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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애트모스 구성, 채널수? 스피커급? 어느 쪽이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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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3-21 18:09:03

그럭저럭 긴 시간동안 이런저런 리뷰를 게재하다보니, 필자에게도 여러가지 문의가 들어오곤 합니다. 그래서 어제는 정리차 쪽지함과 메일 등을 살펴보자니, 개중에서 사운드 시스템 관련 질문으로 가장 많이 들어온 건 '돌비 애트모스를 구성할 때, 채널수가 많은 게 좋은가요 개별 스피커급이 높은 게 좋은가요'네요.

 

이에 대한 대답은 돌비 애트모스 초창기부터 대충 2020년까지와 vs 2020년 이후가 다릅니다. 결론만 말하면 2020년까지는 채널수가 많은 게 유리할 수도 있음이고 2020년 이후엔 스피커급이 올라갈 수록(= 더 넓은 대역을, 더 평탄하게, 더 확실하게 낼 수록) 좋다 입니다.

 


1.

대충 2014-2015년부터 태동한 돌비 애트모스(스튜디오 작업만 따지면 2013년도에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신약 임상 2상 시절 같은 그때는 논외로 치고) 포맷은, 과거에는 '높이 채널을 더하여 3차원 입체 사운드를 구현한다'라는 명제만 주어졌을 뿐 솔직히 작업자측에선 개념을 잡기 어려운 포맷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작측에서도 모니터링 가이드를 비롯한 물리 구현도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천장 채널을 추가하여 소리를 내라고 던져진 셈이라서요. 이런 천둥 벌거숭이 같은 상태로 내던져진 엔지니어들은 결국, 천장에서 가끔 '뿅뿅' 소리를 쏴주면서 재미있지? 신기하지? 하는 식의 애트모스 구현을 주로 선보이게 됩니다.

 

물론 시청측에서도 이걸 딱히 비난할 수는 없는 게, 사실 컨텐츠 제작측은 물론 AV앰프 제작측에서도 애트모스 같은 이머시브 포맷 렌더링에 대한 개념도 준비도 부족했기에 > 당장 이미 7채널로 감싼 지상 서라운드 대비 장점이라고 들려줄 게 저것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AV앰프의 이머시브 포맷 디코드/ DSP/ 렌더링에 필요한 프로세싱 자원 및 알고리즘 구성 노하우가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 그냥 천장에서 직접 쏘는 소리(주로 한정된 중역대 수준에 머무르는) 위주로 타이밍 안 늦게 할당하는 데도 허덕이는 실정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방향성이다보니, 이때의 애트모스 구현에선 개별 스피커 체급 Up에 따른 체감 Up 보다는 채널 증가에 따른 채널 Up이 더 의미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쉽게 말해서 오버헤드 스피커를 a. 실구현 대역이 아주 좁은 북쉘프나 실링형 스피커를 쓰건 b. 적어도 80Hz 아래도 구현하는 제대로 된 북쉘프나 더 체급 높은 스피커를 쓰건 > 그 차이가 미미하고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2.

다만 이 문제는 사실, 애트모스 이전 지상 서라운드 only 시기에도 그 양상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상황이 있긴 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지상 서라운드도 시기와 장르에 따라서, 리어/서라운드 채널의 기능을 오로지 '뒤에서 나는 효과음 출력기' 정도로만 여기는 믹싱 엔지니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채널을 다 같은 스피커로 두르라'는 조언 역시, 이런 컨텐츠를 재생할 땐 아무 의미없이 쭈그러들기 십상이었고요. 막말로 대출혈을 감수하고 프런트와 동일한 거대 톨보이를 리어에도 세워놔 봤자, 일하는 건 트위터에 잘해야 미드 유닛 정도고 우퍼 유닛은 숫제 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 사운드 믹싱의 기본 개념 자체는 출력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채널 동일 크기 원칙인데, 채널 할당 디자인 시에 리어/서라운드에 중고역 SE만 집중 배정하는 경우가 많고, 덩달아 서라운드 정보량 재현력이 현재보다 더 떨어지는 AV앰프들도 많다보니 > 그 결과 이런 차별 아닌 차별을 키웠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시청측에선 아예 역발상으로, a. 프런트 포함 모든 채널을 북쉘프나 큐브형 스피커로 두르고 b. 서브우퍼로 그 아래 대역을 보강하는 방식이 권장되기도 했습니다. 이러면 스피커의 낭비도 적고 예산도 세이브되는 경우가 많으며, 덤으로 큼직한 AV 스피커를 둘레둘레 두르기 어려운 공간(가족과 함께 하는 거실 등)에선 미관상으로 좋을 때도 있으니까요. 사실 이 방식은 2023년인 지금도, 그다지 크지 않은 공간(특히 골방 씨어터류)에선 충분히 권장할만 합니다. 

