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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영화 평론가의 존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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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05 13:43:54

남들이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을 색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론가들은 일반 관객이 망설일 때 영화를 볼지 말지 알려줄 수 있는 영화 가이드로서의 역할이 있고, 비교적 균형잡힌, 어떤 의미에선 "객관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리뷰를 제공해준다는 역할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객관성이 쉬운 개념은 아니죠. 자연 과학도 아닌 영화 리뷰가 객관적일 수 있다는 건 논란이 있지만 전혀 얼토당토한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평론가에게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두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관점으로 새로운 해석을 내리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평론가가 많이 없었죠. 전에 정성일이 그랬는데 평이 너무 난해하고 문장이 난삽해서 대중적으로 접근하긴 어려웠습니다. 90년대에 나타난 평론가들 중에선 주성철, 김혜리는 평론이 쉽고 읽을만했지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진 못한 것 같아요.


이동진이 제가 보기엔 이 범주에 대략 맞는 것 같습니다. 90년대 이동진은 그냥 영화 기자였고 영화에 대한 소소한 가십거리를 제공해주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계속 스스로 진화를 해서 지금의 이동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평론을 보면 비교적 균형잡혀 있다고 느끼지만 때때로 약간의 날카로운 맛이 있습니다. 날카롭다는 건, 전에도 여기 한 번 썼지만 잘 알려진 오래된 상업 영화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할 때였습니다. 특히 김중혁과 함께한 영화당에서 이런 부분이 자주 나왔는데, 그래서 지금도 영화당은 가끔씩 돌려보며 평론 자체를 즐기고 있습니다. 아, 이렇게 볼 수 있구나...하면서 무릎을 탁치는 맛이 있습니다.


파이아키아에서는 김중혁 같은 지적인 파트너가 없다보니 조금 재미가 떨어지지만 여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준다는 부분에서 저는 자주 즐겨보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평론으로 밥을 먹고 살려면 이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뭐 타고난 능력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영화를 아주 많이 보고, 독서를 많이 해서 자신의 지성이 깊어졌을 때 나타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론가를 "전문가"로 부를 수 있다면, 의사나 과학자와 같은 직종의 전문가와는 다릅니다. 의사나 과학자가 특정 문제에 대한 특정 솔루션을 찾아준다면, 평론가는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주는 것이고, 이게 그들을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게 한다고 봅니다. 그들은 정답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모호한 것들에 대한 해석의 방법을 이야기해 줍니다.


물론 이런 새로운 해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고 누구나 동의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가 건강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중요하고 특히 "관점의 다양성"과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데, 영화 부문에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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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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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05 14:19:02

옳은 말씀입니다. 문화평론가의 글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대중들이 읽어보고

 

아 그런것도 있구나, 그럴수도 있구나 느끼게 하는 능력이 있다면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런 시점에서 그 말많은 듀나도 좋게 생각합니다. 듀나네 게시판엔 전혀 가지 않습니다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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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3:47:25

그런 면에서 저는 강한섭만한 평론가를 못봤습니다. 많은 기고문에서의 업계 예지력이나 분석력 등 공감, 감탄한적이 많아요. 날카롭고 예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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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3:50:02

첫줄 평론가에 대한 저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시네요ㅎㅎ개인적으로 최근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지만 허문영 평론가 평론을 참 좋아합니다. 정성일의 깊이에 이동진의 친절함을 곁들인 느낌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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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4:22:12

예전에 돈 받고 평론 써주나 싶은 평론가 많아서 신뢰는 안 하는데 알쓸별잡에서 기생충 이야기 할 때 보니까 보통 못 보는 디테일까지 보더군요.

평론가 한줄평은 솔직히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영화 잡지 같은데 기고글이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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