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JVC V90R x 8K 컨텐츠 감상
최근에 JVC 이번 세대 프로젝터(V50, V70R, V80R, V90R) 사용자분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필자도 여기저기에서 종종 보곤 합니다. 다들 스펙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출중한 능력들을 발휘하는 제품들이라, 사용자분들이 깊이 만족하시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고요.
다만 이런 건 있습니다. 마치 나만 아는 작은 맛집이 너무 유명해져서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전에 없이 손님들이 많이 오가는 걸 보니, '이 좋은 거 나만 맛보고 즐겨야지~'하던 마음이 좀 식는 것 말이지요. 이런 이야기를 제가 쓰는 V90R에 늘어놓으니까, 듣고 있던 V90R이 필자에게 속삭였습니다.
"주인님, 주인님. 그럼 이제는 저에게 8K를 띄우게 해서 보시지요. 그건 아직 많이들 보기 힘드니까요."
이 말에 영감을 얻어 곧바로 8K를 띄워... 보고 싶었지만, 남들이 보기 힘들다는 건 필자에게도 힘들다는 이야기. 사실 필자도 V90R(및 V80R, V70R까지)에 8K 입력/ 출력 기능이 있다는 거야 알지만, 네이티브 8K 영상을 띄워서 시험해 본 일은 없긴 했습니다. 그야 컨텐츠도 별로 없고 (적절한 스펙의)PC 외에는 재생 기기도 없는 등 제약 조건도 많은 데다, (출범한지 7년 넘어서야 꽤나 쏟아져 나오는 느낌인)4K 컨텐츠 보기에도 바쁘니.
그렇지만 이대로는 나의 작고 멋진 프로젝터가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되어 버려...! 하는 절박함(?)에 그만, 뚱땅뚱땅 가성비 괜찮은 부품들을 모아다가 PC를 한 대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8K 영상들을 함 틀어봤지요.
1.
그럼 그 감상을 말하기... 전에 간단히 덧붙여 두면, V90R의 8K 출력은 리얼 4K 패널에다 e-shift X (4방향 시프트) 기능을 써서 만든 유사 8K 출력입니다. 참고로 e-shift X는 V90R과 V80R에만 채택/ V70R은 한 세대 전의 e-shift (2방향 시프트)를 넣어서 차별화했는데, 아래와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V90R과 V80R은 같은 e-shift X를 채용했으되, 출력 렌즈 구경(100mm/ 65mm)에서 차등을 두고 있고요. 이런 식으로 그레이드를 나누면서, 말하자면 V90R은 8K 영상 출력 시에 현 JVC가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화질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필자도 결국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켰다는 이야기고, 그래서 틀어본 감상은 아래 기술하는 바와 같습니다. 참고로 8K 입력 시 V90R의 설정은 e-shift X On/ 그래픽 모드: 하이 레졸루션 1/ 인헌스 0 세팅이며 & 투사 사이즈는 16:9 기준 160인치.
2.
단지 한마디로 '유튜브 8K 컨텐츠'라고 해도 아직 옥석은 많이들 섞여있기는 한데, 요즘은 그래도 조금씩 점차 제대로 된 컨텐츠가 생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프로용 네이티브 8K 카메라를 써서 8K 편집을 거친 고품질 영상들은 물론, 4K 컨텐츠라도 AI 업 스케일에 독자적인 조정값을 넣어 만들어 상당히 느낌 좋게 나오는 영상들도 올라오고 있고.
예를 들어 위 사진의 유튜브 영상은 a. 4K 컨텐츠에 AI 업 스케일을 걸어 8K로 해상도 업한 뒤에 b. 최대한 품질 좋게 유튜브에 업 로드한 결과 > c. 대략 평균 50Mbps 가량의 비트레이트로 뿌리는 8K/ HDR10 영상인데
vs a. 동일한 장면이 있는 4K UltraHD Blu-ray를 b. 같은 PC에서 재생하여 V90R에서 4K로 출력(e-shift X: off)한 것과 비교해 보면 > c. 슈트의 질감이나 선예도가 더 조밀하고 예리하게 올라오는 감을 충분히 받을 수 있습니다.(위 사진으로는 이런 게 표현되지 않으며, 단지 4320p 스펙 명시용일 뿐입니다.)
물론 AV1 코덱 기준 50Mbps도 8K/ HDR 표시에 아주 충분한 건 아닌지 군데군데 아주 미세한 디테일이 조금 뭉치거나 하는 건 있는데, 전반적인 영상의 표현력 상승은 충분히 긍정할만 하더군요.
이외에 필자가 해상감 테스트용으로 자주 애용해 온 Jacob + Katie Schwarz 채널에 있는 네이티브 8K 촬영 영상들의 경우, 이쯤되면 확실히 '속속들이 작은 부분'까지 보는 사람이 전부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감이 나옵니다.
