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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요즘 중국 로맨스 소설 번역하고 있는데 재밌네요. 역시 소설은 원문이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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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5-07-18 13:20:12

요즘 중국소설을 원문으로 보는데 재미가 들렸습니다^^

워낙 중국 드라마, 중국 영화, 중... 암튼 중국 문화를 좋아하다보니 그쪽에서 팬질한 것도 벌써 제 나이만큼이거든요.

김용 소설, 고룡 소설, 홍루몽, 삼국지, 수호지 소설, 극화시킨 드라마들,

그 외 고전극, 현대극... 암튼 보긴 엄청 많이 봤는데,

그러다보니 학원 몇달 다녔지 제대로 중국어 공부 하지도 않은 주제에 듣는 귀는 제법 트였죠.

게다가 요즘 워낙 네이버 사전이 잘 돼 있어서, 저보다 더 수준낮은 중맹들도 카페 같은 데 중국 로맨스 소설을 번역해서 올리기도 합니다.

 

물론 카페 번역본들은 잘 된 것도 있는데 영 이상하게 번역된 것도 많지만요.

번역본의 수준은 원문의 외국어를 얼마나 잘 하느냐보다,

자국어 실력이 얼마나 좋으냐, 자국어의 어휘력이 얼마나 풍부하냐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요새 번역하는 사람들, 특히 카페 같은 데 번역본 올리는 사람들은 대개 전공자 아닌 아마추어들인데, 어차피 다들 네이버 중국어 사전을 기본으로 하는 거고, 그걸 한글로 옮기는 건 한글 실력에 따라 갈리니까요.

예전에 드라마 자막들 만들던 분들은 거의 중국어 전공자 분들이 많았는데, 소설 번역은 비전공자들이 많습니다. 아마 드라마 자막 번역이  더 어려워서 그렇겠지만요.

 

암튼 저도 나름 사적으로 번역해서 보는데 매우 좋습니다.

요즘 중드 카페 같은 데서 중국 로맨스 소설 번역이 많이 올라오는데, 중국 로맨스 소설이 상당히 수준 높은 게 많습니다.

최근 중국 드라마들은 이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극화된 것들이 대세일 정도고요.

중드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드라마 보보경심, 후궁견환전도 로맨스 소설(중국어로는 '언정言情소설')이 원작이죠.

시대배경도 다양하고, 캐릭터도 생생하고, 역사적인 고증도 잘 돼 있고, 신화적인 상상력도 풍부합니다.

로맨스 소설로 치면 한국보다 월등한 수준이에요.

 

이쪽 컨텐츠를 잘 파면 대박칠텐데... 문제는 정부당국에서 고전 로맨스 소설을 드라마화하는 것도 규제, 고전 드라마는 각 방송국 별로 편수 제한.. 이딴 식으로 규제를 건다는 거죠-_-

이러니 중국은 백날 가야 문화적으로는 선진국 못 됩니다. 돈이 아무리 넘쳐도요.

타임슬립으로 애 하나 죽고나니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 못 만들고(근데 박민영이 출연하는 드라마는 타임슬립 잘도 쓰더군요),

1930년대 상해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조직은 나오면 안 되고, 주인공 직업이 조직 보스인 거 안 되고, 남자주인공이 총 쏘면 안 되고, 칼 써도 안 되고, 사냥하면서 엽총 쏴도 안 되고...

그래서 어떤 드라마는 드라마의 1/3이 짤려나갔습니다;;

어떤 드라마는 한무제의 정복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방영이 밀리기도 했죠.

솔직히 중국은 엄청난 컨텐츠를 갖고 있고, 그거 활용할 거리가 무궁무진한데 본인들이 자국 문화를 말려 죽이는 거 같아요.

그리고 중국은 고전극에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데 대체 왜 고전극을 제한 못해 안달인지도 모르겠고요.

 

사설이 길었습니다-_-

 

암튼 중국 로맨스 소설이 상당히 좋은 작품이 많다는 건데요.

전 그 중에서 '보보경심' 작가인 동화의 작품들이 가장 좋더군요.

작품들마다 비슷비슷한 플롯에, 비슷한 캐릭터들을 반복하는 작가들도 많은데, 이 작가의 작품들은 캐릭터 성격도 작품마다 다르고, 구성도 다채로우며, 상상력이 정말로 풍부합니다.

특히 중국 신화시대... 산해경에 나오는 신농, 치우, 헌원의 전쟁을 소재로 쓴 작품 2개(증허락,장상사)가 정말로 대단하더군요.

그 인물들을 신족(神族)으로 설정해서 신족간의 대전으로 그려내는데, 어쩜 이런 내용을 쓸 수 있을까 감탄스럽습니다.

한국 작가들 중 까마득한 한국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이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려나요?

아.. 김진의 '바람의 나라'와 살짝 느낌이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신화시대 버전의 느낌이랄까요...

신수들을 탈것으로 부리며 영력으로 싸우고 그러는 게요.

근데 태왕사신기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고요.

 

그 작품을 먼저 번역본으로 읽고, 요즘 제가 다시 번역해보는데...(번역본이 좀 문장이 비문도 많고, 많이 엉성...)

시작부터가 흥미진진합니다!

게다가 이 작가의 문장은 정말 아름답고 우아해서 읽는 동안 그 아름다움에 취하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고전의 인용도 풍부해서 인용된 고전들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재미도...(찾으려면 뼛골 빠지지만;)

 

정말 문학작품은 원문으로 읽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잘 된 번역본이라도 원문의 그 미묘한 뉘앙스를 온전히 살리긴 역부족인 듯해요.

'홍루몽'도 원문을 읽으면 인물들의 성격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고,

김용 소설도 원문으로 보면 더 재미납니다ㅎㅎ

이러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도 영어 배워서 원문으로 읽을 기세..;;;

영어는 초딩 수준보다 못해서 엄두도 못 내지만, 제인 오스틴 소설 읽어보면 원문으로도 읽고싶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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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5-07-18 13:04:19

김용소설 아마존에서 오디오북과 함께 구입했는데 너무 어려워요. ㅠㅠ

2015-07-18 13:20:12

이수민의 촉산..번역 어케 안될까요? (손바닥을 비비며) ^^;; 십년만에 재출간 한다고 하더니 예전에 나왔던 데 까지만 다시 출간하고 끊어버리더라구요. ㅜ.ㅜ 아, 그거와 별개로 한국 소설의 상상력 얘기입니다만, 많이 발전했습니다. 솔까말, 이제 영국이나 미국 안부러운 정도입니다. 걔네들보다 낫다 싶은 작품들도 보거든요. 최근에 괜찮게 본 판타지 작품으로, 풍종호님의 몬스터x몬스터 가 있구요..(이건 벌써 30권분량까지 진행된 초장편 연재작), 짧고 괜찮은 것으로는 탁목조님의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 그리고 무협으로는 견마지로님의 4부작 시리즈 (이도에 만백하고, 청풍에 홍진드니, 고월하 적삼인들, 흑야에 휘할련가)가 괜찮았습니다. 출판되다가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아서 연중되어버린 작품이지만, 필력이 너무 좋아서 몇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 데, '기원'이라고 문피아에서 연재되다가 출판까지 된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한으로 맺힌 사람인데, 환생해서 석기시대에 다시 태어납니다. 거기서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지키기 위해 동물과, 부족들과 투쟁하며 살아가는 내용인데...괜찮더라구요. 이것도 추천작입니다. 진 아우얼의 '대지의 아이들'에 맞겨룰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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