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게] 캐디의 중요성
한국이 골프 비시즌이니 저만 자꾸 글을 올리게 되네요.
캐디도 없는 미국에서 골프를 치면서 무슨 캐디 타령인가 싶으실텐데요
지난 일요일에 집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Auburn Golf Course라는 처음 가보는 골프장을 갔더랬습니다.
아는 지인 2분과 중국인 한명 4명이서 쳤는데요.
지인중 한명은 이 골프장에서 몇번 라운딩을 해봤었고, 한분은 5년전에 한번 쳐봐서 기억이 전혀 안난다고 하고, 중국인은 여러번 쳐봤지만 골프 시작한지 6개월차.
휴대폰 앱으로 대충 어떻게 생긴 홀인지는 매번 확인을 했지만, 몇번 라운딩을 해본 지인도 조언을 친절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후기도 올렸던, 지난 연말 라스베가스에서 만난 회원권을 가진 할아버지의 조언과 비교해보면, 아마도 한국에서 경험많고 좋은 캐디와 초자 캐디의 차이가 이렇지 않을까 상상이 되더군요.
겨울인데도 배수도 잘되고 특히 그린 관리가 잘되어서 있다보니 비가 많이 오는 겨울에 쳐본 골프장 중에서는 가장 그린이 빠른 골프장중 하나였습니다. 그린에 언듈레이션도 많아서 숏게임과 퍼팅 실력이 스코어를 좌우하는 재밌는 골프 코스였습니다. 거리도 파 71인데 블루티는 6,300야드, 화이트도 6천 야드를 넘겨서 집중을 하면서 쳤어야 했습니다.
난이도와 스코어랑 상관없이 드라이버 티샷을 딱 하나만 미스하고 나머지는 페어웨이 혹은 충분히 공략이 가능한 러프에 떨어질 정도로, 골프 시작한 이후에 가장 드라이버를 잘 친날이어서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역시 초보는 드라이버가 잘 맞아야 기분이 좋아지는것 같습니다.
세컨샷은 일부 좀 흔들렸지만 파3 아이언/하이브리드 티샷도 하나만 빼고 다 한번에 올렸네요. 하루 전인 토요일에는 마치 첨 필드에 나온 사람처럼 한개 빼고 모든 티샷이 폭망을 했었는데 하루만에 딴 사람으로 변신한 느낌이었습니다.
첨 2개 사진들처럼 10번 홀까지는 그린은 매홀 쉽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페어웨이는 넓고 평평한 편이었는데, 마지막 사진 왼쪽에 있는 11번 홀부터는 오르막 내리막도 심하고 좌우 폭도 좁고 OB까지 있는 홀들이 여러개 있다보니 한국에 계시다가 방학때만 미국에 오시는 분 말씀에 따르면 마치 한국 골프장 같다고 하시더군요.
캐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까다로왔던 후반 5개 홀에서 샷 자체는 제 기준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스코어가 폭망했기 때문입니다.
아주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주셨는데 간혹 정확하게 알려주시지 않으셔서 왕창 스코어를 까먹었더랬습니다.
앱으로 꼼꼼하게 확인을 하지 못한 제 잘못이 크지만... 내기를 안했으니 망정이지, 내기를 했었으면 알려주신 분께 속으로 원망을 할뻔 했더랬습니다.
좋은 캐디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11번홀.
쭉 이어진 오르막으로 왼쪽으로 티샷을 날려야지 세컨샷 공략이 쉽다고 알려줘서 왼쪽을 겨냥했는데 이날 가장 잘 친 티샷이 나왔습니다.
오잘공이라고 박수까지 받고 신나서 올라갔더니, 알려주지 않으신 바위 하나와 작은 돌들이 자리잡은 자그마한 해저드가 있네요. 헐...
하필이면 제 공은 바위와 돌사이에 끼어 있어서, 괜히 치다가 클럽을 망칠것 같아서 벌타를 먹었습니다. 갑자기 흔들린 멘탈. 서드샷은 짧고 이날 한번도 안했던 어이 없는 칩샷 실수까지 나오면서 5온을 하면서 후반 첫 트리플. 불길한 징조의 시작이었습니다.
11번 홀의 여파인지, 12번홀에서 티샷을 그리고 13번 홀에서는 세컨샷을 제대로 머리를 때리면서 연속 더블후에 상심한 상태로 마주한 파3 14홀.
사진에 보이는것처럼 전체적으로 우에서 좌로 경사가 흐르는 홀이었습니다. 핀이 왼쪽 앞에 꽂혀 있었지만 무조건 오른쪽으로 짧게 공략했어야 하는데 가운데 보고 쳐도 된다고 알려주시네요. 이날 유일하게 파3 아이언 티샷은 실패를 했지만 50도 웨지로 친 세컨샷은 그린 한가운데로 잘 갔는데 예상보다 더 가파른 이단 그린 경사면에 떨어지면서 공이 하염없이 왼쪽으로 확 흘러가 버렸네요. 칩샷은 나름 잘했지만 투펏. 결국 더블.
