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홍콩 보안법 신설과 미중 디커플링, 그리고 우리나라
제가 봤을 때, 이번 보안법 건은 홍콩인들에게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문제의 시발점은 이거였습니다.
홍콩 바닷물에 내던져진 중국 오성홍기 - 조선일보 2019. 8. 5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3/2019092301839.html
홍콩시위대에 짓밟힌 '오성홍기'…中국경절 앞두고 갈등 증폭 우려 - 조선일보, 2019. 9. 23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3/2019092301839.html
작년에 홍콩시위할 때 중국 국기를 불태우고 짓밟는 퍼포먼스를 벌였는데요, 이게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홍콩기본법에 위반되는 사항입니다.
홍콩기본법 10조에서는 홍콩의 국기는 중국의 국기(오성홍기)이고 거기에 홍콩 깃발을 병행해서 달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홍콩 시위대는 게양되어 있던 중국 국기를 끌어내려 밟은 후 바다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때 한번 한 게 아니라, 시위때마다 중국 국기를 짓밟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이에 빡친 중국 정부가 중국 국기 짓밟은 시위자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는 데,
홍콩 정부와 법원은 이를 유야무야 덮었습니다. 현상금을 건다고 했는데,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고, 잡히지도 않았으며, 처벌도 안받은 것으로 압니다.
홍콩기본법에 처벌조항도 없다는 이유도 댓구요.
그러자 중국 국회(전인대)에서는 홍콩 헌법을 수정해서라도 처벌조항을 넣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에도 말했었지만, 홍콩 정부는 중국의 지방정부로서,
홍콩의 헌법은 홍콩 의회 (홍콩 입법원)이 만든 것이 아니라, 중국의 중앙정부 국회 (전인대)에서 법률로 통과된 것이 홍콩의 헌법으로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홍콩의 헌법은 홍콩 의회에 개정, 폐지 권한이 없으며, 중국 본토 정부에게 개정과 폐지, 법 해석 권한이 있습니다.
중국 전인대가 홍콩 헌법을 수정하는 쪽으로 갈 것인가, 국가보안법 같은 것을 만들 것인가를 놓고 설왕설래하다가, 국가보안법 신설쪽으로 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국가보안법은 국기 모독범 처벌만 가능한 게 아니라, 홍콩 독립주장 (내란죄)과 외세 결탁도 처벌 조항을 만들 수 있거든요. 이건 작년 시위에서 미국 영사가 홍콩 시위대 주역들을 호텔에서 만나 시위 격려 활동한 것을 저격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법적 근거는 있습니다. 홍콩 헌법에 해당하는 홍콩 기본법 23조에는 외세 개입 금지 조항이 있습니다.
"제23조 홍콩특별행정구는 자체적으로 법을 제정하여 국가를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며 반동을 선동하고 중앙 인민정부를 전복하며 국가기밀을 절취하는 행위를 금지하여야 하며 외국의 정치 조직 또는 단체가 홍콩특별행정구에서 정치 활동을 진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홍콩특별행정구의 정치 조직 또는 단체가 외국의 정치 조직 또는 단체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금지하여야 한다."
홍콩의 정치 단체가 외국의 정치 조직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홍콩정부는 막아야 한다 라는 조항이죠. 작년에 미국 정부가 홍콩 시위대와 접촉해서 격려를 한 것은 홍콩기본법 위반입니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아직까지 23조 위반이라고 홍콩 시위대를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해당하는 법을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23조를 묵살한 거죠.
이에 중국 본토 정부가 그렇다면 직접 처벌 법을 제정해버리겠다고 하는 겁니다.
법적으로 봤을 때, 홍콩 본토에서 이걸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홍콩의 자치권은 중국 본토 정부 의회에서 내려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홍콩 의회에서 스스로에게 부여한 것이 아닙니다.
홍콩 시민들이 아무리 시위한들 중국 본토 의회의 마음을 바꾸기는 힘들 겁니다.
한편
미국은 중국 본토 정부가 홍콩 보안법 신설을 강행할 경우, 작년에 만든 홍콩법을 활용해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법은 홍콩이 민주적 권리를 빼앗길 경우, 중국 본토를 제재한다는 게 아니라, 홍콩을 제재한다는 법입니다.
홍콩이 민주 정부이므로 홍콩에 대해서 관세 특혜를 부여하고 있었는 데,
홍콩이 더 이상 민주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면 홍콩도 중국 본토처럼 공산권으로 분류해서 관세 특혜를 박탈한다 는 내용입니다.
미 상원 ‘홍콩인권법’ 만장일치 통과…‘미-중 갈등’ 양상 - 한겨레, 2019. 11. 20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china/917760.html#csidx2a6a4b05d7ddd21baa6e02253adf5d3
"미국 상원이 19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홍콩보호법은 최루탄·고무탄·전기충격기·분사액체 등 집회·군중을 통제 및 진압하기 위한 일체의 장비를 홍콩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홍콩 시위사태를 직접 겨냥한 셈이다.
