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작고한 John Le Carre의 소설 중 이런 게 있을까요?
제목만 보고는 현실판 '제이슨 본' 이 아닐까? 본 시리즈 1,2,3 탄 중 어떤 스토리와 비슷할까? 생각했습니다. 러시안 요원이 중독 되기 전에 미행임무 수행 중이었고 회복한 후 모스크바에 경종을 울리다. 이렇게 해석을 했으니까요,
이 글의 제목도 다분히 여기까지의 인상으로 쓴 것입니다. 낚시성 사과드립니다. (만선예감?^^) agent를 요원이라고만 알고 있었으니까요 ㅎㅎ
사전을 보니
1. a person who acts on behalf of another person or group. ---> 요원
2. a person or thing that takes an active role or produces a specified effect. -----> 활동가
on his trail 이것도 아전인수로 해석을 했네요. 미행(추적)도, 자기일정 소화도 on one's trail로 씌여질 수 있습니다. (Following, pursuing, or tracking one.) he가 his trail을 하는 중이라고 씌였으니 오역을 했죠.
제목을 클릭했더니 기사의 좀 더 긴 요약은 내용이 다르게 전개되는군요. CNN의 프로젝트 '고양이목 방울달기' 조사팀이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중독되기 전에 그를 추적하던 러시아 특수요원의 신원을 파악하다. 흥미가 진진해졌습니다.
In recent years the online investigative outfit Bellingcat has identified the Russian military intelligence agents sent to England to poison former double agent Sergei Skripal and his daughter, and a Russian agent accused of murdering a Chechen activist in Berlin. Bellingcat helped uncover the pro-Russian separatists in Ukraine responsible for shooting down the MH-17 airliner in 2014.
영국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과 딸의 중독시키기 위해 파견됐던 러시아 군사 전문가의 신원, 베를린에서 체첸 활동가 암살했다고 혐의를 받은 요원과 2014년 MH-17 여객기를 격추한 책임이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에게 있다고 밝힌 '고양이목방울달기(Bellingcat)'팀이 이번엔 나발니를 중독시킨 러시아 특수요원이 누군지 알아내 나발니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여줍니다.
혼자 오역하고 소설 쓰기를 러시아에서 중독당한 스파이가 모스크바로 돌아가 뒤집어 엎어버리는 '본'시리즈 비슷한 상황을 생각했었네요. 기사로 드러난 내용들이 더 오싹하고 무서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요.
아래 링크의 기사로 들어가면 CNN과 나발니와의 단독 인터뷰 동영상이 있습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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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르 카레의 소설들은 - 특히 스마일리가 나오는 소설들은- 현장요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데스크 요원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활극은 거의 없고, 싸움에는 잼병인 주인공이 탐문과 문서 조사, 그리고 막판 결정적인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얼개를 분석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 조사를 독자가 따라 가면서 같이 사건을 추리해보고 재구성해보는 지적 쾌감이 있죠. 주제적 측면이나 정서적 측면으로서는 그런 스파이 행위가 근본적으로 인간성과 윤리를 파괴하는 작업이라는 겁니다. 스파이의 일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의 신뢰를 배신하고 협박하면서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르 카레의 소설이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 이유는 바로 이 문제를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탐구한 작가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이 무지한 상태에서 선택을 했고, 하던 일들에 대한 후회로 고통받는다는 측면에서는 제이슨 본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르 카레의 소설에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는대로 일하면서, 명령에 의해 내키지 않는 속임수를 써야 하는 현장요원들이 동정적으로 그려지는 일이 많습니다.
르 카레 소설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당시 영국의 상황을 다룬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영국은 양차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의 제국 지위를 내려놓고 서방국가의 일원이며 세계 전략에서는 미국에 종속된 위치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태어나 제국의 관리자로 교육받은 옥스브리지 출신 엘리트들은 그 상황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죠. 그래서 그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무리하게 세계를 상대로 첩보작전을 펼치고, 아예 영국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세계적 게임의 참가자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타락합니다.
이러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르 카레는 대영제국의 정보기관 이야기를 다룬 선배 작가들인 서머싯 모음이나 조셉 콘라드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고 패러디를 하기도 합니다. 은퇴한 여성 요원이 황금 시절을 추억하며 말하는 "제국을 경영하도록 교육받았으나 할 일을 잃어버린"이라는 묘사는 명백하게 콘라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의 초번에 나오는 템즈 강변의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서술인 "제국의 관리자들이 전 세계로 파견되는 길목"(둘 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고 기억나는대로 썼습니다.) 이라는 서술의 패러디 인 것 같습니다.
스마일리의 "퀘스트 포 카를라" 3 부작은 동독을 넘어 소련의 정보부와 역공작 정보전쟁을 벌이는 이야기이니 러시아 이야기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그 외로 "러시아 하우스"라는 냉전 이후의 상황을 그린 소설도 있는데 르 카레 소설로는 범작입니다. 한겨례 신문 문학 부분 대기자였던 최재봉 기자의 젊은 시절 번역이죠. 그러나 그 외에 위에서 말씀하신 그런 스토리는 본 적이 없는 것 같고,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ㅎㅎ
저도 본 시리즈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스마일리가 등장하는 르 카레의 소설은 더 재미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르 카레의 소설은 그 행간의 의미를 다 파악하며 한 번에 읽어내기 힘들고, 집중력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TTSS나 리틀 드러머 걸 같은 경우, 그 소설에 온전히 집중한다고 해도 1주일 안에 다 읽어내기 힘듭니다. ㅎㅎ 처음 도전하실 거라면 단연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이 소설이 수 백 년 후에도 살아남을 클래식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