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복수는 나의것(박찬욱)
지난 주말 넷플릭스로 박찬욱 감독의 복수3부작의 첫번째 작품 복수는 나의것을 보았습니다.
보고난후 느낌은 박찬욱 감독이 공동경비구역 JSA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이때아니면 기회가 없겠구나 싶어서 대중과의 타협없이 본인 해보고싶은거 노빠꾸로 원없이 해본 영화같습니다.
그때도 성공한 감독이었지만 지금만큼의 거장의 위상은 아니었기에 이런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실행한 박찬욱 감독이나 따뜻한 휴머니즘 상업영화를 기대했다가 각본보고 기겁했을 CJ관계자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니 박찬욱 감독이나 CJ관계자나 뚝심 하나는 대단한거 같습니다.
아마 그당시 관객들도 일반적인 한국상업영화를 기대했다가 벙쪄서 돌아갔을꺼 같네요.
이 복수는 나의것은 온통 아이러니와 부조리와 블랙코미디와 하드보일드가 뒤섞인 장르를 어떻게 규정해야할지 모르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장노동자인 청각장애인 류와 영미, 그리고 자본가이긴 하지만 노동자출신의 자수성가한 하청업체 사장으로 추정되는 동진을 통해 계급간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것에 관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생각이 나더군요.
극중 영미가 가입한 단체가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이라는 단체인데 지금 이런 설정을 써도 흔하지않은 설정인데 무려 20여년전 그것도 상업영화에서 이런 설정을 쓴게 놀라웠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든 또다른 생각은 아무리 영화적 설정이라지만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수있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이렇게 꿈도 희망도 안보이는 결말은 처음인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제대로 이 영화를 보기전에 오며가며 OCN이나 채널CGV같은데서 잠깐잠깐 영화를 봐서 주요 주인공인 동진 류 영미가 어떻게 되는지 결말은 대략적으로 알고있었는데 주인공 이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결말만 봐도 어떠한 희망이나 여지도 주지않기로 박감독이 작정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부터 조연들까지 동진의 딸 유선 정도를 빼고는 하나같이 감정이입하거나 마음을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의 누나가 고통속에 울부짖으며 신음소리내는걸 섹스의 교성으로 착각하고 집단자위를 실행하는 옆집청년들이나 섹스도중 뜬금없이 의미없는 수화를 하는 류와 영미의 씬에서 블랙코미디같은 요소에 헛웃음이 나와서 역시 박찬욱스럽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쉬어갈곳이라곤 존재하지않는 이 영화에서 중국집 배달원으로 나온 류승완 감독도 재밌구요.
연기야 신하균 배두나 송강호 다들 나무랄때없이 좋았지만 특히 송강호가 좋았습니다.
송강호를 클로즈업할때 보이는 묘한 짝눈의 대비와 특히 시체검안실에서 딸의 시체부검을 보는 장면과 류의 누나의 시체부검을 보는 장면의 송강호 연기의 대비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리고 "너 착한 놈인거 안다. 그러니까 너 죽이는거 이해하지?" 이 대사가 그냥 그전에 오며가며 영화채널에서 봤을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영화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보니 진짜 처절하면서 무시무시한 대사였네요.
교차편집이 이 영화에서는 효과적으로 사용됐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찝찝한 소재와 암울 그 자체인 결말때문에 N차 관람하라고 하면 못할거 같지만 그래도 뭔가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누군가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세계를 알고싶다면 어떤 영화가 낫겠냐 물어봤다면 올드보이를 추천했겠지만 지금은 두말없이 이 복수는 나의것 이 작품을 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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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최고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