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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포기하면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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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3-31 16:27:12

 

사토리 세대가 전하는 일본 젊은이가 행복한 이유라고 하는데 잼나네요 ^^ 지금 일본 걱정할 때가 아니라 한국이 난리라는..

 

나라는 절망적인데 젊은이는 행복하다? 이 역설이 가능한 이유는,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20~30대 일명 사토리 세대는 대부분 비정규직 혹은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차도 집도 구매하지 않고, 돈과 출세를 쫓는 무한 경쟁의 삶을 거부하며, 작은 세계에서 서로를 인정하며 보내는 하루하루의 소박한 삶에 만족한다. 그 결과 최근(2020년?)에 조사한 결과 20대 생활의 만족도는 78.3%까지 증가했으며, NHK에서 한 조사에서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95%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이는 오히려 40대의 58.3%, 50대의 55.3%보다도 높은 수치다.

 

하지만 젊은이가 행복하다는 사실이 나라가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갈수록 성장률은 정체되고, 취업은 점점 더 바늘구멍이 되어가고 있다. 만약 이런 일본이 절망적이라면, 한국은 '더' 절망적이다. 한국에서는 미래가 절망적이니 현실에서라도 만족하자라는 체념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나름 현실과 타협을 하고 자급자족적인 삶을 꿈꾼다. 반면 한국의 N포 세대는 어쩔 수 없이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아직 꿈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라 코인, 주식, 부동산 등으로 계급 상승을 꿈꾼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니 더 불행할 수밖에.

 

그 결과 일본의 자살률이 20%인데, 한국은 30%가 넘는다.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한국의 청소년과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압도적으로 OECD 꼴찌를 달리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청소년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만, 그 문은 터무니없이 좁다. 한국의 경우 구직자들의 평균 역량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다. 정규직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1차 노동시장은 10% 불과하지만 2차 노동시장의 평균 임금 1.7배에 달한다. 미래도 밝지 않다. 일본의 노인 빈곤율이 20% 내외인데, 한국은 48%에 달한다. 한 마디로 평생에 걸쳐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지만(혹은 그렇기에), 가장 불행하다.

 

글쎄.. 일본의 젊은이도 제각각이고, 한국의 젊은이도 제각각인데 "are you happy?" 물어보고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훨씬 불행하다고 하기엔 좀 비약이 있는 거 같다. 게다가 굳이 누가 더 불행한가? 고난 배틀을 할 필요도 없고. 다만 일본하고 한국의 상황 차이는 있다.

 

첫째, 일본은 저출산이 빨리 와서 생산가능 인구가 대폭 줄었기에 취직의 문도 넓고, 중소기업도 탄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도 적은 편이라고 한다. 알바를 해도 그럭저럭 먹고 살만하다. 술집 알바를 주5일에 야간 수당까지 합치면 월 30~40만 엔 정도 한다고 하니.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가 한 달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도 거품경제 시절보다 많다고 한다(참고로 물가는 그때랑 똑같다). 자세한 건 일본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모르겠다.

둘째, 지방 경제가 한국보다 훨씬 활성화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고졸 이상이 자신의 현에서 취직할 확률이 80.3%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75%의 대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셋째, 저성장이 일반화되어서 자기 주변의 친구들이 다 고만고만할 경우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갑자기 나랑 별로 차이 없던 놈이 갑자기 주식이나 코인으로 대박이 난다면 모르겠지만, 애초에 사회가 정체되어 비슷한 처지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 셈이다.

 

한국도 저성장이 일상화되고 오히려 계급이 고착화 되어서 계룡남의 꿈이 없어진다면, 희망을 버려서 행복해지는 역설이 발생할까? 내 생각에는 내가 저 놈보다 못한게 뭐야? 생각하는, 혹은 엘리트 주의가 일상인 한국에서는 한참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결국 누구나 가던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인생이라는 성공 공식은 이미 깨지고 있는 추세이다. 만약 모두가 나니는 길밖에도 발자국이 남기 시작하면 결국엔 똑같은 길을 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일본이 한국보다 20년 정도 선행하는 걸 보면 가능할 것도 같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든 노인이든 뭔가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은 동일한 거 같다. 실제 일본은 해외여행도 줄고, 소비패턴도 변하고 있지만, 사회에 참여하고자 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뭐라도 하고 싶지만" 그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족으로 하나의 걱정은 젊어서야 보헤미안처럼 혹은 미니멀리스트로 알바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지만, 이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노후 대비가 전무하다는 점인 거 같다. 또한 연애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기 때문에, 20~30년 후에는 어떤 인구 재앙이 올 것인지 감히 상상이 안 가네. 하지만 그때는 그때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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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03-31 16:17:56

"자기 주변의 친구들이 다 고만고만할 경우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이해 안되던 많은 것들이 이 문장 하나로 살짝 이해가 갈라고 말라고 하고 있슴다. 

WR
2023-03-31 16:21:19

넌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노오력을 하면 돼! 하는 희망 고문이 오히려 더 괴롭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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