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캐치 프레이즈-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2019년에 마침내 풀렸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던졌던 이 영화가 가진 클래식함- 세월과 무관하게 계속 사랑받는 마스터피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을 의미하는- 은, 2022년인 지금도 여전히 그 빛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뿐 아니라 프랑스의 디스크 제작사 조커스 필름도 그렇게 생각한 듯, 그들은 개봉한지 19년이 지난 이 한국 영화를 올해 프랑스 로컬 4K UltraHD Blu-ray(이하 UBD)로 발매했습니다. 본 리뷰는 그에 대한 추억입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SDR (10비트/ BT.709)

영상스펙 2160/24P(HEVC)/ 화면비 1.85:1/ 비트레이트 79.984 Mbps

최고 품질 사운드: DTS-HD MA(24/48) 5.1ch

자막 프랑스어, 프랑스어 음성용 프랑스어 (Off 여부는 하단 상세 설명 참조)

* UBD 한국어 자막 수록 판본 없음

* 패키지 내 BD는 코드프리 디스크/ UBD는 지역코드 없음

본 UBD는 4K 해상도이되 다이나믹 레인지와 색역은 일반적인 Blu-ray(이하 BD)와 동일한 SDR/ BT.709 수록입니다. 다만 비트 뎁스는 UBD 스펙인 10비트이며 수록 비트레이트는 80Mbps에 육박하는 수준이라, 본편 순용량도 82G에 달합니다.

한편 디스크별 자막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BD: 디스크 메뉴(탑/ 팝업)에 자막 Off 항목이 있으며, 한국어 음성에서도 자막 Off 가능

...UBD: 디스크 메뉴에 자막 Off 항목이 없으나, 리모컨 자막 버튼을 눌러 보면 Off/ 프랑스어/ 프랑스어 음성용 프랑스어 3종이 나옴. 하지만 한국어 음성 상태에선 Off/ 프랑스어 음성용 프랑스어 자막은 선택해도 디스크 자체 블락으로 인해 구현되지 않음.(= 디스크 락 해제 상태에서 플레이하면 Off 가능)

- 서플 사항

프랑스 발매 살인의 추억 UBD의 서플리먼트는, 오디오 코멘터리(1종)을 포함 모두 패키지 동봉 Blu-ray(이하 BD)에만 수록되었습니다.

오디오 코멘터리: 봉 준호 감독/ 배우들(김 상경, 박 노식, 송 강호) 출연 * 정발판 BD와 동일
Memories: Retour sur les lieux du crime (1시간 3분 16초)

: 봉 준호 감독 및 배우들/ 스태프들의 개별 인터뷰, 2017년 촬영

Bong Sound (14분, DTS 2.0ch 스펙)

: 상암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사운드 엔지니어 인터뷰

정발판 BD는 물론 작년에 발매된 크라이테리온 BD가 자랑하는 풍부한 서플리먼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인터뷰 서플이 담은 내용들이 풍성해서 충분히 일감할만 합니다.

다만 참고로 해외 매체 인터뷰라 중간중간 영어 발언이 섞이며 프랑스어 자막 외에 다른 자막이 지원되지 않지만, 회화 난이도는 대충... 한국에서(만) 영어 교육 받은 사람이라도, 자막 없다고 못 알아들을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 영상 퀄리티

[참고 1] 본 리뷰에는 발매사인 프랑스 조커스 필름의 스크린 샷 게재 허가를 받아, UBD 스크린 샷을 첨부합니다. 스펙 항목에 기술한대로 본 UBD는 SDR 영상을 담고 있는 관계로, 별도의 HDR 맵핑 스크린 샷은 없습니다.

[참고 2] 한국 발매판(CJ 엔터) BD 및 북미 발매판(크라이테리온, 2021 발매) BD와 비교를 원하실 경우에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https://caps-a-holic.com/c.php?d1=12174&d2=15780&c=4794

[참고 3] 아래 모든 이미지들은 클릭하면 3840*2160의 오리지널 해상도로 확대됩니다. 페이지 뷰잉용으로 작게 리사이징 된 이미지에 비해 세부적인 차이를 확인하기 쉬우므로, 정밀한 비교를 원하는 분들은 확대해서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일단 이번 프랑스판 살인의 추억 UBD가 가진 특성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마스터는 기발매된 유럽판/ 크라이테리온판 BD에도 사용된, 4K 스캔/리마스터링 판본과 동일
해당 마스터를 4K 해상도 그대로 수록하되, 다이나믹 레인지는 SDR/ 색역은 BT.709로 BD와 동일
같은 마스터를 사용한 유럽판/ 크라이테리온판 BD와는, 밝기 및 색감이 다소 달라짐

