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책]  최근에 구매한 책들

 
13
  2689
2022-10-06 22:06:27

 

 이 책의 저자 매슈 베이커는 국내에 <데카메론 프로젝트>라는 앤솔로지에 단편 한편이 소개된 적이 있는 작가입니다. 독립 작품으로는 이 책이 처음 번역되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Dy6MpsDPKts

https://www.youtube.com/watch?v=J60IPPvLhWA 

모험, 사랑, 코미디, 범죄, 미스터리…
열세 개의 평행 우주를 종횡무진하는
짜릿하고 기상천외한 SF 멀티버스!

“이 작품이 보여주는 유려함과 통찰의 깊이란, 솔직히 이 정도면 불법인 수준이다.”
_라이트스피드 매거진


나이가 들어 노동할 수 없는 나이가 되면 인구 조절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권장하는 세상이 온다면? 인간의 정신을 데이터로 전환하여 육체 없이 컴퓨터 서버상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면? 범죄자들을 감옥에 구금하는 대신 범죄의 형량에 따라 기억의 일부를, 혹은 전부를 삭제하는 형벌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후기자본주의, 애국주의, 빈부격차, 인구 증가, 이민자 문제 등 현대사회의 가장 첨예한 이슈들을 SF적인 설정을 통해 기발하고 재치 있게 풀어낸 매슈 베이커의 소설집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가 출간되었다. 〈버라이어티〉 선정 ‘주목해야 할 스토리텔러 10인’에 이름을 올린 미국의 젊은 소설가 매슈 베이커는 2015년 에드거상 후보에 오른 아동소설 『이걸 찾는다면If You Find This』으로 데뷔한 이후, 관습적인 소설의 문법과 틀을 벗어난 독창적인 작품들을 다수의 문학잡지와 온라인 플랫폼에 기고하며 주목받아왔다. 2020년에 출간된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에도 역시나 설정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이야기 열세 편이 알차게 담겨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회적 관습이나 제도, 과학기술을 소재로 우리 사회의 작동 방식을 때로는 위트 있고 익살스럽게, 때로는 날카롭게 풍자해낸 이 책은 영국의 유명 SF 옴니버스 시리즈 〈블랙 미러〉에 비견되며 출간 즉시 다수의 제작사와 영상화 판권 계약을 맺었다.

매슈 베이커는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시대정신이나 이념을 기묘하고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변주하고 확장해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게다가 코믹한 소동극부터 가족 드라마, 스릴러, 추리물, 그리고 안내책자 형식의 소개글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제각기 다른 문체와 장르를 활용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렇게 탄생한 매슈 베이커의 세계는 대체로 현실을 뒤집고 비틀어 만들어낸 ‘비현실’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현실 세계의 가장 적나라한 맨얼굴을 마주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계속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거울상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끝나고 소설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다시 익숙한 세계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실존하지 않는 그들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가 지나치게 닮아 있다는 서늘한 기시감이다. 하지만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의 가장 큰 미덕은 비판하되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풍자하되 냉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정말 어딘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점점 더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동시에 그 삐걱거리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한 각각의 사람들을 이해와 연민의 눈길로 바라본다. 자신이 창조한 혼란한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과 그 혼란 속에 함께 존재한다. 그의 자리는 언제나 소설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어쩌면 우리의 현재!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매슈 베이커의 SF 유니버스에 어서 오세요


첫 단편인 「싸우는 단어들」은 작가의 자조적이면서도 온기어린 세계관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 이야기의 화자는 사전편찬자로 일하는 중년의 남자다. 그는 다른 출판사에서 사전을 그대로 베껴서 출간할 경우 적발할 수 있도록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단어를 만들어내 실재하는 단어들 사이에 슬쩍 끼워 넣는 일을 한다. 그에게는 더이상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사멸한 언어를 연구하는 남동생이 있다. 두 남자는 어린 조카를 끔찍하게 괴롭히는 열네 살짜리 소년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매일같이 소년을 미행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러는 과정에서 점점 그 아이에게 고통스러운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화자는 그 감정을 자신이 만들어낸 ‘아더리(othery)’라는 가짜 단어로 묘사한다. “다른 이의 고통에 공감하여 경험하는 고통으로, 원래의 고통보다 더 괴롭다”고 정의된 이 감정으로 인해 자신이 복수할 수 없을 것임을 깨달은 화자는 자조하듯 내뱉는다. “우리는 세상의 악으로부터 조카를 지킬 수 없다. 심지어 그 악을 다른 악으로부터 지킬 수도 없다.” 이 대사는 정확히 매슈 베이커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이 사회의 추함과 부조리를 절감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속한 세상에 대해 극심한 연민을 느낀다. 이 세상을 악에서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그는 그저 ‘작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건 바로 이 단편의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 단어로 소년을 이해해보려 했던 것처럼, 언어로 빚어낸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이해하는 일이다. 때로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통해 존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우리가 미워하는 것들까지도.

뒤집힌 사회와 그 적들,
그리고 꿈꾸는 자에게만 허락된 악몽


“그냥 그렇게, 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없이 자원을 소모하고 쓰레기를 만들면서 계속 살 순 없어요. 이 행성엔 인간만 백십억 명이 살아요. (…) 아저씨는 늑장을 부려서 모두를 해치고 계신 거예요. 저희 세대를 해치고, 아이들 세대를 해치고, 아이들의 아이들 세대를 해치고 있다고요.” _「의식」에서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금과는 다른 사회적 제도와 문화 아래에서 세상의 질서가 어떻게 뒤집힐지를 상상한 작품들이다. 「의식」에는 전 세계 인구가 백십억 명을 초과하면서 칠십 세가 넘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미덕이 된 사회가 등장한다. 주인공 가족은 권장 연령이 훨씬 넘었는데도 의식을 치르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집안의 한 어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성별 권력의 역전을 다룬 「유토피아의 어느 운나쁜 날」은 극단적인 모권사회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국가의 엄격한 통제하에 시설에 갇힌 채 살아가는 남성들은 자유를 꿈꾸고, 주인공 여성은 “모권사회에서 겪은 최악의 날이라 해도 부권사회에서 겪은 최고의 날보다 더 낫다”는 할머니의 말을 되새긴다. 「마마의 증언」에서는 빈부의 인식에 대한 역전이 일어난다. 개인당 소유물의 수가 낮을수록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강박적으로 퍼진 사회에서, 주인공 소녀는 가족들이 모두 소유욕에 시달리는 아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검소함과 ‘자발적’ 기부를 통한 평등이라는 이상이 강압적 이데올로기가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흥미롭게 고찰한 작품이다. 「행복한 대가족」은 ‘선의’로 만들어진 시스템이 낳을 수 있는 또다른 부작용을 다룬다. 수사극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모든 아이들이 부모 개개인의 양육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평등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개인 양육이 전면 금지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한 여성이 자기 자신의 아이를 ‘훔쳐’ 달아나고, 부모의 잘못된 신념으로 어린 시절 죽음의 고비를 넘긴 형사는 남다른 사명감으로 여자를 뒤쫓는다.

“그에게는 사랑에 빠진 기억이 없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끼워 넣을 스펙트럼이 없다. 감정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는 아내를 좋아하나, 아니면 정말 좋아하나, 아니면 정말 정말 좋아하나, 아니면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하나?” _「평생형」에서

매슈 베이커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과학 기술을 중심 소재로 한 이야기라 해도, 해당 기술의 공학적 측면이나 그로 인해 변화한 사회의 거시적인 풍경을 스케치하기보다는 변화 속에서 개개인이 겪는 갈등과 심리에 관심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평생형」은 범죄를 저지르면 징역을 사는 것이 아니라 형량에 따라 기억을 삭제당하는 사회에서, 중범죄를 저질러 평생의 기억을 모두 잃은 남성이 화자로 등장한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은 ‘우리는 기억을 잃어도 여전히 이전과 같은 사람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전환」은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 서버로 옮기는 ‘마인드 업로딩’이 가능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여 정체성 문제를 우회적으로 다룬다. 육신을 버리고 정신을 데이터화하겠다고 선언한 막내아들과 도무지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어머니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에서, 어머니는 아들의 결정에 충격과 거부감을 느끼지만 어린 시절부터 육체적 쾌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아들의 모습을 회상하며 어쩌면 아들에게 타고난 육체란 자유가 아니라 억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서서히 인정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모르는 것 같지만 나는 안다. 우리가 그자들을 어디에 버리든 그들의 고향은 아닐 것임을. 그들은 여기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 존재가 합법인 곳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불청객이라 불린다.” _「출현」에서

특정한 기술이나 제도가 아닌 초현실적이거나 기이한 ‘현상’을 주제로 한 단편들도 있다. 이민자와 난민 문제를 직접적으로 풍자한「출현」은 어느 날 미국 전역에 난데없이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단체로 출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속이 비쳐 보일 만큼 창백한 피부에 머리도 새하얀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각 주에서는 이 ‘불청객’들을 수용하느라 곤란을 겪는다. 주인공 소년은 ‘불청객’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할아버지와 함께 그들을 잡아서 주 경계 밖에 버리고 오는 일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을 외계인이나 악마라고 믿지만 소년은 사실 알고 있다. “그들이 그저 사람일 뿐이라는 진실을.” 「거꾸로 읽는다면」은 시간의 방향이 역전된 세상을 그린 가장 실험적인 작품이다. 무덤 속에서 탄생해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죽음에 이르는 이 뒤집힌 세상에서, 미국은 외국으로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나라가 아니라, 가장 많은 쓰레기를 들여옴으로써 지구의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한 남자의 인생을 (독자 입장에서는) 거꾸로 따라가는 이 단편은 그 우울의 원인이 밝혀지는 결말부 클라이맥스에서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오직 SF만이 줄 수 있는 감동과 위로를 전한다.

잃어버린 아메리칸드림을 찾아서

“난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나라가 되고 싶은지를요. 과학과 산업의 선두에 선 현대적이고,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나라인가? 아니면 미합중국 같은 나라인가?” _「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에서

마지막으로 표제작인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는 안내책자 형식으로 서술된, 촌철살인의 유머와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미합중국의 정치 사회적 부패를 참다못한 어느 마을 주민들이 회의를 통해 분리 독립을 결정하고 한 국가의 탄생을 선언한다. 그리고 “이전에 살던 나라를 추억하는 뜻에서” 나라 이름을 ‘아메리카’라고 명명한다. 이후 새 나라의 국민들은 미합중국의 적폐를 뿌리 뽑고 새로운 나라의 기틀을 잡기 위해 성별 중립적인 호칭(Mx.)을 만들고, 미터법을 채택하고, 초소형국가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크고 작은 개혁과 쇄신을 도모한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버리지 못한 어느 주민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이 작은 나라에는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결국 소설이 말하는 ‘아메리카’가 ‘미합중국’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 책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의 세계는 당신이 알던 그 세계가 아니다. 어딘가 조금 삐딱한, 어딘가 조금 어긋난, 익숙한 듯 낯선 평행 우주다. 폐기된 이상과 잃어버린 ‘아메리칸드림’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 현실’이다. 물론 그 대안이 실제보다 반드시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극중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우연히 ‘아메리카’에 흘러들어와 이곳의 국민이 되어버린 어느 네덜란드인처럼, 일단 매슈 베이커의 매혹적인 우주에 발을 들인다면 조금은 기이하고 위험해 보이는 이 세계에서 영원히 머물고 싶어지리라는 점이다. 

