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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창작자의 무리수, "남산의 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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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23 09:16:48


박통-오다 노부나가
김재규(극중이름 김규평)-아케치 미츠히데
전두환(극중이름 전두혁)-도요토미 히데요시

로 치환해도 별로 안어색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갈등구조는 단순하고 도식적입니다.

절대 권력을 지키려 불안한 최고 권력자와 언제든지 쓰고 버려지는 장기말인 측근들

쓰고 버려진 자, 쓰고 버려질 자들, 앞으로 쓰일자


 

우민호 특유의 냉랭하고 건조한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 신경쇠약에 걸릴듯 늘 불안한 눈빛의 이병헌식 김재규는 블랙코미디 성향이 강했던 임상수 작품과 차별되므로 역사적 사실이나 원작 자체로만 재현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우민호의 "욕망" 3부작의 한자리를 메우기 위한 목적에서인지 영화적 혹은 극적 각색이 많이 들어간 것이 되려 너무 불편합니다. 특히 창작자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무리수 설정이 과다하여 몰입감을 해칩니다.

 

거슬렸던 설정이 꽤 많은데 무려 중정부장이 손수 궁정동 안가서 박통-차지철(극중 이름 곽상천) 간 독대를 도청하면서 권력에 집착하여 냉혹하게 인성이 파탄난 박정희의 실체를 알아챈 장면, 게다가 실제 김재규는 5.16 가담자가 아니므로 박통 사살에 있어 혁명의 대의 따위 명분으로 내세울 인물이 아님에도 박통에게 총쏘는 순간까지 "혁명"을 입에 달고사는 걸로 묘사하는 것 또한 실제와의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구요.

 

무엇보다 참모총장도 아닌 고작 보안사령관 주제에 대통령 주재회의마다 중정부장-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과 동석하고 있는 "대머리 새끼"에 이르면 영화 시작 때 "실화에 근거했다"는 표현과 영화 후반부 김재규 육성 재생이 걍 코미디가 되는 겁니다.

 

차라리 "내부자들"과 같이 "정인숙"까지 등장시켜 박정희와 그 무리들의 엽색행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권력에 취한 소인배들의 "형이하학적" 욕망을 추악하고 역겹게 묘사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차라리 고증 잘했다는 평가라도 나오겠지요.

 

무려 궁정동 안가까지 가서 김재규-박통 혹은 박통-차지철 등 주군과 부하 단둘이서 시바스 리갈 마시다 "막사"(막걸리+사이다) 만들어 먹는 장면도 여럿 들어가있는데, 그 고요한 분위기 만큼이나 깹니다. 그럴거면 걍 청와대서 둘이 조용히 마시지. 영화에서 감독이 묘사하고픈게 주군에게 믿음을 배신당한 "지사"로서의 김재규라서 박정희에게 가졌던 개인적 충성과 애정을 보여준다는 장치로서의 기능을 의도한 건 알겠습니다. 그래도 감독이 서민적인 대통령 박정희썰의 신봉자는 아닐텐데 궁정동 안가가 박정희와 측근들의 개인 요정이었다는 거 모르는 국민이 있나요? 리얼리티도 떨어지지만 연출과 묘사에  성의없다는 느낌이 물씬...일단 고증은 물건너 간 겁니다.

 

김-차간 충성경쟁의 전리품이 된 김형욱의 살해 장면 묘사가 이를 소재로한 국내 창작물 중 최초로 2005년 시사저널에 게재된 공작원의 증언 거의 그대로라는 건 그럭저럭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나마 이희준이 분한 차지철의 해석이 의외로 개중에 나아보이는 건 우민호식 인물 재구성을 덜 당한 탓이랄까? 실존 인물과의 비교시 중 외모 버프가 젤 큰 탓도 있겠지만... 물론 연기력은 다른 배우들에 밀립니다.

 

사실 모든 분들이 일관되이 평가하시듯 배우들의 연가는 다 좋습니다.

