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CD로 풀어보는 껍데기 이야기 최종회... 가요의 박스셋과 미니어처 (스압주의)
3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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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내용보다는
화보집 같은 특전들로 소비자를 현혹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를 살다 보니
일반적인(투명 주얼 케이스) 형태의 음반은
너무나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정규 앨범도 아니고
디지털 싱글 몇 곡만 담긴 껍데기도
화려한 치장을 둘러야만 아티스트의 가치? 가
인정받는 무슨 무슨 에디션~ 의 세상인 거죠.
하지만 가요시장에서 이런 에디션(이하 편의상
박스셋으로 통칭해 부르겠습니다.)의 시작은
해외에 비해 빠른 편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LP(2~3000원대)에서
CD(1만원대)로 급격히 올라간
주머니 사정의 부담을 적응하기까지
한참이 걸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90년대 중반을 보내고
97년이 되어서야 박스셋 형태의
가요 음반이 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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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제가 처음으로 접한 국내 가요 박스셋입니다.
13장에 달하는 정규음반을 모두 담은
명실상부한 전작 박스셋인 샘이지요.
하지만 공개가 안되었던 실황 등
미발표 트랙들을 넣고도
8장의 CD에 우겨 담은 희대의 전작이기도 합니다.
즉, 1번 CD에 첫 트랙은 1집의 첫 곡이지만
트랙 후반엔 2집의 첫 곡이 자리하게 되며 그렇게
조금씩 당겨지고 당겨져 13장에 담긴 곡들이
8장에 들어가는 구조인 것이지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게 가능했습니다.
바로 가격이라는 부담 때문에...
(그나마 부클릿에라도 정규앨범의 표지를
넣어줬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바로 전작을
발매해줍니다.
저는... 다시 낱장을 사게 됩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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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에 억지로 욱여넣어 부담을 줄였다지만
그래도 소비자에게 가격의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확실히 박스셋은 박스셋이었나봅니다.
활발하게 시작된 해외 아티스트들의 박스셋에 비해
가요는 시도 자체도 못하고 있었지요.
이후엔 대부분 롱박스 디지팩 형태가
좀 구별된 기획들이었습니다.
베스트와 미공개 트랙, DVD 영상이
4장의 별도 주얼 케이스에 담긴 걸 다시
박스에 넣었으니 이 정도가 온전한 박스셋쯤?
2000년대를 맞이하고 의외의 인물이
박스셋을 만들어 나옵니다.
그것도 고급 지게~
그래도 진정한 에디션 이름을 달려면
이 정도 네임밸류는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베스트나 기획 에디션들이 아닌
전작을 담은 박스셋의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이 분이 그런 아쉬움 들을
한방에 날려줬지요.
이미 CD화된 전작을 다 가지고 있었다지만
이런 고급짐을 어찌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그 후로 3년..
결국 오리지널을 그대로 살린
완벽한 미니어처 박스셋이 나오게 됩니다.
(음원의 기술적 문제로 일부 알판에 대한 리콜 등
고난은 좀 있었지만...)
이분들이기에 가능한 기획이자
당당한 요구이기도 하지요.
이후엔 큰형님의 박스셋 재현도
참 의미깊습니다.
2010년, 국내 아티스트 박스셋의 정점은
당연한 분이 찍어버립니다.
(가요 카테고리 뷴류부터 잘못됐지만
우리의 자랑이기에 양해바랍니다.)
데카 시절의 모든 레코딩을 담은 호화로운 구성에
국보를 소개하는 글과 화보들만으로도
황홀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습니다.
분명 미니어처 구성이란 소문에 설렘도 컸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페이퍼 슬리브...
뭐, 이게 어딥니까?로 위로합니다.
(일일이 다 비닐을 재단하여 씌워줬습니다.
왜? 그녀는 소중하니깐...)
2012년엔
개인적으로 꼽는 우리 가요사 최고의 보컬리스트
전작 박스셋이 나오게 됩니다.
당연히 단품으로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어쩌겠습니까? 최고 보컬리스트의 박스셋인걸요.
또다시 지갑을 열수 밖에...
근데 아쉽게도 디자인적으로는
위 한대수님의 구성과 비슷하지만
겉 박스의 마감은 솔직히 많이 떨어집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
여기서 팁.
아시는 분이 의외로 적더군요.
1993년 나왔던 <다시부르기1>은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봄에 나온 서울음반반과 가을에 나온 킹레코드반,
이렇게 두 장에는 수록곡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박스셋에 들어간 버전은
당연히 서울음반의 초반 기준입니다.
이후에도 앤솔로지란 이름의 전작 박스셋
(2013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나왔지만
오리지널 아트워크가 아닌
기획 디자인이란 이유로
건너뛰게 됩니다. 동시에
개인적으로 이어오던 가요 박스셋 컬렉션도
멈추게 됩니다.
