기도 하고, 장면에 압도당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말그대로 정말 '끔찍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는데, 묘하게 흥미로웠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이런 재미도 시즌5부터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지만요.
왕겜식의 이런 충격적 전개를 매력적으로 꾸며주는 장치라고 해야할까요? 저는 왕겜 특유의 서술트릭같은 전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는 시청자는 충격을 받지 않거나, 적게 받습니다. 원작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예측하기 힘든 충격적 전개에, 설령 예측했거나 원작의 이야기를 이미 아는 시청자에게는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만큼 충격적 장면을 과감하게 연출했기 때문에 호평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유한 '서술트릭과 같은 전개'는 내용 전개를 뻔하지 않게 끌고가지만, 특정 사건이 일어나고, 앞의 타임라인을 반추할 때는 불현듯 '그런게 있었지'와 같은 희미하지만 매력적이고, 설득력있는 복선을 심어 놓았기 때문에, '충격적이고 불쾌한 전개'가 아니라 '충격적이지만 흥미로운' 전개로서 원작을 아는 팬과 그렇지 않은 시청자, 양자 전반을 아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하오드는 충격적인 전개가 있긴한데, 그 한방에 설득력이 부족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니 약간 부자연스럽고, 억지처럼 느껴지는 상황을, '그래 나중에 더 재밌는 내용이 나올테니까, 지금은 억지같아도 일단은 내가 이해할게'와 같은 컨텐츠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미래에 있을거라 기대하는 '빅재미'를 담보로 한 암묵적 타협이 이뤄지는 순간이 몇차례 있지는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만약 용집이 확실한 뭔가를 못보여주고, 끝내 빅재미없이 시리즈를 마치게 되면, 아니 그 전에 왕겜 팬덤이 균열 조짐을 보였던 것처럼 팬덤이 대폭발하는 그런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각잡고 영상화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스토리가 아니고, 드라마화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굉장히 짧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이하 얼불노)는 수십년에 걸쳐서 5부까지 나왔고, 얘네는 원래부터 본편의 스토리이자, 소설을 위한 줄거리였기 때문에 영상화에도 더욱 적합한 부분들이 있었을거라고 봅니다.
본격적 전개는 한참 멀었겠지만, 볼 때마다 맹물에 왕겜맛 스프를 풀어놓은 인스턴트 조미료맛 국물 같다고 할까요? 저는 10시간 이상 삶은, 진하고 꾸덕한 그런 육수 베이스 국물을 원한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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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 맞는것 같아요 뭔가 아쉽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