그게 더 아쉬워요. 저런 배우들과 소재를 가지고 겨우 저정도 결과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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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9
2020-02-23 08:44:28

실제와 다르다고 무리수다라
공감이 전혀 안되네요
다큐 추천이요

WR
11
Updated at 2020-02-23 11:39:31

적어도 배경이 실제 사건이라면 배경으로서의 당대 현실을 반영하는 최소한의 개연성이라는게 있죠. 극화하기 쉽도록 혹은 보기좋도록 이것저것 다 바꿔놓으면 "주몽"이나 "광개토태왕" 되는겁니다.

 

제가 보기엔 창작자가 본인이 생각하는 갈등구조에 역사적 인물들을 밀어넣기 위한 편의라는 측면이 너무 강하게 보입니다.

 

"실제 사건과 다르다고" 무리수 라고 쓴 적 없습니다. 요즘 독해력이 문제예요 다들

14
2020-02-23 09:08:11

글에 공감이 안되시면 그걸로 넘어가시면 되지, 무슨 “다큐 추천”이라는 비아냥 거리는 표현을 하시는지..
어차피 영화는 개취이거늘..

18
2020-02-23 08:55:02

애초 영화의 의도가 욕망 3부작의 완결이지 역사적 고증엔 큰 관심이 없어요 . 주요 인물을 일부러 가명으로 바꾼것도 그런 의도죠 .

WR
3
2020-02-23 08:55:47

물론 일리있는 말씀이시지만 그럼 김재규 육성 녹음을 넣거나 실화에 기초했다 그런 이야기를 넣으면 안되었다고 봅니다.

12
2020-02-23 09:52:59

기초했다는 말은 넣어야죠. 실화를 기초로 해서 재구성을 했다는 얘기니까요.

 

"이 영화는 실화 그대로 입니다." 이렇게 쓴게 아니라면 저건 그냥 당연한거라서 트집잡을 건 아닙니다.

8
2020-02-23 09:00:38 (39.*.*.110)

저도 극장에서 볼땐 나쁘지않았는데 어제 티비로 2회차하니까 별로인점이 많이 보이더군요. 그냥 배우들 열연이 멱살잡고가는 영화로 느껴졌어요. 그나저나 이 영화 비판하는 이글에도 역시나 비아냥댓글이 달리는군요. 무슨 성역도 아니고.

5
2020-02-23 09:11:36

비판하면 “비난”으로 이어지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유독 그 반응이 쫌 과한 느낌이 들었어요..

WR
2020-02-23 09:15:10

이 영화가 그정도의 열혈팬을 가졌다는게 놀랍습니다

WR
1
2020-02-23 09:14:37

말씀에 공감합니다. 

근데 이 영화가 그리 성역이 될만큼의 매력이 있는건지... 정말 의문이네요.

우민호가 박찬욱-봉준호급 감독도 아닌데 말이죠. 

2
2020-02-23 10:10:52

영화 자체의 가치에 대한 성역이라기 보다는 김재규와 박통이라는, 말하자면 약간의 정치적(?) 의미가 가미된 성역이 아닐까 합니다.

5
Updated at 2020-02-23 09:16:30

연출이 너어무 평이하고 특색이 없어서 마치 다큐같은데

또 내용은 그렇지 않은 방향성을 못잡는 영화

WR
1
2020-02-23 09:15:52

동감합니다. 대체 말하고 싶은게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1
Updated at 2020-02-23 09:55:04

<p>굳이 안가까지 가서 안주 서너접시에 막걸리 마시는 연출은 정말 웃기지요.</p>
<p>그럴거면 청와대 안에서 마셔도 되는데 ... ㅎ</p>
<p>애당초 안가에 가서 노는 이유가 대통령이 룸살롱을 갈 수도 없는판에 (와이프 가고 없더라도)</p>
<p>자식들 있는 청와대 안에서 여자 불러다 놀기 뭐해서 갔던 건데.....</p>

WR
Updated at 2020-02-23 09:47:24

제가 좀 황당했던 건 "내부자들"에서 권력자들의 그런 속성을 한국 창작물 역사상 가장 적나라하게 묘사한 감독이 왜 굳이 저런 연출을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ㅎㅎ

3
2020-02-23 09:46:16 (221.*.*.143)

 많이 공감가는 리뷰입니다.

