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NL에 대한 기억
1986년이었을 겁니다.
4월초인가 전방입소반대투쟁하면서 이재호, 김세진이 신림동에서 분신했던 것이.
전 몰랐는데, 전해 겨울에 대학가 일부에서는 주체사상 공부를 한 친구들이 꽤 있었나 봐요.
가물가물하긴 한데 전 86년 중반에 '미제의 간첩 박헌영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읽은 게 주체사상을 처음 접한 것이었습니다. 그게 '강철서신'의 일부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네요. 그런데 "이 문건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여간 이어서 소위 '품성론'을 읽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품성이 좋아야 운동도 잘 하고 혁명도 잘 한다. 그게 주제더군요. 성격 더러운 놈은 운동도 못 한다?
하나마나한 소리 아닙니까?
이제까지 다들 과학적 사회주의, 마르크스레닌주의 공부하다가 갑자기 무슨 목사 설교 같은 걸 들고 와서 이게 맞다고 하는데 황당하더군요. 거기에 수령론까지... 무조건 장군님의 말씀에 따라야 한다니...
NLPDR도 그래요. 기본적인 전제 하나가, "남한은 식민지반봉건사회"란 거에요. 황당...
스탈린이 쓴 '레닌주의의 기초'부터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 '좌익소아병' 등을 읽고 있는 운동권 학생이었던 저는 NLPDR이니 주체사상이니 하는 게 가소롭기 그지 없더군요. 그리고 운동권이라면 다들 나처럼 생각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게 학생운동에 파고 들더란 말이에요. 그리고 대세를 장악하더군요. -_-;;
물론 전 그 쪽으로 안 갔습니다만...
오늘 NL 이야기 나오니 그 때가 생각나네요. 그 후로도 NL 친구들과 무지 싸웠더랬습니다만 일종의 종교 같아서 말이 잘 안 통하더군요. 요즘 만나면 대부분 자기들도 멋적어서 웃고 마는데, 그 때는 NLPDR 주사 같은 게 뭐가 그리 매력이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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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 우연히 학과 동기가 도서관 옆자리에 앉이 책을 보길래 “너 무슨 책 보냐?” 하고 뺏어 표지를 벗겨 보니 김일성 평전이었습니다. 문득 떠오른 옛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