물리 매체의 위축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됐던 것이지요.
이후는 거대 아이돌의 이벤트 기획상품과
마니아,컬렉터층만을 겨냥한
한정수량 에디션 상품으로
시장은 나누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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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시장에 미니어처는
생각보다 빨리 왔었습니다.
그것도 거대 음반사가 아닌
소규모의 인디 레이블을 통해서~
2000년을 목전에 두고
정말 획기적인 시도들이었지요.
하지만 그 여정은 매우 짧았습니다.
원래 오리지널이 존재하지 않는,
즉, 새 앨범의 미니어처는 그리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습니다. 굳이 미니어처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냥 그들의
자기만족 정도? 결국 미니어처의 대상으로
인디뮤지션이라는 한계는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대상은 올디스로 옮겨지게 됩니다.
즉, 오리지널을 그대로 축소해 숨결을 불어넣는
미니어처의 정체성이 바로 서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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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그 시작은 단연 신중현 사단입니다.
수십 년이 지나면서 구축된
안드로메다 가격과 돈이 있어도 볼 수 없는
소문의 음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오리지널 마스터나 음질 등은
철저히 논외로 하겠습니다. 왜?
이 포스팅 제목부터 껍데기 이야기니까요~^^)
선택된 몇몇 음반은 LP로도 같이
복원이 됩니다.
그리고 저는 모든 발매작들을
빠짐없이 사주는 호갱이가 됩니다....
7~80년대 소문의 괴작들이 주를 이루지요.
지금 생각해도 참 고무적인 게,
껍데기를 미니어처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뭐, 올디스를 찾는 이들에게
음원 외에도 오리지널 아트위크에대한
회상 내지는 막연한 동경을 꿰뚫은
상술일 테지만 확실히 제작자들부터가
장사꾼 이전에 같은 마니아층의
컬렉터들이었기에 가능했겠지만요..
이미 나온 오랜 데뷔음반을 빼곤
아예 모든 음반들을
미니어처, 디지팩으로 고집하는
천상계 아티스트도 생겨납니다.
미니어처 껍데기로만 끝나지 않고
이 자그마한 사이즈 구성에도
아이디어들이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론 너무나 듣고 싶던
감격스러운 복원들을 만날땐 눈물이...
역시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처럼 우열의 가리기 힘든 전작을 두고
하나만 달랑 나왔다던가
이렇게 시리즈를 이어가는 걸 보노라면
또다른 동시대 밴드의 부제가
더욱 커 보이기도 하지요.
상대적으로 최근(응?)인 록 음반들도
이렇게 게이트폴드까지 완벽히 재현했다면
땡땡큐지만
색상의 이질감도 그렇고
없는 게이트폴드를 만들어 내는 건
참 아쉽습니다.
아무리 싱글 재킷보다야 폼 나더래도
오리지널의 왜곡은 왜곡인 것입니다.
또한,
시작은 거창했지만 그것으로만 끝나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아버리는 시리즈물은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미니어처의 열풍도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
소수의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했기에
이미 예견 된 수순일 수밖에 없었겠지만요...
이후엔 이런 미니어처+기획 박스셋으로
아쉬움을 달래지만
이처럼 곡도 반쪽, 아트워크도 엉뚱한 기획물들로
미니어처 명맥을 유지하다
이마저도 흐지부지, 우리 가요의
오리지널 미니어처화 재건 프로젝트는
대부분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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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전히 상상합니다.
이들의 음반이 오리지널 그대로
박스셋화 되어 내방 한켠에
자리하게 되는, 그런 꿈을...
350장의 컷과 4편이 이르는
방대한 시리즈를 마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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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LP 붐이 일어남과는 별개로
CD 시장은 이미 디지털 소스,
스트리밍에 밀려 서서히 소멸되어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고급화된 껍데기는
아이돌 팬들만을 타깃으로 하는
상품으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고
예전처럼 온전한 형태의 CD를 발매하는
국내 뮤지션들은 수는
현저히 줄어들어버렸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후대에 기록되어야 할 레코드들만 골라
멋진 껍데기를 두르고
재발매 해주길 바라지만
장사를 하여 수익을 내야 하는 음반사들에게
그런 짐을 몽땅 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시대의 흐름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본문의 마지막에도 언급했지만
만약 딱 한 명의 뮤지션, 그들의 음반을
LP 미니어처화한 박스셋으로 발매할 수 있다면
누구였으면 좋을까?
음악성, 지명도, 사회에 끼친 영향력은 기본이고
아티스트의 철학이 담긴 아트워크의 예술적 가치와
일정량 이상 발매한 라이브러리 등...
저는
<봄, 여름, 가을, 겨울>밖에 떠오르질 않더군요...
딱 한 번이라면, 여러분은
어떠한 뮤지션이었으면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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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한 컬렉션 이세요. 존경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