 

 

  

 웨이워드 파인 3부작이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는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소설입니다.

웨이워드 파인 3부작은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다는데 본 적은 없고 이 작품도 애플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IMDB에는 제니퍼 코넬리의 이름도 보인네요.

뉴욕 타임스 SF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Apple TV+ 시리즈 공개 확정!
세계 30여 개국, 약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SF 작가이자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신작!


《라스트 타운》 《웨이워드》 《파인드》(〈웨이워드 파인드〉3부작 시리즈〉) 등 전 세계에서 약 10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SF 스릴러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신간 《30일의 밤》(원제 ‘DARK MATTER’)이 푸른숲에서 출간됐다. 《30일의 밤》은 다중우주를 소재로 한 SF 스릴러물로 물리학 교수 ‘제이슨’이 다른 세계의 또 다른 나 ‘제이슨’에게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내 삶을 도둑질한 ‘제이슨’의 세계에서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제이슨’의 위험천만한 모험을 스릴 있게 다루며, 북미에서는 원고가 채 완성되기도 전에 소니픽처스가 무려 125만 불에 영상화 판권을 구매해 이슈가 됐다. 현재는 블레이크 크라우치가 직접 시나리오 각색을 맡아 드라마(조엘 에저튼 주연, Apple TV+ 시리즈 공개)를 확정하고 제작 준비 중이다.

시카고의 교외에서 아내, 아들과 단란하게 살고 있는 물리학 교수 ‘제이슨’. 어느 날, 낯선 사내에게 납치를 당하는데… 그런데 이 사내, 나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아니, 저건 바로 ‘나’다. 그는 어디에서 왔길래 나와 똑같이 생겼을까? 왜 나의 삶을 빼앗으려는 것일까? 다중우주에서 벌어지는 ‘나’와 ‘또 다른 나’들의 쫓고 쫓기는 SF 반전 스릴러. 모두가 나의 삶을 원하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나’는 이들의 추격을 피해 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나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네가 자리한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제이슨?
(...) 사는 게 행복해?”

내 삶을 빼앗으려는 제이슨
그리고 그 삶을 빼앗으려는 수많은 제이슨들
다중우주에서 벌어지는 제이슨과 제이슨(들)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시카고의 한적한 교외의 작은 대학에서 양자 물리학을 가르치며 아내, 아들과 함께 소박하게 사는 ‘제이슨’. 과학자로서의 성공도 물린 채 꾸린 가정이지만, 그는 누구보다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유수의 물리학상을 받은 친구 ‘라이언’의 축하 파티에 참석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낯선 사내에게 납치를 당한다. 남자가 가면을 벗자 그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라는 것을 깨닫지만, 곧 남자가 목에 투여한 물질에 정신을 잃고 어느 상자에 갇힌다. 깨어나 보니, 나를 누군가로 착각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 그곳에서 나는 아내의 임신으로 인해 중단해야만 했던 연구를 완성한 ‘제이슨’이며 아주 유명한 물리학자다. 하지만 이곳은 나의 세계가 아니며, 나는 성공한 물리학자도 아니다. 이곳은 어디이며, 저 사람들은 누구인가. 아니, 나는 누구인가.

만약 내가 사는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있다면?
그리고 그곳에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다면?


《30일의 밤》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했을 법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내가 사는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있을까? 그곳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다중우주론’은 이런 상상에 불을 지피는데, 특히 양자역학의 해석 중 하나인 ‘다세계 해석’은 매 순간 선택을 하게 됨에 따라 (평행)우주가 분기된다는 개념이다. 책에서는 주인공 ‘제이슨’이 직업적 성공과 결혼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한 삶(성공한 물리학자)을 다른 세계의 ‘제이슨’이 이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양자 역학의 ‘다세계 해석’을 차용한다. 그러나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이는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새로운 우주의 연속 분기를 일컫는 셈이다. 저자 역시 이 점을 잘 안다는 듯, 책에는 제이슨❶(편의상 주인공을 제이슨❶, 주인공의 삶을 빼앗은 이를 제이슨❷로 부른다)의 선택에 따른 수많은 제이슨이 등장한다.

우여곡절 끝에 제이슨❶은 자신의 삶을 가로챈 제이슨❷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데, 이는 제이슨❷가 연구 끝에 다중우주로 진입하는 상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상자의 복도에서 제이슨❶은 어떤 세계를 마주할지 모른 채 그러나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문을 열어야만(선택해야만) 한다. 그럴 때마다 더 많은 도플갱어 제이슨❸, ❹, ❺ … n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진짜 제이슨이며, 자신만이 아내와 아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장본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를 제이슨2라고 불러. 그건 곧 우리가 스스로를 제이슨1이라 생각한다는 의미지. 원본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우리 둘 다 제이슨일 수는 없어. 게다가 자신이 원본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이들도 많고.”(417-418쪽)

제이슨❶은 수많은 제이슨 중에서 자신이 진짜 제이슨임을 아내와 아들에게 증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와 같은 유전자를 가졌으며 나와 비슷한 생각과 활동 반경을 가진 그들의 추적을 따돌려야만 한다.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생각해야만 그들을 따돌릴 수 있다. 그는 과연 무사히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떤 세계가 들이닥칠지 모르지만, 다시금 다중우주의 문을 여는 제이슨. 약 한 달(30일), 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제이슨❶은 다중우주로 통하는 수많은 문을 반드시 열어야만 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읽는 내내 소설 속 장면이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간다.
순식간에 몰입해서 읽었다.”
_독자평 중에서


《30일의 밤》은 주인공의 추격과 액션, 서스펜스를 바탕으로 빠른 전개와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한편 시월의 평화로운 가을을 배경으로 시카고의 평화로운 교외, 높은 마천루 빌딩, 빈티지한 미국식 선술집 등 마치 한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불어 다중우주 세계의 불안하면서도 미래적인 장소들(바이러스 창궐로 황폐해진 시카고, 하이테크 레볼루션 시대를 맞은 시카고 등) 역시 SF 영화들에서 볼 법한 분위기와 상황을 소설 속에 생생하게 담아냈으니 책에서 만나보시기를. 머릿속에 이러한 장면이 휙휙 그려지며 속도감 있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헝가리 작가 서보 머그더의 작품입니다. 중역이 아닌 헝가리어 직역인 듯 합니다.

《도어》의 작가 서보 머그더의
헝가리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

“고집불통 주인공 기너는
제인 오스틴의 엠마를 떠오르게 한다.”_퍼블리셔스 위클리

전쟁의 격랑 속에서 일렁이는
한 십대 소녀의 성장담


서보 머그더(1917~2007)는 생전에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작가로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이 책 《아비가일》은 그중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으로, 헝가리에서는 TV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커다란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원작의 발표년도는 1970년으로, 오늘날에는 이른바 ‘모던 클래식’의 위상을 띠고 헝가리인 남녀노소 누구나 접하는 작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십대 소녀 기너는 부다페스트에서 장군인 아버지의 보호 아래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기너를 홀로 낯선 기숙학교에 입학시켜버린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지만, 아버지는 사정이 있다며 이해를 구한다. 기숙학교에 입학한 기너는 학급 아이들과 갈등을 일으키며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학교 정원의 신비로운 석상 아비가일이 뜻밖의 편지를 보내오는데….

이 책이 과거 한때의 유행소설에 그치지 않고 오늘의 고전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 캐릭터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고집불통 주인공 기너는 제인 오스틴의 엠마를 떠오르게 한다”며 이를 지적했다. 주인공 기너는 난처한 상황에 순순히 순응하기보다 맞서는 쪽을 택하는 도전적인 십대 소녀다. 그녀가 보여주는 활기는 모든 소외와 폐쇄성에 갑갑해하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에는 작가 서보 머그더의 경험이 투영되어 있다. 서보는 자전적 경험들이 작품의 소재가 되었음을 공공연하게 자주 언급했는데, 《아비가일》도 마찬가지였다. 서보 머그더는 데브레첸의 칼뱅파 도치 김나지움을 졸업했는데, 이곳에서 생활했던 작가의 경험이 《아비가일》에 등장하는 가상의 도시인 아르코드의 머툴러 학교와 등장인물, 사건 등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우아하게 물결치는 듯한 플롯이 돋보인다.
긴장감이 팽팽하다.” _《뉴욕타임스 북리뷰》


서보 머그더는 오랜 기간 소설가로서 글을 쓰다 보니, 작품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단층선이 자연스레 그어졌다. 이 책 《아비가일》은 원작이 1970년에 발표되었는데, 앞서 번역 출판한 소설 《도어》(원작 1987년)와는 사뭇 다른 결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만약 한국 독자들이 《도어》의 연장선상에서 《아비가일》을 접한다면, 누군가는 새로운 매력을, 누군가는 낯설음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비가일》은 보다 밝고, 싱그러우며, 활기가 있다. 물론 이야기가 전개되는 배경에는 무거운 역사적 사실이 자리 잡고 있긴 하다. 제2차 세계대전과 파시즘의 물결 속에서 십대 소녀는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또 어른으로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주인공 기너의 삶에 어두움을 충분히 드리울 법한 조건이지만,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낙관과 유머다. 작가는 주인공의 동요하는 내면을 그려내면서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젊음이라는 희망적인 캔버스에서 덧칠되는 것임을 잊지 않는다.

장편소설로서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제시되는 갈등이 다층적이면서도 서로 절묘하게 연관된다. 무리되거나 억지스러운 전개가 없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흐른다. 《뉴욕타임스 북리뷰》는 “우아하게 물결치는 듯한 플롯이 돋보인다”라며 이 점에 주목했다. 독특한 점은 그런 편안함 속에서 미스터리와 긴장감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현대인이 ‘서스펜스’라고 하면 쉽게 연관시키는 ‘선정성’이나 ‘폭력성’ 같은 것이 《아비가일》에는 없다. 오히려 이 작품은 ‘편안함’과 ‘일상성’ 속에서 다른 결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스티븐 킹의 신작 범죄소설입니다. 워낙의 다작하는 작가라서 최신작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최근에 또 다른 작품이 출간되었습니다. 황금가지답게 따로 1, 2권을 따로 사는 것보다 같이 사는게 더 저렴합니다. 어차피 같이 살게 뻔한데 뭐하라 이런식으로 가격을 책정하나 모르겠네요. 

 그런데 다크타워 시리즈는 언제쯤 완간해 줄라나?

 

누구나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평생 바보를 연기해 온 암살자에게도.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의 신작 하드보일드 누아르 스릴러!


