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룸프레스의 "제안들" 총서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대표작이나, 잘 알려진 작가의 덜 알려진 작품들을 엮어내는 기획으로도 훌륭하지만, 한국 출판사에 길이 남을만한 아름다운 디자인의 책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총서의 첫 권인 카프카의 『꿈』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책 애호가들이 얼마나 열광했는지, 이 총서가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책 디자인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은 잘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다자인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이라 이런 디자인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기획이 근년간에 북 디자인 계에서 가장 참신하고 책의 물성과 단순미를 잘 살린 디자인으로 평가받았다는 것에는 쉽게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 책을 쓴 스타니스와프 이그나찌 비트키에비치는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초에 활동한 폴란드의 아방가르드 문필가로, 에세이, 소설, 극작 등 다방면의 장르에서 활동한 작가입니다. 한국에는 제안들 총서를 통해 올 해 두 권이 동시에 소개되었으며, 부커 상 번역 부분에 노미네이트 『저주토끼』등을 쓴 SF소설 작가이자, 스타니스와프 렘 같은 폴란드 작가의 작품들을 여러 권 번역한 폴란드어 전공자 정보라 작가가 번역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오늘 받아서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10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분량도 그렇거니와, 지금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이 밀려있는 상태입니다. 늘 그렇지만요. 그리고 보통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는 프차에 소개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제가 밀린 책들 도 많고 이 책의 분량이 빠른 시일 안에 책을 읽고 소개하기 힘든 상황인데, 책의 물성이 너무 좋아서 그냥 소장용으로라도 여러분들에게 소개시켜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독서가라기보다는 책 수집가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오디오 애호가 분들이 오디오의 가치를 kg으로 평가하시는 것처럼 저도 gram 수나 페이지 수로 책을 평가합니다. 이 책은 무려 1032페이지나 되는데도 가격은 22,000원, 인터넷 할인가로는 19,800에 불과한 정말 훌륭한 책입니다. 어디가서 이런 책 이 가격에 절 대 못삽니다. 그리고 앞으로 종이값과 환율 폭등으로 재고가 소진되면 재판을 찍지 않고 절판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사십시오. 그리고 제발 좀 읽고 저에게 리뷰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그냥 이걸로 데드리프트나 하려구요.

사실 저는 이 "제안들" 총서를 여러 권 가지고 있고, 디자인 때문에 두 권을 산 책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워크룸프레스라는 출판사가 얼마나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지, 다음에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또 소개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