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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사진 확인) 호수 반영샷 맛집, 메이플 그로브 1박2일 백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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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5-27 11:12:46

뉴욕 여행 갔을 때 경유지로 시카고를 들러서 오기로 했었죠. 시내에 있는 호텔에 묵으면서 뮤지엄을 가려던 계획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아침 저녁으로 날씨를 확인하는데 시카고 체류예정기간 동안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며칠 내내 사라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집 근처 날씨는 왜 이리 좋은지. 뉴욕 거리를 하이킹하듯이 쏘다녔지만 다닐수록 산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더 굴뚝같았습니다.(이 표현도 이제 oldie군요) 시카고 비행기, 호텔, 레스토랑 모두 취소하고 하루 먼저 귀가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예약이 필요없는 캠핑 장소를 물색해서 선택한 곳이 베이커 산이 호수에 비치는 베이커 호수, 그 호숫가 트레일을 들어가면 나오는 메이플 그로브 캠핑장입니다.

 

하루 동안 여독을 푼 다음에 부랴부랴 백팩을 챙기고 떠났습니다. 2시간 반 정도 거리를 운전해서 들어가는데 비포장도로로 들어서니 그 많던 차들이 모두 사라지고 저희만 남더군요.

 

주차장에 갔더니 예상 외로 차가 많았고 남은 자리는 단 두개, 예약 없이 먼저 텐트치는 사람이 임자인 곳이니 살짝 불안했습니다. 금요일 오후가 이 정도니 주말이라면 어찌 될런지 생각하기 싫어졌습니다.

 

호반길은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아기자기하게 풍경이 바뀌면서 가끔 시냇물이나 쓰러진 나무를 만나거나 왼쪽으로 눈을 머리에 쓴 베이커산이 술래잡기하듯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합니다.

 

 

너무 덥지 않은 햇볕이 나뭇가지 틈으로 트레일을 비추고 4마일(6.4킬로)정도의 짧은 거리와 평탄한 호반길을 걸어가기 때문에 소풍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는 동안에 낚시하는 사람도 만나고 캠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두 서넛 만난 것 말고는 고요하고 쾌적한 산책같았습니다. 하루자고 오는 것이라 워터필터 없이 생수병을 충분히 넣었는데 걸을 때마다 삐직삐직 병끼리 비벼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윽고 두 시간 남짓 걸어서 도착한 캠핑장, 호숫가 비치로 향했습니다. 먼저 만난 것은 화장실이었는데 화장실이 특이합니다. 뚜껑없는 좌변기가 있는데 안에 검은 색의 고무컨베이어벨트가 있습니다. 용변을 보고 변기 옆에 있는 페달을 다섯 번 밟으라고 안내문이 있어서 시키는 대로 하니 젖은 벨트가 돌아가서 마른 부분이 나오더군요. 큰 일을 봐도 인력으로 자동세척이 되는 신박한 디자인이었고 다녀 본 중에 가장 깨끗한 화장실이었습니다. 여기서 검색을...찾았습니다^^ Urine Diversion Toilet Seats라고 하는군요.

 

 

 

소변 전환 변기

소변 전환은 저비용, 저위험, 저냄새의 물 없는 화장실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소변이 배설물과 섞이면 과도한 암모니아가 배설물에 악취와 독성 물질을 생성합니다. 분변과 섞이기 전에 소변을 다른 곳으로 보내면 현장에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소변에 적셔지지 않은 배설물은 벌크제 없이도 다양한 무척추동물(벌레, 선충류, 진드기)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자신의 소변 위에 똥을 싸는 유일한 포유류입니다. TTS의 견고한 소변 전환 시스템은 소변이 배설물에서 자연적으로 전환되도록 하여 소변이 지역 식물을 비옥하게 하고 토양 무척추동물이 배설물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는 대도시에서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분리 처리 및 재활용합니다. 자연 생태계가 부정적인 영향 없이 이러한 물질 흐름을 개별적으로 처리(및 재활용)할 수 있도록 야생에서도 우리의 신체 폐기물을 분리하는 것이 똑같이 중요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gOZMJhGEaYQ

https://www.toilettech.com/udseats

 깔끔한 화장실을 먼저 이용한 다음에 캠핑장으로 서둘러 갔습니다. 아니 벌써 이미 상상을 넘는 인파까지는 아니지만 텐트가 비치가 좋은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 보이고 베이커산이 보이는 나뭇가지에 걸린 해먹이며 테이블에 늘어놓은 장비며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이미 모든 비치 주변의 텐트 자리는 꽉 찼고 2선에 3개 정도의 자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그 나마 제일 좋아보이는 자리를 골라 짐을 풀고 텐트를 쳤습니다. 햇빛이 따가운데 호수에 반사된 열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호숫가 텐트자리가 썩 좋아보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텐트를 치고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에 테이블과 의자를 챙겨 호숫가로 갔습니다. 싸가지고 온 와인을 마시면서 황혼을 감상할 생각입니다. 덜렁 앞에 큰 산봉우리 하나 있는데 봐도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는 두 쌍의 부부가 캠핑을 왔나본데 백패킹이 아닙니다. 호수 건너편에서 카약을 타고 온 게 분명합니다. 카약 두개, 패들보드 하나, 오리튜브 하나가 모래사장에 있어서 알 수 있었죠. 설마 오리 튜브를 타고 왔을까요 ㅎㅎ

 

와인을 마시며 와인 빛깔로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로봤습니다. 엄청난 낙조 같은 것은 없었지만 산과 호수가 마치 거실에서 보듯 오랜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베이커산과 넘어가는 해를 향해 건배....