 

단지 이 방식은 결국 커버하는 공간의 스케일이 부풀 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고, 서브우퍼의 체급(특히 재생 대역)은 물론 서브우퍼 볼륨도 마음껏 울릴 수 있어야 제대로 커버가 되며, 끝으로 AV/ 하이파이 병행을 원하는 분들에겐 아무래도 마땅찮기는 합니다. 리어는 작아도 프런트는 아무래도 당당한 톨보이가 선호되며 & 스테레오 재생 시엔 그게 공간과 급이 맞는 경우도 많다보니.


3.

그런데 대략 2020년 이후부터 나오는 돌비 애트모스 컨텐츠들은,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특히 대작 애트모스 컨텐츠들은, 과거와 달리 사운드 스케일을 제대로 깔아주고 + 여기에 디테일의 양립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머시브 오디오의 역할이 단순히 천장에서 소리를 쏘는(혹은 그마저도 지상 서라운드에 묻혀서 잘 들리지도 않는) 게 아니라, 청취 공간을 제대로 사운드 돔으로 채우는 '스케일' 구현과 함께 (영화관 등에서 구현되기 어렵고 가정만의 강점에 가까운)'천장과 서라운드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들의 디테일'까지 함께 제대로 만들어 내는 컨텐츠가 많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리어/ 서라운드와 애트모스까지, 서문에 언급한대로 스피커급이 올라갈 수록(= 더 넓은 대역을, 더 평탄하게, 더 확실하게 낼 수록) 좋습니다. 급을 올려도 제대로 밥값을 하고 & 올리면 그 이상으로 스케일과 디테일을 양립한 애트모스/ 서라운드 사운드를 들려주는 컨텐츠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현장 엔지니어들의 노하우가 한창 무르익고 있다는 뜻이지요.

 

4.

> 하지만 급은 좀 낮아도 더 많은 채널로 채우면, 어차피 공간을 소리로 꽉 채우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할 수 있는데, 그건 이번엔 AV 앰프쪽의 부하를 부릅니다. 

 

간단히 말해서 핸들링 스피커의 수가 많을 수록, 멀티 채널 앰프의 소모 자원(파워 앰프 핸들링부터 프로세싱 능력까지)이 많아지면서 예기치 않은 에러나 버벅임을 초래할 수 있게 되고요. 또한 채널이 많아지면 사용자 입장에서도 스피커의 종류, 수준, 성향, 설치 위치 등의 변수가 많아지면서 > 물리적으로 모자라지 않는 적절한 사운드 공간(괜히 넘쳐서 어거지로 깎는 경우 포함)을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 단지 그렇다 해서 자신이 마련한 공간에 어느 수준의 채널과 스피커 급이 맞느냐, 고 묻는다면 그건 다소 무책임하지만 필자도 답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우선 그 공간을 직접 봐야 알 수 있기도 하지만, 필자가 세상 모든 스피커를 다 써본 것도 아니니까요.

 

대신 채널과 스피커 클래스의 황금비를 찾을 때 세우기 쉬운 기준을 하나 댄다면, 그것은 '가용 예산'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선 가용 예산을 정하고, 그 예산 내에서 스피커를 고른다면 > 잘게 쪼개서 여러 채널을 만드는 게 아니라, 큰 덩어리로 쪼개서 구성하란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시쳇말로 스테이크도 두꺼운 게 맛있듯이요.

 

더불어 AV용으로 쓰는 스피커는 (되도록 넓은 대역을 되도록 평탄하게 내줄 수 있는) 이른바 모니터링 성향의 스피커를 권합니다. AV는 소스 사운드 그 자체에서 이미 어마무시한 양념과 효과가 들어간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운드의 결정체라서, 출력단에서까지 착색이나 왜곡을 시키면 말그대로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 쉽습니다. 또한 멀티 채널은 당연히 스피커의 개별 착색이나 왜곡을 사용자가 물리 컨트롤하기 쉽지 않기도 하고.


5.

요약하면 결국, 자신의 시스템에서 애트모스를 구성하는 채널수와 스피커급을 구상할 때는 > 아래의 사고 과정을 거치길 권합니다.


  • 공간 확정
  • 예산 확정
  • 전 채널 스피커 총액은 최소 전체 예산의 50% or 앰프의 약 2배 예산을 할당
  • 스피커는 모니터링 성향을 권장하며, 모든 채널이 같은 스피커라면 더 좋음

(여의치 않다면, 지상/ 천장으로 나눠서 각각 다 같이 통일)

 

이런 조건을 걸고 채널수를 정하면, 마치 방정식의 해가 하나만 남는 식이니 채널수를 정하기가 조금은 용이해질 것입니다. 곤란한 경우는 글쎄, 예산 무제한인 대부호 정도? 대부호라서 아낌없이 돈을 쓸 수 있으면, 우선 공간과 앰프에 적절하다 판단하는 숫자만큼의 채널을 시뮬레이션이든 인스톨러 등의 조언이든을 받아 확정한 뒤에 스피커 체급을 정하는 게 좋겠지요.

