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넷플릭스의 'F1 : 본능의 질주'가 미 F1 시장에 불어넣은 열기
근래 넷플릭스에서 미하엘 슈마허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나왔고, 추석 기간 동안 슈마허완 별 상관이 없고 알아봤자 F1이란 종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들을 순전히 개인의 재미와 만족을 위해 찾아봤습니다. 포뮬러 원과 관련된 이런저런 정보를 방향성 없는 방식으로 소화했기에 그 양은 은근히 많았습니다. 여기선 공유하고 싶을 정도로 재밌게 본 것들만을 포스팅하겠습니다. 참고로 근래 F1의 가장 큰 화두는 미국 시장이고, 미국 시장과 관련한 자료를 모으다보니 F1 : 본능의 질주 얘기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이 항목만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모두 스킵하고 #6으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1542802&sca=&sfl=wr_name%2C1&stx=axl18&sop=and&spt=-1119041&scrap_mode=
일전에 올린 ‘치어리딩, 미인대회가 아니라고요’처럼 이걸 넷플릭스에 올려야하나 프차에 올려야하나 살짝 고민을 했습니다만, 넷플릭스 콘텐츠 얘기는 적고 스포츠 관련 정보가 많은 관계로 스포츠 카테고리를 사용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을 드리는데, 전 F1 종목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당연히 아는 것도 없습니다. 아래 나오는 정보들은 알기 때문에 적은 게 아니라 찾았기 때문에 적은 것일 뿐입니다. 그 어떤 GP라도 대회 전체를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니 사실상 문외한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F1도 봐?’, ‘아는 척한다’ 등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1.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었는데, 잘 정리돼있다. 더 요약하자면 ‘미하엘 슈마허는 승리를 위해 기존 선수들이 선수로서의 명예나 전통의 유지 등을 위해 찾으려 하지 않았고 행하려고 하지도 않던 것들, 그러니까 룰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편법일지라도 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내 활용했다’가 되겠다. 뭐 이런 영상의 한계이기도 한데, F1 전문가나 F1의 역사 그리고 과거의 경기 및 선수들에 대해서도 알고자 끝없이 탐닉하는 강박장애형 마니아들에게 앞선 요약문을 던진다면 십중팔구 웃을 것이다. ‘당신 지금 순진하게 슈마허만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 이런 반응을 보이면서.
다른 종목에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300km/h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머신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룰의 한계선을 절묘하게 넘나들며 자신의 잇속을 극대치로 챙기는 행위에 대해 보다 부정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도 있겠다 싶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 앞선 유형의 행위가 벌어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상대에게 야기될 수 있는 결과의 위험성 또한 완전히 다를 테니 말이다.
#2. 유튜브엔 1983년 14세의 슈마허가 고 카트 대회에서 우승한 영상도 있다. 2분 20초부터, 소년 시절 슈마허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다.
#3. 키드 카트 클래스(5세-7세)에 속한 라이언 리프레디(7세)의 경주 영상이다.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1학년생이 저런 드라이빙 스킬을 갖추고 있단 건데, 아이가 고 카트를 몰며 질주할 때의 쾌감과 경쟁을 통한 승리의 맛 이 둘을 이미 제대로 알고 있음이 레이싱 중 울려 퍼지는 거친 함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끝내주게 멋지다.
모터스포츠에서 프로가 되기 위한 꿈을 품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에서의 사고 장면을 다룬 영상이다. 고 카트에 몸을 실은 10세 안팎의 소년/소녀들이 100km/h에 달하는 속도로 직선 주로를 달리고 곡선 주로는 85km/h 정도로 두려움 없이 달려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기에 앞서 ‘놀랍다’란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결국 F1(인디카, 나스카 등등) 드라이버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숱한 대회를 통해 매번 재능을 시험받고 검증받은 인간들이다. 프로가 되기까지, 10대가 되기 전부터 재능이 떨어지는 동료들이 매달/매년 솎아 내어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이들이기도 하다. ‘육성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모터스포츠에 있어서 우리나라 드라이버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란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겠구나’란 생각이 드는 이유다.
뭐 우리가 식민지배를 당하기 이전부터 레이스 시합 열고 안전장치 하나 없이 내달리던 양반들이기도 하니.
#4. 다른 영역은 남들이 하라고 하고, 오로지 자기 영역에만 미쳐있는 인간을 보는 일은 언제고 흥미롭다. 키미 래이쾨넨도 그런 부류 중 한 명이다.
