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칼럼] 올스타 슈퍼맨 vs. 슈퍼맨 리턴즈
점점 새로운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 제작 소식들이 공개 되고 있다. 항상 “슈퍼맨 리턴즈” 가 과소 평가 된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리부트 결정과 잭 스나이더의 감독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슈퍼맨 리턴즈” 는 좋은 영화였는가? 아니, 과연 “슈퍼맨 리턴즈” 는 좋은 “슈퍼맨” 영화였는가? 수 많은 작가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를 해석하는 미국 코믹스의 속성 상 하나의 “원작” 을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한 캐릭터의 역사를 바라보면 그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몇 가지 본질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슈퍼맨은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매력, 본질, 특징을 완벽한 이야기 속에서 담아낸 걸작이 존재한다: 올스타 슈퍼맨. 이 글은 슈퍼맨의 모범 답안이라고 할 수 있는 “올스타 슈퍼맨” 으로 “슈퍼맨 리턴즈” 을 평가하는 글이다.
올스타 슈퍼맨
현대 코믹스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그랜트 모리슨의 “올스타 슈퍼맨”은 2005년 1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연재 된 12이슈 (챕터) 미니 시리즈다. 작품의 아티스트는 현재 미국 코믹스 최고의 아티스트 두 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크 콰이틀리로 모리슨과 콰이틀리는 이미 “플렉스 맨탈로” “뉴 엑스맨” “WE3” 같은 작품들에서 손 발을 맞춘 적 있다. 즉 “올스타 슈퍼맨” 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현재 미국 코믹스 최고의 작가/ 아티스트가 참여 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연재 시작부터 여러 평론가로부터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아이즈너 상을 비롯한 수 많은 코믹스 관련 상을 받았고 역대 최고의 슈퍼맨 작품이라는 평가는 물론 “다크 나이트 리턴즈” “왓치맨” “애니멀 맨” “플렉스 맨탈로” 같은 작품과 견줄 만한 기념비적인 슈퍼 히어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코믹스 평론가들이 지난 10년간 베스트 리스트를 작성 할 때 수위 권에 자주 이름을 올린 “올스타 슈퍼맨” 은 의심 할 여지 없는 마스터피스다.
“올스타 슈퍼맨” 은 기존 슈퍼맨 연재에서 독립 된 미니 시리즈로 슈퍼맨의 기원을 단 한 페이지로 요약하는 유명한 패널로 시작 된다. 렉스 루터의 계략에 빠진 슈퍼맨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고, 슈퍼맨의 마지막 모험들이 “올스타 슈퍼맨” 에서 펼쳐진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 된 이 작품은 몇 십 년 동안 수 많은 슈퍼맨 연재에 등장한 요소들이 소재로 사용 된다. “올스타 슈퍼맨” 이 대단한 점은 슈퍼맨의 역사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이런 작은 요소들을 발견 하는 것이 큰 재미지만 슈퍼맨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도 작품을 즐기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죽음을 알게 된 슈퍼맨의 이야기로 시작한 작품은 “루이스 레인의 생일” “렉스 루터와의 대담” “조나단 켄트의 죽음” “비자로월드 여행” 같은 에피소드를 거쳐서 마지막 렉스 루터와의 대결로 마무리된다.
