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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헤어질 결심>을 보고(약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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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8 01:26:24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연출작이자 깐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은 살인사건을 맡은 형사와 사망자의 아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심과 관심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 남자가 암벽 아래로 떨어진 사건이 발생합니다. 형사 해준(박해일)은 동료와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사망자를 확인하고 그의 아내를 참고인으로 상대합니다. 아내 서래(탕웨이)는 중국인이지만 한국인과의 의사소통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해준은 남편이 죽었음에도 차분한 모습에 서래와 아름다운 외모에 동요합니다. 그야말로 의심과 관심이 함께 하는 순간이 시작됩니다.

 

자살로 추정되지만 역시나 강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인 서래를 지켜보는 해준은 그녀의 일상생활, 그러니까 돌봄 센터에서 할머니들을 상대하는 일을 훔쳐보면서 의심이 호감으로 변하고 심지어 불면증으로 고생했던 자신이 어느새 잠을 잘 자게 됩니다.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남자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돌봄을 받는 한 할머니를 서래 대신 돌봐주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13개월이 시간이 지나고 해준은 부산에서 이포라는 아내가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도시로 전입을 갑니다. 그 곳에서 서래와 재회를 합니다. 그리고 서래 옆엔 새로운 남자 호신(박용우)이 있습니다. 묘한 감성이 다시 일어나고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이포에서 최초로 벌어지고 해준이 이 사건을 다시 맡게 됩니다.

 

<헤어질 결심>은 크게 1, 2부로 나눠진 작품입니다. 두 남녀가 두 번의 이별을 하게 되는 셈이죠. 1부에선 사건과 두 인물의 만남 과정을 담고 있다면 2부에선 앞선 결과를 통한 관계의 심연과 더불어 '사랑'이라는 관념에 대한 남녀의 표현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종족(?)임을 느끼는 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애타게 찾습니다.

 

이 작품은 산에서 시작해서 바다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에서 서래가 할머니한테 읽어주는 책은 '산해경'에서 표현 하듯이 두 장소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자연과 함께 잘 묻어나 있습니다. 서래의 남편, 기도수의 낙상사와 그리고 마지막의 누군가의 수장 장면이 맞물려 영화를 열고 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남자는 후회를 하고 애타게 외칩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답게 본인 스타일을 여지없이 드러낸 작품입니다. 류성희 미술감독과 함께 이번 작품에서도 독특한 미술과 색감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은 편집은 쇼트의 충돌을 통해 묘한 쾌감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어떤 장면에선 기타노 다케시가 자주 쓰는 클로즈업을 쇼트에 시작점으로 쓰고 있고 특히 이번 작품에선 시점쇼트들이 특이했는데 죽은 동물이나 시신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대상 그리고 해준이 무언가 잘 보기 위해서 안약을 눈에 넣는 행동들을 볼때 그리고 서래가 남편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 싶다고 할 때 청각보단 시각에 조금 더 의미를 두는 인물로 묘사합니다.

 

영화 속에선 이야기의 큰 흐름과 상관없지만 흥미로운 설정들이 몇 가지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의 러닝타임 138분과 등치시키는 138...(이건 영화 속에서 확인하시길), 그리고 번역기 음성서비스가 1부에선 남자였다가 2부에선 여자로 바뀝니다. 이것은 단순한 정보 전달에서 감정을 실은 대화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1부에선 해준의 운동화, 2부에선 해준이 구두를 신고, 서래를 가발을 자주 바꿔 착용을 합니다.

 

영화를 관람하면 잊을 수 없는 두 단어가 남게 됩니다. 바로 '마침내''붕괴되다'일 것입니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서래가 직접 내뱉는 '마침내'와 후반부에 쓰이는 '마침내'는 서스펜스적인 느낌이 드는 쪽이 전자라면 후반부엔 로맨틱하게 쓰이게 됩니다. 그리고 '붕괴되다'는 영화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단어로 쓰이지 않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역시나 엔딩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묘사할 순 없지만 <박쥐>의 엔딩만큼 아름다웠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박쥐>에선 두 남녀가 일출을 바라봤다면 <헤어질 결심>에선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마지막 장면을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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