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낙태죄 폐지에 대한 어느 한 연구 소개
하버드대 졸업, MIT에서 박사 받고 현재 시카고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스티븐 레빗이라는 사람이 쓴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사람 책은 이미 상당수가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되어 있고요. 저도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 최근 낙태죄 관련 미국 판결과 관련되어 떠오른 에피소드가 있어 소개해봅니다.
The Impact of Legalized Abortion on Crime (2001) 논문에서 이 교수는 아주 적나라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본인 저서 중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되었던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에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된 내용만 짧게 말씀드리자면 7~80년대 높았던 범죄율이 90년대 들어서 많이 줄어든 까닭은 치안정책이 아닌 피임약 보급과 낙태의 합법화에 따른 "원하지 않는 아이들"이 덜 태어난 결과라고 말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자라서 범죄자가 될 확률이 큰데 피임약 보급+낙태 합법화가 이런 집단이 형성되는 자체를 어느 정도 막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죠.
당연히 당시 미국 사회가 이 논문 때문에 얼마간은 발칵 뒤집어졌었다고 하구요. 반론에 재반론도 있고 다른 연구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연구에서도 낙태가 범죄율 감소에 상당히 많은 기여했다고 언급했고 이 연구 결과도 스티븐 레빗이 제시한 수치와 거의 비슷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실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전혀 무의미한, 어그로에 불과한 논문이었다면 어디 저 양반이 지잡대도 아닌 시카고 대학교에서 교수 자리에 계속 앉아 있는게 가능할까 싶습니다만.. 어쨌든..
보수성향으로 똘똘 뭉친 연방대법관이 선임되고 그 비중이 늘어나면서 Roe.v 판례가 뒤집히며 이제 낙태 합법, 불법에 대한 권한은 주 의회로 넘어간 상태죠.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좋아 죽을지 몰라도 곧 있을 중간 선거에서도 공화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고 이미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7%였나 8%나 앞서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움직임이 일어난 까닭은 무엇일까요?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100% 제 음모론입니다. 무시하셔도 됩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에게 절대적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지는게 있다면 무엇보다 '총'이 아닐까 싶습니다. 총기 사고가 아무리 많이 나고, 범죄가 끊이질 않아도 총 건드는 것은 못참죠. 낙태 합법과 그에 따른 범죄율 감소(두 논문에서 낙태합법이 범죄율 감소에 기여한 정도로 제시한 수치가 아마 20% 초반대였을겁니다) 은 총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총의 수요를 떨어뜨리는 범죄율 감소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요인인 것이죠.
아니 이 양반아. 낙태 합법이 범죄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칩시다. 그렇다고해도 총 장사꾼들이 지들 총 팔아먹자고 범죄율 증가시키는 법을 폐기하자는게 말이 됩니까?라고 물으실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잊을만하면 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인해 수십명씩 죽어나가는데도 미국 총기 관련 법안은 그대로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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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번 대법원 판결로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특히 서방쪽이 씨그럽더군요.
미국은 완전히 둘로 갈라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