스타일/ 스케일/ 액션: 동화적인 우아함
많은 작가들이 슈퍼맨을 다룰 때 반복하는 실수는 슈퍼맨의 능력, 스케일을 다운 시키는 것이다. 슈퍼맨의 인간미를 살리겠다는 목표 아래 이런 접근법을 택한 작가들은 거의 대부분 슈퍼맨의 매력을 말살하는 결과만을 가져 왔다. “올스타 슈퍼맨” 은 슈퍼맨의 능력을 기존보다 훨씬 강화 한다. 초반 태양에 과다 노출 된 슈퍼맨은 기존보다 3배 이상 힘이 강해지고 새로운 능력이 생긴다. 또 모리슨은 슈퍼맨의 물리적인 능력뿐 아니라 지성과 의지도 강조한다. “올스타 슈퍼맨” 은 메트로폴리스, 지구, 우주, 차원, 시간을 넘나 드는 모험을 하고 매 순간 현실성보다는 상상력에 중 점을 둔 에피소드들로 구성 되어 있다. 어두운 톤과 폭력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 미국 코믹스와 달리 “올스타 슈퍼맨” 은 밝은 동화에 가까운 작품으로 각 에피소드가 마치 하나의 수필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폭력에서 오는 말초적인 스릴보다는 동화 같은 아름다움을 강조 한 “올스타 슈퍼맨” 은 훌륭한 슈퍼맨 작품에 필요한 톤과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 준다.
“슈퍼맨 리턴즈” 는 위 세 요소에서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 “슈퍼맨 리턴즈” 가 받는 비판 중 가장 의아한 부분이 “액션이 약하다” 는 비판인데, 리턴즈는 요 근래 그 어느 액션 영화보다 훌륭한 액션 시퀀스 아이디어/ 편집/ 페이스를 자랑한다. 비행기 구출 시퀀스는 아직까지도 CG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대규모 액션씬이며 눈에 총알이 튕기는 장면은 굉장히 재치 있는 연출이다. 리턴즈가 액션이 약하다는 지적은 리턴즈가 훌륭한 “액션씬” 은 많지만 “폭력씬” 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다고 생각한다. 실제 마지막 섬에서 렉스 루터와의 대면 (후에 이야기 하겠지만 이 장면은 굉장히 훌륭한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을 제외하고는 폭력적인 장면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히어로들의 폭력적인 싸움 대신 싱어는 “올스타 슈퍼맨” 처럼 따스한 톤을 강조하는데 집중한다. 어둡고 황량한 신대륙에서 구름 속 태양을 등지고 날아오른 슈퍼맨,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슈퍼맨 등 영화 속에는 여타 블록버스터들에게 찾아 보기 힘든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다수 존재한다. “올스타 슈퍼맨” 은 메트로폴리스를 SF와 동화의 느낌이 공존하는 느낌으로 그리는데 이런 개성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비자로 행성의 습격 이슈에서 가장 강조된다. 고담시에 비해서 건축의 개성이 부족한 메트로폴리스를 싱어는 밝은 황금색을 강조하는 조명과 색 톤으로 약간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로이스 레인과 슈퍼맨이 활공하는 장면은 이런 싱어의 색 톤 활용이 가장 효과적인 장면이다. 전체적으로 리턴즈는 스케일/ 스타일/ 액션에서 “올스타 슈퍼맨” 이 강조한 슈퍼맨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다. 슈퍼맨과 대형 악당의 대결을 원하는 관객들의 갈증을 풀어주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올스타 슈퍼맨” 은 대형 빌린과의 대결이 잦은 편은 아니지만 크립톤 과학자/ 독재자 태양/ 초인이 된 렉스 루터와의 대결에서 스릴 있는 액션 시퀀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초인끼리의 대결” 이 실제 대부분 영화에서 상당히 지루하게 묘사 된다는 점 (트랜스포머, 모든 마블 스튜디오 영화) 을 생각하면 폭력적인 대결보다 우아함과 창조적인 액션씬들에 집중한 리턴즈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슈퍼맨의 휴머니즘
최근 코믹스 관련 게시물을 읽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한 적 있다. 어느 유저가 “왜 배트맨이 인기를 누리는가?” 라는 질문에 다른 유저가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비인간적인 슈퍼맨에 비해서 인간미가 있어서” 라는 답변이 달렸다. 이 대답이 당황스러운 이유는 배트맨은 만화 역사상 가장 비인간적인 히어로에 가깝고 슈퍼맨은 캐릭터의 핵심에 휴머니즘이 존재하는 히어로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 또는 코믹스 작가들은 슈퍼맨이 그 막강한 능력 때문에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오해를 하곤 한다. 그러나 슈퍼맨의 인간미는 그런 막강한 힘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한계에서 온다.
