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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음식은 조금 남기는 게 예의이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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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8-17 07:06:16

식탁 예절, 밥상머리 교육이 핫하네요.
여러 공감 가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다만 사고를 좀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어릴 때 제목대로 배웠습니다.
남의 집 가서 밥 먹을 때는 밥을 조금 남기라고.
이러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상대방 상차림이 다 먹지 못할 정도여서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표시이고, 두번째는 우리는 평소 집에서 잘 먹으니 이 정도만 먹어도 배부르다는 체면치례였습니다. 그리고 식탐을 부리지 않는 게 양반과 선비의 덕목이기도 했고요.
우리가 풍족하지 못 하게 살던 시절의 예절이겠지요.
요즘은 어디 가서 식사대접 받으면 맛있게 싹싹 다 비우는 게 예의입니다.

식사 시 소리 내는 것도 그렇습니다.
저도 다른 회원님들처럼 그렇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밥 먹을 때 소리가 나면 아버지께서 굉장히 꾸중을 하셨고, 음식을 입에 넣고서 입술이 떨어지면 안 되었습니다.
그 때는 그래야하는 줄 알고 따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안 그래요.
김준현이 면을 끊지 않고 한 번에 다 먹는 습관이 저는 이해가 됩니다.
면을 끊어 먹으면 특유의 식감이 반감됩니다.
그래서 저도 끊지않고 끝까지 다 먹습니다. 물론 김준현이 방송 때 하는 것처럼 오버하지는 않습니다.

쌈 얘기도 있더군요.
전통적인 예절은 적당히 싸서 오물오물 예쁘게 먹는 게 맞지요.
하지만 저는 쌈 싸먹을 때 엄청 크게 쌉니다.
입도 크고 식사랑도 남들 두 배인 이유도 있지만, 이것저것 넣다보면 쌈이 커져서요.
저에게는 쌈이 입안을 꽉 채우는 식감이 음식 맛을 배가 시켜줍니다.

그리고 밥 먹을 때 말이 많습니다.
경북 시골 출신인 무뚝뚝한 아버지께서는 밥 먹을 때 거의 말씀이 없으셨는데요, 저는 굉장히 수다스럽습니다.
예전에는 저처럼 밥 먹을 때 떠드는 게 예의가 아니었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죠.

그리고 시골 종가집 가면 겸상도 엄격했는데요. 남녀 분리해서 먹었고 여자들은 부엌에서 대충 차려 먹었습니다.
그게 그 당시에는 무슨 뼈대있는 집이라는 자부심 같은 거였지만, 요즘은 그러면 욕 먹을 일이죠.

그리고 저 어릴 땐 어른이 숟가락 드시기 전에 숟가락 잡으면 안 되었죠.
그런데 요즘 저는 애들 먼저 먹으라 그러고 조리 중인 음식 마무리하고 약간 늦게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대가 바뀌면 예법도 바뀝니다.
방송에서 오버스럽게 소리내어 먹는 거 저도 눈쌀 찌뿌려진 때가 있습니다만, 그러면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려합니다.
가정교육 엄격하게 받고 식탁예절 예의 바르면 보기 좋지요.
그런데 너무 엄격하게 기준을 강요하고 그 기준을 못 지키는 사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함께 맛있고 즐겁게 먹을 수 있다면 식사예절 잠시 접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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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2
2022-08-17 07:45:00

네? 제가 배운 것이랑 완전히 다른데요. 남의 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는 반드시 다 비워라고 교육 받았어요. 조금 남겨놓는다면 그건 필히 음식 쓰레기가 될 게 뻔하다는 것이었고요. 그리고 1979년생인 제가 어린 시절엔 밥을 남겨놓을 정도로 주변에 넉넉히 잘 사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남겨놓는다면 예의가 아니라고요. 

 

식사 시에 소리내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곤 결코 예의가 아닙니다. 요사이 방송 문화가 무례한 것입니다. 특이한 게, 이제 10대에 들어선 아들도 그렇고 주변에 젊은 친구들을 봐도 그렇게 소리를 내면서 안 먹어요.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싫어하고, 해를 입는 것도 싫어요. 그런 방송 문화가 너무 호들갑스러운 것이에요. 

 

개인적으로 면치기는 극불호에요. 저도 식성이 좋고, 아주 많이 먹는 편이지만...면치기는 결코 소화에도 도움이 안 되고 건강에 안 좋죠. 

WR
1
2022-08-17 07:54:38

ㅎㅎㅎ
네 이해합니다.
밥 남기는 예절은 집에 먹을 쌀이 없던 시기 얘기라서 저도 아주 어릴 때만 교육받았습니다. 제 또래 중에서도 이런 얘기 들은 사람들 드물거에요. ^^;;
저도 아이들한테는 깨끗이 비우라 교육합니다.

저는 사실 저 먹느라 바빠서 남들 어떻게 먹는지 신경 안 써요. ㅎ
다만, 밥 먹을 때 식사예절로 자주 버럭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이해가 안 되었고(시키는대로 따르긴 했습니다만), 지금도 식사시간은 편안하고 오붓하고 행복한 대화의 시간이라 생각하기에 같이 밥 먹는 사람이 즐겁기만 하면 저로서는 최고입니다.

7
2022-08-17 07:56:23

저도 대접받은 음식은 밥풀 하나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우라고 교육 받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글을 읽고 나니 예전에 어머님께서 하신 아버님 친구분 얘기가 생각나네요.

