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영화감상에 회의가 들때
두서도 없고 너무 개인적인 생각이라 익명으로 씁니다
뭐 누군가에겐 개소리라고 해도 할말 없습니다
최근 1년간 영화를 미친듯이 많이 봤습니다
극장도 많이가고 블루레이도 많이 지르구요
취미에 대한 평소 생각이 일도 아닌데 이것저것 해보자 주의라 뭐 하나 꾸준히 하는 편이 아닙니다
영화감상도 여김없이 권태기가 왔는데 위의 이유로 회의가 드는게 새삼스럽진 않아요
예전에 산악잡지 일을 좀 해서 산악인들 에피소드를 좀 아는데
뭐든 마찬가지지만 등산이란게 하다보면 신체적 정신적 몰입, 명상의 효과가 있어서 깊이 빠지면 마약같은 그런 면이 있습니다
영화감상은 생산자가 아닌 관객의 입장이지만 등산은 그 자체로 내가 주체이자 결과라 몰입감이 훨씬 높죠
그래서 깊이 빠지다 보면 원정까지 가게되고 그 수준이 되면 생업도 2순위로 밀리고 결혼생활이 파탄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일을 열심히 하게 되면 목숨걸고 한다는 비유를 하는데, 원정등반의 경우 히말라야 같은 곳은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중독성을 못잊어 또 등반을 하죠
3자의 시선으론 흔히 현실도피라고 비난하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산으로 갔는데, 어쨋든 최근 영화감상에 회의가 든 이유는 이것도 일종의 현실도피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현실이 진정 반영된 영화는 지극히 드물다는 생각인데 그 이유는 영화적으로 현실은 매우 지루하고 무미 건조한 일상의 반복이기 때문이지요
헐리웃 영화에 익숙한 우리들은 미국에 살면 하루에 한두번은 총소리 들을것 같지만, 막상 사는 사람들 말로는 평생 한번도 안듣고 사는사람이 대다수라고 하죠
이렇게 현실이란 겉으로는 다분히 지루한 반복의 시간과 노동과 일상이 모여 성취를 이루기 때문에, 영화에서의 극적인 반전이나 기적은 말그대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영화감상이란게 예술활동으로 보면 감성이 풍부해지고 삶이 윤택해 지겠지만, 가끔 주말내내 영화만 보다 보면 시간투자대비 이게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죠
등산처럼 내가 주체자도 아니고, 영화감독처럼 내 작품으로서의 자기투영과 최고의 성취도 없지요, 소위 남의작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건데 바로 이부분에서 가장 크게 회의가 드는겁니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일에서 어느정도 성취를 이룬 소위 성공한 자로써 순수한 취미라면 모를까, 아직 내 인생 및 일에 대한 성취 및 만족도 없는데, 남의 작품이나 이렇게 수동적으로 감상하는게 시간낭비 아닌가? 란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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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으면 그만이죠. 저는 그래서 오늘도 격렬하게 영화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