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금각사 (1) 미시마 유키오의 비트 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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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문장의 특징을 발견하자 읽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의 글버릇 패턴을 확인하려는 욕심과 저의 눈길을 예상한 듯한 작가의 응수가 대화처럼 오고가면서 테트리스 고레벨의 움직임처럼 패턴발견이 빨라졌습니다.
일단 패턴이 있고 독자는 그것을 발견하는 리듬을 타며 읽을 때 속도감이 더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읽는 속도 자체도 빨라질 뿐 아니라 그 즐거움의 지속시간이 길어져 절대적으로 책을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단위 시간 안에 많이 읽게도 만들지만 전체적으로 빨리 읽은 것도 아님을 보면 리듬이 빨라진다는 것은 읽는 사람의 느낌 속에만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표현하자면 그의 문장은 매우 애크로바틱했습니다. 단어가 재주를 부리며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라 애크로바틱 말고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테트리스 게임을 다들 해보셨지요? 요철을 맞추기 위해 회전시키면서 떨어뜨리는데 결정장애가 있으면 여러 번 돌리다가 제 자리에 안착시키는데 실패합니다. 유키오는 휘휘훽 돌려서 정확히 꽂아넣어 문장을 완성했고 읽는 체감 속에 마치 액션을 보는 듯한 신선함이 있습니다. 일어원전의 영역본(Ivan Morris 1959)인데 이렇게 느끼다니 번역자도 대단합니다.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원본의 힘일지 번역자의 역량이 가미된 것인지는 모리스의 다른 번역본들을 읽으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he Pillow Book을 모리스 번역으로 읽으면 되겠네요.
The Crazy Iris, by Masuji Ibuse, Encounter, Vol. 6 no. 5, 1956
Fires on the Plain, by Shōhei Ōoka, Martin Secker & Warburg, 1957
The Temple of the Golden Pavilion, by Yukio Mishima, Alfred A. Knopf, 1959
Life of an Amorous Woman, by Ihara Saikaku, Unesco/New Directions Books, 1963
The Priest of Shiga Temple and His Love, by Yukio Mishima, in: Death in Midsummer and Other Stories, New Directions Publishing Corporation, 1966
Swaddling Clothes, by Yukio Mishima, in: Death in Midsummer and Other Stories, New Directions Publishing Corporation, 1966
The Pillow Book of Sei Shōnagon, Oxford University Press, 1967
The Journey, by Jirō Osaragi, Charles E. Tuttle, 1967
As I Crossed a Bridge of Dreams, by Sarashina Nikki, The Dial Press, 1971
다시 금각사 이야기입니다. 1장에 세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리듬감 있게 서술하다가 내리 꽂습니다. 일정 간격으로 문장에 콘트라스트가 강한 수사법을 쓰는데 그것도 광대역입니다. 출렁출렁 배멀미날 것 같은 문장의 행보가 갑자기 수직낙하하면서 에피소드를 마무리합니다. 잠깐 살펴본 그의 인생도 그렇더군요. 미학적 스타일에 심취하면 삶도 그렇게 되는 것일까, 수사법과 그의 생과 사가 닮은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말과 글의 무서움의 증거일까 생각했습니다. 제목이 Beat & Life인 이유입니다.
2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1장에서의 느낌이 계속될런지, 이 리듬감이 나중에도 마찬가지일지 저도 궁금하여 이 기록을 남깁니다. 아울러 금각사가 어떤 의미로 제게 남을지 리뷰를 시작하며 이 느낌의 선명함과 그에 대한 경탄이 이어질지 아니면 전체 서사의 완성 보다는 재능의 반복사용을 목격할 것인지 더 넓은 의미의 경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협주곡 이상 교향곡 수준이 되지 않을까 각 장을 악장으로 삼아 각각의 장이 다른 리듬과 화음으로 구성되어 종국의 미학적 완성을 위해 달리지 않을까요? 실제 금각사 또는 추상적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1장에 벌써 다 나왔으니까, 자신의 '금각사'는 어떻게 축조했을까 흥미진진합니다.
이 말 보고 좀 찔리기도 하고^^, 아침에 애독하는 웹툰에 나왔어요, 이 말 또한 서사 속 비트입니다. 장르마다 그 비트의 수와 촘촘함과 리듬이 바뀌겠지만 문장 속에 단어가 탁구공처럼 파도처럼 어떤 진동이나 타격을 주는 재능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저명한 학자의 고명한 책이 문장은 고리타분한 경우가 세상 참 공평하구나 느낄 때입니다.
금각사 작품 전체의 평가와 상관없이 미시마 유키오가 금각사가 제게 준 첫 인상입니다. 그의 문장론과 소설론 책들이 나와있던데 그런 책을 낼 만했네요.
자 그럼,^^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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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 재밌습니다. 심미주의 이런 게 아니라 정말 흥미진진한 작품입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