작가로 변신한 암살자의 마지막 의뢰를 둘러싼 복수와 구원의 서사를 그린 스티븐 킹의 장편소설 『빌리 서머스』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암살 의뢰에 얽힌 쫓고 쫓기는 긴박한 서스펜스 속에서, 영민함을 숨기고 가짜 정체성을 연기해 온 청부살인업자가 글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진정한 작가로 거듭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스티븐 킹은 그의 열렬한 독자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공포나 오컬트 색채를 완전히 배제한 채 도전한 이 본격 하드보일드 누아르 스릴러로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변함없는 에너지와 자신감을 증명하는 작품(《뉴욕 타임스》)”, “야심 차고 절제되어 있으며 강렬한 변신(《월스트리트 저널》)”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70대 중반에도 왕성한 창작력을 과시했다. 스티븐 킹의 세계관에 기반한 드라마 「캐슬록」을 제작했던 J. J. 에이브럼스의 배드 로봇 프로덕션이 드라마화를 준비 중이다.

은퇴를 앞둔 암살자가 마주한 ‘마지막 한탕’의 징크스

누아르가 한 장르라면, ‘마지막 한탕’은 서브 장르다. 그런 영화에서 마지막 한탕은 항상 문제가 생긴다. 빌리는 도둑도 아니고 조직 폭력배와 함께 일을 하지도 않으며 미신을 믿지 않지만 그래도 마지막 한탕이라는 단어에 신경이 쓰인다._본문에서

‘나쁜 놈’을 타깃으로 삼아 열일곱 번의 의뢰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마흔네 살의 청부살인업자 빌리 서머스는 범죄의 세계에서 벗어나 완전히 은퇴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큰 금액을 대가로, 살인 혐의로 수감되어 재판을 받을 예정인 남자를 살해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저격 상대를 처리하려면 재판일까지 법원의 인근 마을에 잠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준비된 위장 신분이 바로 예비 작가다. 좋아하는 만화책 시리즈의 설정을 줄줄 꿰고 에밀 졸라와 윌리엄 포크너, 찰스 디킨스 등의 작품을 섭렵했지만, 의뢰인을 대할 때는 철저하게 ‘바보 빌리’라는 둔한 인물을 내세웠던 빌리로서는 도무지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완벽한 위장을 위해 쓰기 시작한 수기는 ‘첫 살인’의 기억부터 군인 시절에 이라크에서 목격한 참상까지, 묻혀 있던 트라우마를 서서히 일깨운다. 어느새 글쓰기에 진심이 되어 버린 빌리에게 무엇보다도 창작이 중요해질 무렵, 의뢰에 숨어 있던 음모가 그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애초부터 어긋난 빌리의 ‘마지막 한탕’은 탈출 과정에서 공교롭게 만난 첫 ‘독자’로 인해 또 다른 방향으로 질주하기 시작하는데.

『유혹하는 글쓰기』 이후 최고의 스티븐 킹 작법서

스티븐 킹은 『미저리』, 『파인더스 키퍼스』, 『그것』 등의 많은 작품에서 작가를 업으로 삼은 캐릭터들을 등장시켰고, 유일한 작법서인 『유혹하는 글쓰기』는 소설가를 지망하는 이들의 필독서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책을 사랑하지만 글쓰기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인물이 작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다룬 『빌리 서머스』 역시 또 하나의 작법서에 버금가는 소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꿔야 하나? 이런 장면을 넣을까 혹은 넣지 말까? 스티븐 킹은 『빌리 서머스』 출간 후 《에스콰이어》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들을 처음으로 마음속으로 던진 인물의 심리를 쓰는 경험에 대하여 “나를 초심으로, 정말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느낀 자유로움으로 되돌아가게 했다. 이야기를 쓸 수 있으며 자신의 일부를 조금 드러낼 수 있다는 감각은 일종의 도취감과도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투박한 어린아이의 목소리에서 시작해 점차 다듬어진 언어로 빌리란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끼치는 영감에 대하여 감동적으로 그려 낸 결말이야말로 글쓰기의 힘에 대한 스티븐 킹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의 백미다. 

 <미래소년 코난>의 원작입니다. 텀블벅을 통해 구매해서 현재 서점에서 판매되는 책과 표지가 다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SZ9VvTRpW8
팬데믹-신냉전 시대에 만나는 전설적인 디스토피아 SF
포브스가 인정한 역대 최고 애니메이션 〈미래소년코난〉의 원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모두가 그 시작을 부정해온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 팬데믹의 여파로 아직 그 회복의 길이 요원한 현세대의 상처에 희망과 회복이 되어줄 포스트 아포칼립스 SF를 소개한다. 저자 알렉산더 케이는 미국 교과서에도 수록될만큼 북미에서는 널리 알려진 작가지만, 한국에서는 이번이 최초 출간이다.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미래 소년 코난〉 원작 소설. 저자의 또 다른 대표작은 세 차례나 영화화될 만큼 그는 모험 액션 SF 장르에서 일가견을 인정받아왔다.
또한 이 책은 냉전 시기인 1970년에 창작된 현대 신냉전 시대에 대한 예지적인 클라이파이로서 기후재난과 복잡하게 얽힌 국가 갈등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 속의 해일은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촉발되었으며 모든 권력의 상위에 군림한다. 이 소설이 북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 중 하나는 핵전쟁의 공포와 긴장이 반영된 암울한 세계에서, 두 소년 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숭고한 초월성으로 무장한 채 무작정 세계를 구원하는 쉬운 결말을 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거대하고 파괴적인 재난 이후의 세계에서 더욱 강조되는 인간의 왜소함과 외로움, 무력함에서 비롯된 슬픔과 같이 가장 원초적인 고민과 취약한 본성들을 새롭게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 등 세계적 거장에 영감을 준 ‘코난과 라나’
★미국 교과서 수록 작가★ ★루이스 캐럴 어워드 수상작★


“코난의 여자아이 버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미자'는 사람인데 동물 같은 면이 있다. 산짐승처럼 뛰어다닐 수 있고 상황에 처하면 짐승처럼 돌진할 수 있다. 영어로 말하면 'Unstoppable', 막을 수 없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 칸 국제 영화제 인터뷰, 봉준호(영화감독)

“〈미래 소년 코난〉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중 최고다. 시대를 초월해 시청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재미있는 시리즈이면서, 현존하는 인류 제일의 문화 자산이다. …미야자키는 그의 많은 다른 작품들로 찬사를 받을지 모르지만, 〈미래 소년 코난〉은 단연 그의 최고 작품이다.”
- 《포브스》, 2021년

봉준호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시절 총 14시간 분량의 〈미래 소년 코난〉을 우울할 때마다 하루종일 반복해서 돌려보며 연출의 개념을 익혔다고 한다. 영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 등의 영화와 함께 〈미래 소년 코난〉을 자신의 인생 베스트 10 작품으로 꼽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 감독들의 넷플릭스 진출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옥자〉에서 주인공 미자의 모델이 코난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미자는 싸워 이기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강력하고 거대한 적대 세력에게 끈질기게 저항하는 코난과 라나의 집요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라나는 안개와 해일에 휩싸여 적국의 추격을 피해 탈출하는 코난을 구한다. 라나는 폭풍우를 뚫고 새의 정신에 감응한다. 라나가 지닌 텔레파시나 정신감응능력은 초자연적인 능력이라기보다, 고양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수행을 통해 고도로 강화된 일종의 정신적인 근력에 가깝다.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이 가진 가장 큰 저력은 기존의 여성 인물상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며 모험 액션 SF 속 여성 인물의 주체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 성공을 거둔 불후의 명작을 초과하는 원작의 품위
해피엔딩이 불가능한 재난 이후에서 시작하는 회복


〈미래 소년 코난〉은 패전 이후 침체한 일본 국내 정세를 타계하는데 지대한 기여를 했다. 파도치는 바닷가를 힘차게 달려나가는 코난과 라나의 이미지는 〈미래 소년 코난〉의 상징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저자 알렉산더 케이 역시, 대공황 시기의 미국 청년 세대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소설을 집필했다. 두 사람이 독자를 위로하기 위해 택한 전략은 달랐다. 〈미래 소년 코난〉은 시리즈 전체를 원작의 톤보다 밝고 명랑한 쪽으로 조율했을 뿐만아니라, 심지어 결말은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각색했다. 주요 등장인물의 결혼식이라는 희극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공식을 따른 것이다.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은 열린 결말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분위기가 한층 더 어둡고 비관적이다. 부유한 사업가의 아들로 유복한 유년기를 보낸 알렉산더 케이는 KKK 단에 의해 아버지가 화형당하고, 어머니를 의문의 사고로 잃는 충격적인 청소년기를 경험하게 된다. 형제들과 함께 재산만을 탐낸 친척들의 집을 전전하게 된 케이는 14개의 학교를 옮겨 다니며 보호자가 없는 가난한 고아로서 세상의 냉혹함에 노출된다. 소설 속 코난이 대 해일로 부모님과 고향을 잃게 된 시기와, 케이가 부모님을 잃은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미래 소년 코난〉의 라나가 기원이 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소녀들은 디즈니 초 중기 여주인공들처럼 결혼이나 애정 관계를 지향하는 대신 궁극적으로는 세계 속의 자립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미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의 상을 전환한 업적을 선취했다. 하지만 코난 애니메이션의 대대적인 성공에 가려진 원작 소설 속 주체적인 여성 인물 라나와 만스키는 조금 더 진보적이었다. 〈미래 소년 코난〉에서 다이스 선장과 결혼식을 올리는 만스키, 그녀는 원작에서 결혼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녀는 가식을 넘어선 세대에게만 희망이 있다는 알렉산더 케이의 사상을 대변하는 저자의 페르소나와 같은 존재였다. 인더스트리아의 주요 사령관 격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하이하버에서 세계를 재건할 가능성을 발견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운명을 걸었다는 점 역시 알렉산더 케이의 입장과 일치한다.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에서 라나는 자신보다 위압적인 남성 인물 올로와 싸워 도끼를 되찾아 온다. 그런 라나는 〈미래 소년 코난〉에서 인질로 잡혀 구조를 기다리는 클리셰적인 여성 주인공의 연약한 면모도 보여준다. 원작의 라나는, 〈미래 소년 코난〉의 라나처럼 적들에게 잡혀 구원받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원작에서 적국 인더스트리아의 인질이 된 것은 라나가 아닌 코난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왜 두 주인공의 포지션을 바꾸고, 코난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초능력을 부여하며 라나를 조력자로 물러나게 했을까? 〈미래 소년 코난〉을 사랑해온 많은 분들이, 원작 소설의 한국 출간을 오랫동안 기다리며 염원해왔다. 독자분들이 이번에 출간되는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의 일독으로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경이감을 경험하기를 권한다.

