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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어제 독립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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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3-19 08:37:40


평소 교통수단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요즘 일본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군요. 나중에라도 가자고 말하면 언젠가는 꼭 가야합니다. 그런 약속은 까먹지도 않고 저와 아내도 아이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신념 때문이죠.

계속 안된다 했더니 이젠 기차만 타보고 오자는 녀석의 요구가 불편하기도 하고 3월이고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어제 아침 즉흥적으로 독립기념관에 가자했더니 흔쾌히 나서더군요.

가서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화내기도 하고 울먹거리기도 하는 녀석을 보며 오길 잘 했다 싶었습니다. 특히 전시관의 경우 언젠가 리모델링을 했는지 예전에 수학여행으로 갔었던 아내의 기억과 달리 구성도 알차고 저 역시 빠져들면서 찬찬히 보게 되더군요.

처음 가 본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총독부 잔해들이었습니다. 독립기념관 기준으로 해가 저무는 서편에 5미터의 땅을 파서 묻어버린 듯 중앙에 첨탑을 두고 주변의 석재는 전부 총독부에서 나온 석재로 구성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석탑이나 불상이 동시대 유럽의 석조미술에 비해 투박해 보이는 이유가 가공하기 힘든 단단한 화강암이기 때문이라는데 일제는 그 수많은 단단한 석재들을 정말 유려하게 조각했습니다. 경복궁의 숨을 틀어막듯 근정전과 광화문 사이에 세운 총독부의 규모있는 모습을 전시관 안에서 사진으로 보니 정말 공들였구나 싶으면서 진정으로 자신들의 영구적인 지배를 생각했구나 싶었죠.

삼일절 전후로 일본 여행 예약의 90%가 찼다는 뉴스는 본 적이 있는 아들은 "삼일절에 일본을 가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 하며 삼일운동 전개과정을 보며 분개했고, 아빠의 작은 할아버지가 남양군도에 징용을 가셔서 돌아가셨다는 사연을 아는 녀석은 일본의 강제동원 전시관에서 눈물을 애써 참더군요.

독립기념관을 떠나며 아빠가 이 곳에 온 이유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 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일본은 싸우지 말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져야 하는 가까운 이웃이지만 과거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그에 따르는 행동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되며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 아빠는 일본이 불편하다고 얘기해 줬습니다.

해질녘 아빠의 의도를 알아주며 뒷좌석에서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아들에게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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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4
2023-03-19 08:37:13

공감과 존경의 추천 드립니다!

WR
2023-03-19 16:22:55

감사합니다.
저도 새롭게 상기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7
2023-03-19 08:40:54

맞습니다. 가해자가 진정한 사과와 그에 따른 행동 실천을 해야만 진전한 용서가 되고 화해가 되죠.

아빠의 말을 잘 이해하고 따르는 아이의 마음이 사진에 잘 보이네요.

제대로 해결되고 좋은 세상이 올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더 노력을 해야 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WR
2023-03-19 16:23:25

네.
우리가 노력을 해야죠.
덕담 감사합니다.

5
2023-03-19 08:41:54

뜻깊은 가족여행 다녀오셨네요.^^
근처 아우내장터에서 순대국밥은 드셨나요?
최근 광화문 앞에 일제가 만든 철길이 발굴 됐다던데 그것들도 파내서 저기다 던져 놨으면 싶네요.

WR
2023-03-19 16:25:06

마침 전날 우리 식구가 애정하는 순대국밥집에서 한그릇을 한지라 병천 아우내는 다음 기회로 미뤘죠. ^^
저도 오늘 그 뉴스꼭지를 봤습니다.
아내는 참 어찌 이렇게 어리고 유치할까 하더군요.

6
Updated at 2023-03-19 09:33:03

요즘처럼 독립운동가 선조님들에게
부끄럽고 죄송스러울때는 처음인듯요
통탄스러운 시국 저도 독립기념관 방문해야 겠네요 ㅜ
얼마나 나라를 망칠지 걱정입니다 ...

WR
1
2023-03-19 16:26:17

매우 유익합니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개념이 크지 않은 제게도 울림이 있었구요.

5
2023-03-19 08:48:32

저도 여기 다녀온 지가 20년넘은거 같네요.
날씨도 좋으니 조만간 가봐야 겠네요.

WR
2023-03-19 16:27:04

어제는 좀 쌀쌀했습니다.
꽃피는 봄날 나들이 삼아 가기엔 참 좋겠더라구요.

4
Updated at 2023-03-19 08:59:55

저도 딸래미 데리고 한 번 가봐야 겠군요.

WR
2023-03-19 16:27:57

추천합니다.
1관 출구 쪽에 소소한 기념품샵에서 가방에 달 악세사리도 괜찮은 것들이 있더라구요.

3
2023-03-19 09:00:14

잘 다녀 오셨습니다. 

WR
1
2023-03-19 16:28:07

감사합니다. ^^

3
2023-03-19 10:06:47

이사국에 깨어있는 참 애국자 이십니다! ^^

WR
1
2023-03-19 16:28:46

애국자는요.
그냥 더불어 사는 게 소중한 평범한 필부일 뿐입니다.

3
2023-03-19 10:39:11

독립기념관에 1년에 두어번 가는데 갈때마다 꼭 들려서

저기에 발길질 한번 하고 옵니다.

WR
1
2023-03-19 16:29:22

저도 침 한번 뱉으려다가 아들이 극구 말려서 말았습니다.

3
Updated at 2023-03-19 10:47:40

뜻깊은 글 잘 읽었습니다. 

WR
1
2023-03-19 16:30:08

읽어주서서 감사합니다.

4
2023-03-19 11:31:09

이보다 더 훌륭한 역사교육이 있을까요? 일본에 요구하는 사죄의 본질은 피해자에 대한 금전적인것만도 아니고 다시는 침략과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각오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죠

WR
1
2023-03-19 16:31:57

맞습니다.
이야기나 책이나 유튜브 보다 이렇게 직접 체감하는 것이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아요. 아들이 제 생각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 고마웠습니다.

2
Updated at 2023-03-19 12:44:49

여러모로 뜻깊은 포스팅이십니다.

WR
2
2023-03-19 16:32:27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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