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오랜만에 파산자 글입니다.
이제 딱 파산 신청한지 1년 됐습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이혼, 집 경매, 폐업, 재판, 새로운 직장 생활 등등등
그리고 제일 힘든 돈문제.
제일 친했던 사람들과 돈문제가 생겨 버리니 멘탈이 아주 그냥 나갑니다.
그분들께 그 미안함을 글이나 말로는 표현이 안되죠.
그래도 조금씩 갚고는 있지만 기약없는 시간이네요.
집은 경매로 넘어가버려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월세집을 알아보는중입니다.
아들 두넘과 셋이서 살려고 하니 방은 두개는 있어야 하는데 뜻대로 되는건 없네요.
새직장은 이제 적응 다하고 내근 일은 월급으로 받고 외근 영업은 수당으로 받고.
어찌어찌 월 700정도라는 적은 금액이 아닌걸 받고는 있는데
빚 갚는데 500정도 나가고 나머지로 살아갈려니 버겁고 고되네요.
아직 2년은 이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제일 힘든건 몰론 돈입니다.
이건 제가 어떻게 한순간에 해결할 방법이 로또 말곤 없습니다.
그냥 받아드려야 할 부분이죠.
그런데 못지 않은 힘듬이 외로움입니다. 전에도 비슷한 글을 올렸는데
돈문제가 저의 기본적인 정체성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라 어느 누구와도
힘든 상황이나 괴로움을 나눌 수가 없습니다. 혹여나 그 힘듬을 나누자고 하는
뉘앙스로 비춰질까봐 두렵습니다.
아예 말을 못하는 상황이죠. 뻔하니까. 그러다 보니 대인기피가 이런건가. 싶어요
누구와도 속 얘기를 못하니.
매일밤 새벽 2시정도까지 애들 자는거 보고 옛 영화나 드라마 보는게 삶의 큰 부분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시간은 다른 걸 생각 안하고 그냥 머릴 비울수가 있더라구요.
사채로 하루하루 시달리던 시절에 비하면 분명히 마음은 편해 졌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강도만큼 압박감은 여전합니다.
이런 생각도 합니다. 그냥 안면몰수 하고 다 파산채권으로 올려버리고 배째라고 했었으면 이 압박에서 벗어났을까.
아니. 그러진 못했을겁니다. 그래도 힘들었을테고 저는 더러운 배신자로 낙인 찍혔을꺼라 봅니다.
그래. 사람이라도 잃지 말자. 이시간만 지나면 그 자리로 돌아간다. 버티자.
일년 지나보니 그래도 목구멍에 숨이라도 들어오지 않느냐. 꺼억꺼억 하던때를 생각해 봐라.
그런 맘입니다.
지금 이순간도 여러가지 선택을 해야합니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시는 여러분들은 상상도 못할 고통의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매일매일
저를 누릅니다. 한달에 오백만원이라는 금액을 갚아도 처리가 안되는 부채와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을 해야하는 시간.
그 거짓말을 믿고 알겠다며 냉담한 기운을 남기며 전화를 끊는 사람들.
과연 믿어준건지. 알면서 그러는건지.
이런생각이 들더라구요.
결국
다들 얘기하듯이 시간만이 답인건 아는데 솔직히 그건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를꺼라고요.
그 시간이 흘러가는게
비수처럼 가슴을 후비고 또 후비는 과정이란걸요. 지나고 나면 다 쉽죠.
이글을 쓰는 이시간 조차 그 비수가 또 가슴으로 들어옵니다.
다 제 잘못에 대한 벌이고 값을 치룬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시간이 해결해 주는거니까요.
어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시작되었죠. 비슷한 느낌의 라켓소년단도 봤습니다.
담담하게 악인이 없는 이상을 보여주는.
나도 일상으로 돌아가서 사람들과 세상과 어울리고 싶다란 생각이 깊게 듭니다.
아들 두넘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리고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되네요.
두렵고 혼란스러울텐데. 미안하고 또 미안하네요.
주절주절 했네요.
견디고 버티고 살아가겠습니다.
좋은 글도 아니고 기분 좋은 글도 아니고 재밌는 글도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어딘가 풀지 않으면 미쳐 돌아버릴것 같은 못난 남자의 한숨이라 생각해 주세요.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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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저도 혼자 두 딸 키웁니다. 앞날을 생각하면 막막하지만 아이들이 있어 포기는 안하게 되네요. ㅎㅎ 잘 되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