“올스타 슈퍼맨” 은 감성적인 작품이다. 작품의 주요 장면들에서 많은 팬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작품이며 수십 년간 시니컬한 작품들에 단련 된 독자들을 감동 시킨 작품이다. 이 중심에는 슈퍼맨의 휴머니즘이 있다. 시한부 인생을 마무리 하는 슈퍼맨의 이야기는 죽음이라는 인간적인 한계에 부딪힌 슈퍼맨의 선택을 보여주며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키려 하는 슈퍼맨의 의지와 작은 아쉬움 들은 작품의 핵심 주제다. 슈퍼맨의 인간미가 가장 잘 들어나는 이슈6 에서 작품은 갑자기 메트로폴리스에 오기 전 스몰빌에서 살고 있는 과거 대학생 클락의 이야기로 시작 된다. 클락 농장에는 갑자기 정체불명의 세 남자가 농사를 돕겠다고 등장하고, 아버지 조나단 켄트는 이 들과 수확을 한다. 세 명의 남자에 의심을 품은 클락은 결국 이 세 명이 먼 미래에서 시간을 넘나드는 괴물을 잡기 위해 온 슈퍼맨의 후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클락이 괴물을 잡기 위해서 노력하는 동안 미래에서 온 얼굴에 붕대를 감은 슈퍼맨은 조나단 켄트와 벌판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클락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3분 동안 조나단 켄트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이 이슈의 엔딩에서 조나단 켄트가 죽기 전 대화를 나눈 얼굴에 붕대를 감은 슈퍼맨은 시한부 슈퍼맨 즉 올스타 슈퍼맨의 주인공 슈퍼맨임이 밝혀진다. 죽음을 앞 둔 슈퍼맨은 어렸을 적 괴물과 사투 때문에 놓친 아버지와의 마지막 3분을 함께 하기 위해서 미래에서 과거로 찾아 온 것이다.
“슈퍼맨 리턴즈” 는 슈퍼맨이 인간적인 한계에 부딪히며 느끼는 시련을 묘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작품 속에서 슈퍼맨은 이방인으로서 외로움을 느끼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 보낸 것에 대한 후회를 한다. 전체적으로 리턴즈는 슈퍼맨의 인간적인 한계를 묘사하는데 효과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때로는 이 설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미 작품 속에서 충분히 슈퍼맨이 느끼는 외로움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슈퍼맨이 로이스 레인의 집을 스토킹 (?) 하는 시퀀스를 추가 했고 슈퍼맨이 고뇌하는 장면들이 지나치게 많다. “올스타 슈퍼맨” 과 “슈퍼맨 리턴즈” 가 모두 효과적으로 다룬 부분은 클락 켄트/ 슈퍼맨의 대조다. 완벽함의 상징인 슈퍼맨과 달리 덤벙거리고 촌스러운 클락 켄트는 슈퍼맨의 인간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한다.
인류의 롤 모델로서 슈퍼맨: There's Always a Way
그랜트 모리슨은 슈퍼맨을 “인류가 창조 한 최고의 아이디어” 라는 다소 과장 된 수식어로 묘사 한 적 있다. 모리슨에게 슈퍼 히어로는 인류가 지향해야 할 아이디어로서 가치가 있고 그 선두에는 슈퍼맨이 있다. 대다수의 슈퍼 히어로물은 “인간적인 히어로” 를 창조하기 위해서 인간의 단점에 촛점을 맞춘다. 그러나 모리슨은 “올스타 슈퍼맨” 에서 슈퍼맨을 통해서 인간의 장점과 지향점을 강조한다. 이슈10 에서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슈퍼맨은 “슈퍼맨이 없는 세상은 어떨까?” 라는 걱정 때문에 하나의 실험을 한다. QWEWQ 라는 작은 아기 우주에 (작은 큐브 형태로 생겼다) 생명을 탄생 시키고 슈퍼맨이 없는 세상에 어떻게 인류가 적응 하는지를 관찰한다. 이 이슈는 QWEQ 속 두 명의 만화가가 슈퍼맨라는 만화 캐릭터를 창조하는 패널로 끝이 난다. 즉 슈퍼맨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모방이 속성인 인간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슈퍼맨을 스스로 창조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올스타 슈퍼맨 속에서 QWEWQ 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 우주다) 그럼 영웅으로서 슈퍼맨은 어떤 히어로인가?