두 소년 소녀 주인공이 세계 멸망까지 내달리는 폭발적인 서사
〈너의 이름은〉,〈신세기에반게리온〉에 영향을 준 세카이계 원형


이 책은 지구의 자전축을 뒤흔들만큼 강력한 첨단 무기를 사용하며 세계 멸망으로 치닫는 시대를 그렸다. 세대 갈등, 기후 재난, 폐허가 된 세계 재건 등을 담은 이 소설 속에는 두 세대가 강렬하게 대비된다. 대륙 대부분이 수몰되어, 고지대로 대피한 ‘하이하버’의 청년 세대. 동력이 잠겨 무용지물의 첨단 기계들이 가득 찬 수중 도시를 점거한 ‘인더스트리아’의 기성세대. 이전 세대의 무한한 욕망과 욕심에 희생된 ‘하이하버’의 청년 세대가 ‘인더스트리아’의 기성 세대를 불신하고 증오하게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들에게 망가진 세상을 물려주었다는 부채 감을 가지면서도 그 가책을 덜기 위해 청년 세대가 가진 미래와 힘을 두려워하며 기득권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인간이 가진 주요 본능이 공격성이며, 혐오 역시 비상 체제에 자연스럽게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임을 드러낸다. 동시에 독자는 인간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서로를 증오하기 쉬운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서로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한 연대의 진리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두 소년 소녀의 애정 관계가 세계의 멸망 혹은 구원과 직결되는 세카이계 상상력의 시원이 된 소설이기도 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별의 목소리〉, 〈너의 이름은〉에서 핵심 코드인 원거리 연애 모티프는 이 소설의 코난과 라나의 관계성에 영향을 받았다. 안노 히데아키도 〈신세기 에반게리온〉 창작 당시 만스키라는 강렬한 서브 주인공에 대한 오마주로서 주요 인물들에게 그녀의 서사와 성격 등을 나눠 심어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주인공 라나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미래 소년 코난〉을 애니메이션화 당시 가장 공들여 각색한 인물이다. 이후 라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 속 나우시카, 시타, 산, 소피, 치히로 등의 인물로 변주되며 우리가 사랑하는 지브리 주인공들의 주요 모티프가 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소녀들은 보호 본능을 일으키지만 험악한 세계와 맞서 싸우는 강인한 존재들이다. 이 소설 속 코난과 라나가 증오하던 적대 세력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재난을 헤쳐가는 과정은 혐오가 일상화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 독자들의 생존과 몹시 닮아있다.

“나는 알렉산더 케이의 책과 함께 자랐고 평생 동안 그것을 사랑했다.”
- 〈굿리즈〉 독자 서평

저자 알렉산더 케이는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와 미국 대학교 영문과 교재에 함께 소설을 수록한 작가다. 또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유명한 "루이스 캐럴 어워드" 수상작. 알렉산더 케이의 북미 독자들은 말한다. 그의 책과 함께 자랐으며 평생 그것을 사랑했다고.
멸망한 세계의 무인도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잡고, 보트를 만들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항해하는 이 놀라운 모험담은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이 모험담은, 가슴 한편에 꿈을 봉인해 두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성인 독자들에게도, 설레임과 모험심을 되찾아 줄 것이다.

 

 원서 사서 읽다가 포기하고 그냥 번역서를 구매했습니다. T.T

 

https://www.youtube.com/watch?v=u8djrh1bqZI

https://www.youtube.com/watch?v=jqubJzEUtFQ
https://www.youtube.com/watch?v=77o51BE6j8U
https://www.youtube.com/watch?v=QIyiVoWYUiI&list=RDQIyiVoWYUiI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역사에 외면당한 재일조선인 가족의 대서사극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이민진 작가 화제작 《파친코》 새롭게 출간!

“내게 ‘한국인’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이다.
나는 가능한 한 오래 한국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
- ‘한국 독자들에게’ 중에서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파친코》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가 30년에 달하는 세월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로, 2017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재까지 전 세계 33개국에 번역 수출되었으며, BBC, 아마존 등 75개 이상의 주요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작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회복과 연민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2022년 애플TV가 제작한 동명의 드라마가 공개되며 화제의 중심에 선 《파친코》는 지난 4월 판권 계약이 종료되며 절판되었다가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한국 독자에게 돌아왔다. 첫 문장(“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에서부터 원문의 의미를 보다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했으며, 작품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또한 작가가 처음 의도한 구조와 흐름을 살리기 위해 총 세 파트(1부 ‘고향’, 2부 ‘모국’, 3부 ‘파친코’)로 된 원서의 구성을 그대로 따랐다. 새 출간을 기념해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는 한국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는 이유를 밝혔다. 작가는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인은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깊이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이기에 앞으로도 한국의 이야기를 젊은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한국 독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회복과 연민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
―버락 오바마(미국 전 대통령)

전 세계인의 마음을 뒤흔든 우리의 이야기
문화와 세대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고전의 탄생!

한국계 작가 이민진 화제작 《파친코》 새롭게 출간!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파친코》가 인플루엔셜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어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가 30년에 달하는 세월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로, 2017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세계 33개국에 번역 수출되었으며, 《뉴욕타임스》, BBC, 아마존 등 75개 이상의 주요 매체의 ‘올해의 책’,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회복과 연민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파친코》는, 2022년 애플TV가 제작한 동명의 드라마가 공개되며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국의 이야기에 세계를 눈물 짓게 만든 화제작이자 21세기의 새로운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파친코》(전 2권)를 이제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역사에 외면당한 재일조선인 가족의 대서사극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버블경제 절정에 이르렀던 1989년 일본까지, 한국과 일본을 무대로 거의 100년에 걸쳐 펼쳐진다. 어머니 양진과 함께 허름한 하숙집을 꾸리며 살아가는 열여섯 선자는 일본을 오가며 일하는 생선 중개상인 한수를 만나 처음으로 조선 밖의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하기 시작하지만, 그의 아이를 가진 뒤에야 그가 오사카에 아내와 아이를 둔 남자임을 깨닫고 상심한다. 한편 선자네 하숙집 손님으로 온 목사 이삭은 선자를 자신의 운명으로 여겨 청혼을 하고, 선자는 이삭과 결혼해 오사카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조선인이자 여성으로서 차별과 멸시를 견디며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까지 일해"(1권 338쪽) 자신과 가족을 지켜내야만 하는 선자의 삶은 지난하고도 고되었다. 선자를 둘러싼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방, 한국전쟁,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와 겹쳐지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를 일컫는 말)’의 삶이 눈에 들어오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책을 쓴 이민진 작가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 작가다. 이민 1.5세대이자 역사 전공자로서 불안정한 국제 정세과 일제 침략이 낳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는, “역사가 함부로 제쳐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며 ‘자이니치’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그 시절에서부터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일본계 미국인 남편과 함께 일본에 머물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한 작가는 그때까지 쓴 초고를 모두 버리고 다시 집필을 시작했다. “역사적 재앙에 맞선 평범한 개개인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재일조선인 3세 ‘솔로몬’에서 ‘선자’로 바뀌었고, 제목은 《모국》 대신 《파친코》가 되었다. 오랜 자료 조사와 인터뷰, 수차례의 집요한 퇴고 끝에, 마침내 “다큐멘터리의 디테일과 뛰어난 소설적 공감이 어우러진 역작”, 《파친코》가 탄생할 수 있었다.

“파친코는 바보 같은 게임이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을 향한 묵묵한 여정

《파친코》는 ‘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역사의 거대한 파도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집을 꾸려가는 이민자 가족의 연대기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의 제목인 ‘파친코’가 “도박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불확실성을 뜻함과 동시에, 혐오와 편견으로 가득한 타향에서 생존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 파친코 사업을 선택해야 했던 재일조선인들의 비극적 삶을 상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뿌리내리고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이민자의 삶을 작가는 특유의 통찰력과 공감 어린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가족, 사랑, 상실, 돈과 같은 인생의 모든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가장 시의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 《파친코》는, 세대와 문화를 뛰어넘는 이야기의 힘을 증명하며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 책은 이민진 작가의 데뷔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에 이은 두 번째 장편소설이며, 현재 작가는 한국인들의 교육열에 관한 세 번째 장편소설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집필하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들을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으로 소개한다. 그가 이처럼 한국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는 이유에 대해 서문 ‘한국 독자들에게’에서,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인은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깊이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이기에 앞으로도 한국의 이야기를 젊은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원작에 충실한 번역과 구성으로 새롭게 만나는 《파친코》
2017년에 국내에 소개된 후 판권 계약이 종료되며 지난 4월 절판되었던 《파친코》는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첫 문장(“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에서부터 원문의 의미를 보다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했으며, 작품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또한 작가가 처음 의도한 구조와 흐름을 살리기 위해 총 세 파트(1부 ‘고향’, 2부 ‘모국’, 3부 ‘파친코’)로 된 원서의 구성을 그대로 따랐다. 여기에 새 출간을 기념해 작가 사인 및 서문 ‘한국 독자들에게’를 수록했다(1권). 작가는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어 번역본에 대해 “번역은 문학의 천사와 예술가의 작업”이라며 번역가에게 감사를 전하는 한편, 책을 기다려준 한국 독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바로 지금,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우리의 이야기를 만날 시간이다.

1권의 이야기
일제강점기 조선, 부산 끄트머리에 자리한 작고 아름다운 섬 영도. 빼앗긴 나라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고된 삶이지만 양진과 훈이는 하숙집을 운영하며 하나뿐인 딸 선자를 애지중지 기른다. 훈이가 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후에도 양진과 선자는 함께 하숙집을 꿋꿋이 꾸려나간다. 열여섯이 된 선자는 제주 출신의 조선인으로 일본에서 일하는 생선 중개상 고한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가 오사카에 아내와 딸들을 둔 유부남임을 알았을 때는 이미 그의 아이를 가진 후였다. 오사카로 가는 여행 도중 선자네 하숙집에 머물던 개신교 목사 백이삭은 선자를 자신의 운명이라고 여겨 청혼을 하고, 선자는 이삭을 따라 오사카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열일곱의 선자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2권의 이야기
해방 이후 일본에 남은 선자네 가족은 두 아이를 기르며 꿋꿋이 버텨나간다. 일본에서 태어난 노아와 모자수는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한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떳떳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노아는 극적으로 등록금을 마련해 와세다대학교에 진학하고, 모자수는 학교를 그만두고 파친코 사장 밑에서 일을 배운다. 누군가는 일본을 떠나 고향으로 향하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꾼다. 그리고 노아는 선자가 오랫동안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되는데….
이것은 양진에서 선자, 모자수, 솔로몬까지 4대로 이어지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다.

등장인물
선자
1910년대 조선의 작은 섬 영도에서 하숙집 딸로 태어났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은 선자는 조용하지만 솔직하고 단단한 소녀로 자란다. 어머니를 도와 하숙집을 운영해나가던 열일곱 살 봄, 운명에 이끌려 일본으로 향한다.
한수 열두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제주에서 오사카로 건너간 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한 남자로, 세상 물정에 밝고 사리 판단이 빠르다. 생선 중개상으로 부산과 일본을 오가다 선자를 만나 첫눈에 끌린다.
이삭 평양의 유복한 기독교 집안 출신의 목사.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평생 병치레를 했다. 형 요셉이 살고 있는 오사카로 가는 도중 선자네 하숙집에 잠시 묵으려다가 결핵으로 쓰러져 발이 묶인다.
양진 선자의 어머니. 영도의 가난한 집 막내딸로 태어나 훈이와 중매결혼한 후 평생 쉼 없이 일했다. 네 번의 출산 끝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 선자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한다.
훈이 선자의 아버지. 입술과 발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남자로 주변에서 존경을 얻는다. 영도에서 작은 하숙집을 운영하며 외동딸 선자를 소중히 길렀다.
요셉 이삭의 형. 오사카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며 평양에 있는 양가 부모님을 부양한다.
경희 요셉의 아내. 요셉과 이삭 형제와 같은 평양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가깝게 자랐다.
노아 선자의 첫째 아들. 1930년대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모자수 선자의 둘째 아들. 모자수는 ‘모세’의 일본식 이름이다. 파친코를 운영하는 사장이 된다.

