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설중산행] 아무도 가지 않은 길 - 첫 발자국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어쩌다 보니 저는 오늘이 휴일이었어요.
올 겨울은 산에 다니면서 눈길을 많이 걸어보질 못해서 좀 아쉬운 상황이었는데, 간밤에 내린 눈 때문에 모처럼의 기대를 품고 아침에 짐 싸서 파주 감악산으로 향했습니다. 아무도 그려놓지 않은 하얀 눈밭에 내 첫 발자국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아, 그런데 주차장에 먼저 온 차 한 대가 있더군요. 등산로 입구를 향해서 또박또박 걸어 올라간 발자국이 선명하게 눈 위에 찍혀있고요. 다행히 등산로가 갈라지는 곳에서 내가 가려는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발자국이 이어지길래 기분이 다시 좋아졌어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던 길.
그러나 또 한편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길.
하얀 백색의 설원에 기쁜 마음으로 그러나 조금은 조심스럽게 내 발자국을 한 점씩 남겨놓았습니다.
중간에 쉬는 동안 등산인의 영원한 베프, 봉다리 커피도 따끈하게 한 잔 하고요.
정상을 거쳐 바로 아래에 있는 쉼터에서...
요런 경치도 감상하면서...
(앞에는 한탄강이고 그 멀리 너머로는 북한의 개성 방향으로 짐작됩니다)
덩어리는 팅팅 불었지만 국물은 제법 먹을만했던 오뎅국 타임도 가졌습니다.
하산길에는 상고대(인지 눈꽃인지 자세히 안 봐서 잘 모르겠...)도 피었더군요.
정상 부근에서 젊은 친구들 4명을 만났는데, 능선에 오르면서 시야가 트이자 내내 감탄사 연발인 눈치가 겨울산에 처음 온 것 같더군요. 혹시나 해서 아래를 쳐다보니 역시 아이젠 없이 올라왔어요. 마음 속으로, 이 친구들아, 올라갈 땐 천국이지만 내려갈 땐 지옥일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산길에 저 멀리 등 뒤에서 감탄사는 연신 비명소리로 바뀐지 오래이고, 결국 '비료 포대...' 혹은 '우리 언제쯤 내려갈 수 있을까?' 하는 소리들도 들리네요...ㅎㅎ 비명소리 사이로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도 함께 섞여있는 것으로 보아 그래도 낙관적이고 유쾌한 청춘은 좋은 것이라는 부러움도 생기더군요.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들 5명과 지리산 갔던 적이 있는데, 분명 저런 기분으로 2박3일을 보냈을 겁니다...^^
마무리는 파노라마샷입니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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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중산행하시는 분들 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풍경도 고즈넉하니 참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