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어릴 적 친구가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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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달 전...
마지막으로 본 게 한달 전이었습니다.
위 글에서의 통화 며칠 후 병원을 옮긴다며 강남성모병원으로 왔을 때 가서 만났지요.
의사가 1년 정도 남았다고 했다길래 몇 번은 더 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형과 동생이 다 외국에 있고 같이 있는 가족은 대학생인 작은 딸과 80대 어머니 뿐이어서, 그 친구를 병원으로 데리고 올 사람이 여의치 않으면 제가 최소한 한두번이라도 병원 오는 걸 도와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 생겼을 때 내가 연락을 못받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고 문자를 받았습니다.
머리가 띵 해지고 거짓말 같았습니다.
1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6개월은 더 살아야 맞는 거 아닌가...?
어떻게 한달 만에 이렇게 될 수가 있지...?
부고를 보낸 전화번호가 모르는 번호여서 전화를 해봤습니다.
- 부고 문자를 받았는데요. 문자 보내신 분은 어떻게 아시는 분이신지...?
- 아, 저는 아는 동생입니다. 고인의 핸드폰 주소록에서 자주 연락하신 걸로 보이는 분들께 무조건 문자를 드렸습니다.
- 그러시군요. 저는 XX이 친구입니다.
거기 지금 가족분들 누가 계신가요?
- 따님들하고 어머니, 그리고 형님이 계신 것 같습니다.
- 그럼 죄송하지만 형님과 통화 좀 할 수 있을까요?
친구의 형은 어릴 때 그 친구네 집에서 참 자주 봤었는데 못 본지 수십년이 지났고 지금은 러시아 쪽에 가 있었습니다.
마침이 친구가 급격히 안좋아졌을 때 잠시 귀국했다가 한달 전 그 형이 친구를 병원에 데리고 와서 몇십년 만에 만났지요.
동생은 미국에서 못들어 왔습니다.
- 형, 저에요. 방금 문자 받았어요...
- 그래, 그렇게 됐다. 어쩌겠니? 가는 놈은 그렇게 잘 보내 줘야지.
형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목이 메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 한번... 적어도 한번은 더 봤어야 했는데...
- 그래, 그래. 어쩌겠니? 그렇게 됐는데...
- 1년 남았다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갈 수가 있어요? 몇달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날은 사무실에 일이 있어 가질 못하고 다음날 오후에 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사진 속의 친구 얼굴은 제가 잘 알고 있던, 건강할 때의 얼굴이더군요.
친구에게 절을 하며, 그리고 그 친구의 딸들과 형에게 절하며 또 눈물이 났습니다.
형이 내실에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나왔는데, 수십년 만에 처음 뵙는데도 어머니는 마스크를 쓴 저를 보고 단박에 알아 보시더군요.
그 어머니를 안고 또 울었습니다.
20년 전에 이혼하고 그동안 늙은 어머니를 자기 뒷바라지 시키며 그렇게 고생시키더니 어떻게 어머니보다 먼저 갈 수 있는지 그 친구와 어머니의 처지가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친구는 그렇게 갔고, 이제 저는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을 살겠지요.
지난 주말 동안 문득문득, '일찍 간 놈만 억울하지, 나는 이렇게 밥도 먹고 목욕도 하고 다른 사람들 만나 낄낄 거리는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가면서 안경을 쓸 때마다, 그 친구 안경점 로고가 새겨진 안경 수건을 볼 때 마다, 심지어 길 다니며 안경점 간판이나 광고를 봐도 자꾸 친구가 생각 납니다.
친구가 좋아하던 잉베이 맘스틴의 음악을 들을 때도 생각이 날 겁니다.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새로 안경을 맞춰야 할 때가 오면 그때도 생각이 나겠지요.
이 친구가 제가 연락하고 만나는 유일한 국민학교 때 친구였습니다.
조만간 그 친구가 잠들어 있는 납골당에 가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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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