솔로몬 모자수의 외아들이자 선자의 손자. 1960년대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이번호에는 크레이그 라이스의 단편이 수록되었네요.

 

소설
곽재식 작가의 신작 「마귀들의 울음소리로 음악회를 열다」에서, 무명 탐정 ‘나’는 1949년 사회 곳곳에 스며든 혼탁한 부정부패가 현대 예술과 교차하는 지점을 목도한다. ‘무명탐정’ 시리즈 특유의 웃기면서 씁쓸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하드보일드의 냉소적인 전통에 거침없는 스크루볼 코미디의 입담을 결부시켰던 작가 크레이그 라이스의 단편 「멀론, 살해당하다」는, 어느 노부인의 유언장에 얽힌 사건에 휘말린 변호사 멀론의 숨 가쁜 며칠을 다룬다.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에설 리나 화이트는 1930~1940년대에 걸쳐 영미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범죄 소설 작가였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1938년 영화《숙녀 사라지다》의 원작자로 잘 알려졌으며, 용감한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서스펜스 넘치는 심리 스릴러를 즐겨 썼다. 이번에 소개하는 단편 「치즈」는 살인범을 잡기 위한 미끼로 이용된 여성이 느끼는 숨 막히는 불안과 긴장감을 노련하게 전개시킨다.

기획 기사

《미스테리아》 43호에서 준비한 특집 기획은 두 가지다. 먼저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으로 대표되는 미스터리의 초창기부터 핵심적인 설정으로 자리잡았던 ‘밀실’에 대해 살펴본다. 미스터리 애호가 10인으로부터 듣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밀실 미스터리’에 관한 에세이와 더불어, 고전적 밀실에 밀착된 익숙한 즐거움뿐 아니라 2022년의 우리들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밀실의 현재진행형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했다. 타인과의 접촉과 공간의 공유에 대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감염병의 시대에 생각하는 ‘나의 잠긴 방’에 대한 에세이, 그리고 온라인 속 밀실의 이미지에 관련된 감각의 혼란과 괴담의 양산에 대한 에세이를 준비했다.
두 번째 기획은 임신하는 여성을 둘러싼 ‘범죄적 상황’을 살펴본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부터 아이라 레빈의 『로즈메리의 아기』, 조앤 라모스의 『베이비 팜』 등을 경유하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임신과 임신 중지의 문제가 여전히 ‘범법’의 영역에 속해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연재 기사 코너에서 정성일 평론가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1997년 영화《큐어》를 다룬다. 이 영화가 1990년대 말 일본의 ‘상황들’과 어떻게 조응하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으로서 공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한다.(‘SESSION’) 정은지 작가는 스티븐 킹의 ‘메르세데스 킬러’ 시리즈에 등장하는 탐정 홀리 기브니의 거식증이 호전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CULINARY’) 유성호 법의학자는 특정 행위 후에 사망이 초래되었을 때 절대로 기계적인 판단을 하지 말고 여러 가능성을 의학적으로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점을 힘주어 당부한다.(‘NONFICTION’) 각각 제3회와 제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을 수상했던 김묘원 작가와 현찬양 작가를 인터뷰 코너에서 만난다. 성장물과 일상 미스터리의 사랑스러운 조화를 보여주는 김묘원 작가의『고양이의 제단』과, 기담과 수수께끼가 뒤엉킨 조선 초기 궁궐의 어둠을 응시하는 현찬양 작가의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에 관한 작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MYSTERY PEOPLE’)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류』, 치넨 미키토의 『유리탑의 살인』, 제프리 디버의 『고독한 강』, 이종관의 『리볼브』, 듀나의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등을 골랐다. 

 

출판사 딜라일라북스는 "삼손과 데릴라"에 그 딜라일라에서 이름을 딴 1인 출판사입니다.

주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장르물을 출판하는 곳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OIQ5sdPMwY

https://www.youtube.com/watch?v=9qDRW5pgTy8

https://www.youtube.com/watch?v=Y-Wi6wlutk0 

1920년대 인도 봄베이를 배경으로 한 이색적인 추리 소설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이 출간되었다. 주인공 퍼빈 미스트리는 인도 최초의 여성 변호사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창조된 캐릭터이다. 소설은 은둔 과부들의 저택에서 벌어진 현재의 살인 사건과,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수렁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온 퍼빈의 굴곡진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그 결과 “억압에 맞서는 인도 여성의 투쟁기로도, 20세기 초 인도를 정교하게 묘사한 풍속물로도 훌륭하지만…… 끝까지 정통 추리물로서의 미덕을 잃지 않는”(듀나 추천사) 소설이 탄생했다. 애거서 상, 매커비티 상, 레프티 상 역사 미스터리 소설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에드거 상이 수여하는 메리 히긴스 클라크 상을 수상했다.

사무 변호사인 퍼빈은 세 아내와 네 자녀를 두고 세상을 뜬 무슬림 부호의 상속 재산을 정리하던 중 의문의 편지를 받는다. 그의 세 아내가 모두 자기 몫의 재산을 양도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것. 하지만 그들은 남자들과의 접촉을 피해 집에서도 여자 구역에서만 지내는 철저한 은둔 여성들이다. 퍼빈은 그들의 가족 대리인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며 부인들을 직접 만나보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녀가 다녀간 후 과부들의 저택에서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은둔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편에 선 어느 여성 변호사의 이야기
찬란하고 매혹적인 봄베이 미스터리

★듀나 추천!★

2018 애거서 상 수상(역사 미스터리 부문)
2019 메리 히긴스 클라크 상 수상
2019 매커비티 상 수상(역사 미스터리 부문)
2019 레프티 상 수상(역사 미스터리 부문)


1921년 영국령 인도. 봄베이 유일의 여성 변호사인 퍼빈은 세 아내와 네 자녀를 두고 세상을 뜬 무슬림 부호의 상속 재산을 정리하던 중 의문의 편지를 받는다. 그의 세 아내가 모두 자기 몫의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것. 하지만 그들은 무슬림 관습에 따라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운둔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다. 퍼빈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여자들이 유일한 자산마저 포기하고 살아가게 될 현실을 우려하며 부인들을 직접 만나보겠다고 나선다.

세 과부가 함께 살고 있는 저택은 ‘여자 구역’과 ‘남자 구역’이 엄격히 분리되어 있는 구조다. 과부들이 기거하는 여자 구역은 모든 창에 ‘잘리’라고 하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칸막이가 덧대어 있다. 관찰자의 시선에 부인들의 얼굴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물이다. 이 두 구역을 이어주는 곳은 저택에 단 한 군데 있는데, 거기에는 이런 잘리 칸막이가 가로막고 있어서 합당한 사유가 있는 소수의 허락받은 남성만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과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퍼빈은 부인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재산과 권리에 대해 알려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결과 일견 평화로워 보였던 저택에 갈등과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세 아내의 운명은 남편이 임명한 가족 관리인의 손에 맡겨졌다. 퍼빈은 부인들을 위해 일하도록 임명된 가족 관리인이 도리어 부인들 위에 군림하며 부인들과 딸들의 운명을 쥐고 흔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한편 부인들도 퍼빈의 등장으로 그동안 서로에게 숨겨왔던 비밀들을 알게 되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비로소 눈을 뜬다. 바로 이 시점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남자 구역과 여자 구역을 가르는 잘리 칸막이 앞에서!

대영제국 경찰이 사건 현장에 불려오고 수사가 시작되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남자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무슬림 여성들을 상대로 강압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가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독립과 자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던 때였기에, 자칫하면 인도인들이 무슬림 여성을 지키겠다고 들고 일어나 독립운동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있었다. 여자 순경도 전무하던 시절, 퍼빈은 과부들의 법률 대리인이자 지역의 유일한 여성 변호사라는 이점을 활용해 사건의 내막을 파고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만약 이들 과부들 중 누군가가 범인이라면? 퍼빈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엉뚱한 사람이 잡혀가는 현실에 분노하면서도, 이 여자들을 도와주고 싶다.

여자는 여자가 돕는다!
“코지 미스터리의 외피를 두른 교묘한 페미니즘 걸작.”


퍼빈은 왜 이토록 과부들을 돕고 싶어 하는 걸까? 소설은 퍼빈이 유일한 여자 법대생이었던 1916년으로 돌아간다. 딸을 봄베이 최초의 여자 변호사로 만들고 싶어 하는 진보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똑똑하고 열정적인 퍼빈이 ‘낭만적 사랑’이라는 환상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그녀는 중매결혼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봄베이에서 천 킬로미터 떨어진 캘커타로 이주한다. 하지만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기쁨은 잠시뿐, 곧 그녀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악몽 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캘커타에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꿈은 여지없이 깨지고 한 달의 4분의 1에 달하는 기간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격리되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소설은 20세기 초 인도 여성의 수난사를 다루면서도 주인공이 수렁에서 빠져나와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짜릿하게 그려낸다.

인도의 다채로운 문화와 관습, 종교를
미스터리에 절묘하게 녹여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수자타 매시는 영미권 작가이지만 일본에서의 거주 경험과 자신의 뿌리인 인도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들을 발표해왔다.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은 다양한 문화를 담아내는 그녀의 세심한 손길이 특히 빛을 발한 작품으로 1920년대 인도의 시대상과 풍속을 담뿍 담고 있다. 주인공 퍼빈 미스트리는 파르시, 즉 인도에 거주하는 페르시아 계통의 조로아스터교도이고, 과부들은 여성의 은둔 관습을 엄격하게 지키는 무슬림이다. 또 퍼빈의 단짝 친구인 앨리스는 상류 계층의 영국인이지만 성 소수자로 나름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생활 방식과 관습은 소설을 이루는 탄탄한 토대이자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되어 유기적으로 미스터리를 엮어낸다. 1920년대 인도는 이처럼 다양한 문화가 저마다 찬란하게 빛나던 아름다운 시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을 억압하는 구시대적 관습이 뿌리 깊게 남아 있고 영국의 식민 통치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암울한 시대이기도 하다. 매시는 이런 미묘한 시대상을 입체적으로 반영하면서 다양한 배경의 캐릭터들이 서로 부딪치며 조금씩 자신의 세상을 넓혀가는 과정을 아름답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찬란하게 빛나는 인도의 다채로운 문화를 음미하며 매시가 직조해낸 매혹적인 미스터리의 세계에 풍덩 빠져보길 권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mhBUxUDPTA 

에드거 최고 장편소설상 수상작가 조 R. 랜스데일의 화제작 『빅티켓』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촘촘한 심리묘사와 탄탄한 구성, 그리고 19세기 말엽 미국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현대판 마크 트웨인이라는 극찬을 받아온 랜스데일의 『빅티켓』은, 16세의 소년 잭이 은행강도들에게 납치당한 여동생을 구출하기 위한 여정을 추적극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특히 사연 많은 난쟁이 총잡이와 거구의 흑인 추적자, 활달한 매춘부로 구성된 기묘한 추적팀을 꾸리는 과정에서 저자는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추적 도중 마주하게 되는 끔찍한 사건과 인물 들을 통해 문명화, 산업화 등으로 격변하던 서부의 시대상과 더불어 무법과 살인이 일상인 섬뜩한 서부의 모습도 생생히 그려낸다. 『빅티켓』은 「왕좌의 게임」, 「시라노」 등에서 사려 깊고 진중한 캐릭터를 연기해 온 피터 딘클리지 주연의 영화로 할리우드에서 제작 중이다.

