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글] 더빙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1.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전 현재 더빙 기피자입니다.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단순한 액션 영화나 보통 미국 애니메이션 같은 영화는 아예 자막이 없는 버전으로 상영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는 사람입니다. 자막이 화면을 가리는 걸 정말 싫어해서요. 현실 가능성은 당연히 없겠지만.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우리 나라가 정책적으로, 국가적으로 더빙 영화에 대한 확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는 대중이 즐기는 예술 분야에서 가장 진입 장벽이 낮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전혀 이 장점을 활용하고 있질 않습니다. 때로 더빙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에게 제가 완전히 어리둥절하게 되는 것도 완전히 자막이 지배하는 국내 영화관 풍토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이라면 우리 나라 영화관이 더빙으로 도배가 되서 영화를 좀 온전한 상태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좀 자막으로 상영 좀 해주라구 !! 하는 경우라야 이런 불만들이 더 설득력 있지 않은가요.
3. 우리 모두 나이가 들면 두뇌 회전이 늦어지고 눈이 노화되서 자막을 따라 영화 내용을 따라가기 버거워집니다. 아니 버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분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나이 드시는 분들은 가장 먼저 노화된다고 실감하는 것이 아마도 눈일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 분들은 어떨까요. 한국말에 서툰 외국인들은 어떨까요. 영화는 보고 싶은데 집에서 청소하다 밥먹다 설겆이를 해서라도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앞에서 말한 계층 다 합해도 가장 많은 더빙 선호 부류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치킨이나 맥주끼고 시간 죽이는 용도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입니다. 생각보다 자막을 보기 힘든 사람들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4. 혹성탈출이라는 영화 대부분 디피분들은 아실겁니다. 원제도 아마 거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 제목을 말한 이유는 전 이 영화 제목을 좋아합니다. 본래 의미하고 아무 상관없잖아 라고 성토하시지만 전 제목 전혀 신경 안 쓰고 그냥 나쁜 원숭이와 인간이 재밌게 싸우는 영화라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잘 낚는 제목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재밌게 보고 오셨습니다.) 영어 잘하고 이 영화를 심오하게 분석하는 분들은 그냥 저 제목은 그렇게 감상하는 사람들의 몫이야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원제의 의미에도 충실하고 우리말 제목도 혹하게 만드는 게 제일 최선이겠지만요. 영어 잘하는 분들 그냥 넘어가주세요. 우린 다 알잖아요.
5. 더빙 영화는 세대 단절을 극복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어떻게 때울지 몰라 어디 공원, 산책로, 곳곳의 후미진 곳에 노인들이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 분들에게 편안하게 오롯이 더운날에 냉방 잘 되고 추운 날에 따뜻한 영화관은 최고의 오락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주들이 신나게 스파이더맨, 어벤져스 얘기할 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웃으면서 대화에 못 끼는 게 아니라 아 그 거미맨인가 앤트맨 아이언맨 하면서 아는 척이라도 하며 어깨도 모처럼 으쓱할 수 있지 않을까요.
6.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제일 손님이 없는 시간 평일 1회차라도 더빙 영화를 배치해야 합니다. 복지 정책의 관점으로 가장 낮은 감상 환경을 갖고 있는 계층에 눈 높이를 맞추어야 합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전 더빙을 싫어합니다만 저도 앞으로 제 몸이, 마음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첫 단추를 그렇게 떼게 되면 순 기능이 많아지면 많아졌지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더빙에 대해 회의적이던 분들도 좋아하는 영화라면 더빙은 어떨까라고 없는 시간 쪼개서 볼 지 어떻게 알겠어요 ? 그리고 더빙 품질도 우리 나라 성우가 실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만큼 현재 영화 더빙에 대한 수요, 대우가 안 좋다라는 방증 아닐까요 ? 잘 나가는 게임 성우들이 못 한다는 소리를 저는 거의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7. 더빙으로 영화 보는 것도 삼겹살 집에서 제각기 먹는 방식이 다르듯이 취향으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긴 글 마칩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오징어 게임 더빙으로 보는 미국 사람에게 왜 그렇게 보느냐 봉준호 인용부터 시작해서 오지랖을 부리는 한국 사람을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습니다. 어떻게 한국 사람인지 알았냐구요? 한글로 적어놨더라구요. 한국 드라마 영어로 더빙 듣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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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드립니다. 백만 퍼센트 공감합니다.
더빙은 사회적 배려이기도 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나라도 메어저 영화 대부분 극장에서 더빙 상영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