좋은 소재와 훌륭한 배우들로 안일하게 찍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WR
2020-02-23 09:47:15

안일하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30
Updated at 2020-02-23 10:18:53

일단 전두환 시대는 물론이었지만 박정희 시대 특히 후반기의 보안사령관은 그 권한이 어마어마 했습니다. 주기적으로 대통령에게 독대보고를 했고 형식적으로는 국방부의 직할 사령부지만 실제적으로는 박정희의 사조직이나 마찬가지여서 국방부장관의 통제에도 벗어난 집단이었습니다. 특히 박정희는 군 내부를 통제하기 위해 사조직인 하나회를 후원했고 그중에서도 하나회의 중심이었던 전두환은 신임이 엄청났습니다. 이미 박정희 말기에는 중정을 견제하는 역할까지 했죠. 실제로 전두환이가 그런식으로 회의에 참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극상에서 묘사된 상황이 이미 계엄이 떨어진 상황인지라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무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김규평이 내버려졌다는 극적인 장치로는 효과적이죠.

 

궁정동에서 막걸리 마시는 장면만 해도 전 좀 생각이 다른게 그 상황에서 우리는 이미 박통이 김규평을 내버렸다는걸 알고있죠. 그런 상황에서도 마치 김규평을 위로하듯 소탈한척 하며 옛날 이야기를 꺼내 김규평을 흔드는 장면을 보면 역대 박정희를 다룬 어느 매체에서도 본적이 없을 정도의 지독한 가식이 느껴졌습니다. 요즘 재조명 받는 그때 그 사람들에서 송재호가 연기한 박통이야 솔직히 그냥 일뽕을 잊지 못하는 호호할배 정도의 모습밖에 없죠. 반면에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성민이 연기한 박통은 그야말로 역대 그 어느매체에서도 본적이 없는 이기적이고 잔혹하고 교활한 박통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김규평이 박통을 도청하던 그 장면도 그렇죠. 거기서 박통이 하는 말 '임자 곁에는 내가 있잖아' 우리는 그 말의 의미가 뭔지 알고 있죠. 박용각을 쓰고 내버리기 위해 한말 김규평에게 박용각을 죽이게 만들기 위해 하는 말 그리고 이젠 김규평을 죽이고 곽상천까지 내다 버릴 생각으로 하는 말. 거기에 자기가 내린 명령이나 다름 없으면서도 끝까지 '임자 하고 싶은대로 해'라는 말로 치졸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까지, 역대 그 어느 매체에서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박정희란 인간을 치졸하고 음흉하고 조폭스러운 의리조차 없는 인간으로 묘사한적이 있는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전 오히려 이 영화로 내부자들에서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방법으로 권력자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는것 보다 감독이 한단계 진일보 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영화에서 김규평을 묘사한 방법은 실제 김재규와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오히려 그런 방법을 이용함으로서 박통이란 인간이 얼마나 추악한 인간인지 보여주기에는 더 효과적이었다고 봅니다. 남산의 부장들이란 원작과 이병헌이란 배우의 무게감에 촛점을 맞추면 이 영화는 당연히 김재규(김규평)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 오히려 감독이 의도한 바는 모든 장치와 인물이 오로지 박통이란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문제의 혁명이란 단어도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혁명을 했다고 아직도 믿는 순진한 김규평과 그런 기대를 가볍게 씹어 뭉개는 박통의 모습에서 우리는 김규평의 순진한 기대에 답답함 까지 느끼죠. 그게 바로 감독이 '야 저새끼가 한건 혁명이 아니라니까? 아직도 그딴 소릴 믿냐?" 그렇게 말하는걸로 읽혀 졌습니다.

 

더불어 이 영화가 실화에 기반했지만 일부는 창작이다라는 안전장치를 사용한 것은 그때 그 사람들의 예에서 보듯이 상업영화로서 이 영화가 소송이니 사상이니 뭐니 하는 시빗거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이해 했습니다.