“지옥같고 눈물나게 웃기다... 전형적인 랜스데일 작품으로, 종교에서부터 매춘에 이르기까지 배경에 깔린 모든 것에 대한 철학에서 작가 자신의 촘촘히 느껴지며, 작가의 오랜 트레이드마크인 삐딱하고 때로 유쾌하리만큼 통속적인 인본주의가 가득하다. 『빅티켓』은 오래 곁에 둘 만한 작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CkWTjwfQbY

https://www.youtube.com/watch?v=pk73tZphilA 

“그들이 좋아하는 빵이라는 것에는 분명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능력이 있을 것이다.”

끝없는 호기심의 아이콘
곽재식의 생활밀착형 SF 소설집!


외계인이 인류를 관찰한다면 어떤 보고서를 남길까? 폭력성과 이타심을 동시에 품은 인류를 그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수백 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혹시 조선왕조실록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세계 최초로 시간여행 장치가 가동된다면 우리는 과연 구경하러 갈 것인가. 만일 게임 속 캐릭터가 자신이 NPC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그는 게임을 창조한 인간을 두려워할까, 사랑할까? 인류가 모두 사라지고 최후의 1인이 남는다면 그의 하루는 어떻게 구성될까.

2005년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소설을 발표한 이래, 일곱 권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발표했으며 논픽션과 과학 저술도 게을리하지 않는 전방위적 작가 곽재식. 그의 작품세계는 여전히 변화무쌍하다. 시간여행과 아포칼립스, 외계인이 등장하는 등 SF적 성격이 다분하지만, 그의 SF는 대단히 친숙하고 일상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달콤한 과자에 손이 가듯 한 장 두 장 읽다 보면 어느새 상상력 가득한 결말에 이르는 여덟 번째 소설집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이 비채에서 출간되었다. 치킨집, 사무실, 관공서처럼 리얼한 장소를 배경으로 곽재식 특유의 과학적 상상, 대체 불가한 유머가 펼쳐지는 생활밀착형 SF 소설집이다. 〈심야괴담회〉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방송에서도 입담을 과시해온 작가는 자신의 본진인 소설에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발휘한다.

과학적 호기심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작가
‘곽재식 월드’를 고스란히 담은 열 편의 소설


소설가이자 공학 박사, 숭실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유 퀴즈 온 더 블럭〉 〈심야괴담회〉 등 다양한 대중 매체 출연까지…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 만큼 다양한 이력을 자랑하는 작가 곽재식. 그는 늘 왕성한 호기심으로 세상을 보며 기발하고 독특한 이야깃거리를 발굴해낸다.

비채에서 출간하는 여덟 번째 소설집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에서도 그의 호기심은 여전하다. 외계인의 시선으로 인류를 바라보는 표제작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은 물론, ‘녹정’이라는 전설의 괴물을 모티프로 한 〈이상한 녹정 이야기〉는 2021년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출품되어 켄 리우 작가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이는 곽재식 소설이 단단한 과학적 토대에 서 있기에 가능한 성취였다. 시간여행자를 보낼 수는 없지만 받을 수는 있는 장치를 다룬 〈시간여행문〉은 현재 과학계의 가장 현실적인 시간여행 이론에 바탕한 작품이다. 〈신들의 황혼이라고 마술사는 말했다〉는 게임 속 캐릭터가 자신이 게임 속에 있음을 인지하는 이야기인데, 고등과학원의 초학제연구 프로젝트 ‘실제의 문제’ 연구 세미나에 주제 소설로 선정되어 학자들의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과학적 기반이 탄탄한 작가임에도, 곽재식의 상상력은 순전히 일상적인 데서 출발한다. 〈슈퍼 사이버 펑크 120분〉은 120분 내 공문서를 발급하기 위해 공공기관 웹사이트, 인증시스템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며, 〈판단〉과 〈차세대 대형 로봇 플랫폼 구축 사업〉 〈멋쟁이 곽 상사〉에서는 한국사회 갑질 문화, 경직된 관료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곽재식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만나 독특한 공감대를 구축한다. 〈기억 밖으로 도주하기〉와 〈지상 최후의 사람일까요〉에 이르면 곽재식 소설의 묘미가 극에 달한다. 출생률이 줄어든 끝에 단 한 명의 인간만이 남은 세상, 최후의 인간은 인공지능 로봇들과 인류 문명에 관해 냉소적인 대화를 나눈다. 어리석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하지만 그조차 없으면 안 되는 사회에 관한 통찰이 빛난다. 곽재식은 SF라는 형식에 뼈아픈 주제의식을 가벼운 농담처럼 담아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3tr_epQHtjQ

https://www.youtube.com/watch?v=2O4ZgM6-J1s 

https://www.youtube.com/watch?v=rAlEiqNcYTo

https://www.youtube.com/watch?v=ssGeVUrpt4c


지적이고 상징적이며 강렬하고 신선한, 소비에트 시대 SF의 랜드마크.
20세기 러시아 SF의 개척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형제 작가의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동화’.
텍스트 안팎을 넘나드는 신화ㆍ과학ㆍ사회주의의 탈경계적 난장亂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비에트 SF 작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Понедельник начинается в субботу』(1964)가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노변의 피크닉』 『신이 되기는 어렵다』 『죽은 등산가의 호텔』에 이어 선보이는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네 번째 권으로,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이 소설에서는 러시아 민담을 비롯한 세계의 온갖 신화와 과학이 독특한 방식으로 결합해 사회주의 체제를 풍자하는 탈경계적 문학적 난장이 펼쳐진다. 이번 한국어판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에는 특별히 예브게니 티호노비치 미구노프의 1965년도 판본 삽화를 실어 다소 생경할 수 있는 소재에 시각적인 상상력을 불어넣었으며, 2016년 골랜츠 영역판의 「애덤 로버츠 해제」와 2000년 동생 보리스 스트루가츠키가 펴낸 회상록 『지난 일들에 관하여』의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 부분 「후기」를 함께 수록해 다각적인 독서의 즐거움을 더했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 세계에 있어 집필 시기나 문학 기법 면에서 분수령이라 할 수 있는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상들, 일견 과학과는 거리가 먼 ‘마법’과 마법을 ‘과학’화하려는 이들의 결합 양태를 통해 전무후무한 장르 초월의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의 유쾌한 일련의 모험이란 틀 안에서 소설은 크게 세 가지 ‘난리 법석’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이야기 「소파를 둘러싼 난리 법석」에서 레닌그라드 출신 프로그래머 사샤(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 프리발로프)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북부 도시 솔로베츠로 향하던 중 우연히 히치하이커 두 명과 동행하게 된다. 사샤의 직업을 알게 된 그들은 기이할 정도의 열의로 그를 자신들의 직장으로 스카우트하려 하는 한편, 차에 태워 준 데 대한 보답으로 솔로베츠에 머무는 동안 묵을 숙소를 소개해 준다. 전래 동화 속 마귀할멈 같은 노파가 기거하는 수상쩍은 닭다리오두막에서 사샤는 사라진 소파를 둘러싼 대소동에 휘말리면서 온갖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 「난리 법석 중의 난리 법석」은 「소파를 둘러싼 난리 법석」에서 이직을 결심한 사샤가 문제의 직장 ‘요술과 마술 과학연구소’에 입사한 후 처음으로 당직을 맡게 된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을 다루고 있다. 바깥에서는 2층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실제로 12층 이상인 연구소를 돌아다니면서 그는 각 부서의 골칫거리들과 연쇄적으로 맞닥뜨리고, 결국 ‘연구소 전체에 살아 있는 영혼은 단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당직 지침은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세 번째 이야기 「온갖 난리 법석」에서 사샤는 엉겁결에 자원하여 자전거 같기도 하고 오토바이 같기도 한 형태의 타임머신을 타고 소설 속 ‘묘사된 미래’로 여행을 다녀온다. 그는 날마다 나타나서 죽어 가는 초록색 앵무새들에 기절초풍하고 친구들과 함께 두 육체가 한 육체에 공존하는, ‘요술과 마술 과학연구소’의 연구소장 야누스의 거대한 비밀을 파헤친다.

소원을 들어주는 말하는 꼬치고기, 온 세상의 이야기를 알지만 무엇 하나 반 이상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화증에 걸린 고양이,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비이(슬라브 전설에서 시선으로 사람을 죽이는 지하 세계의 괴물), 『우파니샤드』를 낭송하는 벽 거울, 읽을 때마다 다른 도서로 변신하는 책, 지불하고 나면 주머니로 귀환하는 동전 등 작가들의 탁월한 창작력을 덧입고 한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다채로운 마법의 존재와 장치들은 세계의 신화와 문학을 요람 삼아 소비에트 사회를 조목조목 뒤집어엎는다. 소비에트적 이상理想과 선전 선동, 노동 영웅의 허상, 인문학적 상상력을 소거한 비정상성, 소비에트의 관료주의와 속물근성, 언어 층위에서 구현된 소비에트 현실의 그로테스크함에 대한 비판과 풍자 혹은 성찰과 반성은 특별히 작품의 제목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를 통해 극대화된다.

[…] 축일이 없는 세상, 일요일 없이 토요일에 월요일이 시작되어 일과 노동만 강조되는 세상, 그 암울한 세상은 소비에트 사회의 모든 생활상과 현실을 압축해 놓은 환유적 풍경이자, 소비에트의 노동 제일주의,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날카로운 풍자가 집중된 공간이다. 일요일 없이 토요일에 월요일이 시작되는 세상, 그것은 소비에트 현실에 대한 가장 압축적이고도 놀라운 아포리즘이었고, 그것이 바로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에서 벌어진 ‘난리 법석’의 실상을 통찰하게 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_ 518쪽, 「옮긴이의 말」에서

아울러 작중 주요 무대인 ‘요술과 마술 과학연구소’는 러시아어로 ‘니이차보’로 약칭되는데, 이는 ‘아무것도 아닌’ ‘별것 아닌’이라는 의미의 러시아어 단어와 비슷한 발음으로서 신선한 언어유희를 보여 준다. 소비에트 현실을 희화하는 작가들의 독보적인 언어 조탁 능력은 환상성과 풍자라는 고대로부터 이어진 러시아 문학 전통의 지평을 확장하며, 구성상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의 앞뒤를 감싸고 있는 작자 불명의 머리말과 작중인물이 작성한 후기 및 용어 해설 같은 메타픽션적 장치와 더불어, 정형화된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작품 전반에 일관된 문학적 시도들과 호응한다.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는 1964년 소련에서 첫선을 보인 후 현재까지 변치 않는 인기를 구가하며 작가들의 작품 투표에서 항상 선두를 다툴 정도로 사랑받아 왔다. 이는 4년간 번역 작업에 매진했던 옮긴이 이희원 교수가 이야기한 대로, “모든 인간적인 것을 새로운 장르로 구현하는 것, 그것은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이루고자 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가 세상에 나온 지 40년 가까이 흐른 2003년, 독자와의 대화에서 동생 보리스 스트루가츠키가 귀띔한 바에 따르면 소설에 유일하게 나오지 않은 요일은 바로 일요일이었다. 