헐리웃 슈퍼스타이자 레전드 배우인 니콜 키드먼이 2017년 페라리 패독을 방문했다. 그녀는 제바스티안 페텔과 키미 래이쾨넨을 만났는데, 니콜의 환한 인사에도 키미의 반응은 싸늘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콜 키드먼인지라, 지금껏 그녀가 남성들로부터 이런 반응을 겪어본 일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싶은데, 실제로 키드먼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래이쾨넨의 반응에 대단히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당시 니콜 키드먼 팬걸/팬보이들의 반응이 꽤나 좋지 않았던 걸로 전해지는데, 일반적으로 봤을 때도 키미 래이쾨넨의 태도는 무례함에 가까웠다, F1 마니아들이나 그의 캐릭터를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은 ‘키미답게 행동했구먼’이라며 대수롭지 않단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 그는 관계자 외 인사들이 선수와 스태프들이 있어야 하는 공간을 방문하는 걸 좋아하지 않은 인물이다. 게다가 업계 외 유명인사들과 관계를 맺는 것조차 전혀 관심이 없는 유형이니.
키미 래이쾨넨은 앞선 장면으로 인해 논란이 거세지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 니콜 키드먼이 누군지 전혀 모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유명하단 이유로 그 누군가와 대화를 해야만 하는 이유도 전혀 모르겠군요.”
#5. "I accept every time I get in my car there's 20% chance I could die." "What kind of person does a job like this?" "Each year two of us die."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본 영화 ‘러시’의 도입부에 나오는 니키 라우다의 대사이다. F1 업계에서도 비슷한 표현을 통해 자신들의 스포츠를 꾸민다는데, 일단 영화의 대사는 속된 말로 구라다. 1970년대를 통틀어 10명 이상의 드라이버들이 시합 중 사망하긴 했다. ‘당시 F1이 대단히 위험했던 스포츠인가?’에 대한 답은 ‘참’이다. 하지만 군인이 전쟁 중 전사할 확률보다 훨씬 높은 20%의 확률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스포츠는 절대 아니었다.
1970년대 F1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위험했던 시대가 1950년대와 1960년대의 F1이다. 특히 50년대는 57, 58년 2개 년도에 걸쳐 무려 7명씩의 사망자가 나왔다. 난 오늘날을 기준으로 ‘현재 10개팀 20명의 드라이버가 있으니 과거엔 더 적은 팀과 더 적은 참가 선수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멋대로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오늘날과 달리 팀이 아닌 개인도 대회에 참가를 할 수 있었고, 결국 오늘날과 비교해 시합 참가 문턱이 훨씬 낮았음을 알게 됐다. 예컨대 7명의 사망자가 나온 57년엔 총 75명 안팎에 달하는 선수가 대회에 참가했다. 더 과거로 가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F1이 태동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시기로 국한해 보자면, 레이스에서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조차 10% 안팎의 치사율을 보였단 소리이다.
얼마 전 자동차 부품 전문가인 친구와 앞선 얘기를 했는데, 그 친구는 앞선 수치에 대해 이렇게 표현을 했다. ‘모터스포츠, 특히나 F1이란 게 귀족들의 유희에서 시작됐으니까. 어차피 인생이란 거 한 번이니 폼생폼사 아니겠나.’ 그 친구가 페라리 본사에 다녀온 후 했던 ‘레이싱을 하기 위해 차 만들어서 파는 회사답더라’라는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표현에 낄낄 웃었던 기억인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말에 대한 내 반응도 ‘하긴, 명예를 위해 목숨 걸고 칼싸움 벌이던 양반들이니’였으니 친구는 닮는다고 했던가.
본래도 살벌하게 높았던 치사율 수치를 왜 뻥튀기했을까? 뭐 어느 영역에나 있는, 자신들의 필드를 좀 더 있어 보이게끔 만들고 싶어 하는 욕망이 적나라하게 투영이 된, 이 경우엔 F1에서의 레토릭이 아녔나 싶다.
그 시절을 질주하던 50년대 F1 머신을 당대 최고의 드라이버이자 현재 이 스포츠의 해외 열혈 마니아들로부터 역사상 최고의 드라이버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후안 마누엘 판히오의 드라이빙을 통해 보도록 하자.
여담으로 1972년이 될 때까지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들에게 있어서 안전벨트 착용은 의무가 아니었다. 안전이 제1의 덕목도 아녔고, 그런 걸 생각하는 문화도 아녔단 소리. 충격과 공포 아닌가.
