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블랙 아담> 정발 4K 스틸북 까보기

 오늘 열어볼 작품은 드웨인 존슨 주연, DCEU의 11번째 (저스티스 리그 감독판을 개별로 따지자면 12번째) 작품인 <블랙 아담>의 국내 정발판 4K 스틸북입니다.

 DCEU의 프랜차이즈 완전 리부트 (사실상의 사망선고...)가 발표되자마자 발매된 여러모로 불우한 블루레이입니다. 아직도 개봉할 영화가 4작품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프랜차이즈의 사망선고가 이루어진 이유는 저 또한 알 수 없습니다만, 작품 개봉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관련 주연 배우들의 대거 하차 소식까지 이어진 지금 시점에서 이 작품을 "시리즈물의 연속선상"에서 구매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으시리라 봅니다. 당장 본작의 주연배우이자 담당 프로듀서이기까지 한 드웨인 존슨이 프랜차이즈와 이별을 고했는데, 그 캐릭터가 데뷔하는 영화를 누가 얼마나 사서 보겠습니까. 저같은 DC 코믹스 팬들 정도나 되어야 눈물을 흘리면서 구매하는 것이지요.

(아직 본작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스포일러이니 아래 문단을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특히, 본작의 쿠키영상에서 예고된 블랙 아담 (드웨인 존슨) VS 슈퍼맨 (헨리 카빌)의 전면 대결도 두 배우가 사이좋게 나란히 하차하면서 예고한지 고작 두달만에 어처구니없이 무산되고 말았다는 점은 본작의 구매욕을 더더욱 없애는 무기가 되기도 하고요.

 스틸북은 깔끔한 무광입니다.

 그나마의 위안거리라면 졸지에 사망선고를 내려받은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4K UHD 디스크는 정말 꾸준히, 그것도 좋은 퀄리티로 내준다는 점입니다. 블루레이쪽만 보면 참 호감도 높은 워너브라더스입니다만, DC 히어로물에 한해서는 정말이지.

 내부 이미지는 "호크맨"의 이미지로.

 4K 디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해봅시다. 본작은 아무래도 2022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상 영화이다보니, 기본적으로 Arri Alexa LF같은 4.5K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들을 가지고 제작, 4K 마스터를 거쳐 제작된 네이티브 4K 타이틀입니다.

하지만 이건 마스터링이 그렇다는 거고, 아무래도 장르 특성상 CG가 많이 들어가는 관계로 CG의 퀄리티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고의적으로 필름그레인도 깔고, 일부러 디테일을 조금씩 죽여가며 화면을 만들었기에 한 눈에 척 보기에는 엄청나게 깔끔한 화면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베이스가 깡패라고, 화질이 빛을 발하는 순간에는 정말 훌륭한 화질을 보여주긴 합니다. 특히 위 사진의 "피어스 브로스넌" 씨가 나오는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감탄했을 정도고.

 HDR의 사용도 나쁘지 않습니다. 돌비 비전 포맷을 기본적으로 제공해주는 관계로, 눈에 보기도 편할 뿐더러 본작이 특히나 강렬한 원색 색감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마구 사용하는데다가 번개같이 빛이 폭발하는 장면들도 몹시 자주 나오기에 HDR이 힘을 쓰는 구간이 예상외로 많습니다. HDR 디스플레이의 역량을 테스트해보기에 좋은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들며, 좋은 디스플레이를 쓸수록 그 강렬함은 배가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는 4K 디스크를 나쁘지 않게 뽑아내는 워너브라더스 답게 기본적으로는 상당히 잘 나온 4K 디스크라고 생각하며, 빛을 발하는 순간이 드문드문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정리가 가능할듯 싶습니다. "레퍼런스급인가?"라는 질문에는 약간의 단서나 물음표를 달아야 되겠지만, "평범한" 4K 디스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정도는 되니까요.

 4K는 이쯤 해두고, 블루레이쪽도 살펴봅시다. 블루레이 디스크는 4K와 동일한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트랙을 수록합니다. 블루레이쪽에 역차별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 하며, 사운드 자체도 돌비 애트모스 답게 질러주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레퍼런스급 사운드 퀄리티를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액션영화답게 서라운드를 열심히 활용하긴 합니다.

 부가영상적 측면에서는 의외로 많은 부가영상의 수에 다소 놀랄수도 있으나, 그 부가영상의 길이와 내용, 특히 코멘터리의 부재에 대해서는 다소 실망할 구석이 있다고 봅니다. 영화 개봉 3달만에 후딱후딱 발매하는 디스크가 뭐 그리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겠습니까만은, 그래도 일부 최신 영화들의 형편없는 부가영상 분량보다는 물량빨로 밀어붙여 조금 낫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정리된 "DC 확장 유니버스" 렉의 풍경. 영화도 그렇고 4K 디스크의 퀄리티도 똑같이 "재앙급"이라고 평가받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애초에 4K가 나오지도 않은 <피스메이커>를 제외하면 전부 4K로 구성된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전 "DC 코믹스"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뭔가 "마블 코믹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맛을 제공해주는 회사이니. 물론 "마블"도 결코 싫어하는건 아닙니다만, 애정과 4K 디스크 발매 때문에라도 DC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 <블랙 아담>.... 에 대해서는 딱히 쓸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전형적인 한철잡기용 드웨인 존슨 스타일 오락 블록버스터" 한마디로 압축이 가능한 영화라서. 물론, 그 "전형적임"마저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관객들을 실망시키던 DC이다보니 의외로 재미있게 보셨다는 분들이 많았고, 그런게 코드에 잘 맞는 사람들에겐 분명히 "재미있는" 작품으로까지 다가올 구석이 많았던 작품임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물론 이제는 작품 자체가 시리즈물로써의 가치가 없어졌으니 다 철지난 이야기 아닌가? 하시면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언젠간 DC 확장 유니버스도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날이 생길것이다!"라고 확신하던 제게도 여러모로 충격적인 뉴스였지만, 그래도 저는 여전히 믿습니다. 이제 남은 4편으로 마무리를 어떻게든 나름 잘 짓고,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만나길 기원합니다, DC. 2013년 이래 즐거운.... 잠깐, 즐거웠나? 즐겁다기보단 화가 더 많이 났던 것 같은데, 아무튼. 2013년 이래 즐거운 10년이었습니다.