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스티븐 스필버그 [뮌헨] 다시 봤어요.
대학교 재학 시절에 DVD로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정말 잘 만든 영화인 것 같습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발생한 검은 9월단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티안에 대한 보복 암살 작전을 중점적으로 다룬 첩보 스릴러 영화인데 상당히 정치적으로는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잘 만들려고 한 노력이 군데군데 보이는 영화로 보였어요.
극 중에서 이스라엘이 자국인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한 팔레스티안 주요 인사들에 대한 암살은 표적이 된 팔레스타인 인사가 제거되면 그 자리를 더욱 급진적으로 과격한 인사로 대체되어 이스라엘에게 더욱 과격한 보복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피가 피를 부르고 폭력이 폭력을 부르고 살육이 살육을 부르는 끝이 없는 보복의 악순환을 설득력 있게 잘 연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제거 대상이 된 팔레스타인 인사가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심으로 똘똘 뭉친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이들도 역시 보통의 인간과 다를 바가 없는 선량한 인간적인 모습-전화기에 심어놓은 폭탄을 이용한 암살 계획에 당한 팔레스타인 인사가 딸을 아껴주는 장면 등-을 보여주면서 이 보복이 과연 올바른 보복인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고 보았어요.
마지막 시퀸스에서 에릭 바나가 제프리 러시에게 암살 작전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고 이제 자신의 집은 미국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힌 후에 쌍둥이 빌딩을 멀리서부터 비추는데, 결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끝이 없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보복의 악순환이 21세기에도 계속 되어서 2001년 9월 11일의 비극까지 낳고 말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라 생각합니다.
암살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암살 작전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고 자신이 팔레스타인 인사들을 제거한 것처럼 똑같이 제거당할 것을 두려워해서 날로 피폐해져 가고 동시에 암살 작전에 대한 죄의식으로 심리적으로 붕괴되어가는 주인공을 연기한 에릭 바나의 연기도 빛을 발한 것 같습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던 시절의 다니엘 크레이그의 젊은 모습도 재미난 볼거리였습니다. 급진적이고 과격한 성향의 대원을 연기했는데, 이때부터 뭔가 제임스 본드로서의 싹수가 보이기도 한 것 같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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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전에는 스필버그 감독 출신때문에 이스라엘 찬양영화 아닐까 살짝 걱정도 들었는데 보니 기우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