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인어공주] 캐스팅 논란을 쉽게 떠날 수 있네요.
몇 번 다른 분들 글에 댓글로 달기도 했는데 (글도 하나 따로 쓴 적도 있고요), 캐스팅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은 '흑인 배우가 문제 되진 않지만, 영화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핼리 베일리는 미스캐스팅이다'였습니다. 아직도 에리얼 역할을 할만한 흑인 배우들은 많이 생각납니다.
솔직히 DP를 비롯해셔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난리들(?)에 대해서는 조금 진이 빠집니다. 이젠 이 지겨움을 벗어나는 방법이, 이 논란들이 침소봉대라 할 정도로 말끔하게 잘만들어져서 정신없는 러닝타임을 만끽하게 해주는 방법 뿐이라 생각했는데...
영화를 본 결과는 그냥 캐스팅과는 별도로 너무 무난무난하네요. 러닝타임도 좀 지루하기까지 했습니다.
실사가 되면서 환경과 캐릭터들이 주는 생동감은 좀 더 현실에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러다보니 약간 둔중해진달까요. 이걸 극복한 실사 버전이 가이리치의 [알라딘]이었습니다. 새로운 인상의 지니를 구축한 윌 스미스의 호연이 있었고, 실사에 어울리는 액션이 있었죠.
그런데 [인어공주]는 물속이다 보니 그 둔중함이 더해집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여유롭게 눈뽕이 오르는 화면은 잘 만들어냅니다. 핼리 베일리의 레게머리도 물속에서 산발(?)하니까 예쁘게 보이고요. 하지만 해양 생물의 실사화는 생동감을 죽이는데 한 몫합니다. [라이온 킹]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죠. 다만 포유류와 해양생물의 실사화는 그 갭이 좀 더 큰 거 같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이 영화 보기 전에 본 영화가 [가오갤 3]. 죄다 동물들인 로켓의 친구들을 보며 눈물콧물을 흘렸던 지라 더욱 비교가...
그리고... 원작과의 다름을 표방 한다면서 왜 이렇게 '설정'만 던져 놓은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에리얼이 흑인인건 이제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그것 외에도, 울슐라가 여동생인 것, 에리얼 언니들에게 뭔가 있는 듯 하더니 그냥 안풀어 내는 것, 에릭의 입양 설정 등등. 짧은 러닝타임은 애니메이션의 특색이기도 하지만, 그때문에 시원시원하게 나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사화는 그에 걸맞게, '했던 이야기의 업그레이드'가 되어야지 얘기해주지도 않을 설정만 띡 던져서 시간을 채우는건 좀 잘못된 선택같습니다. 그렇다고 알라딘의 지니처럼 독특한 개성으로 업그레이드 된 캐릭터도 없고요.
딱 잘라서 각본 부분에서 뭔가 정성이 안느껴져요.
실제로 보고나서도 여전히 흑인 배우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더 나은 흑인 배우도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경우로든 에리얼의 캐스팅 자체가 영화의 완성도나 평가의 흐름을 하향시켰다고는 보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베일리가 발군의 하드캐리를 했다고 보여 지지도 않습니다. 그냥 노래 잘하는 신인 배우 정도의 느낌이에요.
만약 노래 잘하는 빨간머리 백인 배우가 하면 훨씬 나았을까요? 캐릭터 해석과 에리얼이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자면 그 부분에서는 좋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배우란 분명 이미지가 있잖아요.
하지만 그 부분에서만 발군이었겠죠. [인어공주]는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영화란 요소요소들이 총체적으로 합을 만들어가는 것인데, 이런 정도의 흐름이라면 누가 에리얼로 와도 [인어공주]를 구제하긴 힘들었을거 같아요.
영화가 망이든 걸작이든 세간의 논란 대비 뭔가 큰 인상을 받을 기대를 하고 본건데 그냥 심심했습니다. 이 영화 제일의 수확은 멜리사 맥카시의 재발견이었습니다. 당연히 잘 할 것이라 예상하고 봤는데, 진짜로 그렇게 잘하니 너무나 믿음직스럽고 시원하달까...
영화 외적으로 기분 나쁜거 하나.
뉴진스의 다니엘이 커버를 하면서 다니엘이 나오는 줄 알고 들어갔는데 애들이 실망했네... 다니엘이 더 낫네...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데요. 당연히 그런 얘기가 나올 법 하죠. 적어도 한국 극장가에서 보이는게 죄다 그거니까.
그렇다면 디즈니는 (코리아든 본사든) 스포트라이트의 초점을 더욱 핼리 베일리에게 맞춰주었어야 합니다. 자기네들이 자신있게 세운 배우라면 그 배우가 이를 짊어지고 갈 수 있도록 더 보여지게 하고, 서포트를 해줬어야죠. 더 예쁜 이미지 샷들을 노출시키거나, 영화에서 발군의 부분들 클립을 좀 더 풀거나. 어쨌든 타이틀롤은 배우 아니겠습니까.
일부러 그랬든 아니든, 현재 분위기는 '아 분위기 안좋네. 다니엘이 예쁘니까 얘가 나오는 것처럼 연막작전을 쓰자'로 보여요.
몇 달 전만해도 디즈니가 적어도 주연 배우에게 힘을 실어주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걸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에게 조명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래저래 핼리 베일리는 (솔직히 재능은 아직 모르겠지만) 응원 해주고 싶네요. [컬러퍼플] 리메이크에서 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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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직 안봤지만,
객관적인 평가이신 것 같네요.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