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요즘 중국 로맨스 소설 번역하고 있는데 재밌네요. 역시 소설은 원문이 제맛!
요즘 중국소설을 원문으로 보는데 재미가 들렸습니다^^
워낙 중국 드라마, 중국 영화, 중... 암튼 중국 문화를 좋아하다보니 그쪽에서 팬질한 것도 벌써 제 나이만큼이거든요.
김용 소설, 고룡 소설, 홍루몽, 삼국지, 수호지 소설, 극화시킨 드라마들,
그 외 고전극, 현대극... 암튼 보긴 엄청 많이 봤는데,
그러다보니 학원 몇달 다녔지 제대로 중국어 공부 하지도 않은 주제에 듣는 귀는 제법 트였죠.
게다가 요즘 워낙 네이버 사전이 잘 돼 있어서, 저보다 더 수준낮은 중맹들도 카페 같은 데 중국 로맨스 소설을 번역해서 올리기도 합니다.
물론 카페 번역본들은 잘 된 것도 있는데 영 이상하게 번역된 것도 많지만요.
번역본의 수준은 원문의 외국어를 얼마나 잘 하느냐보다,
자국어 실력이 얼마나 좋으냐, 자국어의 어휘력이 얼마나 풍부하냐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요새 번역하는 사람들, 특히 카페 같은 데 번역본 올리는 사람들은 대개 전공자 아닌 아마추어들인데, 어차피 다들 네이버 중국어 사전을 기본으로 하는 거고, 그걸 한글로 옮기는 건 한글 실력에 따라 갈리니까요.
예전에 드라마 자막들 만들던 분들은 거의 중국어 전공자 분들이 많았는데, 소설 번역은 비전공자들이 많습니다. 아마 드라마 자막 번역이 더 어려워서 그렇겠지만요.
암튼 저도 나름 사적으로 번역해서 보는데 매우 좋습니다.
요즘 중드 카페 같은 데서 중국 로맨스 소설 번역이 많이 올라오는데, 중국 로맨스 소설이 상당히 수준 높은 게 많습니다.
최근 중국 드라마들은 이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극화된 것들이 대세일 정도고요.
중드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드라마 보보경심, 후궁견환전도 로맨스 소설(중국어로는 '언정言情소설')이 원작이죠.
시대배경도 다양하고, 캐릭터도 생생하고, 역사적인 고증도 잘 돼 있고, 신화적인 상상력도 풍부합니다.
로맨스 소설로 치면 한국보다 월등한 수준이에요.
이쪽 컨텐츠를 잘 파면 대박칠텐데... 문제는 정부당국에서 고전 로맨스 소설을 드라마화하는 것도 규제, 고전 드라마는 각 방송국 별로 편수 제한.. 이딴 식으로 규제를 건다는 거죠-_-
이러니 중국은 백날 가야 문화적으로는 선진국 못 됩니다. 돈이 아무리 넘쳐도요.
타임슬립으로 애 하나 죽고나니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 못 만들고(근데 박민영이 출연하는 드라마는 타임슬립 잘도 쓰더군요),
1930년대 상해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조직은 나오면 안 되고, 주인공 직업이 조직 보스인 거 안 되고, 남자주인공이 총 쏘면 안 되고, 칼 써도 안 되고, 사냥하면서 엽총 쏴도 안 되고...
그래서 어떤 드라마는 드라마의 1/3이 짤려나갔습니다;;
어떤 드라마는 한무제의 정복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방영이 밀리기도 했죠.
솔직히 중국은 엄청난 컨텐츠를 갖고 있고, 그거 활용할 거리가 무궁무진한데 본인들이 자국 문화를 말려 죽이는 거 같아요.
그리고 중국은 고전극에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데 대체 왜 고전극을 제한 못해 안달인지도 모르겠고요.
사설이 길었습니다-_-
암튼 중국 로맨스 소설이 상당히 좋은 작품이 많다는 건데요.
전 그 중에서 '보보경심' 작가인 동화의 작품들이 가장 좋더군요.
작품들마다 비슷비슷한 플롯에, 비슷한 캐릭터들을 반복하는 작가들도 많은데, 이 작가의 작품들은 캐릭터 성격도 작품마다 다르고, 구성도 다채로우며, 상상력이 정말로 풍부합니다.
특히 중국 신화시대... 산해경에 나오는 신농, 치우, 헌원의 전쟁을 소재로 쓴 작품 2개(증허락,장상사)가 정말로 대단하더군요.
그 인물들을 신족(神族)으로 설정해서 신족간의 대전으로 그려내는데, 어쩜 이런 내용을 쓸 수 있을까 감탄스럽습니다.
한국 작가들 중 까마득한 한국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이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려나요?
아.. 김진의 '바람의 나라'와 살짝 느낌이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신화시대 버전의 느낌이랄까요...
신수들을 탈것으로 부리며 영력으로 싸우고 그러는 게요.
근데 태왕사신기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고요.
그 작품을 먼저 번역본으로 읽고, 요즘 제가 다시 번역해보는데...(번역본이 좀 문장이 비문도 많고, 많이 엉성...)
시작부터가 흥미진진합니다!
게다가 이 작가의 문장은 정말 아름답고 우아해서 읽는 동안 그 아름다움에 취하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고전의 인용도 풍부해서 인용된 고전들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재미도...(찾으려면 뼛골 빠지지만;)
정말 문학작품은 원문으로 읽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잘 된 번역본이라도 원문의 그 미묘한 뉘앙스를 온전히 살리긴 역부족인 듯해요.
'홍루몽'도 원문을 읽으면 인물들의 성격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고,
김용 소설도 원문으로 보면 더 재미납니다ㅎㅎ
이러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도 영어 배워서 원문으로 읽을 기세..;;;
영어는 초딩 수준보다 못해서 엄두도 못 내지만, 제인 오스틴 소설 읽어보면 원문으로도 읽고싶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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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소설 아마존에서 오디오북과 함께 구입했는데 너무 어려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