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음식은 조금 남기는 게 예의이던 시절
식탁 예절, 밥상머리 교육이 핫하네요.
여러 공감 가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다만 사고를 좀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어릴 때 제목대로 배웠습니다.
남의 집 가서 밥 먹을 때는 밥을 조금 남기라고.
이러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상대방 상차림이 다 먹지 못할 정도여서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표시이고, 두번째는 우리는 평소 집에서 잘 먹으니 이 정도만 먹어도 배부르다는 체면치례였습니다. 그리고 식탐을 부리지 않는 게 양반과 선비의 덕목이기도 했고요.
우리가 풍족하지 못 하게 살던 시절의 예절이겠지요.
요즘은 어디 가서 식사대접 받으면 맛있게 싹싹 다 비우는 게 예의입니다.
식사 시 소리 내는 것도 그렇습니다.
저도 다른 회원님들처럼 그렇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밥 먹을 때 소리가 나면 아버지께서 굉장히 꾸중을 하셨고, 음식을 입에 넣고서 입술이 떨어지면 안 되었습니다.
그 때는 그래야하는 줄 알고 따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안 그래요.
김준현이 면을 끊지 않고 한 번에 다 먹는 습관이 저는 이해가 됩니다.
면을 끊어 먹으면 특유의 식감이 반감됩니다.
그래서 저도 끊지않고 끝까지 다 먹습니다. 물론 김준현이 방송 때 하는 것처럼 오버하지는 않습니다.
쌈 얘기도 있더군요.
전통적인 예절은 적당히 싸서 오물오물 예쁘게 먹는 게 맞지요.
하지만 저는 쌈 싸먹을 때 엄청 크게 쌉니다.
입도 크고 식사랑도 남들 두 배인 이유도 있지만, 이것저것 넣다보면 쌈이 커져서요.
저에게는 쌈이 입안을 꽉 채우는 식감이 음식 맛을 배가 시켜줍니다.
그리고 밥 먹을 때 말이 많습니다.
경북 시골 출신인 무뚝뚝한 아버지께서는 밥 먹을 때 거의 말씀이 없으셨는데요, 저는 굉장히 수다스럽습니다.
예전에는 저처럼 밥 먹을 때 떠드는 게 예의가 아니었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죠.
그리고 시골 종가집 가면 겸상도 엄격했는데요. 남녀 분리해서 먹었고 여자들은 부엌에서 대충 차려 먹었습니다.
그게 그 당시에는 무슨 뼈대있는 집이라는 자부심 같은 거였지만, 요즘은 그러면 욕 먹을 일이죠.
그리고 저 어릴 땐 어른이 숟가락 드시기 전에 숟가락 잡으면 안 되었죠.
그런데 요즘 저는 애들 먼저 먹으라 그러고 조리 중인 음식 마무리하고 약간 늦게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대가 바뀌면 예법도 바뀝니다.
방송에서 오버스럽게 소리내어 먹는 거 저도 눈쌀 찌뿌려진 때가 있습니다만, 그러면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려합니다.
가정교육 엄격하게 받고 식탁예절 예의 바르면 보기 좋지요.
그런데 너무 엄격하게 기준을 강요하고 그 기준을 못 지키는 사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함께 맛있고 즐겁게 먹을 수 있다면 식사예절 잠시 접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글쓰기 |
네? 제가 배운 것이랑 완전히 다른데요. 남의 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는 반드시 다 비워라고 교육 받았어요. 조금 남겨놓는다면 그건 필히 음식 쓰레기가 될 게 뻔하다는 것이었고요. 그리고 1979년생인 제가 어린 시절엔 밥을 남겨놓을 정도로 주변에 넉넉히 잘 사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남겨놓는다면 예의가 아니라고요.
식사 시에 소리내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곤 결코 예의가 아닙니다. 요사이 방송 문화가 무례한 것입니다. 특이한 게, 이제 10대에 들어선 아들도 그렇고 주변에 젊은 친구들을 봐도 그렇게 소리를 내면서 안 먹어요.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싫어하고, 해를 입는 것도 싫어요. 그런 방송 문화가 너무 호들갑스러운 것이에요.
개인적으로 면치기는 극불호에요. 저도 식성이 좋고, 아주 많이 먹는 편이지만...면치기는 결코 소화에도 도움이 안 되고 건강에 안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