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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델 토로의 영화 <피노키오> (스포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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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11-25 01:16:46

스포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피노키오>는 누구나 다 아시듯이, 이탈리아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만든 작품입니다. 1883년에 출판되었죠. 이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건 당연히 디즈니의 <피노키오>일 것입니다. 그 외에도 로베르토 베니니가 피노키오 역할로 나온 2002년 영화와, 제페토로 나온 2019년 영화가 있었죠.

 

이번 영화는 <판의 미로>로 유명한 기예르모 델 토로가 만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영화의 기본적 느낌은 그의 전작 <판의 미로>에서 본 기괴함이 가득 차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줄거리는 원작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일단 원작은 19세기 말이지만, 이 영화의 배경은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 무솔리니가 이탈리아의 두체로 등장한 시대이니까요. 델 토로의 <판의 미로>가 스페인 내전 시기를 배경으로 했듯이, 이 작품도 이 불안한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단 원작에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고양이와 여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저는 <아톰>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연상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제페토라는 인형 제작자의 아들 콜로디 (원작자의 이름입니다)가 1차 대전 당시 적군의 공습으로 사망하고 10년 뒤 콜로디가 따온 솔방울에서 자라난 소나무로 인형을 만들면서 시작합니다. 그 인형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매끈하고 사람같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거칠고 괴이합니다. 마치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같이 말이죠. 

 

그리고 그 만들어진 아이는 요정에게 생명을 얻은 이후, 제페토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천방지축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피노키오는 꼭두각시 인형이죠. 단 그 꼭두각시 인형은 줄이 달려 있지 않습니다. 줄이라는 도구로 인해 통제되는 인형과는 달리, 피노키오는 통제를 거부하는 존재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어른들은 다 사회의 질서에 의해 살아갑니다. 제페토 할아버지도, 성당의 신부도, 그 마을의 시장도, 곡예단의 단장도, 심지어는 무솔리니도 말이죠. 그들은 줄에 얽매이지 않은 피노키오의 자유분방함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그를 속박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유일하게 그 속박의 욕망에서 벗어난 사람이 바로 제페토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속박되지 않으려고 하는 피노키오를 보며 화가 나서 맘에도 없는 소리를 질러대지만, 결국 피노키오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그를 더이상 자기의 아들 콜로디의 대역이 아닌, 피노키오 그 자체로 사랑하게 됩니다. 

 

정말 흥미로왔던건, 이 영화의 엔딩입니다. 원작에서는 피노키오는 나무 인형에서 인간으로 변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만, 이 영화에서는 끝까지 피노키오는 나무 인형이고, 그래서 제페토도, 크리켓도, 그를 구해준 원숭이도 세월이 흘러 다 죽어버린 후에도 피노키오는 여전히 살아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다 세상을 떠난 뒤, 피노키오도 어디론가 떠나버리죠.  

 

옛날 만화 영화 노래에서는 피노키오는 사람이 되고 싶어합니다.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이 되고 싶어~"하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피노키오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제페토에게 말하죠. 자신은 피노키오고, 나를 피노키오로 사랑해달라고. 그리고 제페토는 그의 소망대로, 그를 자신의 죽은 아들 콜로디가 아닌, 자신의 아들 피노키오로 사랑합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대상 자체로 사랑하기 보다, 누군가의 대신으로 사랑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대표적인게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이죠. <아톰>에서의 덴마 박사 역시 아톰을 사랑한게 아니라 그를 자신의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 토비오의 대역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아톰의 비극이 탄생한 것이죠.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는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영화였습니다. 

님의 서명
베어스의 일곱번째 우승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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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2-11-27 19:01:19

나이 들어 피노키오를 다시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감독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 극장에서 집중해서 본게 다행이고 잘 한거 같습니다.

피노키오는 디즈니 이미지로만 남아 있었는데 .. 역시 이 감독이라서 그런지 기괴?한 이미지이고 이쁜 이미지는 아무 것도 없더군요. ㅎ
내용도 수십년전 본게 다여서 기억이 나질 않으니 비교 조차도 못했습니다.
쓰신 글을 읽으면서 아 그랬구나 했네요

하지만. 한편의 영화 스토리로 너무 감동적이었고 .. 영화적 기교도 만족 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넷플에서는 보다가 말았을 영화 인 것은 사실입니다.
너무 착하고 교훈적인 영화라서 이미 때묻은.. 나이들어서는 견디기가 어려운 내용이더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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