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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창가에 선 남자가 할 수 있는 것(with 갤23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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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19 03:18:47

아내 정기검진 연례행사에 기사로 동원됐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서 있어야 했어요. 읽고 있는 클라라와 태양(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처럼 창 안과 밖을 보는 두 가지 옵션이 주어졌습니다.

 

소설 속 인공지능이 비주얼을 인식하는 알고리즘이 이랬을까 집중하며 선과 면과 햇빛을 봤습니다.

 

대략 시애틀 9번가 병원 빌딩 11층에서 본 북쪽 풍경입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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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4-04-19 04:31:21

첫번째 사진 너무 취향저격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WR
2024-04-19 05:08:20

감사합니다!

1
2024-04-19 05:32:48

오랜만입니다.

 

지난 한 달 간 저에겐 정말 많은 놀라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곳 게시판을 통해서는 나눌 수 없는 이야기일 듯 싶지만 그래도 그랬었다고, 그랬군요 님에게는 남기고 싶나 봅니다.

 

아내 분의 건강이 온전하길 기도합니다.

 

+

하늘과 푸르른 나무가 나온 밑에서 세번째 사진이 저에겐 베스트 입니다.

 

++

대학에서 미술 관련 학과를 전공한 아내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세상에 아무리 멋진 예술 작품 그림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매일매일 하늘에 그려주시는 그림에 비할 바가 안되고, 매일 이런 그림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는데 반박을 할 수가 없더군요. 그 이후 하늘을 좀 더 자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서명을 보고 아내의 말이 떠올라 추가로 남겨봅니다.

WR
1
2024-04-19 05:48:04

제 앞의 제한된 풍경으로부터 가능한 아름다운 프레임을 모두 찾으려 애썼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게 임해야겠죠. 아내 분은 괜찮으신가요, 제 아내는 괜찮습니다. 자연은 아름다움의 총합이고 보는 자의 눈에만 보여줍니다. 보지 않으면 없습니다. 눈은 보는 장치이기도, '삶의 자세'라고도 생각합니다

1
Updated at 2024-04-19 06:13:08

창가에 선 남자가 있으면 창밖의 여자도 있죠.ㅎㅎ 집사람도 오늘 정기검진이라 분주합니다. 별 이상없기를 바랄밖에요.

WR
1
2024-04-19 06:25:13

돌아오는 길 가 벤치에 두 할머니가 앉아 있었어요. 종합병원 근처, 교대 시간이라 몰려나온 퇴근차량들과 함께 신호등 기다리며 한참을 봤죠. 할머니들은 아마도 바로 뒤, 아파트에 사는 분들로 보였어요. 늙어서 병원 앞에 사는 것도 선택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 몫입니다. 홈리스들이 병원 주변에서 숙식과 의료혜택을 누리는 것도 선택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먼 훗날 늙어서 어디에서 살 것인가를 의논하며 귀가했습니다. 별 일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1
2024-04-19 06:41:00

인간이 만든 직선과 자연의 선이 어우러져서 멋진 풍경을 보여주네요.
두 분 건강을 기원합니다.

WR
1
2024-04-19 06:46:48

첫 사진의 앵글로 날아들어온 두 마리 새를 보며 Knight님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1
2024-04-19 07:09:43

새가 두 마리나 있었네요

1
2024-04-19 07:17:25

시애틀의 하늘빛은 여전히 이름답군요
어떤 결과 나올지 염려되어 건강검진 받기 두렵다는 몇년전 선배들의 너스레가 이젠 나의 일상이 되었구나 하며 살고 있습니다
내외분 함께 무탈하시길 기원합니다

WR
2024-04-19 07:21:26

저희 부부 둘 다 위내시경 5년 전에 받고 이번에 신청자격(5년 경과)이 되어 심사 결과, 아내는 거부됐고 저는 결과 기다리는 중입니다.

내시경검사 신청 통과 기원이 더 시급히 요청됩니다.

1
2024-04-19 08:11:17

거부 = 이상소견 없슴?

아무튼 스트레스 (거의)없는 삶이 가장 중요하더군요

WR
Updated at 2024-04-19 08:18:49

Final notice란 제목으로 빨리 연락하라 해서 전화 걸었더니 신청하라고, 했더니 탈락, 스트레스 풀 충전입니다 with 닥터상담 fee 300불.

2024-04-19 08:34:16
2
2024-04-19 07:52:44

https://blog.naver.com/koreaphotoart/223412324504

대전에서 이런 전시가 있군요, 사진의 진짜 내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부디 두분 모두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WR
1
2024-04-19 08:03:42

기사 내용이 저 창가에서의 천착과 비슷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2
2024-04-19 08:12:53

취한배님 글에 언제나 눈귀가 호강합니다

1
2024-04-19 19:19:38

좋게 봐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1
2024-04-19 09:14:28

오늘도 그랬군요님의 글과 시선 잘 보고갑니다. 허리 치료 잘 받으시기 바라며 두분 모두 건강한 일상 누리시길요 ;)

WR
2024-04-19 09:25:24

같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
Updated at 2024-04-19 09:26:18

시애틀 9번가 병원 11층에 한 남자가 창밖을 보며 서 있다.

태양을 등지고 북쪽을 바라보는 남자는 맞은 편 건물들과 건물의 옥상, 벽돌집 창문, 빌라의 발코니 등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눈으로 훑는다. 이렇게 창밖을 둘러본지 열흘째, 남자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검진이 있는 아내를 따라 병원에 온 남자는 허리 문제로 인해 의자에 앉아 있기 힘들었다. 그래서 잠시 대기 의자에 누웠고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었다. 그러나 잠에서 깬 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엔 본인이 너무 오래 잠들어서 병원이 문을 닫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랬다면 아내가 나를 깨우지 않을 리가 없었다. 

병원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바깥을 아무리 찾아봐도 사람의 자취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새도, 고양이도, 풍뎅이도, 나비도 다 있었다. 오직 사람만 없었다. 응답 없는 남자의 갤럭시 23 울트라는 울트라하게 무용지물이었다. 

평소 사람 없는 한적한 산행을 좋아하던 남자였지만 사람들의 흔적 부재가 이렇게 끔찍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남자는 처음에는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차들이 그대로 서 있는 병원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그는 나가기를 포기했다. 

표면적으로는 본인의 허리가 장시간 운전을 혼자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돌아올지도 모를 아내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가 있었지만 사실 모든 차가 그대로 서 있는 지하 주차장을 보며 바깥에 무엇이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이유도 컸다. 

남자는 이해되지 않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산행에 곰이 나타나는 것은 두렵기는 하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길에 광대 인형탈이 있으면 그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므로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지금 그가 마주친 상황이 산골 깊은 곳에서 광대 인형탈을 마주친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브로스, '나는 잔털이다.' )

WR
2024-04-19 09:28:57

나중 포스트를 위한 사진인데 미리 풉니다.^^

"산골 깊은 곳에서 광대 인형탈을 마주친 것과 같다는 생각"과 딱 맞습니다.

1
2024-04-19 10:05:47

두분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시애틀 사진 보다보니 가본적은 없지만 라오어하면서 돌아다녔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WR
2024-04-19 10:31:57

감사합니다.
맨날 비가 와서 눅눅하고 어둡다가 해가 나기라도 하면 정말 부러울 데 없는 눈부신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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