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폭우 속 반지하에 얽힌 단상
비가 많이 왔네요. 디피에도 반지하 침수 사례가 오라오는 걸 보고 옛 생각이 납니다.
결혼 전 어떤 문제로 신혼집을 신이문동 골목 안 반지하에 얻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신이문역에서 내려 꼬불꼬불 들어가는 어느 골목에 맞닿은 작은 알루미늄 샷시문을 열고 3계단 쯤 내려가면 부엌 겸 거실이 있는 그런 작은 전형적 반지하방이었지요.
98, 99년 어느 핸가 확실친 않지만 다행히 어찌어찌해서 상계주공을 전세로 구해 이사 갈려고 집을 내 놓았던 때 입니다. 그해 여름 장대같은 장맛 비가 골목을 넘어 샷시문 틈 사이로 쏟아져 들어와서 거실 바닥에서 팬티만 입고 쓰레받기로 물을 떠서 골목으로 퍼 올리고 있었습니다. 골목으로 퍼 올리면 다시 내려오는 무한반복 노가다를.......... 머 하여튼 그러고 있는데 누군가 샷시문을 막아 서더군요. 집을 보러 온거지요. 그 폭우를 뚫고....... 아빠, 엄마. 그리고 딸인지 아들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초등 저학년생 한명 그렇게 한 가족(?)이......
골목에서 넘쳐나는 빗물이 집안으로 개울이 되어 쏟아지고 있고 팬티만 입은 저는 정신없이 그 물을 퍼 내다가 얼떨결에 일어나 어색한 웃음을 보였고 그 가족과 중개사, 그렇게 네명은 무표정하게 저를 내려다 보시다가 별 말없이 돌아서 가셨습니다. 물론 집 안에는 들어 와 보시지도 못했지요.
전세가 빠져야 저도 무탈하게 이사를 갈텐데 하필 이런 날, 이런 꼴이라니... 그런 이야기를 와이프랑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그 분들이 그 집을 계약하시더군요. 그 꼴을 보시고도..... 생각컨데 그 분들은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 상황을 보고도 그 집을 계약을 했을까요. 아마 비용 문제였겠지요. 아직도 이리 비가 많이 오면 그 집, 그 물난리 그리고 그 가족 생각이 나고 그 아이의 처연한 눈매가 어른거립니다.
이제는 저도 거기서 나와 높은 아파트 살듯이 그 분들도 그 이후 잘 풀려서 더 높은 집에서 사시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글쓰기 |
처음 입사했을때 핸드폰도 없던 시절
이렇게 비오고 같은 사무실에 직원 출근안하면
약도들고 집에 찾아갔던 기억이 나요
반지하에서 혹시나 변고를 당한건 아닌가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