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페미문제가 정권을 바꿀까?
역시 인터넷에 글을 쓰면 안되는 거였어요. 아, 글 두개 썼더니 다른 글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머리만 복잡하네요. 기왕 이렇게 된 거 평소 생각했던 거 하나 쓰고 자렵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제 글에 집중해야죠.
제 글을 이전부터 읽어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지금 현재 페미운동에 대해서 상당히 분노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남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부당한 대우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저 개인적인 사정도 있지만 그 와중에 뼈저리게 느낀 사회적 자각도 분명히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페미문제가 정권을 바꾸는 동력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페미문제는, 정확히는 안티페미 움직임은 현재 한국 정치계를 움직이는 테마의 순위로 보면 너무 후순위에 후순위에요. 그것은 어쩌면 게임규제 정도 위치라고 봅니다. 게임규제 때문에 정권이 바뀔까요? 20대 남자들 잘못 건든다고 정권 바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성들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될까요? 정권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가 유치원 건 잘못 건드린 순간 그의 대권가도가 끝장났죠. 여성계와 노인계는 잘못 건드리면 정말 정권바뀔 수도 있습니다.
현실은 냉정해요. 특히 투표와 관련된 한국 정치현실에선 더욱 말이죠.
정치인들에게 젊은 남성들의 안티페미 흐름과 그로 인한 민주당 반감은 아무런 관심사가 아니에요. 누구도 이 부분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유시민도 김어준도 김용민이나 정봉주도 말하지 않아요. 더 나아가 이게 그렇게 좋은 먹잇감이면 종편에 나오는 어용 정치평론가들이 이걸로 노래를 불렀겠지요. 하지만 누구도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이것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은 따로 있어요. 얼굴에 탈을 쓴 유튜버와 일베들이지요. 이들은 어쩌면 한국사회에서 가장 휴대폰과 게임을 많이 하는 남자들을 향하고 있지요. 정확히는 25세에서 35세 사이, 가장 여자들에게 차별받고 손해를 입은 이들이고 그래서 울분도 많이 싸였고 누군가 억울한 속을 긁어주면 마구마구 호응해 주지요.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이들을 흥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땔감을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곰탕판결이 있었죠. 다시 말하지만 전 이런 식으로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에 많이 분개합니다. 하지만 이것과 정치적 현실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에요. 이 문제는 부동산이 총선에 미칠 영향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도 못됩니다.
왜 그럴까요?
당연히 표로 연결되는 실체가 없기 때문이에요. 더 간단히 말하면 20대 후반 30대 남성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일베들은 지금 페미운동이 활개치는 상황에 대해서 민주당 정권이 만들었다고 목소리 높이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금 페미운동은 엄청난 수의 여성단체들의 지속적인 로비 덕택입니다. 당장 한국 여성단체 연합 산하에 28개, 한국여성단체 협의회 47개, 그 외에 YWCA를 비롯한 온갖 단체들이 있습니다. 예전에 알아본 바로는 정부지원 받는 여성 단체만 130개가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그럼 여기에 대항할 남성단체는 얼마나 될까요?
나무위키에 남성단체로 찾아보면 두개 나옵니다. 하나는 고 성재기씨가 만들었던 남성연대의 후신 양성평등연대와 안티페미협회 두개입니다. 그나마 하나는 현재 활동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하나는 네이버 카페 입니다. 제가 그쪽에 진지하게 관심이 많은데 찾은게 그 두개입니다. 또 어딘가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여성단체 연합과 여성민우회 홈페이지 들어가보면 한국 남성들의 남성인권을 위한 조직력이라는건 그냥 없는거다 싶을 겁니다.
일베와 야구 사이트만 보면 그 나이대 남자들이 페미들 때문에 눈이 뒤집혀서 민주당을 증오하고 당장 자한당의 홍위병이 될 것만 같지요. 그래서 윗선에 성과보고하고 댓글갯수로 하루 벌어 하루 살아야 할 작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손쉬운 돈벌이입니다. 하지만 투표로 들어가면 엄연히 상황은 달라집니다.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지방 선거에서 가장 투표율이 낮은 집단입니다.
지난 2018지방선거 역대급으로 투표율이 높았는데 거기서 가장 낮은 투표율이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성이었어요. 지방선거는 미투운동과 그에 대한 반작용이 가장 극심하던 2018년 6월이었습니다. 그들은 페미운동의 실제적 피해자고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민주당의 압승, 자한당의 전멸이었습니다. 페미운동은 선거에서 민주당에 아무런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전혀요!
청와대 청원 몇개 넣고 몇십만명 동의하는 이벤트 수준으로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선거는 흐름, 이미지, 조직, 이슈, 에너지의 대결입니다. 이 사이에 안티페미는 설자리가 없습니다. 페미는 자리가 아주 넓고요.