대신 이 채널에 많이 올라온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나 사물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걸 순수하게 즐기는 게 아니라 '얼마나 멀리 있는 게 얼마나 잘 보일까' 이런 것만 보고 있게 되는 단점(?)은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팔짱 끼고 시시콜콜 보더라도, 확실히 8K쯤 되니까 멀든 가깝든 '카메라에 찍혀 기록된 모든 것'을 '보는 입장에서도 제대로 모두 볼 수 있다'는 인상입니다. 더불어 이런 걸 보다보면 다큐멘터리 장르야말로 디지털 고해상도 최대 수혜자일 거라는 확신도 들고.
다만 비단 이 채널뿐 아니라 많은 8K/ HDR 영상들이 아무래도 데모용이란 것을 강조하다 보니, 색감(특히 채도)을 아주 강하게 주는 경우도 많고 해서 좀 자연스럽지 않은 경향도 종종 있기는 하더군요. 이게 4K 출력에서 볼 때는 그렇게까지 위화감이 들지 않는데, 8K 출력으로 보자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정밀한 디테일 묘사는 현실스러운데 vs 색감과 HDR 강조는 다소 인위적이라서 더 위화감이 드는 감도 있고.
대신 그렇다쳐도 V90R이 풀어내는 그 정밀한 묘사와 지극히 선도 높은 HDR 화이트(+ 현 세대 JVC의 동적 톤 맵핑 능력)까지 겹치면, 확실히 멋진 영상이란 인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8K, 8K, 8K... 이러면서, 몇 분짜리 클립들을 계속 찾아가며 대충 영화 한 편 볼 시간 동안 이거저거 보고 있기도 했네요.
3.
다만 꽤 넋을 놓고 이것저것 계속 보다 잠시 쉬자니,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a. 지금 필자는 프로젝터임에도 160인치에서 8K 영상을 보자니 이런 느낌이 들었지만
vs 85인치 정도의 8K TV에서 위 JK 채널의 영상을 8K로 틀었을 때는, 같은 영상을 4K 재생(x TV 자체 8K 업 스케일)한 것과 비교해서 별달리 큰 감흥이 들지 않았다.
b. 과거 120인치 가량에 8K PC 화면을 출력하는 모양새를 본 적이 있는데
> (별도의 확대 모드라도 걸지 않는 한)아이콘도 작고 아이콘 네임은 판독하기조차 힘들었다. 이런 a, b 사례를 생각해 보면, 역시 아무래도 8K는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좀 오버 스펙 아닐까.
c.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TV보다 칼 같은 선예감은 물러설, 그리고 유사 8K 출력인)프로젝터임에도
> 160인치에서 8K 영상을 보자니, 분명 4K/ HDR을 처음 봤을 때 이상의 감동도 있었다.
이게 비록 LD - DVD 시절에 하이비전 영상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까진 아니더라도, 이런 걸 보다보면 역시 FHD > 4K보다는 FHD > 8K로 바로 뛰어가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여건상으로나 효용상으로나 그럴 필요성이 낮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해도 말이지.
...그리고 필자의 작은 귀염둥이 프로젝터를 끄고서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감상을 적고 있자니까, 지금 8K는 결국 전부 돈으로 귀결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a. 재생기는 8K 출력 PC를 빌드하는 게 그나마 싸게 먹힐 정도고, 이나마도 유튜브 8K 정도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영상이라는 점.
: 예를 들면 BS8K 방송이 서비스되는 일본에서조차 그 화력畵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프로젝터로 8K를 띄우려면 별도의 8K 튜너가 필요한데, 그런 8K 튜너가 (거래가 25만엔 가량의)제품 하나뿐이고 > 이 물건은 HDMI 2.0 x 4줄 출력이니, HDMI 2.1 한 줄로 넣으려면 별도의 영상 컨버터(이런 용도의 특수 방송용 컨버터는 대략 100만엔 이상)가 또 필요한 악순환의 연속.
b. 출력기는 출력기대로, 80인치대 8K조차 어지간히 붙어 봐야 4K(+ 업 스케일)과 차이를 느끼실랑 마실랑 하는 부조리함
: 그렇다고 프로젝터로 넘어가면, 8K 출력 가능한 제품조차 일반적이지 않은 게 또 장벽.
이런 식이니 필자가 예상할 때: 8K 컨텐츠와 그걸 그럴싸하게 출력하는 솔루션은, 좋든싫든 한동안 작은 맛집으로 남을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다만 그렇게 남아 있는 이유가 '맛 좋고 대중적인 요리인데 그저 잘 알려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워낙 비싸고 특이한 요리라서'라는 게 흠이라면 흠일 뿐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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