 

베이커 산 뒤 수 많은 높은 봉우리를 타고 넘어 찢긴 구름이 퍼져나가는 모습이 주유소 앞 호객풍선처럼 너울너울 춤을 추는 듯합니다.

 

반대 편에 가끔 지나가는 모터 보트가 일으킨 파도가 호수 이쪽에 도달할 무렵이면 이렇게 모르스 부호같은 모습으로 좌우로 미끌거리며 사그러지더군요.

 

 

유난히 밝은 별이 하나 떴고 사진에 잡혔습니다. 시간이 지나 엄청난 별들을 봤지만 사진으로는 못 담았네요.


   

와인이 떨어지고 살짝 어둑해지기 시작했고 기온도 선선해져서 텐트 옆으로 와서 불을 피웠습니다. 아직 잠자러 가긴 이르고 불멍이나 좀 할 생각이었죠. 오늘은 불도 빨리 붙었습니다. 만사형통 ㅎㅎ

 

불멍을 막 시작하려는데 두 사람이 저 위에서 내려옵니다. 이미 남은 자리가 없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넓은 캠핑지역을 구석구석 뒤지며 자리를 찾다가 안내판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불 피우고 있는 자리는 굉장히 넓었기에 저는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이미 어두워졌고 남는 자리는 없을 것이며 이 안내판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 자리가 넓으니 일단 거기에 텐트를 치라고 했습니다. 1인용 텐트 두개를 치더군요.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아주 애띤 남여였습니다. 친구들이 또 도착할 예정인데 우리가 떠난다 하니 자리가 생겨 무척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캠핑장에서 주차장에 있는 차까지 돌아오는 길에 수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습니다. 아 어제와 같은 고요 속의 안식 같은 것은 오늘 없겠구나. 최적의 장소라 해도 타이밍이 안 맞으면 최악의 경험을 할 수 있겠구나 느꼈습니다. 

 

만일 내년 봄에 아직 사람들이 몰리기 전이라면 기꺼이 또 올 것입니다. 제게는 최고의 호숫가 캠핑이었거든요. 

 

마지막으로 아침에 찍은, 아직 뜨거운 햇살에 호숫물이 들끓기 전 잔잔한 호수에 비친 베이커산의 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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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3-05-27 08:34:57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어제 홍콩에서 Zhang Haochen과 홍콩필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협3번을 들었습니다^^

WR
1
2023-05-27 08:38:48

공감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피협3번
https://youtu.be/CzQcX3rWA6o
피협2번
https://youtu.be/dyrqqX12lLY

2
2023-05-27 09:36:32

영화 샤인 으로 알게된 곡이라 저는 영화 속 장면들이 먼저 떠오르..은 다고 하기엔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각 잡고 다시 감상 해봐야 겠습니다

WR
2023-05-27 11:02:22

샤인 따로 음악 따로 ㅎㅎㅎ 기억납니다.

1
2023-05-27 08:51:15

아...미국여행가고 싶네요.

WR
2023-05-27 11:02:39

정답은 이거죠^^

1
2023-05-27 09:06:06

베이커산(신령님)을 향한 경배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하는 느낌이

전해오는 사진과 포스팅입니다. 특히 조용한 호수가의

캠핑이었으니 여러모로 흐믓하셨을 듯합니다.

그리고 저 화장실의 환경과 어우러지는 방삭이 꽤나

흥미롭네요.

 

WR
1
2023-05-27 11:03:59

시의적절이란 단어가 딱 맞는 곳입니다. 사람 몰리고 시끄럽고 혼잡한 곳인데 태고의 정적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니 매우 운이 좋았던거죠. 화장실은 정말 다녀본 데 중에 갑이었습니다.

1
2023-05-27 13:44:19

낭중에 화장실의 문화사로 칭할 만한 자료를 알려드리고 싶군요!

 

1
2023-05-27 09:37:15

반영 사진으로 추정되는 몇장이 연결이 안됩니다

WR
Updated at 2023-05-27 11:10:41

보이죠?


 

 

 

 

1
2023-05-27 12:55:31

믓찝니다

ECM레이블 표지 디자인 같습니다

반영 사진에 어울리는 곡이 바로 Spiegel im spiegel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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