#6. 2016년 9월 7일 미국의 미디어 그룹인 리버티미디어가 F1의 새로운 주인이 됐음을 공표한 이후, F1에 있어서 미국 자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F1의 두 팀 맥라렌과 윌리엄스엔 미국 자본이 많이 침투한 상태다. 최근에 나온 레드불 팀 보스의 말을 들으니 근래 미국에서 F1의 인기 상승과 투자 증대에 따른 업계 내 흥분된 분위기가 잘 느껴지더라. 단적으로 레드불 팀에 미국 스폰서 두 개가 추가가 됐다고. :-)
*. 리버티 미디어가 F1을 인수하자마자 변화된 모습들
https://www.racefans.net/2017/06/01/ways-liberty-media-have-changed-f1-for-the-better/
비판하려고 꺼낸 말은 아니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면 전통까지도 철저하게 분쇄하려드는 미 자본의 얼굴엔 명과 암이 공존하니까. 유럽 축구 시스템의 전통을 철저히 무시한 채(대표적으로 승강제를 통해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게끔 하는 시스템) 미국식 슈퍼리그를 강행하려다(승강제 폐지를 통해 거대 인기 클럽 중심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대마불사 시스템) 제대로 역풍 맞고 좌초가 됐던 게 암이라면, F1에 있어선 그리드 걸 폐지 논란도 있었지만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팬 친화적 문화 만들기(상단에 있는 *. 참고)는 명이라 하겠다.
업계 인사들은 근래 2년 간 미국에서의 F1 인기 급상승(특히 시청률 및 시청자수. 기억에 의존해 말하자면 미국에서 시청자 숫자가 2년 간 100% 이상 늘었다)에 대해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다’란 공통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천조국에서 F1은 비인기 종목이었기에 유럽, 남미, 일본과 달리 F1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입하는 마니아들이 적었던 탓이다. 그래서 다른 요인을 찾아 세계 최대 시장에서 F1이 약진하고 있는 흐름을 해석하고 있다. 재미나게도 그 대표 중 하나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Formula 1 : Drive to Survive)를 꼽는 중이다.
애스턴 마틴 팀 대표인 오트마 사프나워는 미국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I have. I don’t know why that is. Interest in our sport is growing in America. I wouldn’t doubt that the Netflix series had something to do with that."이라 말했다. 맥라렌 팀에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사실을 왜곡하고 재조합하며 심지어 있지도 않았던 사건을 만들어내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지만, 가공된 소프오페라식 스토리를 통해 유입이 된 수많은 라이트 팬들 덕분에 시장이 커졌고, 덕분에 우리는 오라클(美 소프트웨어 회사)이라는 큰 스폰서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무조건 지지한다’라 밝혔다.
F1 CEO인 스테파노 도메니칼리는 공공연히 ‘미국 시장의 확대가 우리의 최우선 목표이다’라 말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엘도라도인 미국을 제외하면, 이미 F1 시장은 확장될 만큼 확장이 된 상태임을 염두에 둔 발언일 게다. 오스틴 GP에 이어 마이애미 GP(2022년부터 10년 간 계약)까지 성사시킨 F1은 향후 미국 GP를 더 확장시킬 야망을 품고 있다.
막스 페르스타펀은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에 대해 많은 불만을 쏟아냈다. 결론은 이러했다.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전, 제가 아닙니다.” 업계 인사들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 방송 콘텐츠가 소프오페라에 가깝단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어차피 우리 스포츠의 오랜 마니아들은 방송에 나오는 내용 중 진실이 무엇이고 거짓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을 테니 상관이 없고, 새롭게 유입이 되고 있는 라이트 팬층은 방송에 나온 스토리를 토대로 한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의 스포츠를 소비할 테니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에게 나쁠 건 하나도 없는 게 아닌가?’와 같은 말을 할 정도다.
일반적이었다면, 그러니까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였다면 제작진의 사실에 대한 접근법에 있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정말 많이 나왔을 것이다. 그 방법을 두 개 정도만 알아보자. 하나.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동료들의 사이를 나쁘게 그려냈는데, 팀 간 선수 간 대립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1월 A상황에서 했던 말을 10월 B의 상황에서 했던 것처럼 악마의 편집을 활용한 방식이었다. 둘. 시합 중 C의 상황이 일어나고 있을 때 방송 중계진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건만, 평범한 상황을 극적 사건으로 만들기 위해 해당 중계진에게 대사를 주고 녹음을 시킨 후 C가 담긴 영상에 그 소리를 입히는 짓까지 불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1협회 측과 그 소속 팀들은 향후 F1 : 본능의 질주 제작진이 어떤 짓을 벌이든 성심성의껏 지원해줄 것이다. 설령 그들이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자신들의 얼굴에 똥칠을 한다고 해도, 그 똥에 금가루가 들어있단 걸 수차례 경험했으니 하는 말이다.
나가며
*. 미 시장 중심으로 아주 빠르게 판이 변하고 있는 현 시점, F1 협회 및 F1과 관련하는 모든 자본 마지막으로 미국의 팬들이 지금 이 시점에 가장 원하는 건 미국인 스타 드라이버일 것입니다. 언젠가 미국에서 태어나 인디카나 나스카에서 활약하는 꿈을 꾸던 #3.의 아이들 중 누군가가 그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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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추천하고 시청 먼저 하고 읽으려고 스크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