앞서 링크한 외부 사이트를 통해 스크린 샷 비교를 해보면 쉽게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이 프랑스판 UBD의 영상은 a. 색감의 핸들링 경향 자체는 유럽/크라이테리온판 BD와 동일하되 b. 기발매된 구미 BD들과 비교하면 그보다 영상이 좀 더 밝아지고, 색감도 약간 정발 BD 쪽과 유사하게 손질해 놨습니다.

동사가 같은 날 발매한 JSA UBD가 동일한 마스터 사용판(= 한국 정식 발매 JSA BD)과 밝기 및 색감을 동일하게 유지했기에, 살인의 추억 UBD에 이런 변경이 가해진 걸 인지하고선 내심 다소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네요.

동시에 4K 리마스터한 마스터의 해상도를 그대로 & 10비트에 80Mbps 가량의 비트레이트로 뿌리면서, 비로소 스캔한 마스터가 머금은 필름 본연의 맛도 최대한 즐길 수 있습니다. 그 미세 디테일 표현력/ 필름 그레인 재현도/ 잡노이즈 없는 깔끔한 화면은, 같은 마스터를 쓴 크라이테리온BD(+ 4K 업 스케일 출력) 대비로도 (체감이 크건작건)더 우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수준이고요.

다만 크라이테리온 등 최근 구미 발매반 대비 약간 밝아지긴 했어도 한국 정식 발매판 BD (HD 2K 리마스터, 2009년 발매)에 비해서 어두운 건 매한가지라, 잘 살려낸 필름 그레인이 살짝 묻히는 부대 효과(?)도 있긴 합니다. 프로젝터 SDR 표준 캘리 기준(화면 밝기 45니트선)으로, 어지간히 대화면이 아니라면 그레인감이 한국판 BD만큼 확확 어필(?)하지는 않습니다.

한편 구미 발매반 출시 당시 많은 설왕설래를 낳았던 소위 '살인의 추억 New 컬러'는, 그 경향 자체는 이 UBD에서도 이어집니다. 그 특징은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a. 한국 발매 BD에선 러닝 타임 내내 짙건 얕건 계속 컬러감을 유지하는 경향(블리치 바이패스 구간에서도 채도는 낮을지언정 컬러라는 느낌은 여전히 남은 느낌)이었으나 vs 구미 신발매 BD에선 블리치 바이패스 구간은 사실상 흑백톤에 가깝게 탈색(정확히는 그린 단색조 톤에 가깝게 처리)되었고

b. 전체적인 색조 경향 자체도, 블루톤이 빠지고 그린톤으로 무게 중심이 많이 넘어가 있습니다.

다만 이 UBD의 색감은 앞서 언급했듯이, 경향성 자체는 New 컬러인데 약간 블루톤을 살리면서 > 무게 중심은 여전히 New 컬러이되, 한국 발매판 BD의 컬러 경향도 살짝 냄새는 맡을 수 있을 정도로는 버무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본래 유럽/크라이테리온 BD의 New 컬러는 봉 준호 감독이 직접 감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프랑스판 UBD의 컬러는 제작사의 감수 관련 언급을 따로 찾을 수가 없어서 자의적 판단인지 어떤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네요.

더불어 색감의 약한 변경도 그렇거니와 명암부 전체에 걸친 밝기도 약간 올라가면서 > 구미 신발매 BD의 흑백 느낌이 다소 약해지고 & BD와 같은 SDR이지만 암부 디테일도 보다 캐치하기 쉬워졌습니다. 일례로 기존 구미 신발매 BD들은 암부로 갈 수록 클로즈업 장면에서도 (2K 수록이긴 해도 기껏 4K 스캔으로 잘 살려낸)디테일을 캐치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는데 vs 프랑스판 UBD는 출력 해상도도 우위인데다가 암부도 거북하지 않을 만큼 살짝 밝혀놔서 이런 체감도 상당히 개선되는 등.