335야드의 짧은 홀이지만 완전 내리막에 오른쪽으로 꺽여 그린이 보이지 않는 홀.
슬라이스를 적절하게 내면 홀 근처까지 가서 칩샷으로 공략이 가능하다고 알려주시네요. 평소에는 티샷 콘트롤이 전혀 안되는데 이날은 원하는대로 슬라이스를 내어서 핸디를 속이는게 아니냐는 이야기 까지 들었는데, 막상 내려가보니 말씀하신 만큼 꺽여진 홀이 아니고 무려 OB 말뚝이 하얀 미소를 보이면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OB가 있는줄 알았다면 이날 나름 잘맞은 하이브리드나 아이언으로 안전하게 툭 쳤으면 되었는데... 그린도 어려웠는데 다행히 숏게임이 도와주서 더블로 선방.
가장 멘붕이 왔던 물건너 친 파3홀. 가장 먼 위치에 그것도 호수에 가까운 사악한 위치에 핀을 꽂아두어서 오른쪽으로 안전하게 공략을 해라고 알려주신대로 쳤는데, 말씀해 주신 위치보다는 좀 더 오른쪽이지만 원온 성공.
오르막, 내리막 그리고 또 오르막인 아주 길고 까다로운 퍼팅이지만, 그린 스피드를 몰라서 4펏을 했던 1홀을 제외하고는 롱펏은 실패를 하지 않아서 잘 붙여서 파 아님 적어도 보기는 하겠다 싶었는데, 핀 근처 그린이 왼쪽으로 경사가 그렇게 심한줄은 몰랐네요. 미리 좀 알려주시지.. ㅠㅠ
방향은 잘 읽었고 퍼팅의 출발도 딱 원하는대로 갔는데 힘이 부족해서 두번째 오르막에서 왼쪽으로 흐르더니 슬금 슬금 계속 내려가더니 결국에 호수에 퐁당. 버디 퍼팅을 호수로 빠트릴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멘붕이 와서 양파.
마지막 홀, 왼쪽에 호수가 있었지만 운좋게 티샷이 오른쪽으로 잘 가면서 거리까지 잘 나와 딱 100야드가 남네요.
오늘 전체적으로 감이 괜찮았던 웨지로 공략을 할수가 있었는데, 핀도 그린 오른쪽 가장 자리에 위치했고 가장 그린이 쉬운 홀이라고 하네요.
일부러 핀 오른쪽을 공략을 했는데 적당히 디봇을 내고 본대로 날라가네요. 컨택도 좋고 거리도 딱 맞게 날라가길래, 오늘도 버디를 하나 할수 있나 싶어 기대를 했는데, 그린 엣지에 맞더니 바운스가 이상하게 오른쪽으로 튀더니 공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네요.
이게 뭐지 싶어서 그린에 가보니 페어웨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그라스 벙커가 숨어 있었고 하필이면 자세가 안나오게 만드는 요상한 위치에 깊은 디봇안에서 공이 자리잡고 있네요. 칩샷이 넘 길어 그린 반대쪽 끝까지 가버리면서 결국 스리펏 더블.
첨 와보는 골프장의 빠른 그린 스피드를 모르고 터무니 없이 많이 굴러간 칩샷에 4펏으로 트리플을 했던 1번홀을 제외하면 파 2개, 보기 6개로 전반 9오버로 완전 선방을 했는데, 후반에는 캐디의 중요성을 제대로 실감하면서 결국 18오버, 총 27오버로 98타로 끝냈습니다.
제가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공짜 앱인 18Birdies는 그린의 경사는 표시가 되지 않는데, 다른 앱을 바꾸던지 저렴한 골프 와치라도 하나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더군요. 문제는 샷인데 말이죠 ㅎㅎㅎ
오늘 정도의 샷감이었으면 평소에 제가 종종 가는 짧고 그린이 평이한 골프장에 갔었으면 무조건 라베를 기록하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지만 거의 큰 미스가 없었던 티샷과 그럭 저럭 친 세컨샷에 만족한 하루였고, 앞으로도 샷감이 이날 처럼만 되면, 안그래도 재밌는 골프가 정말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싶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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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평생 한 번도 안 쳐 봤는데, 어쩌다 티비 돌리다 대회 같은 것 나오면 잠깐씩 호기심에 보기도 합니다. 근데 사소한 것이지만 항상 궁금한 것이 있는데, 처음에 (드라이버샷인가요?, 티샷인가?, 암튼) 장타로 치면서 시작을 하게 되는데, 작은 골프공이 그 멀리 날아가서 어디에 떨어지는지 보이나요? 공이 하늘쪽으로 뜨면 크기, 색깔 때문에 더 안 보일 것 같은데 말이죠. 티비 화면에서도 따로 그래픽 처리를 안 해 주면 전혀 안 보이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