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게] 첫 머리 올린날
첫 필드 라운딩을 나가시는 지우사랑님의 두근 두근 설레임과 걱정이 가득한 글을 보니 2005년도에 처음 필드를 나갔을때가 떠오르네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를 좋아하고 중계도 많이 보다보니 골프의 왠만한 룰은 다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골프를 쳐본적이 한번도 없었더랬습니다.
미국으로 주재원을 나가게 되었고, 부임전에 레슨을 받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 그때 첫 아이가 막 태어난 상태이기도 하고 업무도 엄청나게 바쁜때라 레슨을 받을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제 관련 업무로는 1호 주재원으로 나가서 일단 재택 근무를 하면서 일을 하기도 했고, 할일이 너무 많아서 미국에서도 첫해는 골프를 칠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2년차에 주재원들도 여러명 있고, 현재 채용된 직원들도 있는 지역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골프를 치는 멤버들이 3명이 있었습니다. 2명은 시작한지 반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열의가 넘치는 상황이었고, 80대 중반을 치시는 부장님은 아내분이 멀리 동부에서 학교를 다니고 계시다보니, 방학을 제외하고는 시간이 많으시다보니 주말에 직원들 데리고 골프를 가르치고 치시는게 인생의 낙이셨던 분이었습니다.
한명만 더 있으면 딱이다보니, 멤버를 물색하던차에 제가 골프를 포함한 여러 스포츠들에 관심을 가진걸 파악한 3명이 저를 골프멤버로 영입하기 위해서, 사무실에 옮긴지 몇주 되지 않는 5월중순 금요일에 업무를 3시쯤에 마치고 팀 활동을 한다고 하더니, 저를 데리고 근처 골프장으로 가더군요.
청바지에 그냥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 날인데, 미국에서는 괜찮다고 하시면서요.
전 드라이빙 레인지를 가는줄 알았는데, 도착하니 미리 가져온, 부장님이 예전에 쓰던 골프채와 골프 장갑을 주더니 함께 라운딩을 하자고 하네요. 한번도 쳐본적이 없다고 하니, 그립을 어떻게 잡는지 대략 어떻게 스윙하는지만 알려주고 티박스에 올려버리네요.
당연히 헛스윙도 많았고 초보가 할수 있는 실수들을 다 하면서 공도 많이 잃어버렸지만,
골프 중계를 많이 보기도 했고, 운동 신경이 나름 있는 편이어서 그런지, 첨 골프를 치는 사람치고는 제대로 날린 샷도 몇개 있고 운좋게 숏게임도 잘된 홀들이 있어서, 파3홀에서 2번이나 파를 할뻔 했더랬습니다
골프 멤버의 대장이신 부장님께 골프에 감각이 있다는 감언이설을 펴시면서 유혹하셨고, 저도 재미를 느껴서 그 뒤로 한달에 평균 2번 정도 라운딩을 함께 나가게 되었네요.
당시에 미국본사에는 주재원들에게 골프채를 싸게 구입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저도 그분을 통해서 골프채도 테일러 메이드 신상으로 장만을 했구요.
미국와서 둘째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레슨을 받을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부장님을 사부로 모시고 필드 레슨을 계속 한셈이 되었는데요.
워낙히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을 잘해주시는 분이라 큰 도움이 되었는데 초보들하고 계속 치시니 부장님 실력은 자꾸 떨어지고, 저랑 다른 초보들은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이 벌어지더군요.
허리 디스크가 생겨서 더 이상 골프를 칠수가 없을때까지 거의 3년 정도는 열심히 골프를 쳤고, 당시에 가끔 90대를 치는 수준까지는 올라갔던걸로 기억합니다.
스코어와 상관없이 초보 3명의 실력이 비슷하기도 하고 케미도 좋아서 즐겁게 골프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아이들이 어려서 늘 토요일 새벽 일찍 치고 집에 와서는 피곤한 기색도 내지 못하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집안일을 도와줬어야 했구요.
당시에는 요즘처럼 유투브나 티비에서 골프 레슨 영상을 찾아볼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지금 돌아보면 무리를 해서 레슨을 받았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면 시행착오를 훨씬 많이 줄이고 실력도 더 빨리 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내일은 오랜만에 첨 쳐보는 분들과 포섬을 만들어서, 작년에 퍼팅신이 강림해서 버디를 3개 잡았다고 후기를 남겼던, 이동네에서 유명한 골프장중 하나인 위싱턴 내셔날 골프 코스에서 라운딩을 하는데 괜히 두근거려 지네요.
작년에 같은 코스에서 두번을 쳤는데, 티샷이 완전히 흔들리면서 104타를 친적도 있고, 버디 3개를 잡고도 92타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내일은 92타보다 한타라도 줄일수 있었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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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입소 안하고 바로 총잡고 전쟁터로 가셨군요
즐거운 라운딩 후기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