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해설은 꿈보다 해몽이다. (부제: 멀홀랜드 드라이브 감상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데이빗 린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뭔 말이 되게 만들어야지... 완전 제 멋대로 만들어 놓고
감독은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난 한 마디도 해설해 주지 않겠다"
라는 식이라... 영화를 봐도 혼란스럽기만 하고 뭐가 뭔질 모르겠더라구요.
"로스트 하이웨이"를 보고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었는데...
얼마전 크라이테리온판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구입하여 감상하였습니다.
다 보고나서 역시나... 상당히 당황스럽더군요. 뭐 어쩌라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여러 해설들을 찾아서 읽거나 들어 보았습니다.
찾다보니 유튜브에서 유명한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 있더군요.
그런데 중간에 이런 설명이 나오더라구요.
사고난 차를 조사하던 두 형사 중 한 명이 뒷좌석에서 발견된 어떤 물건을 들고
"관련이 없을 수도 있어"라고 하자, 다른 형사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라고 답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게 매우 중요한 대사라고 하며, 말 그대로
이 영화에 나오는 여러 단서들은 영화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라고 설명하더군요.
여기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제 위 장면에서의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1: Could be unrelated.
형사2: Could be.
여기서 형사2가 한 말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가 아니라,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라는 말, 즉 형사1이 한 말에 대한 동의입니다.
(*해설: 만약 형사1이 부정어를 사용하여 (It) could not be related. 라고 말을 했다면, 형사2가 (It) could be.라고 말을 했을 때 (It) could be (related). 이런 의미가 되어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영화 대사에서처럼 "(It) could be unrelated."라는 말에 대해서 "(It) could be."라고 답을 한다면 이것은 "(It) could be (unrelated)." 즉 unrelated가 생략된 표현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그럴 수도." (=맞아, 관련이 없을 수도 있어.)가 딱 적절한 표현입니다.)
저는 크라이테리온 영어자막 판으로 봐서 몰랐는데, 해당 유튜브 영상에서 보여준 클립으로 보건대 아마 국내판에서 번역이 정 반대로 되어 있었나봅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그 잘못된 번역을 가지고 끼워맞춰 영화 해설을 한 것이죠.
물론 영화를 해석하는 방법에 있어서 단 하나만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심지어 감독이 의도한 것조차도 정답이 아닐 수 있겠죠. 예술은 창작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이제 나머지는 보는 사람의 머리속에서 의미가 완성된다고 하지요. 그런데... 아무리 해석하는 방법이 다양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수준 높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반 관람객이 보지 못한 어떤 메시지가 보이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감히 범접하지 못한 어떤 경지에 이르면, 그들의 관점에선 어떤 공통적인 무언가가 보이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감독이 의도한 대사를 정 반대로 알아듣고도 이걸 중요한 메시지로 인식하여 영화를 해설하는 것을 보며, 결국 이런 영화는 "꿈보다 해몽"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더군요.
현대 미술 작품과 어린아이가 대충 낙서한 그림을 놓고 구분해보라 하면, 예술가들 조차도 정확히 다 구분하는 사람이 없지요. 대사의 오역을 가지고도 끼워맞춰 하는 해설이라면...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 평론가가 현대미술작품을 예술적 의미를 담아서 거창하게 해설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그냥 동네 꼬마가 대충 끄적거린 낙서였다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진중권씨와 장동민씨가 나온 방송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죠.
물론 저의 영화를 보는 수준이 극히 미천하여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수준 높은 분들은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보며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이해하여 21세기 최고의 영화라고까지 극찬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에겐 페인트로 선 하나 딸랑 그어놓고 수백억에 팔리는 그림과도 같아 보입니다.
소위 "그들만의 세계"죠. 자기들끼리 가치를 창출하고, 자기들끼리 가치를 소비하는...
저는 이런 예술, 이런 영화는 싫습니다.
물론, 무조건 이해하기 쉽고, 서사가 단순해야 좋은 영화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자주 말하듯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답이 아니라 질문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놓은 영화라는 관점에는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최근작 "테넷"도 어렵다고 말들이 많으나, 개인적으로는 인생작으로 꼽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어마어마한 물음표가 떠오르지요. 하지만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물음표는, 찬찬히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어느정도 답을 내릴 수가 있는 질문입니다. 머리속에, 혹은 종이 위에 타임테이블을 그려놓고, 시간 순행과 역행을 직접 그려가며 생각해보면 상당 부분 이해가 가고 납득이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도 충분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었고,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개인적으로 물리학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하지만 데이빗 린치식의 영화는 결이 다릅니다. 그림으로 치자면, 최소한 사람이든 강아지든 송아지든 일단 뭘 그린건지는 알아야 스스로 생각할 거리라도 생기지, 점 하나 찍어두고 "자 해석해봐라" 하는 식의 예술은 제 식견으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데이빗 린치의 영화가 싫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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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는 곡성이 딱 그런 영화라 매우 싫어합니다.
구멍이 슝슝 뚫려서 애초부터 맞지도 많는 퍼즐을 맞춰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구요.
그걸 또 유튜브에 보면 자기 해석이 정답인양 올려놓은 유튜버들도 많고 또 그걸 보고 무릎을 탁~쳤다는 사람도 많고..
딸기도 아닌데 이것저것 꾸역꾸역 모아서 억지로 딸기 비스므레 한 맛을 만들어 놓고 자기 손으로 먹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이게 바로 딸기맛이다 하고 떠먹여주면 맛본 사람은 옳커니 이게 바로 진짜 딸기 맛 이구나~!!! 이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