 

『로빈슨 크루소』의 전복적 오마주
20세기를 요약하고 21세기를 진단했던 작가,
J. G. 밸러드의 포스트모던-내우주 SF


《더타임스》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그리고 카프카Kafkaesque나 보르헤스Borgesian처럼 성姓의 형용사형만으로 설명 가능한 몇 안 되는 문인 중 한 명인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콘크리트의 섬Concrete Island』(1974)이 현대문학 「JGB 걸작선」의 두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20세기 후반 세계문학사에서 전대미문의 독창적이고 예언적인 목소리로 여겨지는 밸러드는 1960년대 SF 뉴웨이브 운동을 견인하며 소설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함으로써 현대문학을 재정의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고도의 상징성과 시각 이미지를 다용한, 디스토피아적인 예지로 가득 찬 전인미답의 전위적인 작품들은 ‘현대’에 대한 세계인의 관점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크래시』(1973)에서 『하이-라이즈』(1975)로 이어지는 「도심 재난 3부작」(「콘크리트와 강철 3부작」으로도 불린다)은 밸러드가 1960년대에 골몰했던 종말 후 미래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변모 중인 지금 현재’를 다루는데, 당대의 도시를 ‘정신적으로’ 해부하려는 작가 특유의 대담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군群이다. 『콘크리트의 섬』은 그중에서 두 번째 소설로, 대도시의 무관심 한가운데서 교통섬에 좌초한 한 남자―콘크리트 지옥의 로빈슨 크루소―의 드라마를 통해 현대의 삶과 세계에 대한 밸러드식 소외의 시학詩學을 보여 준다. 이 책에는 밸러드의 열정적인 독자 닐 게이먼의 열렬한 「해제」와 영국 작가 트래비스 엘버러의 「전기적 약력」, 잡지에 게재된 단편소설을 비롯해 밸러드의 저작을 총망라한 「작품 목록」을 실어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1973년 4월 22일 오후 3시경, 35세의 건축가 로버트 메이틀랜드는 런던 중심부 웨스트웨이 입체교차로에서 과속으로 주행하다 임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재규어에 탄 채로 추락한다. 그는 족히 30미터는 넘는 경사면을 가까스로 기어올라 고속도로로 돌아가지만, 구조를 요청하는 간절한 몸짓에 응답하는 운전자는 한 명도 없다. 설상가상, 비상 전화가 있는 건너편 갓길에 닿으려면 평균 시속 100킬로미터의 3차선 자동차 행렬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상황. 그러나 간신히 잡은 기회는 결국 그가 도난 차량에 치여 다시 굴러떨어짐으로써 실패로 끝나고 만다.
메이틀랜드는 자신이 세 갈래 고속도로 교차점의 황무지에 생겨난 200미터 길이의 교통섬에 불시착했음을 깨닫게 된다. 큰 부상을 입고 거동마저 힘들어진 그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거나 혹은 자력으로 벗어날 때까지 이곳에 갇혀 망가진 재규어와 차에 실려 있던 공구함, 정찬용 정장, 부르고뉴 백포도주 여섯 병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 스포일러 주의 -

『콘크리트의 섬』 초판본 표지(조너선케이프, 1974)
『콘크리트의 섬』의 구성은 「후기」에서 밸러드가 직접 소개하듯이,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따르고 있다. 소설의 전반부에서 메이틀랜드는 생존과 탈출이라는, 무인도 생존물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목표에 천착한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크루소와 평행선을 그리면서도 어딘가 뒤틀려 있다. 크루소에게 물자로 가득한 난파선이 있었듯이, 메이틀랜드에게는 폐차들과 도로에서 떨어진 음식 쓰레기가 있다. 농업 지식이 크루소의 목숨을 구했듯이, 자동차와 건축에 대한 지식이 메이틀랜드의 목숨을 구한다. 그럼에도 섬을 탈출하고자 하는 메이틀랜드의 시도는 하나같이 어색하고 충동적이며 진심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메이틀랜드는 『로빈슨 크루소』의 프라이데이를 반으로 나눈 듯한 두 명의 인물을 만나게 되며, 이들을 통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러나 전반부/후반부를 가르는 분수령인 메이틀랜드의 “나는 섬이로다”라는 선언이야말로, 『로빈슨 크루소』를 완전히 뒤집어엎는 『콘크리트의 섬』의 독특한 지점이다.

메이틀랜드는 성공한 건축가이자, 부유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다. 여덟 살 난 아들이 있지만 그의 사무실 책상 서랍에는 아들이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이 들어 있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부인과 정부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하며, 그녀들은 그가 귀가하지 않더라도 으레 상대방과 함께 있으리라고 여긴다. 사무실 직원들은 그가 자리를 비워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교육받는다. 그의 부재는 주변인들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이는 곧 그의 실종이 쉽게 알려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 오늘은 사흘의 회의 일정이 끝나는 날이라 이미 지쳐 있었고, 거기다 헬렌 페어팩스와 일주일을 보낸 직후에 아내를 만나야 하는 터라 살짝 곤두서 있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했다는 사실이 거의 의도적으로 사고를 계획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일종의 기괴한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_ 10~11쪽 「1 가드레일을 넘어서」에서

밸러드는 자신의 작품에서 한결같이 현대 문명의 병리학적인 잔혹상을 폭력으로 간주하고, 이러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이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다 ‘에로스’와 ‘타나토스’ 같은 강렬한 이미지에 매료되어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을 냉정하며 분석적인 시선으로 묘사했다. 또한 외부 환경과 인간의 내면에 펼쳐지는 의식/무의식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SF의 우주 개념을 ‘내우주’로 전환시킴으로써 문학성을 꾀했다. 『콘크리트의 섬』에서도 콘크리트 도시 속 인간의 소외, 실패한 도시계획, 계급 등 현대 도시 이면에 도사린 문제에 대한 밸러드식 경고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주인공 메이틀랜드로 하여금 비인간화한 사회에서 잃어버린 자유를 찾기 위해 극한상황에서의 생존을 자발적으로 택하도록 유도한다.

[…]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은 지금 섬에 있어. 하지만 어떻게 보면, 평생을 섬에 갇혀 있었던 거야.’ 일종의 계시와도 같은 경험이었다.
_ 242쪽 「닐 게이먼 해제」에서

『콘크리트의 섬』은 ‘밸러드의 공간적 상상력이 극대화된 작품’으로 손꼽힌다. 《월간 사이언스픽션》(1975년 1월 호)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복잡하게 뒤얽힌 교차로는 현대성의 집속점集束點 같은 공간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곳에서 추락한 메이틀랜드는 외부의 시선으로 그 공간을 주시하게 된다. 런던 공항으로 향하는 차들이 그의 앞을 가로지르고, 높이 솟은 런던의 고층 아파트들이 그를 굽어본다. 런던이란 대도시는 메이틀랜드의 변화에 따라 귀환할 장소와 적대적 영역 사이를 오간다. 섬이라는 무대 안의 풍경은 처음에는 명확하지 않지만 메이틀랜드가 탐험에 나선 후에 조금씩 속을 드러내며, 섬의 자연은 메이틀랜드의 외면과 내면의 경계가 흐려질 때마다 마치 인간처럼 그와 상호작용 한다.
메이틀랜드가 겪은 사고는 무인도에 홀로 버려지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결국 문명이 인간에게 장착해 준 자존심과 정신적인 지원 체계를 전부 해체하고 보다 원시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도전이다. 섬은 밸러드의 표현에 의하면 ‘우리 영혼의 외부 주둔지’ 같은 장소이며, 밸러드식 내우주 SF의 진가가 여기에 있다.

< 콘크리트의 섬> 영화 티저 포스터
언제나 여러 해석을 불러오는 밸러드의 작품답게 『콘크리트의 섬』에 대한 해석 역시 분분하다. 이를테면 프랑스 문예지 《르 마가진 리테레르》의 편집장 앙투안 그리세는 『콘크리트의 섬』이 궁극적으로 도시 사이의 공간에서 근대의 표류물로 살아가는 ‘현대의 프라이데이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았다. 또한 처음 섬에 도착한 메이틀랜드는 죽음을 맞이했고 보다 강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났으며, 이러한 주인공의 변용이 독자에게 비슷한 변신을 촉발하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했다. 영국 앵글리아러스킨 대학교의 연구원 지넷 백스터는 메이틀랜드를 ‘카프카적인 크루소’라고 보았는데,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굴Der Bau」과 『콘크리트의 섬』 두 작품에서 ‘듣기’가 생존 전략인 동시에 고조된 불안이라는 감각으로서 기능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짧은 분량, 『로빈슨 크루소』의 계보를 잇는 무인도 생존물이란 장르, 그 나름으로 현실적이면서 신문의 해외 토픽란에 실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고립 상황, 단순화를 지향하는 사건의 성격, 몇 안 되는 등장인물까지, 『콘크리트의 섬』은 밸러드의 작품 세계에서 보다 대중적으로 읽힐 만한 소설이다. 아울러 더없이 몽환적이고 치열하며 허무하고 도착적이고 혐오스러운, 지극한 밸러드다움도 느낄 수 있어 밸러드 장편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입문용으로 권할 만한 책이다.

한편, 2011년 스페인의 제작사 필맥스는 『콘크리트의 섬』 영상화 계획을 발표했다. 감독으로 브래드 앤더슨이, 메이틀랜드 역으로 (또 다른 밸러드 원작의 영화 <태양의 제국>에서 짐으로 분했던) 크리스천 베일이 낙점되었으나 영화 티저 포스터가 공개된 이후 아쉽게도 추가 소식은 없다.

