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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금각사 (1) 미시마 유키오의 비트 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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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25 00:11:37

미시마 유키오 문장의 특징을 발견하자 읽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의 글버릇 패턴을 확인하려는 욕심과 저의 눈길을 예상한 듯한 작가의 응수가 대화처럼 오고가면서 테트리스 고레벨의 움직임처럼 패턴발견이 빨라졌습니다. 

 

일단 패턴이 있고 독자는 그것을 발견하는 리듬을 타며 읽을 때 속도감이 더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읽는 속도 자체도 빨라질 뿐 아니라 그 즐거움의 지속시간이 길어져 절대적으로 책을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단위 시간 안에 많이 읽게도 만들지만 전체적으로 빨리 읽은 것도 아님을 보면 리듬이 빨라진다는 것은 읽는 사람의 느낌 속에만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표현하자면 그의 문장은 매우 애크로바틱했습니다. 단어가 재주를 부리며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라 애크로바틱 말고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테트리스 게임을 다들 해보셨지요? 요철을 맞추기 위해 회전시키면서 떨어뜨리는데 결정장애가 있으면 여러 번 돌리다가 제 자리에 안착시키는데 실패합니다. 유키오는 휘휘훽 돌려서 정확히 꽂아넣어  문장을 완성했고 읽는 체감 속에 마치 액션을 보는 듯한 신선함이 있습니다. 일어원전의 영역본(Ivan Morris 1959)인데 이렇게 느끼다니 번역자도 대단합니다.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원본의 힘일지 번역자의 역량이 가미된 것인지는 모리스의 다른 번역본들을 읽으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he Pillow Book을 모리스 번역으로 읽으면 되겠네요.

 

The Crazy Iris, by Masuji Ibuse, Encounter, Vol. 6 no. 5, 1956

Fires on the Plain, by Shōhei Ōoka, Martin Secker & Warburg, 1957

The Temple of the Golden Pavilion, by Yukio Mishima, Alfred A. Knopf, 1959

Life of an Amorous Woman, by Ihara Saikaku, Unesco/New Directions Books, 1963

The Priest of Shiga Temple and His Love, by Yukio Mishima, in: Death in Midsummer and Other Stories, New Directions Publishing Corporation, 1966

Swaddling Clothes, by Yukio Mishima, in: Death in Midsummer and Other Stories, New Directions Publishing Corporation, 1966

The Pillow Book of Sei Shōnagon, Oxford University Press, 1967

The Journey, by Jirō Osaragi, Charles E. Tuttle, 1967

As I Crossed a Bridge of Dreams, by Sarashina Nikki, The Dial Press, 1971

 

다시 금각사 이야기입니다. 1장에 세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리듬감 있게 서술하다가 내리 꽂습니다. 일정 간격으로 문장에 콘트라스트가 강한 수사법을 쓰는데 그것도 광대역입니다. 출렁출렁 배멀미날 것 같은 문장의 행보가 갑자기 수직낙하하면서 에피소드를 마무리합니다. 잠깐 살펴본 그의 인생도 그렇더군요. 미학적 스타일에 심취하면 삶도 그렇게 되는 것일까, 수사법과 그의 생과 사가 닮은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말과 글의 무서움의 증거일까 생각했습니다. 제목이 Beat & Life인 이유입니다.

 

 

2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1장에서의 느낌이 계속될런지, 이 리듬감이 나중에도 마찬가지일지 저도 궁금하여 이 기록을 남깁니다. 아울러 금각사가 어떤 의미로 제게 남을지 리뷰를 시작하며 이 느낌의 선명함과 그에 대한 경탄이 이어질지 아니면 전체 서사의 완성 보다는 재능의 반복사용을 목격할 것인지 더 넓은 의미의 경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협주곡 이상 교향곡 수준이 되지 않을까 각 장을 악장으로 삼아 각각의 장이 다른 리듬과 화음으로 구성되어 종국의 미학적 완성을 위해 달리지 않을까요? 실제 금각사 또는 추상적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1장에 벌써 다 나왔으니까, 자신의 '금각사'는 어떻게 축조했을까 흥미진진합니다.

 

 

이 말 보고 좀 찔리기도 하고^^, 아침에 애독하는 웹툰에 나왔어요, 이 말 또한 서사 속 비트입니다. 장르마다 그 비트의 수와 촘촘함과 리듬이 바뀌겠지만 문장 속에 단어가 탁구공처럼 파도처럼 어떤 진동이나 타격을 주는 재능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저명한 학자의 고명한 책이 문장은 고리타분한 경우가 세상 참 공평하구나 느낄 때입니다.

 

금각사 작품 전체의 평가와 상관없이 미시마 유키오가 금각사가 제게 준 첫 인상입니다. 그의 문장론과 소설론 책들이 나와있던데 그런 책을 낼 만했네요. 