또한 SDR이긴 해도 10비트로 수록한 덕에, 이 UBD는 전체적인 계조 표현력이나 잡노이즈 일소 상태면에서 구미 신발매 BD는 물론 한국 발매판 BD보다도 분명히 우위입니다. 이러한 개선감을 모두 등에 업고 밝기를 약간 올린 덕에, 결과적으로 화면의 질과 실제 시청시의 체감상 퀄리티를 모두 적절하게 구현한다는 느낌도 드네요.

사실 개인적인 감상으론 한국 발매판 BD는 밝기가 좀 지나치게 밝은 경향도 있어서, 좀 심한 곳은 약간 90년대 TV 프로그램풍(전○일기라든가 경○청 사람들 같은) 화면을 방불케도 했습니다. 헌데 이에 비해 구미 신발매 BD들은 또 밝기를 좀 지나치게 가라앉혀 놔서, 이질감은 둘째 치고 암부가 꽤 묻히는 부분도 심심찮게 있었고요.

(* 물론 기존 한국 발매판 BD의 영상 경향도, 당시의 봉 준호 감독의 의도에 부합하는 그림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런 필터촬영이나 특수현상기법을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담아냈다는 살추 초기 도입부의 밝기와 색감이 대표적인 예시)

그래서 이번 프랑스판 UBD가 선택한, 영화스러운 어두운 느낌은 유지하면서 + 약간 적당한 수준으로 밝혀놓은 이 그림은 꽤 느낌이 좋은 편입니다. 물론 HDR 그레이딩을 선택했다면 이보다 더 느낌 좋게 윤기 있는 깊은 암부를 보여줬을지도 모르지만, 이 경우엔 또 디스플레이 스펙에 따라 오히려 SDR보다 더 묻혀서 긁어부스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니.

결국 이런 의미에서 이번 프랑스판 살인의 추억 UBD의 영상은, a. 절대적인 퀄리티 면에서나 체감 면에서나 살인의 추억이란 작품을 가장 질 좋게 b. 또한 봉 감독이 현재 의도하는 바에 가깝게 c. 디스플레이 스펙에 관계없이 되도록 잘 즐길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b의 경우 봉 준호 감독님이 '아니야. 내 현재 의도하는 바는 크라이테리온 BD가 딱 맞고, 거기서 벗어나면 인정할 수 없어!'라고 하시면 할 수 없는데, 그럼 이 UBD에서 살짝 그림을 만진 조커스 필름이 나쁜 거고요.^^; 시청하는 입장에서 볼 때 이 UBD는 영상 경향성이랄지 무게 중심 자체는 크라이테리온 등 구미 신발매 BD를 따라가되, 제작사에서 화면 밝기와 색감을 살짝 타협(?)한 덕에 질적 체감적으로 좋아 보인다 < 는 결론이 되겠습니다.

따라서 지금 살인의 추억을 즐긴다면, 익숙하기로는 한국 발매판 BD/ 질적으로는 이 프랑스판 UBD를 권한다고 해두지요. 크라이테리온은 음... 서플리먼트 감상용으로.

- 음성 퀄리티

프랑스판 살인의 추억에 수록된 오리지널 한국어 트랙은 DTS-HD MA 5.1ch(24/48)이며, 이 트랙의 마스터 출처는 크라이테리온 BD의 그것과 같은 것으로 들립니다. 평균 수록 비트레이트는 프랑스판 UBD의 경우 4107kbps.

우선 기존 한국 발매판 BD는 당시로선 최첨단이었던 DTS-HD MA 포맷에 채널도 7.1ch를 채택하면서, 스펙상으로도 어필했고 실제 체감도 좋았습니다. 이는 살인의 추억 자체가 영화 제작 시점부터 이미 리얼리티한 사운드를 추구한 제작 방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에 발맞추어 가정용 미디어 역시 DVD 발매 당시부터 이미 발매 시점 기준 최신 포맷과 퀄리티를 어필하는 타이틀로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지요.