 

마지막에 전두혁이 박통의 금고에서 돈과 금괴와 함께 꺼내오는 것도 결국 박통이 만든 어마어마한 양의 비자금이 5공으로 흘러들었다는 말인데 이 장면 역시 전 역대 어느 작품에서도 본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4
2020-02-23 10:27:40

많은 부분에서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3
2020-02-23 10:57:13

본글 쓰신분이 답답함을 느끼는 부분도 이해는 되지만

현실상 법적인.. (소장 남발등...)을 감안한 각색이였다고 보고요

 

키노님 글처럼 보여줄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보여준거라고 생각되네요

 

차후에 대한민국이 더 맑아지면 새로운 버젼의 10.26을 볼 수 있을겁니다

그날을 기대해야죠..

WR
Updated at 2020-02-23 17:06:03
일단 장문의 댓글 감사하구요, 가볍게 쓴 후기에 이렇게 고민어린 댓글이 달릴 줄은 몰랐습니다.
 
박통의 악마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다는 지적엔 일정부분 공감합니다만 사실 측근을 믿지못하고 권력도 놓고 싶지 싶은 절대권력자의 일반적 묘사에 가깝죠. 그렇다고 "그때 그사람들"의 박통 묘사가 이 영화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지 않는 것이 말씀처럼 "맘좋은 호호 할아버지"가 아니라 오히려 악의 평범성을 잘 보여주는 연출이었다고 봅니다. 겉으로 보이는 말투와 외모와는 달리 송재호의 박통이 극중서 보여준 정치적 결정, 여성편력들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에 가장 가깝죠. 김대중 대통령의 회고에 따르면 전대갈 부부를 사적으로 보았을 때 너무 예의바르고 평범한 모습에 놀랐다고 하죠. 저 개인적인 견해로는 추악한 인간으로서의 박정희 묘사에 무게중심이 갑니다만 "소송방지"를 위한 여러 장치(라고 한다면)들이 몹시 거슬리더군요.
 
김재규의 도청이 박정희의 실체를 알게했다는 걸 모를 사람이 있겠냐만은 중정 부장이 손수 현직 대통령 술처먹는 방에 가서 도청을 한다. 이 상황 자체가 작위적이라는 거죠.  "극"의 전개를 쉽게 하기 위한 연출자의 편의적이고 안일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전두환이 그런식으로 회의에 참여했을리 없습니다.  박통의 신임이 두터웠던들 "급"이 다르죠. 이미 10.26 전해에 전방 장교가 보안사 핑계로 월북하는 바람에 보안사 조직이 중정에 의해 박살이 났죠. 좀더 상술하자면 제가 지적한 부분은 박통이 측근이 "중정의 부장들"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1-김형욱 2-김재규 vs 차지철 3- 차기는 전두환의 구도로 만들기 위한 의도적 묘사라 봅니다. 역사적으로 10.26 이후 김재규 이후의 중정부장(서리)를 맡은 게 전두환이죠. 역사적 결과를 반영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서열 2위 권력자인 중정부장인 김재규가 박통을 암살했다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중정조직 자체가 반역자로 몰리면서 당시 최규하 권한대행의 행정부가 10.26 수사책임자로 군 정보기관을 쥐고 있던 전두환을 밀어올리는 초유의 사태가 나왔기 때문이지 전두환이 김재규-차지철 급의 측근에 미칠 급이 안되었다는 사실은 너무 명확하지 않습니까?
 
전대갈의 비자금 강탈과 같은 부분은 2012년 박근혜 대선 검증서 나온 이야기이니 당연히 "가장" 최근 작품에 반영이 된거죠. 그때 그사람들과 제4, 제5공화국 드라마서 나올리가 없죠. 이건 김형욱 실종사건에 대한 시사저널 인터뷰 내용이 이번작품에 반영되고 신상옥감독의 증발에 나오지 않은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런 개연성의 문제가 너무 거슬리는데 "그럼 다큐를 봐라"는 위의 댓글들에 대해서는 네 할말이 없네요.
2
2020-02-23 13:40:25

깃털처럼 가벼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WR
2020-02-23 13:52:59

네, 공감합니다^^

1
2020-02-23 14:06:06

그냥 흥행을 목표로 잘 기획 된
매끈한 영화 딱 그 정도 였습니다.
초반 평이 걸작 분위기로 몰려서
기대감이 큰게 실망으로 돌아왔네요.

WR
2020-02-23 14:24:53

네 저도 내부자들로 기대감이 컸던 사람 중 1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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