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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스포] 이공삼칠 (2022) - 한 소녀의 쉽지 않은 인생 생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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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10-01 06:30:15

(스포일러 주의)

* 출처 : mobile.newsis.com

 

며칠 전 케이블 채널에서 우연히 예고방송 내용을 보고 흥미가 생겨 편성표 시간대 확인 후 좀 전에 감상을 완료했습니다. 보고 나서 느낀 건데, 확실히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그 감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상보다 괜찮게 감상하긴 했는데, 작품 자체의 녹음 문제인지 방송 송출의 문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대사 등이 잘 들리지 않아 감상의 흐름이 끊기는 면이 있었습니다. 아마 극장에서 제대로 각을 잡고 봤다면 평점이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쉽네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란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작품소개 멘트(... 소녀의 감옥 생존기)가 화면 우측 상단에 붙긴 했지만, 작품의 내용 자체는 성인지 감수성이란 용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정도로 꽤 범상치 않은 설정입니다. 병으로 아버지를 여윈 소녀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어머니와 살면서 학교도 그만둔 상태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영위하면서 공무원의 꿈을 준비하지만, 어머니가 다니는 공장의 사장으로부터 야밤에 성폭행을 당하면서 아직 어린 나이에 인생의 행로 자체가 어그러지게 되죠. 자신을 찾아다니는 어머니의 음성을 듣고 사장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 돌로 머리를 내리쳐 본인은 상해치사죄로 5년의 징역형을 언도받게 되고, 수감 도중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사실까지 알게 됩니다.

 

극중에서 연령상 미성년자 딱지를 뗀 것으로 나오긴 하지만, 이 정도면 인생 테크니컬 관련 초반부터 정말 하드 모드라고 할 수밖에 없죠. 게다가 1심에서 가해자의 사망으로 성폭행 사실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상해치사의 정도도 심해 정당방위 범위에서 제외되는 등 현행법령의 한계상 낙태도 못하는 상태입니다. 사건의 성격상 어느 정도의 이슈화만 이루어졌다면 여성단체를 포함한 사회 각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있었겠지만, 일단 살인의 무게에 대한 인식과 함께 남은 생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름이 각인될 것을 우려해 그런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함으로써 초반부터 수인번호 2037의 길을 걷게 됩니다.

 

설정이 굉장히 시궁창스럽긴 한데, 그래도 런닝맨 멤버인 전소민의 푼수 연기 등 여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이 - 성폭행 가해자인 그 사장만 빼고 - 막판에서라도 보여주는 따뜻한 감성 때문인지 힐링물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나름 삶의 굴곡을 소프트하게 그려낸 한 편의 수채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출산을 앞둔 시기까지 여분의 진통제를 모으고, 출산의 시점에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 등 여주인공 본인은 내면의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던 것 같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꽤 하드한 설정에 여주인공의 내면 갈등도 잠재된 상태로 계속 이어지는 구조라 여성판 7번방의 선물로 생각하고 접근했다간 의외의 내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죄와 벌, 그리고 여성 인권 등과 관련해 생각할만한 꺼리를 제공하는 면이 있고, 장편영화 출연 경험이 없는 신인답지 않게 끝까지 내면의 갈등을 안고 가는 여주인공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낸 홍예지 양(孃)의 연기도 인상적이어서 기회가 되면 한 번 감상을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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