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터넷 '미녀' 스캠 일화...
아래 페북 여군 스캠 이야기가 올라온 김에 스캠 이야기 하나 써봅니다.
언젠가 뉴스레터/온라인 구매용 메일 계정으로 영어 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구구절절 이름이 뭐고, 나이는 어쩌고 저쩌고,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다면서 사진 3장과 함께 메일이 오더군요.
뭐 사진들도 약간 '쌍팔년도' 느낌이 났지만...(마카레나 추는 듯한 사진도 있고... 색감도) 알게 모르게 남자의 교감신경(?)을 자극할랑 말랑한 사진들이었습니다.
하여튼 처음에는 그냥 안부 인사만 묻고 사진을 보내길래 저도 가볍게 '인사'만 했습니다. 아무런 개인정보도 오픈하지 않고, 그냥 인사만요.
근데 다음 메일에 또 다른 사진 3장과 함께 정말 반갑다 하면서 슬슬 '호감이 간다' 식으로 메일이 오기 시작합니다. 영어 문법도 많이 틀렸지만 글 내용 자체는 어디 삼류(?) 로맨스에서 참고한 듯한 내용과 적절한 일상 이야기를 섞어서 길게 옵니다.
사진은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도 뜨는 게 없는 걸 보면 어디 과거 개인 홈페이지나 SNS 해킹 등으로 얻은게 아닌가 싶었고요.
왠지 답을 보내면 또 다른 사진이 올 것 같아 답은 하는데, 딱히 쓸 말도 ㅇ벗어 그냥 이쁘다, 하루 즐거웠냐 식의 '단답' 메일만 보냈는데,
그러면 또 장문의 메일이 오고 사진이 세 장 옵니다. 갑자기 앞에 사진보다 어려져있는 건 덤. ㅋㅋㅋ
사는 곳은 어디 빈민가이지만 나는 열심히 살아간다 어쩐다...
그러더니 에어로빅 댄스 같은 춤을 추는 사진을 몇 장 보내면서 조만간 댄스 경연대회에 나갈 거고 상금이 얼마고 어쩌고 하는 시동이 걸리더군요.
물론 이 즈음부터 제가 길게 안 써도 답은 오고, 어차피 스캠에 길게 답을 할 필요는 없지만 또 무슨 이쁜 사진을 보내올까 하는 궁금증에 두 줄짜리 답'은' 합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경연 대회에서 우승했다, 상금으로 너를 만나러 갈 거다...라는 답이 옵니다.
근데 참 절묘하게도 그 날 제가 자주 들르는 '인터넷 할인마 사이트'에 카자흐스탄 비행 할인이 떴길래 '야, 내가 갈게.' 하고 메일을 보내니 '여기는 너무 위험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다가 그 즈음 결정적인 실수를 합니다.
메일 내용은 또 구구절절인데 사진이 안 온 겁니다.
그리고 사진 대신 온 것은...
D:\pic\f\rus\ax2 라는 경로... (이 경로는 임의로 지어낸 거긴 합니다만 rus라고 나라명이 들어간 경로가 ㅋㅋ).......
네...
그랬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저한테 되도 않는 영어로 막 너를 보고 싶다, 너한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 건 아마도 왠 (문신 가득한) 남정네였겠죠.
결과적으로 오는 메일은 '내가 아는 여행사에 나 대신 비행기 값을 입금해 달라'였고, 액수도 뭐 애매한 2~30만원 정도의 액수였습니다.
그 정도 액수면 긴가민가 할 때 내는 사람들이 생기는 액수인가 보죠.
아마 제가 몇 번이나 직접 간다고 우기고, 페이팔 되냐고 물은 뒤부터 답이 없는 걸로 기억합니다만... 저기 저 사진 대신 경로가 온 건 정말 ㅋㅋ 빵 터지게 해주는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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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벗어 그냥 이쁘다....라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