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결국 건진건 딱 한 장면.
사실, 필자는 전작 <베놈>을 그닥 재밌게 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베놈"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관념 때문이겠죠. 스파이더맨의 아치에너미이자 살육머신, 분명 선한 구석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철저한 이득만을 위해 움직이는 캐릭터.
코믹스에서의 베놈은 그 역사만큼이나 막강한 "통제할 수 없는 본능"이라는 매력적 소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베놈을 선하디 선한 착한 귀염둥이로 만들어버린 소니를 전 개인적으로 용서할수가 없었습니다. 뭐, 소니의 "베놈"과 "심비오트" 사랑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증명되었지만, 좋아하면 좀 잘 좀 만들어주지 싶은 아쉬움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래도, 확실히 후속작을 향한 빌드업 하나만큼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There will be a Carnage"라는 대사는 팬으로써의 흥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죠.
특히, "카니지"의 등장은 저를 영화관으로 이끈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카니지는 혼돈 악 그 자체, 베놈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 재앙이니까요.
특히 필자가 재밌게 봤던 코믹스 "맥시멈 카니지"는 아직도 마블 역사상 최고의 이벤트로도 손꼽히는 만큼, 더욱 기대가 컸습니다. "스파이더버스" 이벤트를 멋지게 각색해낸 소니라면 이것도 가능할지도...? 싶었죠. (물론, 스파이더맨은 없애야 했지만.)
헌데, 영화에 대한 안좋은 소식이 자꾸만 들려왔습니다. 일단 등급이 PG-13. 햐, 이거 불안합니다. R이 나와야 하는데. 근데, 영화 러닝타임의 상태가? 97분이랍니다? 전작도 100분 내외라서 짧다고 욕먹었는데 더 줄여요? 심지어 플롯도 "맥시멈 카니지" 기반이 아니랍니다.
이렇게 자꾸 커져만 가는 의구심. 결국, 오늘 용산 IMAX에서 관람한 <베놈 2>는 이 모든 예상을 정확히 적중하였습니다.
스토리는 롤러코스터라도 탄것 마냥 슈슈슉~ 빠르게 진행합니다. 플롯에 심취할 시간도, 인물들에 이입할 틈새를 주지 않고 나 바쁘니까 먼저 간다는 식으로 호다다닥 질주해 나가버립니다.
코미디는 전작보다도 늘어났습니다. 영화의 모든 구간에서 일정량의 코미디는 빠지지 않습니다. 코미디를 집어넣더라도 완급조절은 중요한 법인데, 완급을 모르고 모든 샷에 유머를 집어넣으니 영화의 분위기는 헬륨보다 가볍습니다.
카니지라는 캐릭터는 철저히 낭비되었습니다. 잘만 사용해먹으면 시리즈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캐릭터를 활용하지 못한 채 팽개쳐버렸고, 그마저도 인상적인 장면 하나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전작의 (비평적)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놀랍도록 높았던 흥행 성적만 보고 "동일한 기조로 가자!"라고 판단했던 소니 수뇌부가 눈에 훤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전작 <베놈>을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본작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며 저처럼 영 별로였던 분들은 여전히 별로라는 인상을 풍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여간, 롤러코스터를 타고 호다닥 지나가버린 영화는 금세 엔딩을 내버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엔딩 크레딧.
여기까지만 해도 각자의 호불호에 따라 받으셨을 기분은, 이후 약 1분여간의 쿠키 영상에 의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립니다.
논-스포일러 리뷰를 지향하는 만큼 상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극장 곳곳에서 (저를 포함해) 기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이내 옆자리에 앉았던 여성분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라는 현장 반응으로 이를 대신하겠습니다.
결국 건진건 그 1분간의 충격적인 쿠키영상 하나라고만 말을 줄이겠습니다. 그래도 역시나 전작처럼 팝콘무비로써의 일은 확실히 해내고, 무엇보다 놀랍도록 건전하니만큼(?) 가족들끼리 이번 주말 모여 극장에 가서 관람하시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어차피 다들 극장 나오시면 쿠키 이야기밖에 안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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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쿠키는 오래전 스포를 당했던거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