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정말 좋은 사운드로 영화를 즐길 때의 좋은 점
* 주의: 본문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체감과 습관에 대한 기술이므로, 모든 분들께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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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예전에 위와 같은 제목을 써서 소소한 어그로(?)를 끈 적이 있는데, 오늘은 불금을 맞아 (또)탑건: 매버릭을 보며 문득 이전의 행실에 대해 반성하고자 이 게시물을 작성합니다. 어흠
1.
이번 주에는 필자의 시청각실을 소소하게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혹시 예전 사진을 기억하시고선 '달라진 게 없는데?' 하는 분께는, 무려 센터 스피커 스탠드가 바뀌었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물론 센터 스피커 스탠드가 무슨 B모제로 바뀌어서 센터 스피커에 로이 윌킨스 씨의 혼이 깃들어 중역이 두터워지고 < 이런 노잼 드립을 치려는 건 아니고, 필자의 감각으론 뭔가 예전 스탠드보다 스피커와 좀 더 잘 어울리는 맛이 있어서 미관상 좋아졌다 싶습니다.
그치만 어차피 불 끄고 영화 볼 땐 시커매서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을텐데, 무슨 상관이람? 하신다면...
2.
이게 끝은 아니고, 리어와 리어백 스피커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둘 다 (프런트 스피커와 같은 제조사가 발매한)북쉘프 타입 스피커를 쓰다가, 이번에 리어는 프런트와 같은 제품으로/ 리어백은 프런트 스피커보다 한 급 정도 아래의 톨보이로 바꿨지요.
(지갑 대출혈에도 불구하고)바꾼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개중 하나는 일종의 꿈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번듯한 프런트를 갖추면, 언젠가 공간도 예산도 적당하다 싶을 때 리어도 프런트랑 똑같은 스피커로 써야지 < 이런 생각을 오래된 집 거실에서 (당시 사운드 레퍼런스였던)라이언 일병 DVD를 보며, 조막만한 리어 스피커 바로 밑에 앉아서(좌석을 뒷벽에 딱 붙여야 했으므로) 한 적이 있었는지라.
3.
그리고 그로부터 대충 20년 만에 꿈의 첫발을 내딛고서, (특히 사운드가)마음에 드는 디스크들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 첫 타는 물론 (제가 추천하기도 한, 이 시대의 레퍼런스 사운드 중 하나인)탑건: 매버릭 4K UltraHD Blu-ray 였지요.
리어/ 리어백을 바꾼 후의 탑건: 매버릭은, 일단 여전히 넋놓고 보다가 (야,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순간)왜 이리 빨리 지나갔어!! 하고 다시 돌리게 되고... 이긴 했습니다. 다만 리어/ 리어백이 북쉘프일 때에는, 예를 들어 다크스타 이륙 장면에서 딱 아래 두 장면만 뇌에서 확실하게 인식했다면...
* 참고: 필자는 DP 공식 리뷰어로서 탑건: 매버릭 디스크 스크린 샷 게재 허가를 득했으므로, 본 스크린 샷 첨부를 통해 이런 행위가 뭔가 저작권 안 걸린다는 인식을 퍼뜨리고자 하는 게 아님을 덧붙입니다.
리어/ 리어백이 지금처럼 바뀐 후에는, 각종 관제하는 장면들도 뇌의 인식 대상에 추가되었습니다.
이유는 탑건: 매버릭의 리어/ 리어백에 할당된 사운드 중에, 이 관제 센터의 크고작은 수많은 소리들과 함께 그 긴장감도 체험하라는 듯 깔아놓은 서라운드 중저음 디테일이, 이전보다 훨씬 명확하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전 조합에서는 오가는 오퍼레이터 대사 정도나 한 귀로 듣고 흘리다가 바로 다크스타 이륙음에 집중하게 되었다면, 이제부터는 이 상황과 장소의 그 묘한 공기마저 소리로 느낄 수 있더군요. 과연 미국 로컬 영화제, 에서지만 음향상 수상작다운 작품과 이를 제대로 담은 4K UltraHD Blu-ray입니다. 필자처럼 소위 닳고 닳은 유저마저도, 소소하게 새로워진 시스템을 통해 다시 새롭게 다가온 그 강려크한 입체 사운드에 피가 끓을 정도이니.
4.
그래서 문득 '그럼 VOD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어서 디스크 입수 이전에 구매했던 모TV VOD를 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장면을 보면서 얻은 건, 이런 컨텐츠는 디스크 사운드로 들으면서 감상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시간 낭비라는 결론 뿐이네요.
다시 말해 스트리밍이나 VOD가 디스크 대비 아무리 싸더라도, 매버릭 같은 컨텐츠들은 반드시 디스크로 갖추고 보실 것을 권합니다. 그게 같은 2시간 11분을 쓰더라도 더 효과적으로 마음에 남게끔 (특히 이런 우수한 사운드의)영화를 섭취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새로워진 시스템은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물론 4번과 같은 결론을 내리는 데는 글쎄... TV 내장 스피커만 아니면, 대략 누구라도 그리고 어떤 시스템이라도 결국은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단지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 시간의 차이와 확신의 크기 차이가 있을 뿐, 잘 만들어진 사운드는 어느 누구에게나 같은 감상을 제공할 것이고.
그래서 결국 정말 좋은 사운드로 영화를 즐길 때의 좋은 점은, 똑같은 시간을 쓰면서도 더 강한 감동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라 봅니다. 말하자면 이게 맛있는 음식을 최대한 맛있게 먹는 방법이며, 무성 영화 시대를 제외하고 모든 영상 컨텐츠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좋은 사운드를 재생할 때였습니다.
단지 이때문에 필자는, 이번 일로 좀 고민스러워진 게 하나 있긴 합니다. 마치 이번 탑건: 매버릭의 디스크처럼, 이미 리뷰를 게재했던 작품들을 다시 보면 사운드 퀄리티 면에서 더 강조하고 싶어진 부분들이 쏟아질 텐데 어쩌지? 추가 리뷰를 또 써야 하나? < 이런 것. 동시에 문득 반지의 제왕 포스터가 눈에 들어오면서, 결국 불금 영감은 괜히 무거워진 마음과 함께 부득이 탑건: 매버릭으로 끝내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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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조지마님의 글을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면서도 정말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들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단점이 과도한 뽐뿌를...ㅋㅋ 이 글 역시 아직 소소한 제 사운드바의 업글 욕구에 불을 지르시네요. 아무튼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