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어제 독립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평소 교통수단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요즘 일본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군요. 나중에라도 가자고 말하면 언젠가는 꼭 가야합니다. 그런 약속은 까먹지도 않고 저와 아내도 아이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신념 때문이죠.
계속 안된다 했더니 이젠 기차만 타보고 오자는 녀석의 요구가 불편하기도 하고 3월이고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어제 아침 즉흥적으로 독립기념관에 가자했더니 흔쾌히 나서더군요.
가서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화내기도 하고 울먹거리기도 하는 녀석을 보며 오길 잘 했다 싶었습니다. 특히 전시관의 경우 언젠가 리모델링을 했는지 예전에 수학여행으로 갔었던 아내의 기억과 달리 구성도 알차고 저 역시 빠져들면서 찬찬히 보게 되더군요.
처음 가 본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총독부 잔해들이었습니다. 독립기념관 기준으로 해가 저무는 서편에 5미터의 땅을 파서 묻어버린 듯 중앙에 첨탑을 두고 주변의 석재는 전부 총독부에서 나온 석재로 구성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석탑이나 불상이 동시대 유럽의 석조미술에 비해 투박해 보이는 이유가 가공하기 힘든 단단한 화강암이기 때문이라는데 일제는 그 수많은 단단한 석재들을 정말 유려하게 조각했습니다. 경복궁의 숨을 틀어막듯 근정전과 광화문 사이에 세운 총독부의 규모있는 모습을 전시관 안에서 사진으로 보니 정말 공들였구나 싶으면서 진정으로 자신들의 영구적인 지배를 생각했구나 싶었죠.
삼일절 전후로 일본 여행 예약의 90%가 찼다는 뉴스는 본 적이 있는 아들은 "삼일절에 일본을 가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 하며 삼일운동 전개과정을 보며 분개했고, 아빠의 작은 할아버지가 남양군도에 징용을 가셔서 돌아가셨다는 사연을 아는 녀석은 일본의 강제동원 전시관에서 눈물을 애써 참더군요.
독립기념관을 떠나며 아빠가 이 곳에 온 이유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 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일본은 싸우지 말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져야 하는 가까운 이웃이지만 과거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그에 따르는 행동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되며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 아빠는 일본이 불편하다고 얘기해 줬습니다.
해질녘 아빠의 의도를 알아주며 뒷좌석에서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아들에게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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