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추억소환] 그 시절 록이 숨쉬던 LP바들, 기억하시나요?
90년대 학번인 저에게 LP바라는 곳은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담배연기 자욱한 곳에서 신청곡이라면 무엇이든 받아주던 사장님, 그리고 LP에서만 느낄수 있는 노이즈섞인 따뜻함이 꽉 채우던 공간 말이죠. 오늘은 그 시절 찾곤 했던 추억의 LP바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대학로 학림다방
1956년에 문을 연, 전설의 다방입니다. 드라마 배경으로도 사용되어서 유명세를 탔다는데요. 사실은 문인들의 모임 장소로 유서싶은 곳이며, 빼곡한 클래식 판들이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는 곳이었죠. 지난 2014년 건물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아직도 대학로 한켠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답니다.
대학로 MTV
보시다시피 지금은 사라지고, 다른 곳으로 바뀌었네요. 들어서자마자 가슴을 때리는 기타소리와 집에서는 경험할수 없는 사운드로 록에 빠져들게 했던 공간입니다. 버드와이저 한병 시켜놓고 한참을 뮤비 보면서 헤드뱅잉하던 시절이 그립네요.
명륜동 도어즈
사진은 오리지널 도어즈입니다. 가정집(?) 2층의 열평 남짓한 자그마한 공간을 LP바로 꾸민 곳이었는데요. 특히 비오는 밤이면 끈끈한 선곡들로 대딩들의 심금을 울렸던 초고수 사장님이 계셨던 곳입니다. 지금은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시는데요. 친척이란 소문이 있지만 확인된건 아닙니다. 아, 계단이 몹시 가파르니 과음하신 분들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바로 10미터 거리의 건물에 도어즈 원 사장님이 새로 문을 연 도어즈 2입니다. 훨씬 커지고 많은 손님을 받을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웬지 조그만 공간에 흐르던 그루브는 줄어든것 같아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원조 사장님의 멋진 선곡때문에라도 꼭 가볼만한 곳이죠.
원조 사장님입니다. 이병진 닮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절대 입밖에 내어서는 안됩니다.
이름이 도어즈라서 짐 모리슨의 팬이신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바를 좋아하신다며 비오는날 오래된 VHS를 꺼내어 틀어주시던 기억이 있네요.
명륜동 우드스탁
도어즈가 저녁 느지막히 열기 때문에, 가끔 찾던 또다른 LP바입니다. 저때만 해도 소리바다가 있던 시절이라 신청곡은 바로 검색해서 틀어주시곤 했는데요. 이미 그때 사장님은 자리에 계시지 않고 사진의 분은 2대 사장님이라네요. 현재는 3대 사장님이 인수해서 영업한다는데요. 언제 시간을 내어서 다시 가고 싶습니다.
삼청동 재즈 스토리
지난 2006년에 폐업하고 지금은 성북동으로 옮겼다는데요. 다행히 저는 폐업하기 전에 찾아본 기억이 있습니다. 폐품을 활용하여 지은 멋진 인테리어에, 시간이 되면 황홀한 라이브까지 즐길수 있던 곳이었는데요. 비록 점포 이전 이후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아직도 공연은 이어진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피카디리 SM
고백하자면, 1993년 제가 고딩 시절에 처음 가봤습니다. 선배들 말로는 맛집이래서 갔는데 무려 뮤비를 틀어주던것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가서는 맥주와 돈까스를 시켜놓고 뮤비를 실컷 보다가 나오곤 했던 기억입니다. 지금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무척 그립네요.
종각 피터, 폴 & 메리
종각역 스타벅스 근처에 있는 LP바인데요. 사진에서 보이듯 매우 고풍스런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찾기가 힘들어서인지 갈때마다 자리가 있었는데, 요즘은 조금만 늦어도 만석이라는군요. 근처에서 모임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한번쯤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신촌 연희38 애비뉴
이미 신촌에서는 유명한 LP바인데요. 넓고 쾌적한 공간에 수많은 소장음반들로 단골이 많은 곳입니다. 막귀인 저로써는 사운드를 평가할 능력이 안되지만, 인원수가 많은 모임에서 2차로 찾기에는 제격인 곳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신사동 트래픽
가로수길이 지금의 유명세를 누리지 못하던 시절, (신사동 까페골목으로도 불렸었죠) 많은 단골을 거느리며 큰 사랑을 받았던 LP바입니다. 현대고 맞은편 가로수길 초입에 있어서 종종 찾곤 했는데요. 어느날 폐업을 해서 마상을 입었었는데...
압구정 트래픽
알고보니 갤러리아 맞은편 로데오 거리 동네에 이렇게 이전을 했더군요. 무지막지한 소장 음반은 물론이고, 흡연공간까지 마련된 점이 좋더군요. 가격은 조금 있지만, 간단하게 음악 들으며 마시는 장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수긍이 갑니다. 예전같지 않게 로데오거리 상권도 완전히 죽었지만, 이런 곳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죠.
홍대 BAR다
간판입니다. 이런 곳에 BAR가? 라고 할만큼 허름한 건물 2층에 있는데요. 그나마 간판을 보고 존재를 알수 있네요. 그렇지만 계단을 오르면서 음악과 왁자지껄한 소리에 기대감이 상승하게 만듭니다.
00년대 초반에 동호회 모임으로 자주 찾곤 했는데요. 바텐더를 하던 여자분이 퇴근 이후에는 홍대 골목에서 수공예 비즈를 팔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바를 가득 채우는 콜드플레이의 "In My Place"에 맞춰 모르는 손님들과 떼창을 하던 기억도요.
*보너스
글이 너무 길어지는것 같아서, 다른 곳들은 2부에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 제가 업계(?)를 떠난지 오래되어 최신 동향은 잘 알지 못하는데요. 회원분들에게 소개할만한 LP바가 있으면 아낌없는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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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극초반에도 꽤 규모가 큰 호프집 같은 곳에 가면 dj가 있기도 했죠. dj형들이랑 친해지면 안주 서비스도 팍팍 나오고 그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