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웅남이(스포)
[웅남이]는 영화예술학 전공의 개그맨 출신 박성광의 첫 장편 연출로 까기 전 씨네21 20자평 필진인 이용철의 무례한 까기로 동정표를 산 작품이다.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가 꼴에 20자평이랍시고 이용철이 씨네21 지면에 지껄인 무시인데 지인 추천으로 씨네21 필진에 낙하산 등용된 이용철의 이상한 영화인 우월감엔 공감할 수 없지만 깐 결과가 하도 암담해서 관람 전후 이용철의 모욕적 발언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라진다. 영화인 허영심이 심은 우월감으로 배척하는 자세는 여전히 거북하나 작품이 얼마나 한심했으면 욕받이 20자평을 갈겼을까 싶은 것이다.
보시니 참 좋았다가 돼야 했는데 애석하게도 까보니 참 나빴다로 또 한 번 cgv 서프라이즈 후유증을 남긴다. 서프라이즈 양잿물이었다. 개봉 전 1, 2차로 19,400장이나 후하게 뿌린 서프라이즈 공짜 표와 부담 없는 코미디 계열에 혹했다가 시간만 버렸다. 비디오 시절 2천원에 신작 대여하면 3년 지난 영화 무료로 끼워주기 같은 공짜 이벤트를 누리기 위해 되는대로 기준 맞춰 집어 봤다가 데인 기억들이 겹친다.
하루아침에 사람 외모로 바뀐 개의 소동을 그린 프랑스 코미디 [디디에]가 있었다. 1997년 작품인데 황당한 설정의 어수선한 전개로 평단 반응은 냉정했다. 당시 이 작품에 내려진 국내 평 중에서 누가 개 같은 영화라고 했던 게 강렬하게 박혀 있는데 이번에 박성광의 [웅남이]를 보는 내내 26년 전 전문가 평에서 개 같은 영화라고 까인 [디디에]가 생각났다. [디디에]가 개 같은 영화라면 [웅남이]는 곰 같은 영화다. 기둥 설정 대상이 반달곰이 아닌 개였다면 개 같은 영화로 놀림당했을 것 같은 조잡한 코미디다.
단군 신화의 웅녀 설화에서 빌린 기본 설정은 참신하다. 웅녀 설화에서처럼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동물의 설정을 종복 기술원의 관리로 야생에 방생한 반달곰에 입힌 김황도, 김황성 형제의 원안은 기발하고도 황당해서 재미있게 살리려면 연출력이 관건이다. 박성광은 역부족이다. 일단 장편 데뷔를 해야 한다는 의욕으로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코미디를 선택하여 각색에도 참여했다지만 박성광의 각색과 연출은 황당한 설정을 더 황당하게 구겨놓을 뿐이다. 독특한 설정의 발전은커녕 충무로 시절 코미디들의 낡은 화법 재현에 그치고 만다.
코미디 질감이 박성광이 딱 학창 시절에 봤음직한 1990년대~2000년대 초반의 충무로산 억지 코미디에서 정체돼 있다. 박성광은 개봉 전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홍보 인터뷰에서 입봉작이니 관대하게 봐달라고 읍소하는데 결과를 보면 관객의 이해 범위를 넘어선 전공자의 의욕으로 너무, 너무너무 부족한 장편 도전으로밖에는 안 보인다. 김황도, 김황성 형제의 원안을 박성광 포함하여 네 명이 각색에 붙었는데(조승범, 노일환, 설미미) 결과는 5분 호흡을 넘기지 못하는 인기 끝물의 개콘 코너처럼 자포자기 발악이다.
상업영화 규모로는 낮은 예산이지만 결과를 마주하면 40억 제작비에 기함하게 된다. 멧돼지 CG 수준이 투자비 먹고 날림으로 찍어낸 [블루 시걸]과 CG 초창기 산물인 1995년판 [쥬만지] 사이를 맴돈다. 한국 최초 SFX로 요란스럽게 홍보된 박헌수 [구미호] 여우 CG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그저 한국영화 망한다며 거듭된 언론플레이로 동정이나 사기 위해 징징거리는 한심한 상황에서 [웅남이] 같은 작품을 보고 있자니 투자자가 빠져나갈 만도 하다. 투자자만 빠져나갈까. 송강호, 최민식, 조진웅 등 오랜 시간 영화에 매진한 배우들도 드라마로 옮기고 있다. 9년 만에 영화 출연한 최민수를 이렇게밖에 활용 못하다니 드라마로 가는 배우들의 선택도 이해된다.
1인 2역한 박성웅은 열심히는 했지만 역시나 표현력이 부족하고 수명이 다했는데도 계속된 본인의 건달 캐릭터를 전복한 배역을 답습하여 캐릭터 반전 효과의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관객이 웃기 전에 영화가 먼저 캐릭터 전복으로 웃기를 강요해서 개콘 공개방송 녹화 전의 바람잡이 유도처럼 부담스럽다. 박성웅이 어리숙한 표정과 몸짓을 지을 때마다 민망함이 앞선다. 연기를 떠나 의리 출연으로 감내해야 할 박성웅의 몫이 너무 커진 것 같다. 서세원 연출의 [도마 안중근]에 출연하여 배우 경력 최악의 오점을 남긴 유오성이 떠올라 안쓰러울 지경이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개그맨들의 영화 연출은 도무지 극복할 수 없는 아킬레스건인지 성공 사례를 보기 어렵다. 심형래, 서세원, 이경규, 이봉원, 전유성... 수십 년간 예능 소재로 활용된 영화감독 도전 실패들이었다. [조폭 마누라] 제작한 서세원처럼 제작에선 어느 정도 실적을 내기도 한데 반해 연출로만 가면 희대의 굴욕을 남긴다.
10~20분 내외의 개그 프로그램 코너 짜던 콩트 본능이 영화로 무리하게 옮기면서 발생하는 문제일까.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으론 오랜만에 나온 박성광은 한동안 맥이 끊긴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의 실패 계보도를 이은 것 같다. 30년도 더 된 이경규의 [복수혈전] 같은 어이없는 괴작을 지금에도 보게 되다니 영화감독 의욕으로 빚은 무모한 도전 정신도 돌고 도는 유행처럼 사달과 과오를 반복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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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받은 쿠폰으로 본 영화임에도 시간이 아까웠을 정도라니 피하거나 정말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고 보든가 해야 겠네요... 예리한 감상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