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아내와 [진격의 거인] 같이보기
([진격의 거인] 시즌 1부터 파이널 시즌까지의 스포일러가 대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youtu.be/OGKtaZXyM58
2주 전인가, 휴직중인 아내-넷플에서도 한국드라마만 쏙쏙 챙겨보는 여자-가 [또 오해영]을 2회째 시청한 직후 저에게 말했습니다.
"넷플에서 뭐 볼거 없어?"
"진격의 거인."
"그게 뭐임?"
"일본 애니메이션. 엄청 잔혹한데 엄청 재밌어. 아 근데 자긴 쑥쑥 써는거 못 보잖아? 안 되겠네."
저는 작년에 주변 동료의 추천으로 [진격거]에 입문하고 나서 새벽잠 줄이면서까지 파이널 시즌으로 내달렸을 정도로 너무 재밌게 봤지만, 아내는 결혼 전 저와 극장에서 [로건]을 보고 나서 울버린 영감이랑 왠 계집아이가 맨 '날붙이'로 악당들 쑥쑥 썰어버리는 걸 보고 기분이 너무 안좋다며 2시간 동안 차 안에서 화난 표정으로 묵언수행하던 그런 여자. 막상 추천하자니 똑같은 원망 들을까봐 밑밥을 좀 깔았던 것이었죠.
"만화라며? 만화는 아주 잔인해도 상관없어."
(대체 뭐지 그 기준은!?)
아내는 곧바로 설거지 대형(육아생활중이라 저희 부부가 유일하게 눈치안보고 TV 볼 수 있는 때가 설거지하며 폰으로 볼 때)을 갖추고 1화를 틈틈이 보더군요.
"헐" "뭐야 엄마 죽어?" 이런 추임새를 넣어가며 ㅋㅋㅋ
그러던 것이, 역시나 2주도 안돼서 파이널 시즌 2쿨 완결인 87화까지 끝내버렸네요.
애들 재우고 아내가-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TV 리모컨을 천천히 들어 넷플 이용자 아이콘 화면을 띄울 때는 저도 왠지 두근두근해져서, 아내보다 더 몰입해서 3회차 시청을!
아래는 기억나는 아내의 리액션들.
-시즌 1-
1. "여성형 거인 저거 미카사 아냐?" (풉)
2. 애니가 여성형으로 밝혀지기 직전
"아아 역시 쟤였구나."(양심어디?)
https://youtu.be/6yAYM8v4ocs
3. "아 나는 사람 썰리는 건 괜찮은데 거인은 꿈에 나올까봐 겁나." -> 이러고 자기전에 꼭 밴드에 올린 애들 사진 보고 눈정화한 뒤 잠 ㅋㅋ
-시즌 2-
1. 유미르 변신 "헐 뭐야 쟤도야? 뭐야 대체."
2. 거밍아웃
"(저)저거 완전 뜬금없지? 크크"
"아아, 난 쟤들이 갑옷이랑 초대형일 줄 알고 있었어."
(뭣이!?)(난 첨볼 때 몰랐는데! 거짓말쟁이!)
https://youtu.be/yGMk3j13vgk
3. "(저)리바이 멋있지않아?"
"잘 모르겠는데."
https://youtu.be/1bdXZqfcFhk
-시즌 3-
1. 로드 레이스에 대해 "쟨 눈이 똥그래서 선역인 줄 알았는데." "(저)아아. 작중에서 몇 안되는 단순 개새X임."
2. "아 그래서 지하실 가 못 가?"(ㅋㅋㅋ큐ㅠ)
3. 마지막 에피소드 3개 시청-> 암말도 안하고 초몰입('엄마를 잡아먹은 거인'의 정체 나올때 특히...ㄷㄷ)
4. '진격의 거인'이 언급됐을 때 "(저)'진격의 거인'이 실제 거인이름일 줄은 몰랐지? ㅋㅋ"
"흥, 알고있었어!"(거짓말!!!)
https://youtu.be/O7pWd8jFrsQ
-파이널 시즌-
1. 콜트 글라이스를 보며 "쟤가 그리샤 아들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
'외침' 쓰는 지크를 보며(누군지 여전히 눈치 못챔)
2. 미카사를 보며 "미카사 전시즌에선 예뻤는데."(고릴라)
https://youtu.be/aPVDqW0hk_I
3. 분노한 카야를 보며 "아 쟤가 사샤가 구한 걔구나..."(사샤...ㅠㅠㅠ)
4. "(저)이게 참 딜레마가 대단하지 않아?"
"그러네. 동족상잔의 비극. 어떤 입장에서도 쉽지않은."
https://youtu.be/0m9yMKkmwFU
5. "헐... 최최최종은 내년에 나와?"
https://youtu.be/uc90CDl4BhA
암튼... 사소하지만, 가족끼리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깨닫는 2주였네요. [진격거]는 일본애니 거진 10년간 보지 않던 저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었고, 일애니에 아예 관심없던 아내조차 엄청 몰입해서 볼 만큼 일반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는 금세기 최고의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아내 최애 캐릭터는 역시 리바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다음주에 배송받을 [진격거] 1기 블루레이 한정판은 아내에게도 환영받겠죠!? 금번 시청은 저의 쾌적한 블루레이 수집에 밑거름이 된거죠? 그렇죠?
promise, devotion, destiny...
글쓰기 |
'리바이' 병장님이 멋있다니...
아내분께서 청소 잘하는 남자 좋아하시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