홍콩이 누려온 ‘고도의 자치’ 수준을 미국이 1년에 한번 이상 평가한 뒤 홍콩에 부여해온 경제·통상 특별지위를 중단할지 결정한다는 내용과 홍콩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책임이 있는 인물은 미국 비자발급을 제한하는 등 제재를 가하는 조항도 담았다. 홍콩은 1997년 7월 영국으로부터 이양된 뒤 2047년까지 50년간 자본주의 경제를 보장받고 중국으로부터 반자치를 누리는 특별행정지역으로, 관세·투자·무역 등에서 미국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한다면서 왜 중국 본토가 아니라 홍콩을 제재하는 법을 미국이 만들었었는가.
첫째, 홍콩 때문에 중국과의 무역 전체가 타격을 입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배보다 배꼽이 컸기 때문입니다.
둘째, 중국은 홍콩을 통해서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있어 왔는 데 (홍콩 증시)
그것에 타격을 가하면 중국 본토 정부에게도 충격이 갈 테니, 위협 카드로서 효과가 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럼 왜 지금 중국 본토 정부는 이 카드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 것인가.
더 센 카드를 트럼프가 꺼내들었거든요.
트럼프는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이 책임지라고 말하면서,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위협중입니다.
중국과의 모든 무역 단절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트럼프가 미국 공무원 연금에게 중국 증시에 투자하지 말라고 이사회 임원들을 바꾸고 압력을 가한 것은 현실로 이뤄진 이야기입니다. 트럼프는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도 퇴출시킬 수 있다고 말을 하고 있고,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미국 펀드들을 끊고, 사기업들에게도 투자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죠.
미국 대선은 올해 연말인데, 트럼프와 바이든은 둘 다 누가 더 중국에 대해서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일이 이렇게 굴러가자,
'이미 깽판난 관계이니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라는 쪽으로 중국이 마음을 먹은 게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작년말에 타결된 미-중 무역협상문은 이제 나가리라고 봅니다.
중국 정부가 자기네가 먼저 이 협정문을 깨지는 않겠다 라고 뭐라고 립서비스를 하건 간에, 실질적으로 지켜질 가능성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 홍콩 보안법 설치가 결코 중국 정부에게 유리한 카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E.U.국가들은 코로나 건에서는 백신 문제 때문에 중국 편을 들어줄 지 몰라도, 홍콩 자치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독일과 프랑스, E.U.국가들은 자신들이 인권의 수호자 라는 인식이 강하거든요.
이건 유럽 국가들의 국내 정치사회적 측면이 있는 데, 아랍과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인구의 십몇프로 이십몇프로 까지 들어와 있고, 이 사람들에게 유럽에서 살려면 이슬람 가치가 아니라 유럽적 가치를 받아들이라고 교육시키고 법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유럽적 가치의 핵심중 하나가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입니다. 자국내에서 인권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해외 사안에 대해서도 적용해서 인권 가치를 우선시하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유럽 국가들도 '국익앞에서는 인권따위' 라고 제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서는 유럽과 미국에게 양쪽에서 얻어맞을 카드인데,
이걸 중국 정부가 선수 쳐서 내놓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더 심해 질 것이라고 보고 일정부분 손절처리 하는 선으로 갔다고 저는 봅니다.
미-중 대결이 어디까지 악화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국 전인대가 홍콩 보안법을 입법할 경우 미국 정부가 홍콩에게 주던 특혜를 거둬들이는 것은 실제로 일어나리라 보고요, 그럴 경우 홍콩을 통한 서구 자본의 유입은 일정부분 중국을 탈출할 것입니다.
제가 이것을 일정부분 손절처리 라고 말하는 이유는,
홍콩의 GDP는 중국 본토의 3%수준이라서, 중국 본토를 뒤흔들 수준은 안됩니다.
홍콩을 통해 중국에 들어가던 서구의 자본 투자는, 일부는 홍콩을 벗어나 다른 아시아 국가 증시로 향하고, 일부는 중국 본토 증시로 바로 투자하는 형태로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 구체적 비율이 몇대 몇이 나올지는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다시 미중 대결 본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번 홍콩 보안법 입법은 트럼프가 위협 카드로 써온 미-중 경제 디커플링을 중국 또한 일정 부분 받아들일 각오를 밝힌 것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그래서 이 건은 홍콩 사람들의 손을 떠났다고 봅니다. 중국 본토가 미국과의 디커플링을 각오한 이상, 이 건은 홍콩 시위대 vs 홍콩 정부의 싸움이 아니라, 중국 본토 vs 미국 의 싸움입니다).
세계 경제에는 더 악재가 되리라 봅니다.
미-중 간에서 줄타기를 해온 우리나라에게는 더 거센 파도가 몰아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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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정말 막가자는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