 

자 그럼,^^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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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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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1:08:45

 

목숨을 팝니다. 재밌습니다. 심미주의 이런 게 아니라 정말 흥미진진한 작품입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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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25 01:23:29

혹평이 보이는데 이유가 기시감^^ 1968년도 작품이면... 전공투 세대의 손주들이 지금 청장년이 됐을텐데 '목숨을 팝니다'의 설명을 보니 저조차도 일본 문화에 영향을 끼쳤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단 도서관에 찾아놨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goodreads.com/author/show/35258.Yukio_Mishima
2
2024-04-25 01:51:32

키치적 활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제대로 통속적인 작품입니다. 안그래도 잠시 머리좀 식힐 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품을 읽을까 싶던 참이었는데, 다시 목숨을 팝니다를 집어 들었습니다. ㅎ

1
2024-04-25 07:15:09

시작하셨군요^^ 선배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체와도 다르죠, 금새 흔적도 없이 지워져버리는 벚꽃과 같이 그들에게 미(美)는 찰나였다가 곧 사라져버립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기억으로 소개해드렸는데 혹시 실망하실까봐 걱정되네요 ㅎㅎ 다만 일본 문학이라면 위 댓글에서 봉필님께서 언급하신 류노스케와 더불어 읽어볼만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WR
1
2024-04-25 10:06:20

라쇼몽의 원작자였군요. 잘 알겠습니다. 원래 좋아하지도 않지만 '편견 없이' 기치로 미시마 유키오만 좀 살펴보려던 것이 진지해졌네요. 일단 금각사를 잡은 목표달성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1
2024-04-25 11:01:36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은 류노스케의 단편 2개를 조합한 것이라 영화를 먼저 접하고 류노스케의 라쇼몽을 읽으면 좀 허탈(?)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영화 라쇼몽의 연출이 탁월하기도 하고요, 영화 라쇼몽을 연극으로 각색한 것을 어린 시절에 봤는데 연극으로 각색하니까 흡입력이 더 대단하더군요.
조선의 랭보, 이상이 류노스케에게 빚진 게 좀 많을 겁니다, 이상의 종생기는 류노스케의 〈나의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僕の将来についたぼんやりとした不安)에서 착안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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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9:26:10

"美しく整った文章が特徴。 日常的には使わない言葉や詩的な表現を織り交ぜることで、独特な世界観を表現しています。

아름답게 정렬된 문장이 특징. 일상에서는 쓰이지않는 단어나 시적인 표현을 조햡하여 독특한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명징하게 직조된 문체'인가 봅니다

WR
1
Updated at 2024-04-25 10:19:01

니코데무스님이 유명한 이동진의 말을 가져오는 바람에 한국번역은 어떻게 됐나 궁금해져서 봉필전자밴드님의 사진에 있는 금각사를 미리보기를 통해 봤는데요 같은 내용임에도 문장이 영역본과 느낌 상 괴리가 큽니다. 만일 일본어 원어로 읽는다면 느낌이 또 다르겠지만 저에겐 불가능할 것이고,

 

시대적 배경이 일제시대인 것, 당시 상황이 자꾸 합병된 조국을 생각나게 한다는 것이 일단 방해가 되고 한글로 보는 금각~ 금각~ 왜색이 거부감이 들면서 본래 감상을 흐리는 것도 있지만 정작 제가 아름다움을 느꼈던 미시마 유키오 특유의 '맛'이 한국어 문장에서 많이 퇴색했다는 것이 좀 놀랍네요.

 

먼저 접한 것이 선점했기 때문인지 저도 지금 혼란스러운데요. Ivan Morris의 영어번역이 탁월했고 단어선택이 명상을 유도하듯 대비의 낙차가 큰 게 가장 한국 번역과 차이나는 부분입니다. 미국에서 왜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가 됐는지에 대해 금각사 영역본의 문장이 미국 문학작품들과 견줄 정도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충분히 납득되거든요.

 

오늘 바빠서 진도가 늦어졌지만 금각사를 영역본으로 읽기를 잘 했다는 결론입니다.

1
2024-04-25 11:05:38

상용 한자라도 문화권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서 영역본이 잘 되었다면 한역본보다 전달이 잘 될 수도 있겠네요, 위에 류노스케의 제목에서 ぼんやりと같은 표현이 한국어로는 번역이 참 어렵죠^^ 

WR
1
2024-04-25 11:10:52

It's meditative.

2024-04-25 11:46:16

저는 ぼんやりと를 이렇게 느낍니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보이는 아지랑이 같은 거라고요^^

WR
1
Updated at 2024-04-25 12:20:27

죄송합니다. 상용한자라도~에 깜짝 놀라서 직답한 것이 동문서답이 됐어요.


위에 니코데무스님에게 단 댓글내용과 같이 느낀 원인 중에 한국어판 번역을 하면 한자어 단어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되죠. 

 

비록 1959년도 번역이지만 아이반 모리스의 영어문장은 현대적입니다. 요즘 뉴욕타임즈나 최신 소설에 나오는 쨍한 단어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표준 현대 영어로 영어독서 텍스트로도 훌륭한 수준이라고 감히 판단되거든요.

 

한자어 조어로 내계, 외계, inner world, outer world만 봐도 느낌이 완전 달라집니다. 

 

더 읽어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https://noh0058.tistory.com/696 

https://noh0058.tistory.com/694

2
2024-04-25 12:40:39

ぼんやり
희미한 아련한 멍청한 등등의 뜻을 가지는군요
활용을 확장해보자면 discrete(Digital) 하지않고 continuous(Analog)한 상태.. 까지 가면 너무 나간것 같네요

아무튼 번역은 제2의 창작이란 말이 참으로 와 닿습니다

WR
1
2024-04-25 12:43:01

나의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바꾼다면,

막연한 - 염세적

아련한 - 신비적

희미한 - 절망적

멍청한 - 오역^^ 

1
2024-04-25 19:42:43

 

그만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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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25 21:01:22

 

퇴근하고 집에 와 구독?중인 '마법사랑해'를 기쁜 마음으로 열어보니... 

 

 형이 왜 거기에서 나와?!?!

 

원글을 다시 보니 '웹툰'을 언급 하셨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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