“올스타 슈퍼맨” 에서 슈퍼맨은 작품 내내 힘겨운 상황에 직면한다. 또 이 시련들은 상당히 인간적이다: 죽음을 앞 둔 시한부 인생,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 이룩하지 못한 업적들에 대한 아쉬움. 이런 시련 앞에서 슈퍼맨은 작품 내내 There's always a way 라는 이야기를 한다.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방법을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슈퍼맨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줄 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또 “올스타 슈퍼맨” 에서 슈퍼맨은 모든 것을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히어로로 그려진다. 테렌스 말릭의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 에서 이야기 한 Way of grace 로 세상을 바라보는 슈퍼맨은 작은 생명에게도 사려 깊은 모습을 보인다. 작품이 흥미로운 점은 왜 슈퍼맨이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에 대한 동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동기는 이 후 렉스 루터를 물리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슈퍼맨 리턴즈” 의 결정적인 취약점은 슈퍼맨의 영웅다움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리턴즈에는 두 가지 이야기 축이 존재한다. 하나는 슈퍼맨과 렉스 루터의 대결이고 또 하나는 이방인으로서 외로움을 극복하는 슈퍼맨의 이야기이다. 문제는 영화 중 후반부에서 렉스 루터와 슈퍼맨의 대결이라는 플롯은 마무리가 되지만 슈퍼맨의 감정 성숙에 대한 마무리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슈퍼맨이 고뇌에 사로 잡혔을 때 영화는 루터와의 대결로 넘어가고 그 후 슈퍼맨이 영웅으로서 자신의 고뇌를 극복하는 과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결과 대륙을 짊어지고 슈퍼맨이 비상하는 클락이막스는 굉장히 웅장한 이미지임에도 “올스타 슈퍼맨” 의 엔딩 같은 카타르시스와 감동이 없다. 리턴즈가 슈퍼 히어로 영화로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슈퍼맨이 악당을 두들겨 패는 장면이 없어서가 아니라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 후반부 “올스타 슈퍼맨” 스러움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제임스 마스든이 연기 한 리처드다.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과 슈퍼맨을 구하기 위해서 경비행기를 몰고 오고 약혼녀의 전 남자친구가 슈퍼맨이라는 사실에도 전혀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고 대범한 남자로 행동하는 리처드는 그야말로 슈퍼 히어로 영화 역사상 가장 멋진 캐릭터 중 하나다. 이런 멋진 캐릭터 묘사에는 “다른 남자에게 여친 뺐기는 착한 남자” 연기의 달인 제임스 마스든의 멋진 연기가 핵심적이다.