티비에서 요즘 20대 젊은 남자들이 지지운동하고 선거운동하고 그러는 거 보셨나요? 총선 운동에서 유니폼 입고 율동하면서 뛰어다니는 건 다 아줌마들입니다. 그분들이 표밭을 가는 실제적인 일꾼들이에요. 그리고 그분들이 다 여성단체 소속이고 그들을 꽉 잡고 있는게 민주당입니다. 그 결과가 지방선거예요. 지금 제대로 전국정당으로서 선거때 풀로 돌릴 수 있는 조직을 갖고 있는 건 민주당 밖에 없어요. 자한당은 지방 선거로 그 조직이 무너졌기 때문에 가성비 좋게 보이는 온라인 여론전에 올인하는 거 뿐이에요(거기 돈 없어서 당직자들 가차없이 자르고 있어요).
지금 페미세상은 철저히 여성들 투쟁의 결과입니다. 여성단체 시위한번 하면 수천명은 기본입니다. 70년대부터 끈질기게 버티고 노력해서 여기까지 온거예요. 그들이 실제로 표를 만들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거기에 호응해준 것 뿐이고요. 실제로도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았던 2017대선과 2018지선은 모두 민주당이 압승했습니다.
저는 진지하게 남성 인권 운동에 대해서 때가 되면 남은 여생을 바칠까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한국 남성들은 여전히 여성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성공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거나 아내와 자식에게 인정받기 위해 죽어라 일하는 자신을 뿌듯해 하는 것을 그만 둘 것 같지가 않아요. 같은 남성임에도 버림받은 남성에 대해 관심과 공감, 동정도 없고요. 뭐 수컷의 운명이 그런 거죠.
제 말이 틀리다면 지금쯤 못해도 세번 이상은 20대 남성들 수천명이 모여 여가부를 쳐들어가던지 민주당 사무실이든 국회의원 사무실이든 난장판을 만들어놔야 했겠죠. 하지만 앞으로 영원히 그런 모습을 볼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기엔 그들은 직장에선 인정받고 연애사업도 하고 친구들과 우정도 다져야 하느라 너무 바쁘거든요. 야구에서 타자는 믿을 게 못되듯이 선거판에서 젊은 남성은 믿을 게 못됩니다.
저의 아버지가 저를 가졌을 때가 25살이었습니다. 80년대 운동권 총학 회장들 두루마기 입고 다녔습니다. 그랬던 그들도 6월 투쟁 지나고 5개월만에 치뤄진 대선에서 노태우를 꺾지 못했어요. 투표라는 것, 선거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욕망의 실타래인데 그들은 그것을 너무 쉽게 봐요. 선거에서 젊은 세력이 변화의 주역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럼 지금 투표 안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30대 후반 40대가 되면 다 극우화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겠죠?
그 답은 지금 민주당 지지세력의 중심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누구일까요? 다 10대에 풍요롭게 살다가 20대 한가운데 갑자기 아이엠에프로 결정타를 맞고 그 이후로 경제가 호황이란 말을 듣지 못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지지하는게 민주당이예요. 20대 이후로 그들 인생에서 딱 10년만 민주당에서 보내고서 나머지는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를 겪었던 사람들입니다.
자식 키워보고 먹고 사는 전쟁에서 40대 중반 들어서면 정치가 실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되고 그때쯤 되면 표 함부로 던지는 거 아니구나 깨닫습니다. 그 사람들이 지금 자식같은 애들에게 대깨문 조롱 들어가면서 목숨걸고 지지하는게 민주당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두고 예전 운동권이 지금 민주당의 주력 지지계층이라고 덧칠하니까 겨우 그정도 밖에 못되는 겁니다.
전 자한당이 자민련의 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가치는 꽤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제대로 된 인물이 나와서 그쪽 지지자들에게 희망도 좀 주고 문재인 같은 사람이랑 제대로 된 맞짱도 뜨면서 뭔가 좀 더 그럴듯한 더비를 만들어 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민주당도 더욱 성장할 거고 태극기 부대처럼 낮뜨거운 퍼포먼스도 더 안봐도 될테고, 무엇보다 정치가 사생결단, 한국 대통령 직이 죽음과 수형의 길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게 안되네요. 지푸라기를 잡고서 태풍을 뚫고 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 갈멜산의 바알 선지자들 같아요. 몸에 칼을 그으며 춤추면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질 거라고 믿는. 다 과거를 청산하는 과정이라 그런 거겠죠.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가 피겠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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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있습니다. 어둡다고 느끼는 사람은 어둡게 보이는 곳을 찾고, 아름답다고 생각 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곳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한 면을 보기에 너무 다양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세상은 더 나이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응원과 힘내라는 한마디 하며, 칭찬 한마디 해주시면서 바뀌길 바라며 더 나은 곳으로 나아 가자 하는게,
앞서서 선배, 세대를 지나친 사람으로서 어려울까요?
윗 글에서 보여지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라 덧글 많이 수정하면서 적습니다.
ps. 다들 힘들어요. 그래도, 삶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드러나고 알아주며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