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게] 뒤늦은 라스베가스 골프 라운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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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1-05 04:00:01
징계를 받아서 게시판 활동 20일 정지에 묶여 있는 바람에, 뒤늦게 라스베가스에 있는 Bear's Best라는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고 써 놓았던 후기를 남겨봅니다.
먼저 사진부터 올립니다.
잔디에서 칠수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입니다. 전 절대 그럴일이 없지만 300야드를 훌쩍 넘게 쳐도 괜찮겠더군요.
1번 홀인데 티샷에 떨어지는 지역이 좁은데 왼쪽은 호수, 오른쪽은 집이 있어서 OB라서 참 까다로운 홀이었습니다.
아주 까다로운 위치에 홀이 있었던 18번홀인데, 사진을 확대해보시면 1미터 거리에 붙은 제 공이 보입니다. 저렇게 잘쳐놓고는 3펏을 해서 보기를 했어요.
겨울이지만 페어웨이 관리도 잘되어 있더군요. 캐디역할을 하지 않고 열심히 휴대폰만 보고 있는 아들 녀석이 찍혔네요. 시간이 넘 길게 걸려서 라운딩을 하기가 싫다고 하네요.
잔디가 있는곳과 없는 곳의 구분이 확실히 되는 골프장
300야드 드라이브샷을 몇번이나 날린 루크라는 친구. 저렇게 치면 정말 재밌겠더군요.
저멀리 라스베가스 스트립이 보입니다.
몇개홀은 집이 가까와서 훅이나 슬라이스가 크게 나면 유리창을 깨겠더군요. 집들이 다들 크고 현대식이라 꽤나 비쌀듯 싶어서 긴장을 하고 쳤더랬습니다.
캐리로 240야드 이상을 날릴수 있으면 왼쪽 벙커쪽으로 쏘면 세컨샷이 아주 쉬운데 ㅠㅠ
12월에는 4시반에 해가 지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그림자가 길어지네요.
검은 모래가 있는 벙커에 포위된 파3홀.
라스베가스는 여름은 너무 더워서 3~4월, 10~11월이 가장 골프치기 좋을때라고 하네요. 이때 오면 훨씬 잔디 상태가 좋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충분히 좋았는데 말이죠. ^^
이전글에서 원래 캘리포니아 칼스바드에서 2번 그리고 라스베가스 근교에 있는 Paiute Wolf코스에서 1번을 칠 계획이라고 했는데, 저는 운좋게 이동할수 있었지만 12월에 미국에 닥친 한파로 인한 항공편 취소와 개인 사정이 겹치면서 저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골프를 치기로 했던 2가족이 여행 자체를 취소를 해야 했고, 결국 저도 여행 일정을 확 바꾸면서 라스베가스에 있는 다른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번 밖에 못했었네요.
골프장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잭니클라우스가 설계했다는 Bear's Best라는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습니다.
https://www.invitedclubs.com/ clubs/bear-s-best-las-vegas 굿딜을 잡아서 전동 카드 포함, 무제한 연습공 제공인데 91불이라는 아주 착한 가격에 즐겁게 골프를 칠수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주말이라 제가 쳤던 11시 타임은 요맘때면 $249이고 가장 비쌀 시즌은 $300불이 넘는데 완전 굿딜이었습니다. 라스베가스는 골프장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택스가 붙지 않아서 딱 91불만 내도 되더군요.
다만 대학생이 되고 집에 첨으로 온 아들 녀석한테 같이 치자고 했는데 거절을 당해서 카트라도 운전하고 클럽이라도 꺼내달라고 꼬셔서 함께 갔는데, 카트 타는 비용으로만 $50불 냈습니다. 그냥 41불 더내고 같이 치지....
초행길이고 공짜 연습볼을 주니 연습을 하고 치자라고 생각해서 좀 일찍 출발을 했더니 2시간 전에 도착했는데요. 확실히 몸을 충분히 풀고 각종 샷의 감을 잡고 나서 라운딩을 하니, 확실히 전체적으로 샷이 좋아지더군요. 특히 초반 몇홀에서 황당한 샷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여기 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할아버지,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를 3주동안 돌면서 골프 여행을 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알래스카주 출신, 오레곤주 인텔에 근무한다는, 라베가 6언더라는 30대, 이렇게 4명이서 라운딩을 했습니다.
우연히도 모두 한국에 가본적이 있고 한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분들이라, 자기들 샷이 만족스럽지 않을때는 Fxxx과 Sxxx이 난무했지만 전체적으로 리액션과 매너가 좋은 분들이라 즐기면서 편안한 라운딩을 할수 있었습니다.