렉스 루터: Arch Nemesis
히어로의 Arch Nemesis 는 히어로의 거울을 보는 듯한 대조를 보여야 한다. 조커가 위협적인 이유는 배트맨이 뒤틀린 버전이기 때문이며 마그네토 ? 엑세비어의 관계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둘이 차이점만큼이나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렉스 루터는 이런 Arch Nemesis 의 공식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다. “올스타 슈퍼맨” 에서 렉스 루터는 압도적인 지성의 소유자다. 인간의 한계에 달한 지성을 지닌 루터는 슈퍼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자신의 막대한 능력을 낭비한다. 슈퍼맨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자신의 힘을 슈퍼맨에 대한 콤플렉스에 낭비해버리는 루터라는 캐릭터는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핵심이 능력이 아니라 인간미라는 작품의 주제를 강화한다. 슈퍼맨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루터와 달리 슈퍼맨은 끝까지 루터가 인류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슈퍼맨 리턴즈” 가 가장 언밸런스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루터의 묘사다. 많은 사람들은 신대륙을 창조하겠다는 루터의 계획의 우스꽝스러움을 지적하지만 사실 이 플롯은 루터라는 캐릭터에 상당히 충실하다. 루터는 압도적인 지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만심과 슈퍼맨에 대한 시기/ 질투 때문에 하나만 보고 둘을 못 보는 캐릭터다. 때문에 허술하고 스케일만 큰 루터의 신대륙 창조는 캐릭터를 상당히 잘 표현 했다. 또 마치 러브크래프트 소설에나 나올 법한 신대륙의 비쥬얼은 상당히 인상적이지 않은가? 문제는 루터라는 캐릭터와 슈퍼맨의 관계가 효과적으로 대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캐릭터의 본성을 끈임 없이 대조한 “올스타 슈퍼맨” 과 달리 리턴즈에서 두 캐릭터는 영화 내내 따로 놀다 마지막에 만난다. 둘의 관계에 집중하지 않는 것은 싱어가 리턴즈를 리처드 도너 작품들의 연장선으로 생각 했기 때문이나 도너의 작품에서도 둘의 관계 묘사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또 렉스 루터라는 캐릭터의 톤을 설정하는 부분에서도 리턴즈는 언밸런스한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루터와 다소 코믹한 도너의 루터를 이중 인격자처럼 오간다. 루터의 차가운 공포를 강조하려는 듯하면 주변 캐릭터들이 유머러스한 대사를 던져서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잦다. 리턴즈는 꽤나 기괴한 유머 코드를 가진 작품인데 거의 대사가 전무한 졸개들이 이런 유머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경우 작품의 유머 코드는 효과적이지 않지만 두 장면에서 공포를 조성하는데 굉장히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로이스 레인과 아들이 배 안에서 가발을 발견하는 장면은 루터가 가발을 쓴다는 다소 코믹한 설정과 여러 가발이 진열 된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루터의 험상 궂은 졸개가 로이스 레인의 아들과 피아노를 같이 치는 장면은 언밸런스한 불편함이 긴장을 고조한다. 영화 속 루터 묘사 하이라이트는 신대륙에서 둘의 대결이다. 마치 깡패들이 구타를 하듯 처참하게 슈퍼맨을 유기하는 이 시퀀스는 전체적으로 밝은 톤의 영화에서 굉장히 쇼킹한 장면이고 슈퍼맨의 한계를 그 어느 슈퍼 빌린보다 처절하게 보여준다. 케빈 스페이시가 마치 강간을 하듯 슈퍼맨을 크립토나이트 칼로 찌르는 장면은 루터의 공포스러움을 잘 보여준다.
글을 마치며…
“올스타 슈퍼맨” 은 슈퍼맨의 매력뿐 아니라 슈퍼 히어로 코믹스의 매력을 증명하는 걸작이다. 완벽에 가까운 “올스타 슈퍼맨” 에 비해서 “슈퍼맨 리턴즈” 는 꽤나 단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슈퍼맨의 매력을 잡아 낸 작품이다. 또 어설프게 어두운 설정을 도입하고 현실적인 설정 도입 한다고 개성을 포기한 “다크 나이트 Wannabe” 슈퍼 히어로 영화에 비하면 훨씬 매력적인 자기만의 스타일을 지닌 영화다. 또 “올스타 슈퍼맨” “슈퍼맨 리턴즈” 모두 모리슨, 싱어가 굉장한 열정을 가지고 개인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올스타 슈퍼맨” 은 현재 국내 정발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직 확정 된 것은 없다. 슈퍼맨 관련 작품들 출시에 꽤나 충실 했기 때문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영어가 그리 어려운 작품이 아니고 교보 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서 꽤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이므로 원서를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http://blog.naver.com/hsk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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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출간할 기미가 있나요. 그럼 일단 리스트에서 빼놔야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