한편 크라이테리온이 새로 리마스터링했다고 알려진 DTS-HD MA 트랙 역시, 채널 수는 5.1ch로 줄었어도 수록 비트레이트는 더 높이면서 S/N이나 전반적인 대역 밸런스 등도 좋고 & 동시에 서라운드 채널의 앰비언스 효과 역시 방향성, 이동감 모두 한국 발매판의 7.1ch 대비 별다른 점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마감해 두었습니다. 사실 살추의 서라운드 사용 경향은 전채널을 이용한 시청자 포위감에 주력하는 인상이라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단지 굳이 따진다면 크라이테리온의 새로운 리마스터를 거친 DTS-HD MA 5.1ch = 이번 프랑스 UBD에도 그대로 이어진 이 트랙이 약간 담백하면서 S/N이 조금 더 높은 느낌이라면 vs 한국 발매판의 DTS-HD MA 7.1ch는 소리가 살짝 풍성하게 울리는 느낌이라는 차이는 있습니다.(판단은 둘 다 최종 7.1ch 출력 상태에서 체크)

하지만 이 정도는 채널 믹싱 디자인에 따른 차이에 가까우며, 어느 쪽이든 리얼리티한 사운드를 추구했다는 제작 방향성을 크게 이반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후시녹음 기반으로 제작된 대사들의 선명성도 비슷하게 울리는 편이라서, 결과적으로 이 UBD는 사운드면에서는 한국 발매판 BD 대비 '약간의 차이'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코어, 효과음, 대사 등 모든 소리에 걸쳐 그렇습니다.

New 살인의 추억을, 되도록 좋은 퀄리티로 즐기는 방법

본문에서 설명한 바를 요약하면, 이번에 프랑스에서 발매한 살인의 추억 4K UltraHD Blu-ray의 의의는 '새롭게 감수된 살인의 추억을, (약간의 변형을 가미하여)되도록 좋은 퀄리티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물론 아예 새롭게 감수된 영상의 방향성 자체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그냥 과거 한국 발매된 BD를 업 스케일해서 감상하는 것 역시 개인 취미인 AV에선 당연한 도락입니다. 또한 스펙 항목에서 서술한대로 본 UBD는 자막 표시상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한국 시청자에게 무조건 강권하기도 좀 그렇긴 하고요.

(* 대신 살인의 추억은 대사 선명성이 괜찮아서 한국 시청자에게 한국어 자막이 아주 크게 필요하지 않으며, 작중 대사도 한국어 단일 언어라서 번역이 필요한 구간도 없습니다. 따라서 자막 위치 이동이 가능한 플레이어를 사용한다면, 프랑스어 자막을 최대한 화면 밖으로 밀어내는 것만으로도 꽤 쾌적하게 즐길 수 있기는 합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4K 출력이긴 해도 SDR 스펙인 UBD... 하지만 그렇긴 해도 4K/SDR 나름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밝기/색감 경향에 대한 논의를 차치하면)본 UBD의 그림은 꽤 좋은 4K/SDR 영상의 한 예시라는 생각은 듭니다.

덩달아 음성 역시도 절대적으로도 우수한 편에 & 한국 발매판 BD 대비 상대적으로도 난형난제 수준이라, 흠잡을 데가 없고요. 따라서 이 UBD는 디지털 아카이브 측면에서의 의의도 있고 퀄리티 면에서 의의도 있는, [ 살인의 추억 ]을 기억하는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고] 리뷰 시스템

플레이어

· 파나소닉 DP-UB9000 JL = (V90R용)BD(4K 업 스케일) 및 UBD 출력

디스플레이

· 프로젝터: JVC DLA-V90R & Da-lite 1.78:1 기준 160인치/1.3게인 스크린
= 유사 8K Off, SDR 레이저 컨트롤 모드 off

AV 앰프

· AV프로세서: 스톰오디오 ISP MK2
= 룸EQ(디락) & 음장 & 기타 효과 모두 Off, 스피커 위치에 따른 채널별 볼륨 조정 only
· 파워 앰프: 스톰오디오 PA8 Ultra MK2
= 프런트 3채널 브릿지 모드/ 이외 채널 노멀 모드: (한국 BD/ 프랑스 UBD 모두)7.1ch 구동

스피커
· 브라이스턴 모델 T(프런트), TC-1(센터), 미니 T(리어, 리어백)
· JL Audio Fathom f212v2 서브우퍼 (x2)

리뷰 룸

전면 콘크리트 구조, 내장 후 실측 5.6m(가로)x8.8(세로 우측)/9m(세로 좌측)x3.5m(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