 


https://dprime.kr/g2/bbs/board.php?bo_table=hometheater&wr_id=378551

이전에 필자는 위와 같은 게시물을 게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영화관이 가정보다 유리한 점에 대해 아래 사항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관은 부지 선정 or 건물 선정 > 공간 설계 > (필요할 경우)건축 or 구조 변경 > 오직 상영에 적합한 내장 인테리어 > 시스템 선정 > 배치 및 설치 > 세부 설정 > 적합한 운용이 따라오지만

vs

홈씨어터는 대개... 다 뛰어넘고 (특히 한국에선)아파트 환경 > (잘 해봐야)내장 인테리어 > 시스템 선정 > 운용(최악은 볼륨 낮춰, 섭 꺼!) 정도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

 

다만 가정, 즉 홈씨어터가 극장보다 유리한 점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영화관은 어떤 설계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아주 거대한 프런트 스피커들에 비해 vs 리어 및 오버헤드는 작게 촘촘하게 여러 방면에서 박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연히도 이래야 수많은 관객이 어디에 앉더라도, 서라운드/애트모스 같은 소리를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고요.

 

이에 비해 가정에서는, 공간을 마련하여 거기에 적절하게 모든 채널을 북쉘프로 통일하든 아니면 톨보이로 통일하든 사용자가 마음대로 레이아웃을 짤 수 있습니다. 물론 적절한 지식과 경험이 동반되어야 하긴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렇게 사운드 공간 통일성과 적절성을 함께 갖춰 구상할 경우, 현재의 우수한 돌비 애트모스 컨텐츠들은 그런 사용자의 배려에 신나게 보답해줄 역량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홈씨어터 애트모스 유저 여러분, 홈씨어터 돌비 애트모스는 시네마를 넘을 수 있습니다. 단지 과거에는 컨텐츠가 의미가 없어서 채널수로라도 대충 커버해야 했지만, 이제는 적절한 채널수에 적절한 스피커 클래스로 모든 채널을 동일하게 두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홈씨어터 유저들이여, 영화관을 이기러 나아가 보십시다.

님의 서명
無錢生苦 有錢生樂
10
Comments
2
2023-03-21 13:37:02

모든 홈씨어터 유저들이여, 영화관을 이기러 나아가 보십시다.

(우와~~~ 돌격앞으로~~~~)

 

 

......대장님, 군자금이 부족합니다~~~~~ 

1
2023-03-21 14:15:20

ㅎ 예전에 제가 왕십리 극장에서 고질라 ( 가렛 에드워즈 ) 를 디지털 전야제로 본적 있는데 ㅎ 진짜 음압이 너무 쎄다고 할까
거기다 고질라 의 포효소리 마저 모기소리만 하고 무토가 내는 음향도 집의 홈씨어터 ( 7.1.4 ) 로 dts hd ma 7.1 채널로 들을때 진짜 포효소리의 고역대 의 음이 아주 잘 들리더군요 거기에 무토의 저음 자체도 아주 끝내 주더군요
극장에서 들었던 음질 과는 너무 차이나서 이젠 두번다시 극장을 안갑니다
갈 이유가 없네요

2023-03-21 14:58:17

많이 궁금하던 부분인데 트렌드(?)의 변화 설명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내용 감사합니다.

이제는 극장에서 즐긴 작품을 타이틀 발매후 집에서도 극장에 꿀리지않게 즐기니
두 배로 즐거워져서 더욱 행복해졌습니다.

2023-03-21 15:02:48

애트모스 초기부터 즐겨왔는데 이번에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본 글에서 많은 부분을 공감하겠네요. 

가정에서 극장을 넘어설수 있다에 손 들어줍니다

2023-03-21 16:46:14

동감합니다.전 dvd시절부터 프론트에 비해 너무작고 급이떨어지는 서라운드를 쓰는것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는데 다들 그리쓰니 제가 유별난 사람되더군요.
애트모스로 오면서 적어도 지상채널은 급을 맞추는 추세라 무척이나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생각하기에도 천장스피커도 시원찮은데 서라운드까지 열악하면 제대로된 소리가 날것 같지않은거죠.

2023-03-21 18:25:25

이동 중에 글을 보는데, 집에가서 각잡고 꼼꼼히 읽어야할거 같아서

선추천/스크랩 후 정독합니다 ㅎㅎ


2023-03-22 06:25:04

깃발을 들고 흔드시는데
제가 다 떨립니다

2023-03-22 14:04:34
2023-03-23 16:21:53

도망가고 싶은데... 끝까지 읽게되고,

자꾸 자꾸 눈에 아른거려...

나쁜사람..

2023-04-22 17:49:2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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