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저는 제 아내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많은 개인 신상을 담고 있는 글이라 익명으로 씁니다.
저는 제 아내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아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제가 편히 살고자 함이 아니라, 처가 식구들과 제 아내 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 아내가 출근을 했습니다. 새로 직장을 잡아서 출근을 한 것입니다.
제 아내는 결혼 전엔 지역광고신문사에 다녔습니다. 결혼 후엔 저의 근무지에 따라 충남으로, 서울로, 전남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건 제 아내가 대학에 갈 때 쯤 처가에 큰 사고가 나서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고교도 중퇴를 하게 되었구요. 그 후 검정고시를 통해 고교 졸업장을 땄지만 친구들이 다 간 대학,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고졸의 불편함을 겪으며 자존감이 엄청 낮아졌습니다.
저는 그 때 마다 대학공부 별거 아니다. 대학을 나오고 안나오고도 중요하지만 당신이 끊임없이 노력하며 학습을 하면 대학 나온 사람들보다 훨씬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가보지 못한 대학,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대학에 대한 갈망으로 자신은 남들보다 모자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낙인 찍고 살게 되었습니다. 저도 참 못났는지 그런 아내의 태도를 보면 화부터 내게 되더군요.
항상 역시 대학 나온 애들은 잘해, 역시 전공자는 달라를 입에 붙이고 사는 모습에 참 갈등도 많이 했습니다. 40세가 넘는 나이로 그 동안 해오던 편집 디자인을 버리고 새 직장에 출근해서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따가 저녁 때 퇴근하고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전 아내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기운 넘치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으로 떨어져서 뭍혀버린 자존감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많이 번 돈으로 처남 혼자 낑낑매며 식구 이끌어 가는 처가 식구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좋은 곳으로 여행도 보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출근하는 아내를 보면서 많은 감정이 섞여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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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에 가정환경으로 인해 학벌로 뜨거운 열등감 가진 친구 만났던 기억이 나네요. 겪지 않았기에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드라구요. 무튼 마음 따뜻하시네요. 그런만큼 행복해지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