현대문학에서는 2009년 타계한 밸러드의 10주기를 기리며 「JGB 걸작선」을 준비했다. 2009년 『헬로 아메리카』에 이어 2021년에는 『콘크리트의 섬』뿐만 아니라 『밀레니엄 피플』이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50년간 발표된 모든 단편소설 중에서 스물다섯 편을 엄선한 세계문학 단편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를 통해 전 작품 세계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그의 단편을 연대순으로 접했다면, 「JGB 걸작선」을 통해 좀 더 진전된 주제와 작가로서의 자신을 해방시킨 듯한 ‘밸러드풍Ballardian’ 장편소설을 본격적으로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콜린스 영어사전』에 따르면 ‘밸러드풍’은 ‘J. G. 밸러드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에서 묘사된 환경―특별히 디스토피아적인 현대성, 암울한 인공 경관, 기술적이고 사회적 혹은 환경적 발전의 심리적인 효과―과 유사하거나 연상시키는’이다. 『영국인명사전』 항목에는 밸러드의 작품에 대해 ‘에로스, 타나토스, 대중매체와 신기술’로 가득 차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된 나의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J. G. 밸러드의 작품을 읽는 것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승무원들이 대를 이어 가면서 조종하는 세대우주선이나 은하제국은 눈속임일 뿐이며, 성인으로서 맞이할 세계를 실제로 쓰는 작가는 밸러드란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

_ 244쪽 「닐 게이먼 해제」에서 

 

 

 

인도 동북부 작은 지역, 나가랜드에서 온 특별한 이야기
소수민족의 전설과 민담이 잘 표현된 여성 작가의 아주 새로운 매직 리얼리즘 픽션


나가랜드를 아시나요?
인도 소수민족이 자기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지키며 살아내는 동북부의 작은 지역으로 토속신앙과 함께 수백 수천 년 조상들로부터 구전되어온 전설이 현지민들 삶 속에 살아있는 곳입니다.
나가랜드에서 온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으로도 알려진 여성작가, 이스터린 키레. 나가랜드에서 나고 자란 여성 작가 이스터린 키레는 ‘나가랜드’의 전설과 민담을 뛰어난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켜,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받았고 이 작품 “그 강이 잠들 때”는 2016년 인도 힌두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작품성이 공증된, 아시아적 세계관과 문화가 가득 담긴 이 매직 리얼리즘 픽션 “그 강이 잠들 때”에서 작가는 이런 질문과 메시지를 던집니다.
진정한 힘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힘을 원하고 또 그 힘은 어떤 고난의 과정을 거쳐 획득되는가?
힘을 얻은 이후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그 강이 잠들 때”의 주인공 빌리는 ‘잠드는 전설의 강’의 이야기를 한 번 듣고 매료된 후 매일 거듭해 이 강에서 심장석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악몽을 꾸다 그 심장석을 얻기 위해 기어이 ‘여행’을 결심하고 떠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작품 속 주인공은 분명 남성 화자인 ‘빌리’이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생생하게 존재하며 빌리와 함께 서사를 이끄는 것은 여성 캐릭터들입니다. 다정하고 현명한 ‘아테’와 복수와 원한에 사무친 ‘조테’, 그리고 가시 돋친 쐐기풀을 섬유와 옷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자 ‘아이델’, 언덕 위 사람이 오르기도 힘든 위치에 돌무더기로 이뤄진 마을을 지키는 이장의 부인 ‘수발레’ 그리고 심장석을 지키는 혼령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는 공포스런 존재 ‘미망인들’. 이 여성캐릭터들을 발견하고 그 존재의 의미를 읽어내는 작업은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입니다.
여성 작가가 표현한 매직 리얼리즘 픽션 속 여성 캐릭터는 서사를 살아 있게 만드는 재미와 의미를 부여하는 메시지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감정적 동요를 독자들에게 선사합니다.

이제까지 만나볼 수 없었던 아시아적 세계관 그리고 여성 작가 특유의 독특한 시선과 표현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인도 페미니즘 출판사 주반북스와 이프북스와의 세 번째 컬래버 작품입니다.

이제껏 남성 작가들의 혹은 서구 아메리카와 유럽 중심의 판타지에 식상함을 느꼈던 판타지 덕후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여름 내내 함께 머문 소설.” _타임스


이 책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영국의 소설가 세라 모스의 작품으로, 작가의 여섯 번째 소설이자 대표작이다. 세라 모스는 2009년 《콜드 어스》를 발표한 이래, 아름다운 문체와 입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아왔으며, 2018년 《유령의 벽》 발표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영국의 수많은 매체가 그해 최고의 책으로 《유령의 벽》을 꼽았으며,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타임스,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뉴 스테이츠먼,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스펙테이터, 엘르, 스릴리스트, 북 라이엇, 메트로 등.

또한 아쉽게도 수상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여성소설상 후보, 영국왕립문학협회의 온다체상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영미권 제1선의 작가들인 힐러리 맨틀이나 매기 오파렐도 세라 모스의 작품에 주목하며 찬사의 말을 보탰다.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매혹적인 여성 서사
소설가 강화길 추천


《유령의 벽》은 다양한 결을 가진 작품이지만, 무엇보다도 여성 서사로 읽어낼 수 있다. 특히 소설의 독특한 공간적 배경이 이 작품의 시간적인 스케일을 광폭으로 확장시키며,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가부장제 질서의 유구함을 첨예화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곳은 현대 영국 북부의 어느 고립된 숲인데, 이곳에 고대 철기 시대의 생활을 연구 혹은 취미로 며칠간 재연하려는 사람들이 모인다. 말하자면 고대와 현대가 겹쳐지는, 2천 년을 품은 공간인 것이다.

이 고립된 공간에서 하루하루 명확해지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을 향한 야만과 폭력이다. 야만과 폭력은 명확하다 못해 기묘할 정도로까지 치닫는다. 어떤 독자들은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파리대왕》이 인간에게 내재한 야만성을 보여줬다면, 《유령의 벽》은 그 야만성이 향하는 곳이 여성임을 드러낸다.

작가 세라 모스가 빚어내는 풍경은 아름답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보석 같다.”(가디언) 그런데 그 아름다움이 고대의 주술 의식, 으스스한 습지 미라 등의 소재와 만나면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혹자는 고혹적이라 할 것이고, 혹자는 어둠의 매혹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것이 자칫 가학적인 자극으로 빠지지 않게끔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세라 모스는 그러한 팽팽한 균형과 긴장감 속에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어판에 붙인 강화길 소설가의 말마따나 “그녀는 대담한 주술사이며 부러운 이야기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t_3rJ--zs

https://www.youtube.com/watch?v=H_MdD79_xiY 

https://www.youtube.com/watch?v=mbz2MipAUBU 

 

상자안의 글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퍼온 글입니다.

 

 

14
Comments
1
2022-10-06 22:28:16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10-06 22:39:49

정성스런 리뷰 글 잘 읽었습니다~

2022-10-06 22:40:43

 몇 년 전부터 헝가리 소설에 관심을 가져서 아비가일이 눈에 들어오네요. 서보 머그더라는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몇 권 읽어봣지만 익숙하다기에는 아직 낯선 트루가츠키나 밸러드의 작품도 관심이 가고요. 

2022-10-06 22:51:37

 와 어마어마한 게시물이네요

감사합니다~

2022-10-06 23:11:50

저도 나름 책 잘보는 편인데 반해서 올려주시는 문학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잘 참고하고있습니다.

1
2022-10-06 23:30:52

서보 머그더, 라스트 네임이 앞에 표시됐는데 쉼표가 없이 책이 나왔네요. Szabo, Magda 가 원래 이름인데요. 번역명을 머그더 서보라 표기했어야 맞네요.(남편 성이 Szabotka)

The Door는 영화, 책 모두 좋았어요. 아비가일은 작가 최고평점 책이지만 대중적이진 않군요. The Door의 뒤늦은 차트역주행에 힘입어 아비가일이 번역된 것으로 보이네요.

"서보 머그더는 오랜 기간 소설가로서 글을 쓰다 보니, 작품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단층선이 자연스레 그어졌다. 이 책 《아비가일》은 원작이 1970년에 발표되었는데, 앞서 번역 출판한 소설 《도어》(원작 1987년)와는 사뭇 다른 결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만약 한국 독자들이 《도어》의 연장선상에서 《아비가일》을 접한다면, 누군가는 새로운 매력을, 누군가는 낯설음을 느낄지도 모른다."

좋게 말하면 단층선, 도어가 원숙했을텐데 ㅎㅎ

2022-10-07 00:10:23

헝기라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성이 앞에오고 이름이 뒤에 옵니다. 헝가리->한국어번역으로 적절합니다. 

Updated at 2022-10-07 00:26:13

합리적 의심을 통해 과연 출판이 되도록 이름이 저리 나오게 뒀을까 의심했어요. 저도 미국 중심의 사고에 빠지나 봅니다. 영역판들은 모두 영어어법에 맞추니까요. 그렇다면 저 책은 중역 아닌 직역이 맞겠군요. 가르침 감사합니다.

 

In Hungary, when people write their names or introduce themselves, their last name comes first. They say “Nagy Gábor vagyok” or “I'm Nagy Gábor.” This doesn't mean people call each other by their last name; it's simply the formal way of introducing yourself or presenting a name publicly. 영어권 사람들도 궁금해하는 부분이네요.

 

도어를 평점 후한 제가 별 4/5 줬더군요. 강추는 아닌 정도입니다. 스토너에 비견한다는 것은 뒤늦게 발굴된 점이 그렇다는 이야기고 저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2022-10-07 00:30:02

번역가 전경애는 이미 다수의 헝가리 소설을 번역한 경력이 있습니다. 당연히 직역이겠죠. 그러나 중역이라고 해도 원작자가 소설을 영어로 출판하고 자신의 이름을 자진해서 순서를 바꿔 적은 것이 아니라면 원래의 순서대로 적는 것이 맞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헝가리의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원래 헝가리식으로는 크리스토프 아고터지만 프랑스어로 작품활동을 하고 프랑스 식으로 이름을 썼기 때문에 아고타 크리스토프라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경우에는 중역이라고 해서 이름 순서를 변경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2022-10-07 00:34:06

그럼에도 당장 구글 (영문)검색해도 작가페이지가 영어이름 순이에요. 국어/외국어로 인지되는 번역 분야에서는 헷가리겠네요. 일본이름은 하루이틀이 아니니 그런가 했는데 알파벳 이름이니 혼동이 더합니다. 제게만 해당되는 무식의 소치일지도 모르지만요.

Updated at 2022-10-07 00:50:37

영문판 구글은 이름-성 순서를 대체로 고집합니다. 다른 헝가리 소설가인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도 영문판에서는 라슬로 크리스너호르카이라고 적죠. 그러나 헝가리판이나 한국판 위키에서는 모두 원래 순서로 적습니다. 이 소설가는 우리나라에 4권이나 되는 책들이 번역되어있지만 한 권도 직역된 적이 없습니다. 주로 영문판을 저본으로 번역이 되었는데 당연히 거기(영문판)서는 라슬로 크리스너호르카이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 번역본은 모두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로 올바르게 표기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원저자의 이름표기에서 발음이나 순서를 영어식이 아니라 원래대로 적는 것은 이제는 원칙에 가까운 관행입니다.   

2022-10-06 23:40:20

 코난 원작 읽어보고 싶네요.

Updated at 2022-10-06 23:57:58

세트가 더 싼 건 도정제 때문이지요. 공급율이 달라서 세트 가격이 더 싸지요.

1
2022-10-07 08:09:57

알렉산더 케이가 쓴 미래 소년 코난의 원작은 다른 의미로 좀 놀라운 작품이죠.
한창 때도 번역 되지 않던 작품이 설마 이 시절에 번역될 줄은 몰랐습니다.

원제인 The Incredible Tide를 따르지 않는 번역명은 의외로 예상대로이긴 합니다.
꽤 오래 전에 번역된 일본어판의 제목도 남겨진 사람들残された人びと인 걸 보면 원제에서 받는 느낌은 비슷한 모양입니다.
원제만으로 작품의 이미지를 전달하기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느낌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종이책을 입수하기가 꽤 곤란한 관계로 빨리 전자책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