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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골드핑거> 시사회 리뷰: 금융스릴러 홍콩느와르라는 독특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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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02 23:45:08

 

오늘 DP에서 진행한 언론배급 시사회 초청을 통해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관람했습니다.

 

여러분은, "홍콩"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홍콩은 1841년 영국의 식민지화 이후 현재까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입니다. 영국령 식민지로 살아간 156년의 홍콩의 세월동안 홍콩은 서양과 동양의 조화가 어우러진 멋진 문화를 만들어내었고, 1980년대 홍콩의 최전성기에는 정치적으로던, 경제적으로던, 문화적으로던 일본과 함께 동양 문화의 화려한 꽃을 피운 나라였습니다.

 

1977년의 홍콩에서 시작해 1996년 홍콩 반환 직전까지의 시기의 홍콩을 다루는 이 작품은 그 시절, 그 아름답던 홍콩을 무대로 그 시대를 매료하던 두 명의 배우, 양조위와 유덕화를 통해 당대 홍콩 금융계의 암흑을 파해칩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사기와 주가조작, 분식회계를 밥먹듯이 저지르며 재산을 불려나가는 청이옌(양조위 분)과 홍콩의 부패를 근절하고자 하는 젊었던 반부패 수사관 류치위안(유덕화 분)의 캐미는 20년전 <무간도>때만큼이나 굉장한 흡입력을 작품에 들어넣는데 성공합니다. 두 배우가 광동어로 2시간동안 펼쳐내는 열연은 극장에서 손에 땀을 쥐고, 입을 틀어막게 만들며 감탄사가 나오기까지 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마치, 전성기 홍콩 영화를 보던것처럼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보게 된 감독 장문강의 연출력도 단연 빛을 발합니다. 화이트보드 위에 검은 마커로 전화를 통해 매수와 매각이 이루어지는 주식시장의 모습, 당당하게 횡령과 주가조작을 지시하면서 현금을 쏟아붓는 연출, 침사추이에서 비추어주는 센트럴과 미인계를 통해 인맥을 포섭하는 광경까지, 인정사정없이 돈을 끌어다모으는 청이옌의 모습은 마치 "홍콩 영화는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화려한 한 마디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홍콩의 혼란한 당대 역사와 정치상황을 작품 내에 활용하는 방식 또한 상당히 놀랍습니다. 홍콩의 부를 거머쥐고 있던 영국인들과 영국계 기업,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극 후반부로 갈수록 영어 실력이 나아지는 청이옌이나 1982~1984년 일어난 중영공동선언으로 인해 벌어진 뱅크런 사태를 작품에서 이용하는 방식, 이웃 동남아 국가들의 독재정권 자금을 세탁하던 홍콩 금융가등 당대 홍콩의 암흑을 이용하는 방식만큼은 2024년이 된 "이제야 그 소재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중간에 나오는 캐나다 이야기라던지 잠깐 언급되는 구룡지역같은 이야기는 홍콩의 현대사와 작중 시점 이후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더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네요.

 

다만, 본 작품에 단점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액션씬들의 CG가 다소 허접한 문제라던가, 자꾸 휙휙 바꿔대는 액자식 구성의 난잡함이나, 기본 바탕 자금의 출처에 대한 좀 황당한 사연, 폭주기관차처럼 달려나가던 중반부에 비해 아쉬운 결말까지. 깔 거리를 찾자면 충분히 많은 작품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전 이 작품을 간만에 홍콩에서 나온 상당히 볼만한 작품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근래 한국 상업영화들보다도 보는 맛은 훌륭합니다. 볼 작품이 많이 없는 지금 극장가에서 상업영화들중에는 그래도 제일 봐줄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네요.

 

홍콩은 서두에서 말했다시피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자본주의 국가이면서,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합쳐진 곳입니다. 그러한 홍콩이기에, 이런 작품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보지 못한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카타르시스를 느껴선 안되는 장면에서 이상하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절대악"을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캐릭터까지, 1차원적으로 단순히 흑백논리로 귀결되는 국내의 금융을 다룬 작품들과는 다른 그 독특하면서도 이상하게 카리스마가 감도는 서양적인 경제/금융 작품들의 시선이 본작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정의로운 수사관을 통해 작품을 이끌어나가는걸 보면, 동양적인 정서도 함께 잘 버무러진 참으로 홍콩스러운 영화네요.

 

그럼에도 흥행은 솔직히 장담하기가 좀 어려워보입니다. 양조위야 왕가위 덕분인지 아직까지도 한국 영화계에서 여전히 이름이 좀 있지만 유덕화는 이상하리치만큼 젊은 층에서 인지도가 없는 축에 속하고, 드센 반중감정으로 인해 괜시리 홍콩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건 정확히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홍콩"이라는 나라에 대해 큰 관심이 없고 그저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점이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홍콩 현대사와 경제시장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작품 전체의 감상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점등이 큰 이유로 보입니다.

 

그래도, 왕년에 홍콩 영화를 좀 보셨다 싶으시거나 간만에 멋진 홍콩 느와르 신작을 보고 싶으신 분, 홍콩에 대해 관심이 많은신 분들은 한번쯤 극장에 들러 관람해보시는것을 추천드립니다. 예상외로 굉장히 볼만합니다. 상업적으로든, 예술적으로든 말이죠.

 

 

 

 

 

https://youtu.be/wbkI0dc2iRg?si=EvhVGEy5_hMWqM61 

 + 추가: <골드핑거>하면, 영화 좀 본 사람들이라면 반사적으로 1964년 영화 <007 골드핑거>가 생각날것이고,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만... 눈곱만큼도 닮은 구석은 없습니다. "내가 이야기하길 바라나?" "아니요, 미스터 청이옌. 전 당신이 죗값을 치루길 원해요." 같은 대사도 물론(!) 안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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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날개 대신에 서로 잡는 손을 선택한 우리, 그럼에도 하늘에 반해 버려서 꿈을 더 갖는 것은 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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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12:08:12

기대 안했는데 기대 이상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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