아버님 친한 친구분이 한분 계셨는데 가끔 집에 놀러오셔서 식사를 드리면 꼭 한숟갈 정도 씩 남기는 분이 계셨다고 합니다. 오실 때마다 이분이 늘 남기시니 밥의 양을 조금씩 조금씩 줄여서 나중에는 반그릇이 됐는데도 한숟갈을 꼭 남긴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나는데 글 쓴분과 같은 교육을 받고 자란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지금 생각해 보니 받고 자란 교육의 차이로 생긴 에피소드인 것 같네요. 

WR
1
2022-08-17 08:27:19

네. 그럴 듯요.
대접하는 입장에서는 손님이 밥을 싹 비우면 한 그릇 더 주는 게 예의였거든요.
쌀이 부족하던 시기에는 한 그릇 더 퍼주는 것도 부담스러웠겠죠.

2
Updated at 2022-08-17 08:07:36

저도 jin3님처럼 남의 집에서 식사를 할 경우 조금 남기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밥위에 반찬을 올려 먹으면 혼이 났습니다.

밥을 깨끗하게 먹으라는 것이죠.

당시 손님이라도 오시면 쪼들리는 살림에도 넉넉한 상차림으로 손님을 대접하였습니다.

손님을 맞은 집의 어린애들은 손님 숫가락이 밥그릇에서 입으로 오가는 것을 문지방 밖에서 계속 주시하였고, 어른은 볼성사납다고 애들은 저리가라고 나무라고 그랬습니다.

제가 서울로 올라온 중3시절 어른들도 밥그릇에 반찬을 올리거나 심지어 찌게국물을 밥그릇에 말아 먹는 걸 보고 문화적 충격이 대단했습니다.

요즘은 이런 사정을 알만한 사람이 거의 없죠~

저를 교육하신 분은 돌아가신 두분 할머님께서 가르친 것이긴 합니다.

한 분 할머니는 친척들로부터 '상할머니'라고 불리었고, 제겐 증조모 셨습니다. 당시로는 드물게 95세까지 장수하셨죠.

 

WR
1
2022-08-17 08:29:34

이런 얘기를 들으신 분이 계시다니 반갑네요.
집에서 먹을 땐 당연히 한 톨도 남김없이 먹어야했고, 남의 집 갈 때만 해당되는 얘기였었요.

3
2022-08-17 08:14:07

 본문에 딴지를 걸려는 의도는 아닙니다만, 중국에선 초대를 받아 갔을때 대접 잘 받았다는 의미로 음식을 좀 남긴다고 하더군요.

초대한 사람이 충분히 음식을 준비했다는 의미도 있고 초대 받은 사람이 잘먹었는데도 이렇게 남았다라고 생각하게 말입니다.

 

저는 어릴때 음식 소리내서 먹지말고 밥풀 한개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먹으라고 교육 받았네요..

그때는 지금처럼 음식이 풍부할때도 아니고 해서 밥 남기는 경우는 없었던거 같습니다.

WR
1
2022-08-17 08:32:09

집에서는 저도 당연히 한 톨도 안 남기고 먹었습니다.
굶어죽는 사람도 있는데 음식 버리는 건 죄라고...

남의 집 가서만요.
말씀하신 중국 예의와 일맥상통합니다.

3
Updated at 2022-08-17 08:19:45

이번 논란의 핵심은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셨듯이 면치기가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이영자가 멀쩡한 남의 식사 방식을 조롱하고 핀잔줬다는 거죠.

WR
1
2022-08-17 08:34:36

그렇죠.
그건 저도 선 넘었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반발로 너무 엄격한 식사예절을 강요하는 것도 정도를 좀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여서요.

2022-08-17 08:40:26

네 여기서 식사예절로 핵심을 옮기다가 자칫하면 꼰대 되는 거죠. 뭐 그럼 또 어떻겠습니까만.

WR
2022-08-17 08:47:18

맞습니다. ^^

2022-08-17 08:29:04

 밥남기는 예절이 있었던거 맞죠? 김에 성냥깨비 꽂던 시절 아주 어릴적 희미한 기억만 남아서 긴가민가 했거든요.

Updated at 2022-08-17 08:36:30

이병헌이 연기한 영화 '광해'에서 얼핏 짐작이 가는 대목이 있죠.

임금이 남긴 음식으로 나인들이 주린 배를 채운다는 ~

대갓집에서도 상전이 조금 남겨야 아래사람들이 남은 음식을 먹어보던 상황이 이해되긴 합니다.

WR
2022-08-17 08:36:16

ㅎㅎㅎ
네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어디가서 맛있게 싹 비우면 좋아하지만, 예전에는 그게 없이 사는 티 내는 거라 생각했어요.

3
2022-08-17 08:57:26

시대가 변하면서 예법도 변하는건 맞는데 이번 경우처럼 근본도 없는 면치기가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의 의사와 상관없이 음식에 대한 매너가 되어버린 상황은 시대와 예법과는 전혀 상관이 없죠

식감 말도 하셨는데 그건 나 개인의 문제고 집에 혼자 있을때야 얼마든지 그 식감 느끼셔도 상관없겠죠

다만 면치기 안하면 어느 순간부터 매너 없는 사람이 되고 음알못이 되어버리는 상황은 정상이 아닙니다

게다가 면치기는 엄밀히 말해서 비매너 행위인데 이게 매너처럼 여겨지는 상황이 참 이해불가입니다 

WR
Updated at 2022-08-17 09:30:58

방송에서 오버해서 그렇지, 면치기를 새로운 식사 예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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