회원권을 가진, 아내가 중국분이라는 할아버지는 한국, 중국, 일본 사람 구분이 아직도 어렵다면서 저한테 중국사람이냐고 물어본걸 제외하면 정말 유쾌하고 친절한 분이였는데 마치 전용 캐디를 둔것처럼 코스 공략법을 상세하게 알려주셔서 첨 가본 골프장인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첫홀이었던 10번홀에서, 티샷이 정말 좋았는데 여기서는 평소보다 2클럽 정도 작게 잡아야지 원래 제가 치던 거리가 나간다는 사실을 깜박해서 제대로 맞은 세컨이 그린을 넘어서 벙커에 빠졌더랬습니다. 벙커와 홀사이에 공간이 크게 없고 완전 내리막 경계에 홀컵이 위치해서 안그래도 벙커샷에 자신이 없어서 고민중이었는데, 이 벙커는 퍼터로 쳐도 나올수 있다라고 퍼팅 방법, 방향, 거리까지 조언을 해줬는데 그대로 하니 바로 붙여서 파로 시작할수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없었으면 최소 더블을 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알래스카는 워낙 북쪽에 위치하다보니 일년에 길어야 4개월밖에 골프를 칠수가 없는데, 골프에 진심인 이 친구는 여름에는 새벽 4시에 해가 뜨고 새벽 1시에 해가 지기 때문에 올해도 하루에 72홀까지 쳐봤다고 하더군요. 겨울이면 주로 실내 골프장에서 연습을 하다가 연말이면 남쪽으로 와서 3주정도 골프만 열심히 치고 간다는데, 저와 칠때가 라스베가스에서 4번째 라운딩인데 이전의 세곳 골프장도 정말 좋은곳에서만 쳤더군요. 이 친구는 골프를 치기 위해서 돈을 버는 사람 같았습니다. 알바트로스는 2번이나 해봤는데 홀인원은 한번도 못했다더니, 이날 2cm차이로 홀인원을 놓쳤습니다. 저도 첨으로 홀인원을 목격할뻔 했네요.
30대 친구는 제가 지금까지 직접 쳐본 사람중에 제일 멀리 그리고 잘 치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학교까지 골프팀에 있었다고 하고, 원래는 풀백티에서 치는데, 오늘 나머지 3명이 화이트에서 친다고 하니 자기도 화이트에서 쳐도 괜찮다고 하더니, 파5에서도 2번이나 2온을 하고, 파4에서도 1온도 한번 하고, 나머지 홀도 거의 웨지거리도 남기더군요. 초반 몇개 홀에서 평소보다 거리가 더 나가는 바람에 티샷이 죽거나 어려운곳에 떨어져서 좀 헤메더니 감을 잡고는 결국에는 버디를 6개 잡아서 이븐으로 끝냈는데, 거의 모든 클럽에서 저보다 30야드 이상 더 나가더군요.
저도 겨울이면 늘 비가 오다보니 잔디도 젖어있고 공기중에도 습기가 많은 위싱턴주에 치다가 건조한 네바다주로 오니 평소보다 2~30야드 이상 드라이버가 더 나갔는데도 저보다 50~60야드 이상 더 보고 하이브리드로 쳐도 제 드라이버보다 더 나가니 기가 팍 죽더군요.
역시 어려운 골프장은 벙커의 숫자도 많고 위치와 난이도가 어렵고, 속도도 빠른데 평평한 그린이 없어서 퍼팅이 어렵네요. 특히 짧은 퍼팅이 평소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10번홀부터 시작했는데, 첫 9개홀 모두 벙커에 한번 이상 빠졌고 벙커도 색깔이 밝고 가벼운 모래와 색깔이 짙고 무거운 모래 2 종류가 있다보니 평소보다 훨씬 벙커샷을 잘했음에도 스코어를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사막 지역이다 보니, 티샷이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면 러프도 아닌 맨땅에서 샷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어렵더군요. 잔잔한 돌들도 많아서 아이언에 생채기가 많이 났습니다.
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티샷이 올해중에 가장 좋았음에도 벙커와 퍼팅에 발목이 계속 잡혀서 전반 9홀에서 16오버를 쳐서 망했다 싶었는데, 다행히 후반에는 운이 따르면서 벙커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고 그린 스피드에 좀 익숙해지면서 8오버로 선방을 해서 96타로 라운딩을 끝냈습니다.
어려운 골프장에서 쳤다고 집으로 돌아와서 지난주에 평소에 가던 골프장에 갔더니 황당한 실수를 몇차례 했음에도 오랜만에 80대 타수를 쳤네요. 이 기운이 새해에도 쭈욱 이어졌음 합니다.
좋은 골프장에서 치니 어렵지만 정말 재밌네요. 상상력을 많이 동원해야 하고 모든 샷에 집중을 해야 하고, 어떻게 코스 매니지를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꼈습니다.
라스베가스를 가보니 정말 좋은 골프장이 많더군요. 다음에는 꼭 마음 맞는 사람들과 와서 이번에 가보지 못한 골프장에서 꼭 쳐볼수 있었음 싶고, 은퇴하면 겨울마다 이곳으로 골프 여행을 올수 있도록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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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날씨가..;; 눈올까봐 무서워서 못간 제 자신이 바보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