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비상선언 봤습니다. 유감스러운 영화의 사상(스포)
스포 있습니다.
비상선언을 봤습니다.
평이 워낙에 좋지 않아서 최악을 예상하고 봤는데 그래도 장단점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구멍은 많은 분들이 얘기한 대로 뭐 숭숭 나있고요..
저는 영화후반부에 노골적으로 깔려있는 사상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영화에 깔려있는 전체주의적 사고와 개인의 희생을 대책없이 미화하는 부분입니다.
정말 동의가 안되고, 불쾌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초반 한시간은 되게 재밋게 봤습니다. 어 이게 왜 이렇게 욕을 먹었지? 싶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영화가 되게 괜찮다고 느낀 마지막 지점은 임시완 죽고 백신 찾고, 이제 착륙만 하면 되는 그 지점까지입니다.
그 이후부터 엔딩까지 벌어지는 온갖 소동은, 사실 스토리로 보면 있으나 마나한 이야기입니다.
회항 -> 일본으로 간다 -> 백신이 안될지도 -> 일본가미가제 -> 히어로 이병헌 -> 국민여론 악화 -> 다같이 죽기로 -> 송강호 희생 -> 한국으로 착륙결정 -> 기름없음 -> 불시착
위의 과정이 불과 4-50분 안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근데 결과적으로는 회항해서 불시착하죠. 중간은 없어도 별 상관 없는 소동입니다.
회항해서 불시착하는 과정과 결과적으로 성공하는 엔딩으로 끝나는, 말하자면 재난영화의 선택지도 있었을텐데
감독은 왠일인지 후반에 거의 한시간을 들여서 뇌절에 뇌절을 거듭합니다.
우리나라 영화가 감정조절을 잘 못하는 거야 항상 감안하고 보니까 참을 수 있는데,
그 아래 깔려있는 그런 전체주의적인 발상, 개인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은 태도가 괘씸해서
끝날때 쯤에는 기분까지 나빠졌습니다.
비행기 승객들이 국가를 위해 우린 죽기로 했다. 그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라고 결정할때,
감독은 정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건가? 아니면 관객의 눈물을 쥐어짜기 위해 별 생각없이 이런 플롯을 짠것인가.. 놀랐습니다(후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얼마나 얄팍한 사상?장치인가 하면, 송강호의 희생으로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소식을 전하자 마자..
그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착륙할께요- 라고 하고 내려오게 되죠.
아니.. 그럴거면 인간만이 할수 있는 어쩌구 저쩌구 궤변은 뭐하러 늘어놓은 것인지.
승객들이 내렸다는 판단의 정당성은 외부의 요인에 의해 종이짝 뒤집듯이 바뀌게 되는건가..
정말 기괴했던 건 엔딩의 에필로그 였습니다.
백신의 효과를 증명하겠다고 험한 결정을 한 송강호는 거의 회상불능의 장애인이 되어 너무나 비참해 보이는데..
주변에서는 다들 행복하게 하하호호하고 있고 심지어 후배라는 놈은 송강호가 곧 완쾌 될껍니다 하하! 이러고 있어요.
송강호의 인생은 개박살이 났지만 덕분에 다들 살았으니 '수단으로서의 역할'은 다했다. 뭐 괜찮은 결과였다. 는 것인가..
게다가 음악까지 드뷔시의 '달빛'을 깔아놓으니 그 장면 전체가 오히려 공포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 모든게 꿈이고 사실은 다 같이 죽었다는 얘기인건가.. 차라리 그랬다면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쳤겠지만요)
쓰다보니 후진 점만 강조된거 같은데, 보면서 좋았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임시완은 확실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전도연도 생각보다 괜찮게 역할을 소화하더라 (근데 박해준은 왜 있는건지 모르겠다)
비행기 추락할때 정말 잘 찍었다
음악도 좋았습니다.
아, 영화의 컬러 톤이 좀 괴랄합니다. 소위 말해서 '블랙이 엄청 떠 있습니다'. 필름 그레인도 굉장히 잘 보이고..
나중에 2차매체로 나오면 화질 왜이러냐? 라는 이야기 듣기 딱 좋겠더군요.
잘 찍어놓고 왜 이렇게 톤을 잡았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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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화면톤은 비행기 CG에 맞춘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덕분에 비행기CG가 어색하지 않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 후반부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만 없었다면 정말 수작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억지로 뒤돌아 보게 한 모습도 참 괴랄했던 것이 민심폭발의 원인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